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친명(친이재명)이 당을 장악해가던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마음)을 얻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추미애 당선인의 승리가 점쳐지던 상황에서 이 같은 이변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16일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기에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추미애 대세론’이 형성됐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강력한 경쟁자였던 6선 조정식 의원이 지난 12일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여기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5선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사퇴하며 분위기는 더욱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는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장 자리까지 사실상 친명계가 추대 수순을 밟고 있고, 이 대표 역시 의장 선출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때문에 오히려 이 과정이 우 의원이 승리하는 이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민생‧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친명계의 거침없는 일방통행에 반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총회에서 총 169표 중 재적 과반을 득표하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경선에서 우 의원은 한 자릿수 박빙으로 막판 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명심이 작용해 잇달아 교통정리에 나서는 상황에 의원들의 거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역시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의장 경선까지 명심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명 핵심인 박찬대 의원이 유일하게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 절차를 거쳤다.
그동안 원내대표 경선은 3~4선 당선인이 수십명에 이르며 후보 난립 양상까지 보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교통정리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조 의원과 정 의원에게 후보직 사퇴를 권유했다는 얘가 나오면서 의장 경선에 ‘명심 교통정리설’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도대체 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 대표가 개입하나”라며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우 의원보다 강성한 이미지로 각인된 추 당선인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평가가 경선 결과에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추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가 작용했다 하더라도 결국 ‘명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대표와 친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친명 주류를 향한 비주류의 저항심을 불러 온다면 대세로 굳어지는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 분위기도 변화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친명계는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경선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당선인에게 당심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결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냐’라는 질문에 “당선자들의 판단이므로 (이번 결과를) 당심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라도 아주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의장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