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필자가 근무하는 철도가 세간의 화제였다. 열차의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윤석열후보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에이 설마?”싶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이런 고객은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도 “못봤지.. 예전에는 빈자리 많을 때 신발벗고 앞 좌석에 발 걸치고 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눈치 보여 거의 없는데 어딜 신발을 신은채로.. 말도 안되지”라며 혀를 내두른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는 말이다. 하긴 윤석열후보 입장에서는 구두가 뭐 그리 더럽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김진태의원이 질의했듯이 윤석열후보는 기업인들과 술자리에서 자기 신발에 양말을 벗어 넣고 술을 따라 마시게했다는 이야기도 있..
TV토론을 보고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가 있을까? 거의 없다. 5% 내외다. 지난 3일, 20대 대선 후보 1차 TV토론이 끝난 후 조사를 봐도 그렇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 리퍼블릭에 의뢰해 7일 보도한 결과는 ‘TV토론을 보고 바꿀 생각이 있다’는 응답자는 7.3%다. 행동으로 옮길 유권자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내용도 비슷하다. 1차 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꾼 사람은 6.3%였다. 11일(금)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까지 두 차례 토론이 끝났다. 앞으로 후보가 싫어도 나서야하는 법정토론회 세 차례가 더 있다. 후보간 합의로 더 할 수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토론에 따른 이해득실이 있어 합의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TV토론을 거치면서 든 생각은 ‘국민 모두가 대선 해설위원’이다..
현행 60세인 정년 연장론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4차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직장인의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60세 정년 뒤에도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통해 은퇴 근로자를 노동시장에 투입하자는 얘기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의 0점대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5세)는 2020년 약 3738만명(72.1%)에서 2070년 1737만명(46.1%)까지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동시에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직격탄이 된다. 그런데 정년연장으로 연금 보험료 내는 나이를 더 높이고, 타는 나이를 더 늦출 수 있다면 연금고갈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인구 감소를 선행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1. 대통령이 현 정부를 “적폐 청산 수사 대상”으로 공격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했다. 사과를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거기에 대해 답변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발단이 무엇이든 간에) 윤석열의 공격은 뚜렷한 프레임 전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도 안 남은 대선국면 막바지에서 스스로를 문재인 정부를 대적하고 대체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포지셔닝시키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명실공히 여권 수장인 대통령과 충돌이 격화되면 될수록 대중의 인식 속에서 차지하는 야권 후보 윤석열의 덩치가 압도적으로 커진다. 충돌 사건의 드라마틱한 흥미효과로 인해 '윤석열' 이름 석 자가 언론과 sns에 맹렬한 기세로 노출..
마이클 돕스가 쓰고 출판사 모던 아카이브의 박수민 대표가 번역한 다소 장황하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그래서 이른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미국 작가 조너던 사프런 포어의 소설 제목이자 영국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톰 행크스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았다.)’ 느낌을 주는 책 『1962–세기의 핵 담판과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은 논픽션 르포르타쥬이다. 그런데 실로 내용이 너무나 다이나믹하고 풍부해서 한편의 밀리터리 첩보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은 다큐를 이런 식으로 쓴다. 한 권의 대하소설처럼 쓴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 『1962』는 그런 면에서도 귀감이 된다. 제대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나 역사학자가 있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등급 차이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1962』는 1962년의 급박했던 미국-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를 다룬다. 당시 소련의 서기장 흐루시초프는 비엔나에서의 미-소 정상회담 때 했던 약속을 뒤집고 쿠바에 핵 미사일 기지를 비밀리에 조성한다. 그리고 핵 탄두를 반입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이를 안 존 F. 케네디 정부는 쿠바 내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습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봉쇄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한다. 두 방식 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면적인 핵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나저러나 전쟁이 터질 것이다. 내각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당시 공군참모차장이었던 커티스 르메이의 경우가 ‘쓸어 버리자’는 쪽이었다. 케네디도 처음엔 그 생각에 기울었고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는 더욱 강경한 쪽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평소의 대화에 형과 동생이 꽤 욕을 많이 해 가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의 뒷담화, 사생활이나 개인관계가 끼어든 대화를 두고 그걸 인성(人性) 문제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어쨌든 케네디 형제는 봉쇄(blockade)를 택한다. 그리고 13일 동안 미국-소련-쿠바 간에는 치열한 군사외교의 물밑 협상이 오고 간다. 이때의 사태만큼 정상급 지도자부터 말단의 병사, 작전 요원, 일반 국민 한명 한명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낸 적도 없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일들이 진행된다. 이 책은 그걸 날짜별, 시간별, 공간별로 기록해 낸 것이다. 그 방대한 자료의 섭렵만으로도 마이클 돕스의 노력은 노력이 아니라 거의 천재적 직관에 가깝다. 누군가 당시의 미-쿠바 미사일 사태 때 보여줬던 케네디 대통령의 선택을 윤석열 후보의 ‘선제타격’론이 이어받고 있다고 얘기하는 모양이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후보가 보여 준 지금까지의 여러 행태는 케네디만큼 군사, 외교적 면에서 방대하면서도 종합적인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책의 몇 가지 대목들이 눈에 띄는데 이런 얘기들이다. “핵 시대에 대통령은 군대를 ‘지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매일, 때로는 매분 통제할 수 있(는 지적 능력, 방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하게 물리적으로만 비교해 봐도 케네디와 윤석열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케네디는 2차 대전 때 해군으로 참전했지만 윤 후보는 부동시라는 불명확한 이유로 면제를 받았다. 