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시민에게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민원을 단순한 요청이 아닌, 시민의 삶에 먼저 다가가야 할 ‘공감의 신호’로 인식한다. 민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응답하느냐’라는 태도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하남시는 이 같은 인식 아래 민원행정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단순 처리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고, 불편을 헤아리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있다.
시청에 오지 않아도, 여러 부서를 거치지 않아도, 시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행정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문제를 피하지 않는 책임 행정’, ‘사람 중심의 응답 행정’, ‘시민 언어로 말하는 행정’이 그것이다.

◇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된다’ 설명력 훈련도 민원역량
시민 응대의 첫걸음은 ‘언어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하남시는 지난 4월, 시청 대강당에서 민원 교육 프로그램 ‘민원인의 마음으로 봅니다!’를 열었다.
공연과 강연이 어우러진 드라마콘서트 형식의 이 교육은, 주차 단속, 반복 전화, 서류 이해 부족 등 실제 민원 사례 5가지를 연극으로 구성했다. 공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하며 응대의 본질을 되짚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할아버지와 콜센터’ 에피소드에서는 반복 설명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과 콜센터 직원 간의 대화를 통해 ‘설명력도 친절역량’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많은 공직자들이 ‘시민의 입장에서 말하는 법’을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 민원코디네이터·팀장 책임상담제 핑퐁민원 예방
시는 ‘이건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없애기 위해 민원 응대 체계를 개편했다.
핵심은 ‘민원코디네이터’와 ‘팀장 책임상담제’다. 민원코디네이터는 민원실에 상시 배치된 경력직 공무원으로, 접수 초기부터 민원을 분석해 효율적 흐름으로 안내한다.
조정이 필요한 복합 민원은 퇴직 공무원 상담관과의 연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해당 부서 팀장이 민원실로 직접 내려와 상담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26건의 팀장 상담이 이뤄졌다.
이와 별개로 주관 부서가 명확하지 않거나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한 민원은 ‘민원처리 추진단’을 통해 조정된다.
청렴조사팀장, 자치행정팀장 등 26명의 실무 팀장으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사안별로 관련 팀장이 참여해 주관 부서를 지정하고 최종 해결방향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 추진단을 통해 19건의 민원이 조정됐다.

◇ 시청방문 없이 14개 동에 화상민원 전면 도입
시는 올해부터 동 행정복지센터 14곳에 ‘화상민원 상담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민은 가까운 동사무소에 방문하기만 하면 시청의 각 부서 담당자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여러 부서가 동시에 접속해 민원 내용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7월, 위례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한 시민이 제기한 5건의 생활민원에 대해 공원녹지과·교통정책과 등 4개 팀이 동시 접속해 응답했다.
시민은 한 번의 설명만으로 종합적인 해결방향을 안내받을 수 있었고, 별도 방문 없이 민원이 종결됐다.
시는 하반기부터 ▲사전예약제 ▲상담 대기시간 단축 ▲현장 안내 강화 등으로 화상상담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 유관기관과도 ‘실시간 현장 중심 복합민원 대응’
시는 올해 3월, 경찰서·소방서·교육지원청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민원 대응 전용 핫라인을 구축했다.
최근 덕풍3동에서 발생한 복합민원(야간소음, 주취자, 청소년 비행 등) 사례에서는 경찰, 시청 자치행정과·정보통신과 등이 실시간 화상회의로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
순찰 강화, 자율방범대 요청, CCTV 설치 검토 등의 조치가 즉시 안내됐다.
이러한 민·관 협업은 민원인을 직접 찾지 않아도 민원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책상 앞이 아닌 현장에서 시작하는 행정이 진짜 응답 행정”이라며 “기관 간 실시간 협업이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원은 제도가 아닌 철학‘ 2년 연속 대통령 표창 수상
시의 민원행정은 외부 평가에서도 인정받았다.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가 주관한 ‘2024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시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1위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은 전국 최초 사례다. 시는 특히 시민 체감도 항목에서 평균 대비 8.21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민원실 환경 개선과 디지털 민원 편의 확대를 인정받아 ‘국민행복민원실’ 인증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취약계층 전용 창구, 태블릿 민원편람,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요소가 호평을 받았다.

◇ “응답의 태도가 신뢰가 되는 도시”
이현재 하남시장은 “민원은 행정의 출발점이자, 시민과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라며 “공직자의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응답의 태도가 신뢰가 되는 도시, 하남시는 앞으로도 그런 행정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시의 민원행정은 단순한 서류 처리나 응대 기술을 넘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떻게 들을 것인가’를 중심에 둔 철학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 즉 시민이 있다.
시는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공직자 공감 역량 강화’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드라마 형식의 민원 교육 외에도, 전 직원 대상의 민원 만족도 피드백, 응대 태도도 평가한다.
사례 공유회 등을 정례화하며 조직 전반에 ‘시민의 언어로 말하고, 현장에서 듣는 자세’를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시 민원실은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물리적 환경도 대폭 개선했다.
동선을 재배치해 상담 동선을 단순화하고,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창구를 분리했다.
대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과 태블릿 민원편람도 비치했다.
복합 민원 공간에는 퇴직 공무원 출신 전문상담관이 상주하며, 복잡한 서류나 설명이 필요한 민원에 대해 보다 차분하고 상세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민원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예약제 도입도 주목된다. 반복 방문이나 대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부 민원에 대해 예약 상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 시간이 보장된 만큼 민원인의 이해도와 만족도가 모두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는 향후 예약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모바일 안내 고지 시스템도 도입해 응대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의 공통점은 ‘시민 입장에 선 설계’다. 시는 민원 데이터를 단순 통계가 아닌 ‘불편의 언어’로 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행정제도와 절차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매년 ‘민원 분석 보고서’를 자체 제작해 민원 유형과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관련 부서와 공유해 개선 과제로 반영하는 체계도 갖췄다.
결국 시의 민원행정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혁신이고,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민원을 시정의 끝단이 아니라 시작점으로, 행정의 부수적 기능이 아닌 본질로 바라보는 철학이 하남시 곳곳에 녹아 있다.
시의 민원 대응은 시민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행정, 즉 ‘지연 없는 응답, 무관심 없는 설명, 책임 있는 안내’를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민원 개선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시민과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