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음력 8월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지정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1000만 이산가족들의 오래 바람이 현실화 되었다. 이산가족단체들은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어 이산가족문제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세대를 이어 두고두고 이산가족의 역사적 의미와 교훈, 실천의지를 간직하고자 그동안 이산가족의 날 지정을 희망해 왔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지정이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보고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해결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면 북한은 월남 이산가족은 북한 체제를 등지고 떠났다는 이유로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였다. 비록 남북한간 합의로 고향방문단 교환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차례 진행하였지만, 가족을 상봉한 이산가족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상봉신청 이산가족 대부분이 70대 이상이어서 북한에 생존해 있을 지도 모르는 혈육 상봉의 기회가 점차 소멸되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디 많은 고령 이산가족분들이 건강하게 100세이상 장수하시면서 북한의 혈육과 살아생전에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우리는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북한의 선의에 맡겨두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선의 유도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대가로 북한에 식량지원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접근으로 이산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를 국면전환을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왔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서독이 동독에 억류된 인사 석방을 위해 현물 제공을 한 ‘프라이카우프’방식이나 동유럽의 인권개선을 위해 경제지원과 안보문제를 함께 다룬 ‘헬싱키프로세스’와 같은 접근을 시도해 본 적이 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는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보아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노력보다는 ‘가족행복추구권’이라고 하는 인류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보고 북한에게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인권침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문제의 인권적 성격을 강조할 때 이산가족문제는 더 이상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로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문제 해결을 도모해 나갈 수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한인권의 일부이다. 북한인권이라고 하면 북한주민의 식량부족과 취약한 보건의료 수준 등 열악한 사회권과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등 자유권 탄압사례만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에는 남한에 혈육을 두고 생사확인, 소식교환, 그리고 상봉이라는 가족행복을 경험하지 못하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침해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다큐 시리즈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나는 신이다』를 보며 한숨 내쉰 사람이 한두 명 아닐 것이다. 보편과 상식의 세계에서 상상조차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입장을 표명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의문을 하나로 축약하면 '어떻게 사람들이 뻔한 거짓말에 그리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을까?'가 아닐까 한다. 실제 다큐에서 다룬 사이비 교주들은 누가 보더라도 특별난 게 없는 사람들이다. 학력이나 지나온 삶을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뒤처진다. JMS 정명석의 경우 학력이 초졸인데 소개된 사이비 교주 대부분이 저학력자들이다. 기독교 교단에서 엘리트 코스는커녕 평범한 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 반면에 그들을 떠받든 신자들은 대졸 학력이거나 중산층 이상이다. 성폭력 혐의로 수감 중인 이재록이 세운 교회에는 회계사 등 사회의 엘리트들이 적잖이 포진돼 있다. 이들이 성금 등으로 한 번에 건네는 봉투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경제적 능력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명석이 수배 중이었을 때 법률 팀을 이끈 신도는 검사와 국정원 직원, 육사 출신 군 간부, 대학교수 등 사회 엘리트층이었다. JMS 교회 중 신도수가 가장 많은 곳이 분당 백현동의 모 교회라는 건 상징적이다. 사이비 교주를 떠받드는 층이 고학력자에 중산층 이상인 것이다. 고학력자·중산층이 저학력자·가난한 집안 출신 사이비 교주에게 가스라이팅 당한다는 건 너무 비대칭적이지 않는가?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이 가능하려면 그 반대여야 할 것이다. 학력이나 경제적 능력 등이 우위에 있는 쪽이 모든 면에서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상을 일거에 깼기에 『나는 신이다』가 준 충격이 컸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은해 씨의 용소계곡 살인 사건도 비대칭적이다. 수사 전문가들이 가스라이팅 사건으로 이름 붙인 이 사건의 살인 용의자 이 씨는 중졸인데 반해 숨진 남편은 명문대 출신인데다 대기업 연구소 직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여성을 가스라이팅해 무려 2500번이나 성매매 시킨 혐의로 지난 달 붙잡힌 여성도 피해자와 가깝게 지낸 회사 동료였다. 이같은 비대칭적 가스라이팅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의 상식인 수직적 신분 관계가 가스라이팅의 상수가 아니라는 강력한 반증이다. 가스라이팅은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인이나 부부, 친구, 직장 선후배 등 가까운 사이에서 가스라이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널리 알고 있다시피 가스라이팅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의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한 이래 1946년 조지 쿠거 감독의 동명 영화를 통해 일반화되었다. 이 용어 하나로 인간과 인간의 잘못된 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아무튼 사례를 살펴보면 가스라이팅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동정심, 연민을 파고든다. 한 번 걸려들면 자신이 심리 지배를 받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도 학력도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철학의 주제 중 하나인 주인의식은 그래서 영원하다는 걸 확인하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는 가스라이팅의 폐해가 그만큼 넓고 깊기 때문이다.
