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주 논쟁적 이슈를 던지고 있다. 지난 27일 이재명 후보는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이재명 후보는 “당장 시행한다는 건 아니고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가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생각해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이재명 후보는 주4일제와 관련해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주4일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29일, 이..
문학의 연구대상은 문학 작품이다. 문학 작품의 장점은, 학문세계에서는 금기인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의 세계건 역사적 사건이건 학자들은 하지 못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픽션의 형식으로 보이지 않는 진실을 추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은 무기다. 그렇다고 해서 허무맹랑한 얘기로 역사와 현실을 오독하게 해서는 안 됨은 물론이다. 학문에서도 상상력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 작품과 구별될 뿐이다. 아인슈타인이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지식과 이론은 많은 경우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했다. 아인슈타인이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는 말도 상기하자. 상상력의 원천은 다양한 분야의 공부다. 시쳇말로 하면 지식의 융합이다. 한 분야에만 집착하는 전문주의에서는 발휘되기 어렵다. 우물을 팔 때도 넓게 시작해서 깊이 파 들어가는 법이다. 그래야 같은 전문가라도 융합형 전문가가 될 수 있다. 21세기가 요구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최명희의 『혼불』에는 “이 온 세상 삼라만상과 우주 공간의 음 가운데 무엇보다 음이어서 태음이라 하는 달”에 대해 이런 얘기가 있다. “사람의 눈이 무엇이리오. 그 눈에 보이면 있다 하고, 안 보이면 없다 하지만, 푸른 달빛의 눈썹 끝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먹통보다 짙고 검은 밤, 달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하에서 저 홀로 만월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달이 지상으로 오르며 찼다 이울었다 하는 변화에 맞추어 땅이 전신을 다하여 호응하는 것처럼, 땅에 사는 인간 또한 이 결을 따라 호흡하며 살아간다.”(5권 158~159쪽) 앞서 이런 얘기도 했다. “보이는 것에 연연하여 보이지 않는 것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오히려 형식에 본질이 희생을 당하는 것이리라.”(2권 66쪽) 존재와 비존재, 본질과 현상, 즉 존재론 철학이다. 존재론은 관념론이지만, 불멸의 실체를 인식하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혼불』은 조선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추적한다. 음력 29일과 30일, 1일, 2일은 달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먹통보다 짙고 검은 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하에서 저 홀로 만월을 이루고 있는 기간이다. 달은 3일이 되어야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 잠시 모습을 보여준다.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다. 달은 우리가 보지 않아도 45억년을 한결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물론 미세한 변화는 있다). 그러나 보지 않고 인식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다. 지하에 묻힌 온달이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초승달과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의 순서를 반복하는 한 달 동안의 변화는 우리가 잘 안다. 오늘 보름달이 떴겠구나 하는 인식과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감각이 다른 것이다. 『혼불』의 이 대목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느끼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대목도 있다. “상사(相思)가 되면 비장이 마른다. 말하기 쉬워서, 사람이 그립다고 죽기까지 하랴, 하지마는 ‘상사’라는 말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니, 그 ‘생각’이 깊으면 비장이 상하고, 비장이 마르게 상하면 조혈을 제대로 못하는지라 피가 마른다. 피가 마르니 결국은 죽게 되는 것이다.”(6권 288쪽) 강실이가 사촌오빠 강모를 사모하는 마음이 지나쳐 건강을 해친 상황에 대한 묘사다. 마음은 소위 자유의지로 통제되지 않는다. 비장과 위를 묶어 비위라고도 하는데, 흔히 마땅치 않은 꼴을 당하면 비위가 상해 밥을 못 먹겠다고 하는 그 비장이다. 비장이 상하면 피를 거르지 못해 잠을 못 자고 밥맛이 떨어져 몸이 심각하게 상하게 된다. 마음의 병이다. 문학 작품을 구상할 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플롯의 구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협소하게 될 것이다. 상사병과 같은 마음의 병이 비장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식도 마찬가지다. 최명희 작가는 역사, 전통문화, 자연과학, 수목, 원예 등 다방면의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살아있다면 『혼불』도 완성하고 더 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을 것이다. 강실이와 춘복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편, 문제는 학문으로서의 문학도 문학 작품처럼 다양한 지식의 융합이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그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건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최명희 작가도 개인적으로 알아서 공부한 건가? 학문으로서의 문학도 ‘보이지 않는 것의 이치’를 깨달아 명작(名作)의 수준에 맞게 도약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인문학의 위기’ 담론은 오래전 추억이고, 인문학이 존재의 근거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거쳐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됐다. 