한 사람은 군사문화를 알고 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케네디는 외교라는 복잡한 정치를 공부하고 경험하며 성장한 정치인이지만(케네디의 부친은 주영국 미국 대사를 지냈다.) 윤석열은 안타깝게도 그렇게까지 배울 조건과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케네디는 확전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선택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그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베트남전도 조기에 종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후보는 그걸 극대화하는 쪽으로 선택하려 한다. 케네디는 미사일 위기를 ①미국의 터키 배치 미사일 철수 ②쿠바 불가침 약속 ③소련의 쿠바 배치 미사일 철수라는 단계적 협상으로 돌파한다. 하지만 윤석열의 ‘선제타격론’은 자칫 한반도의 내전이 미-중간 미-러 간 대전으로 이어지게 할 공산이 크다. 3차 대전이다. 무엇보다 미-중간 무역 갈등은 늘 화약고 앞에서 서성거리는 느낌을 주는 시대이다. 그러니 대북 선제타격론은 방어와 확전 방지의 구체적인 전략전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오히려 세계 대전을 도발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는 SNS에 마치 애들마냥 단 네 글자로 올리며 희희낙락할 ‘꺼리’가 아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조차 윤석열의 군사외교적 태도에 회의감을 갖는 이유다. 강경파 커티스 르메이의 부하이자 공군전략사령관인 파워란 이름의 인물은 비열하고 잔인하며 용서를 모르는데다 정신적으로 불안하기까지 했던 군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실로 더 큰 문제는 그가 지나치게 많은 무기 체계를 통제하고 있고 특정 상황에서 그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단 한 명의 잘못된 판단으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 벌어지면 모두가 공멸하는 최대의 비극이 벌어질 수 있었던 때라는 얘기다. 위대한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1964년 이를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나는 어떻게 폭탄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그것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는가?’라는 긴 제목의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 영화는 당시 백악관에서 벌어진 군 지휘부의 우스꽝스러운 대책 회의를 집중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속에서 통제 불능의 공군 장군 벅 터짓슨의 모습이 바로 공군 최고 지휘관 커티스 르메이이다. 국가는 무엇보다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 운영해야 한다. 무속에 기대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만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사람에게서 국가적 큰 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한국은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서 있다. 통탄할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1군(group 1) 발암물질들을 분류해 발표한바 있다. 석면, 카드뮴, 비소, 청산가스, 미세먼지 등이다. 공기 중의 석면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폐암이나 석면폐증, 중피종 등의 심각한 질환을 유발시킨다.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체내로 들어 온 석면은 10년에서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모르고 집 지붕에 석면 슬레이트를 올리고 관공서 사무실이나 학교 교실 천정 마감재로 사용했다. 석면이 단열, 보온, 소음차단 등의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석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참으로 아찔한 일이다. 그러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
'제폭구민'(除暴救民)과 '보국안민'(輔國安民)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궁극적 목표였다. 민비와 그 척족이 권력을 쥐고 농단하는 동안, 나라는 늘 풍전등화였고,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싸우던 외세(청나라와 일본)는 그 존재자체가 생존의 위협이었다. 전봉준은 그 일체의 학정과 위협을 사즉생과 임전무퇴의 정신으로써 대항해야 할 폭력으로 인식했다. 그것이 동학농민혁명의 동기다. 그 폭력을 제거해야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백성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돕는 일이며, 그 때 비로소 씨알들의 삶이 편안해진다는 것이 동학군의 신념이었다. 전봉준과 농민군은 고부에서 시작하여 전주까지 파죽지세로 달려갔다. 관군에게 압승을 거둔 농민군은 혁명전사로 변했다. 그 마음으로 우금치까지 폭풍 진격했다.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겨우..
한 달도 남지 않은 20대 대선이 후보단일화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오는 13~14일 이틀간 후보등록 이후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어느 후보도 홀로서기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면서 막판 후보 간 연대가 다시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은 연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보단일화가 결국 대선판을 좌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대선의 길목에서 단골메뉴가 된 단일화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착잡하다. 무엇보다 정책과 자질론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공학의 산술적 덧셈이 선택을 강요하는 참담함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나눠먹기 논란, 셋째 그렇게 해서 집권한 역대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를 목도한..
폐소공포증 없으시죠? 침 삼키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전신이 둥근 통 안으로 들이밀린다. 없었던 폐소공포증이 고개를 들고 숨이 가빠진다. 안 된다는 말 때문일까, 침이 차오르고 입술이 바싹 마른다. 디스크가 의심되어 시행한 경추 MRI 촬영. 목 옆으로 끼워 넣은 쿠션 때문에 한 치도 움직일 수 없고 어깨와 목은 점점 더 뻣뻣해진다. 온통 하얀 공간에서 귀마개 밖으로 들리는 드릴 소리와 망치 소리에 스멀스멀 공포감이 차오른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 조금만 참으면 돼. 오롯이 홀로인 공간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여행을 시작한다. 오로지 나를 위한 상상여행을. 코로나 시대 2년 차, 비일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여행은 새로운 옷을 입었다. 하얀 막 안에서 자신이 내뱉은 숨을 들이마시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두고 타인을 걸어..
어릴 때 나는 아침마다 밥 먹기가 힘들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에게 정성껏 차린 건강음식을 강력하게 압박해 먹이셨다. 아침식사 끝에는 노란콩을 갓 삶아 식혀서 믹서에 갈아주시는 두유, 생토마토를 금방 간 토마토 주스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인스턴트, 화학첨가물이든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뇌와 장건강에 좋은 천연재료의 한식으로 가득 채워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 영양 가득한 음식들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 것을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 맛있는 라면이나 화려한 기름진 빵과 과자들이 장바구니에 없다고 서운해하며 입이 쑥 나왔을 따름이었다. 거의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진료실에서 그때의 나와 같은 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는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멋진 빵을 곧잘 만든다. 라면을 좋아하는 불닭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