경기신문 3일자 1면에는 한 여성의 옆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진이 실렸다. 이 여성은 발달장애를 겪는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의왕시민 김미하 씨다. 그녀는 유방암 4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이며 남편은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났다. 극한의 정신‧신체적 고통을 견뎌야 하는 항암치료를 받는 몸이면서도 경기도와 의왕시에 발달장애인들의 주거유지 돌봄체계를 요구해왔다. 도는 발달장애 24시간 돌봄, 장애인 기회소득, 훈련장애인 기회수당, 장애인 누림통장, 장애인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지원 강화 등 장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발달장애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 3월 30일 김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김 씨는 김 지사와 경기도에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김 씨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아이보다..
지난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을 지렛대로 멀어져가는 미국의 주의를 환기하고, 총력을 다하여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혁의 장애물인 안보 위협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란은 최근의 시위로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고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파할 계기를 마련하였다.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파키스탄 등에서도 양국이 관여하였던 내전이 종료되거나 갈등이 완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과거 수십 년 동안 보아 왔던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대신 수행하였다는 사실이다.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을 완수한 이 사건은 중국의 외교 역사상 최초로 성공한 사례다. 향후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란-페르시아만-사우디아라비아-홍해-아프리카 통로와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 통로를 통하여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 29일 상하이협력기구에 ‘대화 파트너’로서 참여를 결정하였고, 올해 2월 이라크가 허용한 원유 거래의 위안화 결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이 보여준 새로운 외교 모델, 즉 ‘공정 중재 모델’은 중재자의 공정성에 대한 당사자의 공감을 바탕으로, 당사자가 처한 지경학적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를 통하여 해결책을 찾는다. 이 모델은 이데올로기적 맹목성, 선악 이분법, 경제제재, 기축통화의 무기화, 군사적 위협 등을 앞세우는 ‘강압 모델’과 차별화한다. 이 모델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겉으로는 평화 합의를 지지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스라엘도 숙적 이란을 겨냥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안보 연대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을 들여왔던 아브라함 협정과 I2U2(중동판 쿼드)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1980년 걸프만을 미국의 배타적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으로 선언하였던 카터 독트린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 사건은 한국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우선 중동 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완화됨으로써 원유 수송로의 안전성이 제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페트로 위안의 현실화로 인한 원화 환율의 위안화 동조화 문제와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이라는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미국에 370억 달러에 달하는 보잉 여객기의 구매를 확약하고 아브라함 협정에도 가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헤징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는 중견국이 취할 수 있는 현실주의적 균형 외교의 모범 사례로 보인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막강한 초나라 군대가 송나라를 향해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송나라의 참모가 주군인 양공에게 건의했다.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양공은 “그건 의로운 싸움이 아니다. 정정당당히 싸워야 참된 패자가 될 수 있다.”