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9월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50대 이상 성인 등에 대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다. 코로나가 앞으로 계절성 바이러스처럼 매년 영국에서만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브라질에서는 가뭄에 이어 이례적인 한파로 커피 재배가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 원두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유럽 국가에서 1천 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선진 국가들의 재난 안전 시스템을 보란 듯이 쓸어갔다. 한국도 지난해 최장 54일의 장마에 이어 올해는 폭염의 연속으로 채소류가 폭등하고 있다. 점점 알 수 없는 미래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7개월 남짓 남은 이번 선거 양상도 ‘과거형 싸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미래와 관련한 ‘기본소득론’도 문제의 본질보다는 상대 브랜드 흠집 내기, 진영 싸움으..
북한은 어떻게 여름 나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우선 삼십 도가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양에 물 뿌림 차(살수차)가 등장하고 농촌지역은 농작물에 대한 물 주기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 노동신문은 폭염을 나기 위한 보양 음식도 소개를 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음식으로 소개된 단고기 음식은 개고기 음식으로 김일성이 고깃국 중에서 가장 달고 맛있다 라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국제사회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서 식당 영업 등 상행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닭을 찹쌀과 통마늘 인삼 등과 함께 푹 삶은 삼계탕을 여름 보양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여름을 나기 위한 북한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름이 없다. 분단 칠십여 년에 기간으로..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납치될 수도 있어요’ 20여 년 전, 배낭여행 중 들른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앞. 궁전 건너 보이는 하얀 동굴같은 집들이 궁금해 묻는 내게 현지인은 집시마을 사크라몬떼라며 위험을 경고했다. 호기심이 두려움에 앞서 결국 마을로 들어갔다. 반쯤 문 연 집이 보여 노크했더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온다. 한 세 평 될까 싶은 흙바닥에 예닐곱 살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엉켜 놀고 있었다. 누더기 같은 옷차림도 반 벗은 채였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아이들 얼굴에 잠깐 숨이 멎었다. 치렁치렁 긴 검은 머리, 커다랗고 검은 눈, 붉은 입술이 뿜어내는 매혹이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별점과 도둑질을 일삼고 바이올린 하나로 집단가무를 즐기며 유랑하던 집시의 피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 것은 여행에서 돌아와 들은..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자를 규제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들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하며 조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아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내국인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5월 31일에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취득금지 법안발의와 통과가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기한제 토지사용권과 건물 소유권만 가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내국인과 동일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따라서 청원인들은 상호주의에 입각, 우리나라도 외국인에게 임대만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원인들의 주장에 국민들이 적극 공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이 투기성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지난 4월 말 인천 부평구에서 야간 배송 중에 배송지 건너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해 대형 화재를 막은 배송 업체 직원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소속 회사로부터 표창과 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화재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화재 발생을 감시하거나 화재 진화를 돕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하고 겸손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 본보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평가가 잘 나왔다면서 알리고도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정확히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꼭 1년 앞둔 6월 1일부터 며칠 동안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이어졌다. ‘○○○ XX시장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짠 음식을 싫어한다. 나는 열려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나이를 들먹이며 서열을 따지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때로는 주체하기 어렵듯이 혐오와 증오 역시 의지로 누르거나 피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군가 토해 놓은 길거리의 오물이나 고장 난 변기 속 배설물을 좋은 마음으로 마주하기는 어렵다. 식민주의자, 독재자, 연쇄살인범을 혐오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를 선인으로 만들었다가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한다. 그러나 마음의 영역은 타인이 들여다볼 수 없기에 표현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혐오’ 자체가 아니라 ‘혐오 표현’을 문제 삼는다. ‘혐오 표현’의 반대는 ‘사랑 표현’이 아니라 ‘혐오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따지면 혐오 자체가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난 죄를 찾아내 처벌하기조차 벅차므로 혐오하는 마음은 일단 면죄부를 받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와 무심한 대답이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나 보다. 메달 반납까지 들먹이며 연일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이 이어지자 외신까지 한국의 여성 혐오 정서를 기사화하였다. 여성가족부도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혐오를 뜻하는 그리스어 ‘miseo’와 여성을 뜻하는 ‘Gyne’의 합성어인 ‘misogyny’는 여성 혐오의 의미로 사용된다. 엄밀히 따지면 여성 혐오는 여성을 혐오한다기보다 ‘여자답지 못한 것’을 혐오한다. ‘여자답다’라는 것은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우선 외형적으로 헤어스타일, 꾸밈, 의상 등이 익숙한 모습이어야 하며, 성적 매력의 범위 안에서 다소 도발적인 것 정도는 허용된다. 태도에 있어 여자답기 위해서는 배려해야 하고 말투가 부드러워야 하며 나서지 않아야 한다. 짧은 머리, 무심한 어조, 강한 말투는 여자답지 못하기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람은 바뀌기 어려우므로 안티 페미니스트나 마초가 하루아침에 성 평등주의자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말풍선을 그리는 머릿속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대상을 특정해 비난하고 인신공격하는 혐오 표현만은 멈춰야 한다.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폭력의 영역이고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시민(民)이 주인(主)인 공화국이라는 뜻이다. 공화국은 공화제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공화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입법과 집행이 분리된 통치형태가 핵심이다. 즉,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법부의 분리가 더해지면 삼권분립이 된다. 정리하면 삼권분립을 채택한 국가는 형태상 공화국이다. 그러나 입법과 행정이 분리되었다는 것만으로 공화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태 또는 절차상으로는 공화제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필요하다. ‘복종’은 공화제가 아닌 독재와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재와 복종은 공존할 수 없다. 독재국가에서 시민들은 단지 억압되어있을 뿐 권력이 복종하지는..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며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중대한 길목에 진입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락선이 재개되던 지난 27일 6·25 전쟁 정전 68주년을 맞아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핵 보위국’ ‘핵 억제력’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등도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이어온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흐름이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인할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에다 코로나 국경봉쇄 조치까지 장기화되면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홍수·태풍에 이어 올해는 1981..
이번에는 꼬꼬마 한의사일 때, 특히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수많은 중환자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인턴 시절의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볼까 한다. 그 병원은 중풍전문병원으로서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분인지 항상 전국에서 오는 중풍환자들로 풀 베드(full-bed;입원실이 빈 곳이 없는 상태를 그렇게 불렀다)인 곳이었다. 중증의 중풍환자들은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항상 침상에 누워있게 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면 눌려있는면 살이 체중의 무게를 받기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한마디로 살이 짓물러 상처가 나고 곪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를 수시간마다 바꾸어주기를 지도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잘 안되어 욕창이 심한 반신마비의 중증 중풍의 노인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다. 꼬리뼈 부근의 엉덩이..
명파 캠핑장에서 송정마을 캠프장까지 20킬로. 길을 떠나기에 앞서 근 10년 만에 동해에 몸을 담가보았다. 민통선 입구까지 걸어가서 그곳에서부터 공식적인 출발을 했다. 중간중간 쉬면서 걸었지만, 뜨거운 태양열 아래 걷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어깨에 배낭이 없으니 할만했다. 발바닥이 아파오는 게 심상치가 않다. 두 시간 반을 걷다 보니 어제저녁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던 이상중 목사께서 시무하는 초댁제일교회를 지나가게 되어 쉴 겸하여 연락을 드렸더니 쾌히 허락하시어 잠시나마 에어컨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잘 쉬었다. 행복이란 이렇게 쉽게 찾아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후 중간에 수박화채를 먹으니 절로 기운이 난다. 두세 분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여 주시니 사실 따지도 보면 그동안 내가 네팔이나 스페인에서 걸었던 순례길에 비하면 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