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관계당국은 교량 상판 거치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25일 오전 9시 49분쯤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개가 떨어져 내렸다.
이 사고로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명이 바닥으로 추락해 오후 6시 현재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상자 성별은 모두 40대 후반~60대 중반 남성으로 국적은 한국인 7명, 중국인 3명이다. 숨진 근로자는 한국인과 중국인 각각 2명이다.
사고가 난 교각 높이는 최고 52m이며 상판이 떨어진 구간 거리는 210m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대응2단계를 발령했으나 곧바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격상했다.
소방청장은 특정 시도 소방력으로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재난현장에 동원할 필요가 인정될 경우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다.
사고 현장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 충남소방재난본부 등 소방력과 전국의 119특수구조대, 119화학구조센터 대원과 장비 등이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런처’라고 불리는 크레인을 이용해 빔을 교각 위에 거치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상행선은 이미 빔을 설치한 상태였고 하행선에는 설치를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붕괴 됐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두 개씩 짝을 지어 일렬로 서있는 교각 위에 올려진 상판이 시차를 두지 않고 거의 동시에 붕괴됐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빔(상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빔 하나가 무너지면서 연결된 다른 빔들이 줄줄이 도미노처럼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경찰 수사가 이뤄진 것이 없어 섣불리 원인을 논할 수 없는 상태다.
관계 당국은 현장 감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7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작업 중지 명령과 함께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현장에 급파했으며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과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당사 시공 현장의 인명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상을 입은 분들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전체 134㎞로 수도권(안성~구리·총 길이 72㎞), 비수도권(세종~안성·오송지선 포함 62㎞) 구간으로 나뉜다.
수도권은 올해 1월 1일 개통됐고 세종∼안성 전체 구간은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