라며 거절했다. 강을 건넌 초나라가 채 진용을 갖추려 하는 순간 다시 건의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진용을 미처 가다듬기 전에 치면 적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군자는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괴롭히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고 전쟁의 결과는 송나라의 패배와 송양공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후세사람들은 이를 ‘송양지인’이라 하여 제 분수를 모르고 명분만을 내세워 상대방을 동정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영웅 안중근 의사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1908년 안중근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함경북도 경흥과 신아산 부근에서 국내 진공작전을 수행하면서 5명의 일본군을 포로로 잡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포로 처리를 두고 안중근은 주위의 반대에 국제공법을 들어 처벌치 않고 석방해 주었다. 포로의 정보로 일본군은 독립군의 아지트를 정확하게 공격해 안중근 부대는 괴멸하고 해체되었다. 명분을 중시하다 참혹한 결과를 야기한 그는 독립운동진영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12명의 동지와 단지동맹을 하고 다시금 일어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러 가게 된 계기도 민족과 동지들 앞에 참회가 있었다. 이처럼 명분은 순리와 이치를 앞세워 감동을 줄 수 있지만, 현실은 결코 명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베푼다는 것도 명분에 맞아야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 이해타산이 전제이다. 송양공이나 안중근 의사를 탓하는 이유도 전쟁 중인 상황에서의 명분 논리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지적하고자 함이다. 양공의 잘못된 명분으로 수없이 죽임을 당했을 송나라 군인들과 백성, 그리고 베풂의 결과로 희생되었어야 할 독립군들 모두 지도자의 명분 집착의 결과였다. 그래서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정상회담의 결과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징용피해자들의 제3자 변제로 시작된 명분이 멍게와 수산물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일본 초계기, 급기야 독도문제까지 온통 일방적인 결과들 뿐이다. 단 한 번의 정상회담 결과치고는 완패도 이런 완패가 없다. 그런데도 폼생폼사, 일본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란다. 이제 3주 뒤면 한미정상회담이다. 이번엔 또 무슨 청구서를 받아들고 올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법 등 이미 엄청난 피해를 본 한국을 미국이 특별히 국빈 대접을 한다고 한다. 1년에 한두 차례뿐인 미국의 국빈초대를 한다고. 왜? 설마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는... 국제외교의 무대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은 국익을 위한 치열한 각축의 장이자 소리 없는 전쟁터이다. 제발 송양지인의 교훈을 잊지 않길 바란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8%를 기록하면서 1년 손실금이 무려 80조 원에 육박했다. 지금 국민연금 개혁을 외면한다면 소득의 42%를 걷어야 제도가 유지되는 최악 상황이 도래한다는 끔찍한 분석이 나왔다. 국회 연금개혁 관련 민간자문위원회는 맹탕 보고서를 내밀었다. 이렇게 가면 우리 후손의 미래가 비참해질 게 분명하다.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 연간 수익률이 최저를 기록하면서 기금 소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총적립금이 900조 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80조 원 손실은 엄청난 액수다. 아무리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가뜩이나 소진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데 손실까지 발생했으니 2030 세대들을 중심으로 우려감이 확산하는..
돈하고 권력이 대단히 닮아있는데요. 이것들은 암만 많아도 물리지를 않아요. 많을수록 더 매력이 있고 더 마력이 생깁니다. 출세하라는 말은 남을 다 찍어누르고 너 다 가져라' 소리거든. 권력이나 돈이나 똑같지. 늙으면 뻔뻔해진다. 꼰대가 되지 말아라. 자기 자식들한테도 갑질하는 게 돈 가진 아버지 하는 짓 아니에요? 기회만 있으면 마음대로 횡포하는 걸 예사롭게 하는 아주 비문명적인 야만적 사태죠. 1등 해라, 1등 해라 하다 보면 그 꼴 됩니다. 그렇게 길들여온 거예요. 독재같이 하여 지배하기 쉽게 하려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하기 위해서 길들여놓은 거니까. 해답이 있을 뿐이지 정답이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죠.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때그때의 해답이 있을 뿐이지 정답이라는 발상은 아주 잘못된 발상이죠. 그게 독재가 만들어낸 사고방식이죠.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세대, 나이 드신 분과 젊은 세대. 