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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창] 국가교육위원회: 학벌사회를 넘어서는 교육개혁을 촉구함

 

예전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신가요?” 라고 묻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이는 곧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뜻이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시대에 출신 대학을 묻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집단적 유대와 특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사회구조의 병폐가 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2024.8.27.)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대학입시 경쟁’을 지목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학 진학률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행복도가 낮아지고, 수도권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까지 초래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이다.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과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입시 서열화는 곧 학벌사회를 고착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academic clique)은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처럼 작용한다. 학력은 개인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학벌은 취업·승진·결혼 등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제약한다. 학벌은 같은 출신끼리의 결속을 강화하고, 정치·경제·문화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구조를 형성한다. 그 결과 일상 속에서 은밀하고 구조적인 차별과 편견이 재생산된다.

 

헌법 제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대학입시제도와 학벌 중심 사회는 이 헌법 정신에서 벗어나 있다. 과열된 경쟁과 서열화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을 침해하며,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배경이 더 중요한 사회를 만든다.

 

학벌은 권력과 결합할 때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과거 하나회가 군사정권을 낳았고, 검찰이 권력화된 것도 결국 폐쇄적 학벌 네트워크의 산물이었다. 학벌이 권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정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가동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 교육을 강화하여 법적 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학벌사회를 넘어서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차정인 위원장은 취임사(9.15)에서 경쟁지상주의와 시험능력주의를 비판하며, 공교육 정상화와 과도한 입시체제 개선을 약속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

 

대학입시는 단순한 선발의 절차가 아니라, 사회의 공정성과 희망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학벌 중심의 서열 사회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이 사회의 공정과 평등을 회복하고, 누구나 노력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학벌사회 극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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