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중학생이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중상을 입히는 엽기적인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다. 교사가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가 다시는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염불’로 증명되고 마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교사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진 학교에서 깨우칠 덕목이 도대체 뭐가 더 있나. 더 이상 교단이 붕괴하지 않을 확실한 방안이 창출돼야 할 것이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피해 교사는 갈비뼈가 골절돼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른 학생들도 가해 학생이 범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을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조만간 학생을 불러 정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해 학생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50분쯤 수원시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던 중 50대 피해 남성 교사에게 여러 차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수원교육지원청은 사건 당일 전화로 보고를 받았으며 해당 중학교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 이달 중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고 교권 침해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교사에게 변호사 지원, 상담 서비스 등을 바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 교사는 병원 치료 중이어서 사실상 가해 학생과 분리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니라 그동안 문제 발생 시 교사 보호보다 사후 처리에 급급하거나 침묵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폭행 상황 이후에도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피해자가 일일이 요구해야만 움직이는 수동적 대응을 이번에도 겪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으뜸은 단연 ‘교권 침해’다.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사 8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5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77.5%)이 압도적이었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는 학교는 기둥과 대들보에 금이 간 건물과 마찬가지다. 교사가 긍지와 보람으로 가르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육이 살아나는가.
2018년부터 5년간 전국 학교에 설치된 교보위가 심의한 교권 침해 사례는 1만1617 건이었다. 교사를 상대로 상해·폭행을 가한 사례는 5년간 1133건에 달했다. 현장에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욕·명예훼손’은 매년 사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교육계에서는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한 사건은 교단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의 병든 학교문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참상이다.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부터 정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내어 어떻게든 고쳐내야 한다. 최소한의 존중심도 없는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된다. 과연 이런 막장 현상이 교육 당국의 힘만 가지고 해결될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가 차지하는 인성교육의 비중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어떤 품성을 지닌 후세들을 키워낼 것인가 하는 과제는 국가사회가 나서서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다. 학생이 교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학교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비뚤어진 가치관을 교정하고, 망가진 풍토를 일신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붕괴 상황에 빠진 교단의 권위를 재건할 백방(百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