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결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본 경선 레이스가 마지막 20여일간의 대회전에 들어갔다. 4명의 후보로 압축된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11일 호남지역 후보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모두 7차례의 지역 순회 토론회와 3차례의 양자 맞수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어 11월 1일부터 나흘간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거쳐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4명의 후보로 압축하기까지 수차례의 토톤회를 갖는 등 자질 검증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야당 대선 주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준비 안된 후보 자질 논란에다 막말, 개그 같은 공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등 낯 뜨거운 장면의 연속이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후보자 사이에 삿대질 등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크게 축하합니다. 2021년 10월 10일 18시. 이는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과반을 넘김으로써 결선까지 가지 않고 민주당의 후보가 된 점, 야당의 예선전을 관전하면서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전략적으로 매우 큰 이점입니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하여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채장보단(採長補短)의 특징을 공공분야 전반에 문화로 정착시킨다면, 국격이 높아져서 온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겁니다. 그 효과가 남북한 7000만과 1000만 해외교포들에게 강하게 체감되기 바랍니다.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전국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공약 이행률 95%의 신화가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20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특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후보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묵직하고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안들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가 젊어져야 합니다. 가까운 예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후보는 1953년생, 이낙연과 박근혜는 1952년생입니다. 일흔 살 이낙연의 패인이 차라리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다면, 조금은 긍정적이었을 겁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든 살이지만, 21세기는 30~40대 국가지도자들(특히 여성)이 부지기수로 탄생하는 시대입니다. 프랑스, 뉴질랜드, 캐나다, 핀란드, 호주 등입니다. 북유럽 5개국(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가운데 덴마크는 30~49세 연령대의 국회의원이 62%나 됩니다. 대부분 50%쯤 되지요. 우리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나이는 55세입니다. 박정희 케네디가 만났을 때 둘 다 40대 초반이었습니다. 선진국 정치인들은 50 넘으면 은퇴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 후보가 60이 안된 건 큰 장점입니다. 둘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전에서 김정은과 이재명이 민족의 대표로서 손잡고 대응하기를 권합니다. 어느 나라도 과거처럼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특히 일본은 두려워서 벌벌 떨 겁니다. 피는 물 보다 진합니다. 그 효과는 외교를 넘어, 민족을 구하고 세계를 구하는 역량으로 자랄 것입니다. 저는 다음 정부 끝나기 전,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묘향산에 별장을 갖고 싶습니다. 셋째, DJ는 사형수였던 자신의 인생역정을 국제관계에서 소중하게 활용하였고, 큰 덕을 보았습니다. 이 후보가 소년공 출신이라는 점은 그에 못지않은 가치로서, 수많은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다양한 빅딜과 슈퍼딜에서 크게 쓰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2022년 3월 9일. 필승을 기원합니다.
가을의 햇볕이 따가워지면서 산에는 풍년이다. 뒷산에 오르면 잘 여문 도토리와 밤이 누렇게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탐내는 사람이 없다. 도토리는 특별히 잘 열리는 해가 있는데 몇 년 전 도토리와 밤이 정신없이 열렸었다. 산책할 때마다 주었더니 꽤 되었다. 그것으로 고향에서 했던 것처럼 도토리묵을 만들어 보려 시도했다. 오래전 일이라 제대로 될 리 없지만 도토리에 생명줄을 걸었던 고향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고향에는 도토리가 열리는 떡갈나무 종류의 참나무가 많다. ‘도토리 키 재보기’라고 하지만 도토리라고 다 같지는 않다. 도토리는 종류에 따라 길쭉하고 통통하고, 크거나 작고,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찍 내리는 도토리도 있고 늦게 떨어지는 것도 있어서 9월부터 눈이 내릴 때까지 있다. 바람이 불면 도토리가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내린..
정치와 언론은 불가분이다. 정치인은 언론보도 한 줄에 웃고 운다.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 냈다. "얼마 전에는 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일한다는 가짜뉴스를 내보내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BTS까지 정쟁 도구로 끌어들였다"며 "선을 넘어도 한 참 넘었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가 언론인지 정파조직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며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언론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휴지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심각하게 되새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7월 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의 ‘백제 관련 발언 질문’에 답하면서 김 앵커를 향해 “중앙일보 기자가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우려했던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국이 코로나 ‘위드(with)’ 정책과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에너지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자 지구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겨울을 앞둔 유럽 등 북반구에 혹한의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 기원을 둘러싼 감정 대립으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봉쇄하고, 나아가 ‘에너지 사재기’에 나서면서 석탄은 물론 석유 천연가스 등의 수급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에 따라 에너지 파동이 일반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2020년 10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이던 브렌트유 가격이 최근엔 80달러선을 넘으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석탄 가격은 300..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와 긍정적 대남 메시지를 번갈아 가며 전하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남북 간 군사력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 전략무기 성능 테스트 위한 시간벌기전술, 남북관계 재개를 통한 대미협상 재개로 제재완화 해제를 위한 남한의 중재 기대론, 심화되는 경제적 3중고를 덜기 위한 남한의 경제지원 기대론. 군사적 능력과시와 주체성 강조로 대내결집을 위한 활용 등 다양하다. 북한의 대남대미 전략적 행동에 대한 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북한의 기본 스텐스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어야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고 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줄 곳 북한은 미국에 속아 왔다는 피해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 지난 하노이회담 이후에는 그 불신이 극에 달..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소속 시설관리주무관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본보 5일자 1면) 유족들은 직원들의 지속된 따돌림과 상사의 방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인은 지난 2일 안성시의 한 폐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일 이곳으로 불러낸 센터장(과장)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왜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닌 폐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까. 게다가 안성경찰서 정보관은 왜 동행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센터장을 만난 그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을 못하고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직장 내 따돌림 문제로 상사인 센터장에게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으로 ‘4개월 지나도록 면담 한 번 안 한 과장님! 과장님이 저를 죽이는 겁니다’ 등 간절하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처럼 부하직원이 손을 내밀면서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왜 응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전시에서도 지난달 26일 20대 9급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친구는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업무 지시라는 글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고,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었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 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으며 군대보다도 직원 취급을 안 해준다며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고 썼다. 병원 진단과 휴직을 권유한 친구의 말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받고 휴직을 남겨둔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예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하고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집단 따돌림 등이다. 이후 위반 신고가 매해 수천 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일 임이자(국민의힘, 상주·문경)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고용관서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0년 5823건이나 됐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430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고용당국의 늑장처리와 불공정처리 문제가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직장갑질119는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고용부가 진정·고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으며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6.7%에 그쳤다. 신속·공정하지 않은 처리와 극단적 선택이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의원의 지적처럼 본래 도입취지에 맞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예방교육도 의무화돼야 한다.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를 끌어다 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는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공포물, 게임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소외된 자들의 서사, 화려한 무대장치, 컬러와 도형이 주는 상징 등 어느 것 하나를 뽑아 즐겨도 부족함이 없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조롭고,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훌룽한 예술 작품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가 아닐까? 어떤 사회적 요소가 깃들어 있기에 드라마에서 재구성을 했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2-300여 년 전이었다. 민중(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민중의 지배, Democracy)가 18세기경에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부르주아 세력의 부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지배자라는 의식은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위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민주주의라는 오래전의 정치체제가 복권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왕정을 거부하면서 등장했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서 국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과 권력의 중심이 의회로 넘어갔으며,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비로소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