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배타적 적대관계였던 80년대 전반기까지는 민족이익과 국익이 충돌하고 반비례하는 불행한 시기였다. 남북 간 정통성과 체제대결 속의 대립과 갈등은 국가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값비싼 민족이익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하늘의 도움과 우리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제는 우리의 국력이 북한의 40배를 넘고 우리의 국방비가 북한의 GDP를 훨씬 뛰어넘는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남북관계도 배타적 적대관계에서 적대적 공존관계를 넘어, 이제는 협력적 공존관계를 지향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북한 핵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만 한다면 민족이익과 국가이익을 공히 증대시킬 수 있는 남북 경제 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평화롭고 안전하게 남북 주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다. 30년 가까이 끌어 온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명의(名醫..
최근 이사하면서 서재 한 구석에 박혀 있던 여러 권의 한국기자협회 취재수첩과 여러 장의 사진 뭉치를 발견했다. 신문기자로 일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는데 한 장의 사진이 강렬해 눈길을 멈췄다. 전두환 정권 초기 때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들이 총을 든 군인 앞에서 차렷 자세로 서있는 모습. 특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겁에 질린 표정이 압권이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 여의도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던 삼청교육대 희생자들에게 제보를 받고 요즘 언론에서 걸핏하면 다는 '단독' 기사로 보도했던 것이었다. "노인들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제목으로. 전두환의 만행이 어디 한둘 이겠냐만 이 사진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일 터이다. 그런데 사진을 보다 최근 국민의힘당에 기습 입당한 윤석열 씨의 발언이 겹쳐졌다. "41%의 지지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최근 정부가 국민 약 88%에 1인당 25만 원의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따라서 12%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기본 소득’ ‘보편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상위 12%의 도민 전원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도민 지급안’은 지난달 29일 고양·파주·구리·광명·안성시 등 5개 시장이 공동 성명을 통해 “나머지 12% 시민에게도 도와 시·군이 분담해 별도 지급하자”고 도에 건의하면서 공론화됐다. 이들의 건의에 이재명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88%)에서 배제된 나머지 12%의 도민 전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을 경기도 시·군에서 논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화답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
올챙이국수는 햇 강냉이(옥수수)로 만든 음식이다. 남쪽에서는 강원도에서 여름에 별미로 만들어 먹는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은 전통적이어서 북쪽의 어느 지방의 것이라 딱히 말할 수 없다. 강냉이가 많이 나는 평안도 음식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도시에 살았던 사람은 이름도 생소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강냉이가 적게 나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강냉이 올챙이국수를 맛깔스럽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올챙이국수는 무더위가 절정인 바로 지금 먹는다. 강냉이 알을 물에 불렸다가 맷돌이나 기계에 곱게 갈아낸다. 그리고 채에 내리고 내려진 물을 가마에 넣고 끓인다. 색깔이 노랗게 될 때까지 끊이는데 되직하게 하면 묵이 되고 헐렁하게 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틀에 넣어서 내리면 올챙이국수가 된다. 틀에 굳이 내리지 않고 바가지 같은데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담아도 알아서 술술 떨어지는데 모양이 꼭 올챙이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 도토리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러면 도토리 올챙이국수가 된다. 강냉이 올챙이국수는 옥수수가 적당히 여물어야 하고 당도가 높아야 맛있다. 차가운 물에 내린 올챙이국수에 간장 양념을 하거나 동치미나 나박김치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올챙이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 걸리는 것 없이 어느새 그냥 넘어가는 이것은 풋 강냉이의 달콤함과 매운 고추 양념, 시원한 국물 맛으로 먹는다. 국수처럼 길게 내리면 그것은 올챙이국수가 아니다. 똑똑 떨어져 올챙이 모양으로 풋 강냉이의 달짝지근함이 있어야 한다. 개구리 소리가 높아지는 여름의 무더위에 고향에서는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만드는 공정이 번잡해도 자주 해 먹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이것도 없어서 못해 먹었다. 풍족한 남쪽에서 해 먹으려고 하니 강냉이(옥수수)가 그 맛이 아니다. 강냉이의 단맛이 고향의 것보다 많이 덜 하다. 마루에 앉아서 더위를 식히면서 먹어야 하는데 환경도 바뀌었다. 냉장고가 없으니 수도에서 찬물 받아가며 만들었는데 올챙이국수를 만들면 한 번에 많이 만들었다. 그만큼 만드는 공정이 간단하지 않고 여럿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냉이 올챙이국수는 남쪽에서는 강원도가 유일하다. 아마도 옥수수 맛이 좋아서 그러지 않을 가 생각한다. 만드는 방법도 북쪽과 비슷하다. 강원도에서 만드는 올챙이국수에는 길게 뽑아 가락을 만든 것도 있다. 국수도 아닌 것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만들어진 것을 왜 국수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올챙이국수는 숟가락으로 먹는다. 손에 쥐려 해도 잡히지 않고 입안에 아니 있는 듯 그냥 넘어간다. 풋 강냉이의 구수함이 가득해 더위를 가시고 가을이 시작됨을 알게 한다. 더위에 지친 어느 날 부산에서 보내온 초당 옥수수를 먹으며 강냉이 맛도 여러 가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연하고 달기는 한데 생으로 아삭아삭 씹히는 이 맛, 이전에 풋 강냉이를 입에 물고 굴리면서 뜯던 것과는 다른 맛. 이것에 익숙해지면 나도 남한 사람 다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가.
