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사일 시험발사와 긍정적 대남 메시지를 번갈아 가며 전하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남북 간 군사력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 전략무기 성능 테스트 위한 시간벌기전술, 남북관계 재개를 통한 대미협상 재개로 제재완화 해제를 위한 남한의 중재 기대론, 심화되는 경제적 3중고를 덜기 위한 남한의 경제지원 기대론. 군사적 능력과시와 주체성 강조로 대내결집을 위한 활용 등 다양하다. 북한의 대남대미 전략적 행동에 대한 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북한의 기본 스텐스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고 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줄 곳 북한은 미국에 속아 왔다는 피해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 지난 하노이회담 이후에는 그 불신이 극에 달..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소속 시설관리주무관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본보 5일자 1면) 유족들은 직원들의 지속된 따돌림과 상사의 방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인은 지난 2일 안성시의 한 폐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일 이곳으로 불러낸 센터장(과장)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왜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닌 폐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까. 게다가 안성경찰서 정보관은 왜 동행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센터장을 만난 그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을 못하고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직장 내 따돌림 문제로 상사인 센터장에게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으로 ‘4개월 지나도록 면담 한 번 안 한 과장님! 과장님이 저를 죽이는 겁니다’ 등 간절하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처럼 부하직원이 손을 내밀면서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왜 응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전시에서도 지난달 26일 20대 9급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친구는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업무 지시라는 글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고,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었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 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으며 군대보다도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며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고 썼다. 병원 진단과 휴직을 권유한 친구의 말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받고 휴직을 남겨둔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예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하고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집단 따돌림 등이다. 이후 위반 신고가 매해 수천 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일 임이자(국민의힘, 상주·문경)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고용관서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0년 5823건이나 됐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430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고용당국의 늑장처리와 불공정처리 문제가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직장갑질119는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고용부가 진정·고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으며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6.7%에 그쳤다. 신속·공정하지 않은 처리와 극단적 선택이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의원의 지적처럼 본래 도입취지에 맞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예방교육도 의무화돼야 한다.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를 끌어다 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는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공포물, 게임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소외된 자들의 서사, 화려한 무대장치, 컬러와 도형이 주는 상징 등 어느 것 하나를 뽑아 즐겨도 부족함이 없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조롭고,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훌룽한 예술 작품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가 아닐까? 어떤 사회적 요소가 깃들어 있기에 드라마에서 재구성을 했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2-300여 년 전이었다. 민중(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민중의 지배, Democracy)가 18세기경에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부르주아 세력의 부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지배자라는 의식은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위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민주주의라는 오래전의 정치체제가 복권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왕정을 거부하면서 등장했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서 국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과 권력의 중심이 의회로 넘어갔으며,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비로소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이 중..
지금은 다리 밑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돼버린 장기(將棋)의 유래는 꽤 깊어요. 장기 말 중 상(象) 때문에 나온, 고대 인도의 한 왕비가 전쟁에 빠진 왕을 잡아두려고 고안해낸 놀이라는 재미있는 설이 있지요. 그러나 양편 장군 말의 글씨가 초(楚), 한(漢)인 걸로 보아서는 고대 중국 한나라(BC202~AD220년) 대에서 유래했다는 추정이 합리적일 거예요.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 2세가 1973년에 펴낸 ‘제왕적 대통령제(The Imperial Presidency)’는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시끄럽던 닉슨 행정부의 막강한 권력을 묘사한 책이에요. 이 책은 ‘3권분립’의 정신을 올바로 지키지 못하고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를 꼬집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왕적’이라는 수식어는 아마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가장 많이 쏟아져 나왔을 거예요. 촛..
피시 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이텔과 천리안을 필두로 나우누리, 유니텔 같은 업체들이 가담하며 1세대 온라인 문화의 지평을 열었다. 고등학생의 때를 갓 벗어던지고, 서서히 대학이란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무렵, 내게 피시 통신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종 동호회부터 채팅방까지 매일 온라인에 접속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리고는 이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각 피시 통신 서비스 안에는 음악 관련 동호회들이 많이 있었다. 록, 재즈, 힙합,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사진 한 장을 공유하려면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와야 했을 정도로 극악의 통신 속도였지만, 신세계를 접하는 데 있어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는 등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불법 유통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씁쓸한 소식이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편법·불법을 동원해 공유되면서 중국인들은 공짜로 즐기고 있다는 뉴스다.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관이 모두 나서서 중국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오징어 게임’은 5일 기준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에서..
최근에 아내와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 아내가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나에게 ‘D.P.’를 추천했다. 그러나 나는 벌컥 화를 냈다. “보기 싫어. 내가 왜?” 아내는 그런 나의 단호함에 당황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D.P.’는 '탈영병 추적'을 뜻하는 ‘Deserter Pursuit’의 줄임말이다. 그럼 왜 탈영을 하게 되었을까? ‘어, 이건 아닌데? 난 분명히 제대했는데, 왜 또 군대에 가는 거지?’ 비몽사몽 간에 억지로 큰 한숨과 함께 꿈에서 깼다. 다행히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아, 꿈이구나. 다행이다.’ 매번 이런 꿈을 꾸곤 한다. 휴가 마지막 날 위병소를 통해 부대로 복귀하는 꿈을 꾼다. 차마 돌아가기 싫은 곳. 군대였다. 내가 이런 악몽을 처음으로 꾼 것은 아니었다. 아..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항상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국감 무용론”이다. 이번에도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대장동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임위를 초월하며 대장동 의혹이 핵심 주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묻히고 있다며 다시금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동의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국정감사란 입법부가 행정부를 “정기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여당이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국정감사와 같은 최소한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정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이런 견제는 필요하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언젠가는 큰 문제가 터져 몰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 감사는 지난 총선에서 야당을 찍은 적지 않은 수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180석을 만들어준 유권자의 뜻“이라며 여당의 독주를 합리화시키고 있지만, 이런 표현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우선, 설사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는 여당을 선택하지 않은 ”소수“의 뜻마저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로 밀어붙이는 것을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가치와 수단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야당을 선택한 유권자는 결코 ”소수“로 치부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지역구에서 득표한 표의 총합을 비교해보면, 여야 간의 득표 차이는 7%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여당이 겨우 턱걸이해서 승리한 지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의 목소리“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소수라고 할 수 없는 다수를 무시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통해 ”소수 아닌 반대쪽 다수“의 목소리도 크게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대장동 의혹 역시 국감에서 충분히, 그것도 아주 세밀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점도, 국감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을 통해, 소수가 거액의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은 당연히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국감 대상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설사 다른 사안들이 묻힌다 하더라도, 국감에서 이 문제를 세밀히 다뤄야만 국민들의 박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국감 무용론을 피력하는 것은 합리적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