총 3단계 방역완화 이행계획에 따라 1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카페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이 24시간 영업이 가능하고, 사적 모임도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까지 가능해졌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온 국민들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고통을 참아온 밑거름이 만들어낸 익어가는 열매 같은 조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전후로 우려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대도시 유흥가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또 주요 도심 곳곳에는 지난 21개월간의 짓눌림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방역 이완이 자칫 다시 대유행으로..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공사로 있던 1787년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많은 신문업계 종사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서 제퍼슨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신문지’가 아니라 ‘국민 의견’ 소통의 창구로서의 미디어다. 그가 대통령 시절 신문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것은 일관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신문들이 ‘여론 통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제퍼슨이 오늘날 미디어를 보면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없는 신문’의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2021년 대한민국 최대의 화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한국과는 별 관계가 없다. 넷플릭스의 ‘하청’을 받은 한국인 제..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위 헌법질서를 그대로 유지하여 오고 있는 터이므로,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의 헌법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황구지천은 군포시 삼성산에서 발원, 의왕의 왕송저수지를 거쳐 수원시의 권선구 당수동·금곡동·장지동·대황교동을 거쳐 화성시 태안읍·정남면·양감면으로 이어지는 국가 하천이다. 수원천·서호천·원천리천 등 수원의 여러 하천과 합수돼 흐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대천(大川)’이라고 기록돼 있다. 황구지천은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가 유입돼 수질이 극도로 악화, 물고기가 살지 않는 죽음의 하천이었다. 2003년부터 수원 하수처리장을 증설하고 하수관을 정비하는 등 정화노력을 펼친 결과 생태계가 살아났다. 2019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포유류 9과 15종, 조류 24과 44종 1329개체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보호종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03호, 멸종위기종 1급), 삵(멸종위기종 2급), 새매(천연기념물 제323-4호, 멸종위기종 2급), 황..
‘무조건 하얀색으로 덮어. 끝’ 인생 첫 집을 장만해 들떠있는 친구의 인테리어 조언 요구에 대한 나의 답이다. "병실이냐? 하얀색으로 도배하게? 요즘 병실도 '꽃가라‘로 예쁘게 하더만!" 내 말을 질투(?)로 받는 친구에게 진의를 전하기 위해 오래전 경험담을 풀었다. 10년 전,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주간 현지살이를 한 적이 있다. 열다섯 평 정도 되는 작은 연립주택은 렌트 전용이라 소파, 침대, 옷장, 오븐이 다였다. 도착 첫날, 저녁을 해먹기 위해 세컨핸드 샵(우리로 치면 중고가게)에서 식기를 사오면서 생경하고 불안한 기분에 휩싸였다. ‘2주간이지만 그래도 먹고 살 집인데 뭔가 더 사고 들여야 하지 않나’ 같은 강박적 생각들이 올라온 것이다. 2주가 지난 후의 깨달음은 내 반평생에 내려친 불가의 죽비였다. ‘아무것도 없어도 아..
열망보다 허망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지금과 같은 대선 상황이 있었을까? 이즈음 여론조사 결과가 심상치 않다. 대선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각각 60% 선으로 호감도보다 대략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권주자 개별 호감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32%, 홍준표 31%, 윤석열 28%' 순을 기록한 반면 비호감도는 '윤석열 62%, 이재명 60%, 홍준표 59%' 순으로 나타났다. 대선 국면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 새 시대정신으로 지난 시절의 한계를 극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에게 투영된다. 그런데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2배가량 높다는 것은 그들에게 희망을 접었음을 뜻한다. 요컨대 유권자들은 가장 큰 열망으로 정권 교체를 들고 있는데 여기에..
일산대교의 무료통행이 어제(27일) 낮 12시부터 시작됐다. 경기도와 김포·고양·파주 등 3개시는 이날 일산대교에서 통행료 무료화를 발표한 후 무료통행 카운트 행사를 개최했다. 일산대교는 한강다리 28개 중 유일한 유료 통행 교량이었다.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도지사직을 사퇴하기 직전 ‘민간투자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결재를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전 지사의 마지막 결재로써 김포·고양·파주시민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결재 다음날인 26일 도는 일산대교 운영사인 ㈜일산대교에 ‘민간 투자사업 대상 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통지서를 통보했다. 공익처분이란 공익을 위해 지자체가 민자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한 뒤 상응하는 보상을 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그는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이었고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군 수뇌부 중의 한 명이었다. 국민을 무력으로 진압한 대가는 차고 넘쳤다. 41대 내무부 장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고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13대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삶은 전두환과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둘은 육사 11기 동기였고 같은 방을 썼던 룸메이트였으며 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했다. 전두환은 12대 대통령을 마치면서 친구 노태우에게 대권을 물려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전두환은 노태우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를 원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5공 청산’의 국민적 요구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강원도에 있는 백담사로 향했고, 노태우는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