지금 여야뿐만 아니라, 각 정당 내부의 대선 주자들 역시도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중요한 무기인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위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정치학 이론 중에는 '부정성 효과 이론(Negativity Effect Theory)'이 있는데,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후보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보다는 부정적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거티브 캠페인은, 나라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위력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선거 구도를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이다. 즉, 네거티브 캠페인은 막상막..
오래전 어느 날 아침 온 동네 길거리에 ‘옹녀와 변강쇠’라는 빨간색 여섯 글자만 달랑 적힌 광고지가 즐비하게 나붙었어요. 잠깐 궁금해하다가 금세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개념을 떠올리긴 했지요. 사전에는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 곧바로 신고가 들어갔을 텐데도 그 광고지는 며칠 동안이나 붙어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후 ‘옹녀를 기다리는 변강쇠’는 개업을 앞둔 나이트클럽 상호라는 말이 들려왔지요.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 써야 하는 돈에 비하면 나중에 물게 되는 벌금은 껌값이라더군요. 느닷없이 나붙은 야릇한 전단 광고지 배경에 그런 영악한 셈법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이버..
올림픽 한 경기, 한 경기를 과몰입 상태로 보다가 인상 깊은 선수를 발견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전체 4위를 한 우상혁 선수였다. 한국 선수가 높이 뛰기 결선에 진출한 덕분에 오래간만에 육상 경기를 실시간으로 봤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초반 굳어 있던 표정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웃으면서 하늘을 날았고, 2m 35cm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2m 39cm에 도전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못해 메달에서 멀어졌음에도 활짝 웃으며 ‘괜찮아’를 외치는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며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상혁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수영 황선우 선수도 메달권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록에 만족한다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양궁 8강 경기에서 탈..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올라 두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넉 달 연속 2%대 상승이어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는 현상이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 상승세가 물가 인상을 주도하면서 서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옥죄고 있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물가가 움직이면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상 퍼레이드’ 차단에 정치권과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발표된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올랐다. 지난 4월(2.3%) 처음 2%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2.6%) 들어 9년 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6월(2.4%) 약간 낮아졌지만, 7월 들어 다시 최고치로 복귀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꿈을 꾼다. 모든 사람이 고루 행복해지는 꿈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누군가는 유토피아(Utopia)라고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토피아는 없다. 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는 공상소설이다. ‘어디에도 없다’라는 뜻의 유토피아도 그가 만든 말이다. 지은이조차 없다고 고백한 유토피아를 소설 밖에서 찾는 건 무리다. 낙원이나 천국 혹은 이상향이나 파라다이스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다. 없지만, 아니 어쩌면 없어서 더더욱, 유토피아라는 꿈을 현실이라는 종이에 그리고 싶은지 모른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물론, 시도하거나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명칭과 내용은 서로 다르다. 다름에도 우리가 그 꿈에 애정을 쏟는 것은, 그들이 그리려는 꿈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등 10만 1214명이 참여했으며,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보자.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성 교육’이 36.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 20.3%, ‘진로, 직업 교육’ 9.3%,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교육’ 9.0%, ‘기후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 5.6%, ‘민주시민교육’ 5.1%, ‘수학, 과학 교육’ 4.9%, ‘안전, 건강 관련 교육’ 4.2%,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디지털 소양교육)’ 3.8%의 순으로 나타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