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앞서 등급 강등 당시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가 급락했던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한·미 통상 불확실성에 더해 새로운 긴장 요소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강등이 예고된 것이었던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단기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낮췄다. 108년 만의 강등으로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다"면서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라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부정적'이었던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미국은 모든 글로벌 3대 국제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로부터 최고등급 지위를 잃게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2011년 미국의 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이후 피치도 지난 2023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앞서 S&P와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췄을 당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만큼, 금융권은 이번 사태의 여파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1년 100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S&P의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 한 달만에 100원 이상 올랐다. 피치가 신용등급을 낮췄을 당시에도 환율은 1270원대에서 1340원대로 상승햇다. 코스피 역시 하루만에 각각 3.8%(2011년), 1.9%(2023년)씩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1400원 아래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무디스의 조치가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5원 상승한 1395.1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지난 16일 1389.6원으로 내려온 지 사흘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17포인트(0.5%) 하락한 2613.7로 출발한 후 낙폭을 키워 한때 26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번 강등이 3대 신평사 중 가장 늦은 조치인데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던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디스는 앞서 2023년 11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하향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 변동성 재료일 뿐 환율과 증시의 방향성을 바꿀 악재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앞선 두 차례 강등과 현재 증시를 둘러싼 맥락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윤인대 차관보 주재로 컨퍼런스 콜를 열고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컨퍼런스콜에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다른 신평사와 수준을 맞춘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등급 하향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던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강등이 주요국과 미국 관세 협상 등 기존의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단기적으로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관계기관 간 공조를 바탕으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체계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