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아파트 노동자 인권 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착한아파트’ 선정의 첫 결실이 발표됐다. 입주민과 관리 종사자가 상호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파트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이 사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아파트 노동자들에 대한 폭언·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그릇된 문화를 개선하는 일은 아파트가 핵심 주거환경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경기도의 ‘착한아파트’ 선정사업이 선한 영향력을 폭발시켜 경기도는 물론 전국의 아파트 문화 혁신을 견인해내기를 기대한다.
올해 경기도 ‘착한아파트’로 최종 선정된 단지는 500세대 미만 그룹의 김포 ‘강변마을 동일하이빌’, 500~1천 세대 미만 그룹의 용인 ‘동백역 경남아너스빌’, 1천 세대 이상 그룹의 수원 ‘e편한세상 광교’다. 경기도는 시군에서 추천한 단지를 대상으로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단지 규모별로 세 그룹으로 나눠 서류 평가와 현장 평가를 진행하고, 관리 종사자의 일자리 안정, 근무 환경, 권리 보호 실태, 상호부조 활동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분야별로는 관리 종사자 처우개선과 입주자·관리주체 간 상생 활동 등을 평가했으며 주요 항목은 ‘관리 종사자 고용유지 기간 및 근로 계약 기간 등 고용안정 분야’, ‘관리 종사자 휴게시설 설치 및 냉난방 등 근무 환경 분야’, ‘괴롭힘 예방 및 대응 등 인권 보호 분야’, ‘복지향상 노력도 등 상생 활동 분야’ 등 크게 4개 분야였다.
‘착한아파트’에 선정된 김포 강변마을 동일하이빌 아파트(220세대)는 휴게시설에 냉난방기, 식수 설비, 가구 등의 비치 상태가 양호하고 인권 보호 관련 자체 교육 활동, 관리 종사자 장기근속 비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용인 동백역 경남아너스빌 아파트(592세대)는 관리 종사자의 근로 계약 1년 이상 계약기간 비율이 높고, 기존 지하의 휴게시설을 지상으로 이전, 연차휴가 자유로운 사용 보장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수원 e편한세상 광교 아파트(1천970세대)는 관리 종사자에 대한 포상 등을 통한 자체 격려 노력, 입주자와 관리 종사자 간 상생 활동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선정된 ‘착한아파트’ 단지에는 도지사 표창 및 인증 동판이 수여되며, 향후 노후 공동주택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 우선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도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착한아파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건전한 아파트 문화 증진사업에 관해서는 그 어느 지자체보다도 진심이다. 경비노동자 단기계약에 따른 고용불안과 이로 인한 부당한 대우나 갑질 예방을 위해 아파트 용역근로자 계약 시 1년 이상으로 하도록 권장하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지난해 전국 최초로 개정했고, 관리 종사자 근무 환경 개선 지원을 위한 조례도 정비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민 거주 공간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단지가 곧 주민의 주거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대적인 생활공간이 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복한 웃음소리가 넘쳐나야 할 아파트에서 아파트 경비 등 관리사무소 노동자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 입주민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 경비원이 자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경종을 울렸다. 단지 인성이 형편없는 한 인간의 범죄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그동안 불거진 숫한 사례들이 비뚤어진 아파트 입주민 인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문명사회가 됐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파트 경비 등 관리 요원들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하인쯤으로 여기는 풍토가 아주 사라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가 선정한 ‘착한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이번 쾌거를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아파트 노동자들을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정답게 살아가는 아파트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화목한 삶터일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진정 발전시키는 힘은 강력한 규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주변에 긍정적인 효과를 확산시키는 ‘선한 영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경기도가 시작한 ‘착한아파트’ 선정사업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주거문화를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성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