토론은 있어야 하고 건강한 페어플레이는 있어야 하지만 혐오는 아니다. 학교(學校)는 배우는 데지 가르치는 데가 아닙니다. 배우게끔 하는 거고 배우고 싶게끔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뭘 배우고 함께 사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경쟁부터 가르치고 있다. 부모들이 그따위로 가르치니 학교 책임만은 아니다. 자기 자식들이 그 꼴 되는 게 불쌍하지도 않은지. 출세 돼봤자 남의 앞잡이다. 민중이여, 정치인들을 믿지 말아라. 스스로 살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북에는 퍼준 적도 없고, 또 퍼주면 자기 자랑인데, 자꾸 줘야 된다라는 거지 학부모가 되지 말고 그냥 부모님들이 되시라. 자기 자녀한테 그런 이상한 경쟁에 좋은 학교 가서 좋은 직장에 간다라는 그런 망상을 자꾸 자식한테 심어주지 마라. 자식은 그냥 믿어주면 됩니다. 자기 집, 가학(家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야 됩니다. 대단한 사람들도 가학을 끝까지 못 벗어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상당히 훌륭한 학자나 훌륭히 사고하는 그런 분들도 자기 가학을 못 벗어나요. 가학이라는 건 아주 완매(頑昧)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단위 가족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생각이니까. 어떻게든지 가학에서 벗어나서 인류 보편의 것이 뭔지를 조금씩은 자꾸 느낌을 갖도록 그것도 순박하게. 교묘하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너무 많이 알아서 탈인 시절입니다. 책에서는 사실은 별로 힘 안 나옵니다. 꾀만 나옵니다. 몸에 땀이 나고 몸이 괴로운 쪽으로 하면서 생각하는 쪽이 제일 믿을 만할 겁니다. 가만히 생각하기보다는... 책이나 읽고 생각하기보다는 손발 움직이고 몸 움직이고 해서 몸에서 땀이 나고 몸을 고달프게 하면서 하는 생각들. 그것이 대개 믿을 만한 생각들입니다./ 출처 : 김현정 <뉴스쇼> 2019년 1월 4일
해 뜨는 아침 산책길에서 올해의 진달래꽃을 본다. 활짝 핀 연분홍 꽃과 아가씨 유두 같이 붉은빛으로 맺혀 있는 꽃봉오리가 볼품이다. 만개한 꽃에는 작가의 느낌을 수신하는 안테나 같은 수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달래꽃은 언제 보아도 수수하다. 그리고 겸손하다. 조선 땅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 농부의 가슴을 파고들어 안기고 때로는 힘겨운 농부를 위로하는 꽃이다. 꽃을 보면 어머니와 아내 생각이 난다. 외국으로 가서 공부하던 아들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함께 보면 좋을 텐데…’싶은 마음이다. 좋은 아침 가라앉은 마음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날 때 나는 ‘행복으로 가는 길’ 임을 깨닫게 된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작은 사치를 사랑한다.’ 고 했던 피천득의 문장도 생각난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MBC ‘PD 수첩’을 시청하게 되었다. 내용은 무슨 부장 검사인가를 하다 변호사로 있다는 사람의 아들이 어느 고등학교에서 동급생을 괴롭히고 왕따 시켜 피해 학생의 인생이 망가져 가는 사건 취재였다. 반면 가해 학생은 갑질 노릇하며 학교 폭력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제 아비의 힘으로 법 앞에 아무 문제없는 일로 처리되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여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심스러운 표현이겠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요. 갑질 사회의 경제대국이라면 나처럼 농부의 자식들 희망은 꿈속의 일이었겠지 싶다. 동물들의 사회를 말할 때 약육강식을 들먹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동물사회의 생명질서에서 사람보다 나은 점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동물이 제 새끼 잘 먹이고 잘 지내도록 돕기 위해 지능적으로 다른 동물을 못살게 괴롭혀 놓고 숨어서 보이지 않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가. 힘센 동물이라고 해서 약한 짐승을 수십 마리 잡아 쌓아 놓고 지내는 것을 보았는가. 타고난 그대로 꼭 필요한 먹이만을 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입학하였다. 한국전쟁으로 제 때 입학을 못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일찍이 학교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 • 고등학생 때는 자취하며 낯선 동네 아이들에게 을의 입장에서 시달렸다. 그렇듯 힘들게 지내면서 ‘끝을 보자. 먼 훗날 초연히 내 길에 당당히 서리라.’ 그리고 ‘짐승만도 못한 놈은 멀리 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신봉하며 내 역사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며 정 많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4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덕목이 있다. 손자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입학해 낯선 아이들과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일 없이 학교생활이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감수성을 기르며 친구들과 좋은 우정 관계 속에서 가슴 펴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축원한다. 선출직 의원들, 정치꾼들, 죽을 때까지 직업이 주어지는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 잘 나가는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살맛 안 난다고 결혼도 안 하고 결혼한다 해도 아기는 낳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처방전은 갖고 있는가를. 제발 설치지 말고 허세 부리지 말며 미래의 한국을 위해서 법 이전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이 땅의 봄과 미래 세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테니까.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본(本) 하나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동여도(東輿圖)의 요소를 품은 대동여지도’라고 뜻을 더한다. 설렐 만한 일이다. 여(輿)와 여지(輿地)라는 말이 눈에 띈다. 지도(地圖)는 땅의 여러 사물을 그린 그림이다. 에두르지 않는, 보편적 이름이다. 동양학에는 비유적인 이름이 또 있었다. 輿地다. 輿는, 車를 보듬은, 수레(車·거 또는 차)의 다른 이름이다. 동여도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처럼 옛 지도나 지리지(地理志)에 약방의 감초 격(格)이다. 지도는 원래 암각화(岩刻畵)나 갑골문의 (그림)문자처럼 인간이 제 생각을 표시하는 도구적 이미지다. ‘그림’의 하나이며 이런 그림은 나중에 문자(상형문자)로도 진화한다. 輿는 바퀴 달린 마차 그림인 車보다 상징적인 그림이다. 바탕글자인 舁(여)는 ‘마주 (힘 합쳐) 든다’는 뜻이다. 輿地(여지)의 뜻은 그 상징의 바탕에서 짐작하자. ‘세상을 (모두) 실은 수레’라고 푼다. 수레는, 마차처럼 움직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여론(輿論·public opinion)의 輿이기도 하다. 세상(사람들)의 뜻(마음) 실은 마차, 이 또한 한 곳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만 듣는 거대한 굉음(轟音)을 깔며 섭리(攝理) 따라 움직인다. 輿地라는 제목(개념)은 중국 전한(前漢)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가 그 시초다. 땅을 실은 수레라는 (멋스러운) 뜻 여지는 옥편(玉篇)이 자전(字典·글자사전)의 이름처럼 쓰이게 됐듯, 지도의 다른 이름이 됐다. 한때 미원이 조미료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것과도 흡사하다. 옥편은 중국인의 최애(最愛) 보석인 옥을 꿰어 만든 책이라는 뜻이다. 지도는 그림이다. ‘어떤’ 의도를 지녔지만, 바탕은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發露)다. ‘청구도’ ‘동여도’ ‘대동여지도’ 등을 펴낸 조선 후기 고산자 김정호의 작품세계에서 그 마음의 청향(淸香)을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현장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으리니. 바야흐로,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서양의 독서계(지성계)는 요즘, 한 역사적인 우리 지도가 인간 시공간의 시야(視野)와 시거(視距)에 어떤 광채를 던졌는지 새롭게 명상한 장관(壯觀)에 마음 설레기 시작했다. 우리가 인쇄술과 기록문화, 훈민정음과 대동여지도의 겨레임을, 세계 지성을 이끌어온 뛰어난 인문학의 거봉(巨峯)임을 실물로 입증하는 책 한 권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문만으로 화제가 된 신간 ‘1402 강리도’를 서둘러 사서 읽고 있다. 새 대동여지도로 설레는 요즘, 고산자(古山子)를 움직인 우리 옛 세계지도의 비밀을 톺아낸 그 책 때문에 매일 가슴에 지진(地震)이 난다. 좀 두꺼운 그 책, 실린 輿地들도 꼼꼼히 보고 독자께 알려드릴 터다. 지도는, 이렇게 문명인류 종횡(縱橫)의 맨얼굴을 품고 있구나.
양도세 축소나 고액 대출의 목적으로 거래가격을 조작하거나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등의 부동산거래 신고 위반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도는 지난 1~2월 부동산 거래신고법 위반행위 총 393건을 적발해 739명에게 과태료 총 23억 6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불·편법 거래 방치는 투기·사기 풍토를 확산하는 배경이 되곤 한다. 강력한 단속과 통제로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위반 유형별로는 미신고 및 지연 신고가 30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거래가격 허위신고(업·다운계약)와 계약일 거짓 신고 각 37건, 자료 미제출 및 거짓 제출이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과태료 부과와 더불어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의심 99건은 각 시·군·구청 관할 세무관서에 통보해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주요 적발 사례를 분석해보면 매도인과 매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