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바닥이었다. 앞발 두 개가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우리의 신세는 바닥이 되었다. 인간들의 직립은 바닥을 딛는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곧추 세운 머리의 하중은 몸뚱이의 것이 되지 못하고 우리 것이 되었다. 머리가 강요한 아픔의 깊이를 목도 허리도 다리도 받아내지 않았다. 받아내지 않고 흘려보낸 것들은 뼈와 살과 피를 따라 밑으로 흘러 땅에 고였다. 땅에 고인 것들을 딛고 서는 건 늘 우리 몫이다. 우리는 바닥에 산다. 늘 바닥일 수밖에 없음은 부당한 것이었으나 우리는 받아들였다. 우리의 받아들임으로,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몸뚱이가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바보 같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한다고 해서, 후회를 돌이킬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우리에겐 없다. 선택권은 늘 머리 꼭대기에 있고 우리에..
부산대학교는 8월 24일 조민 씨의 2015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양대 표창장과 입학서류 기재 경력이 주요 합격 요인이 아니라면서도 “당시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렌트(Hannah Arendt)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악의 평범성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아이히만은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유대인 학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에 순응해 거리낌 없이 행동에 옮긴 부산대 보직교수들은 아이히만과 다를까? 부산대는 당초 대법원 판결 이후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를 소집하려고 했으나 교육부..
9월 1일부터 그간 민영제로 운영하던 광역버스 12개 노선이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됐다,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돼 운행을 개시하는 노선은 ▲광명시 1개 ▲용인시 7개 ▲파주시 1개 ▲평택시 1개 ▲화성시 2개 등 총 5개 시군 12개 노선 110대다. 이로써 도내 공공버스는 220개 노선 2070대로 늘어났다. 도내 광역버스의 90%가 경기도 공공버스로 운행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일부터 직행좌석형 시내버스 70개 노선이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됐다. 이들 노선은 이전까지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영구면허로 민간업체가 노선권을 소유하고 있었고 서비스 저하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공공성이 한층 더 강화된 노선 입찰형 준공영제 방식의 경기도 공공버스로 된 것이다. 경기도 공공버스는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입찰경쟁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기간 운영권을 위탁하는 ‘노선입찰제’ 방식으로, 도와 시·군이 서비스를 책임진다. 영구면허가 아닌 한정면허제다. 면허기간은 5년이며, 서비스평가 결과에 따라 1회에 한해 4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도는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재정지원 투명성을 강화한 ‘선진국형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도 경기도 공공버스를 국가 준공영제 표준 모델로 선택한 바 있다. 경기공공버스는 도가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더 편리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이다. 경기도가 공공버스를 운영한 후 운영비용이 절감되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며칠 전 아침 MBC뉴스투데이는 “버스업체들이 운영권을 따내려다 보니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관리비를 아끼는 등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고 보도하면서 “쉬는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졸음이 오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졸음운전이 사라졌다”는 버스 운전기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버스기사들의 운전습관이 변화되면서 유류비도 절감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입찰을 통한 업체 선정 평가 기준에 승객들의 민원 내용과, 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여부를 반영,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회사가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하는 효과도 있고 공공성이나 공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고 밝힌다. 경기도 공공버스 전환 이후 경기도민기자단으로 활동하는 한 시민은 “버스를 기다린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배차 간격이 아주 짧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24시간 내내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편리한 버스”라고 경기공공버스를 칭찬했다. 그동안 광역버스는 만성적자 상태였다. 많은 승객들이 이용한다지만 주로 출퇴근 시간에 몰렸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마저 20% 정도 감소했단다. 수원역~사당역을 운행하는 7770번 버스 노선은 이용객이 가장 많은데 올 1분기 2억 4000만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공버스 전환 이후 적자로 인한 운행 중단이나 노선 변경 등 운영 불안은 덜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경기도의 재정지출이 더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확대에 찬성하는 이유는 경기도공공버스가 절대로 필요한 서민의 발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뜨거운 게 아니더군 멀리 있는 것이더군 아침에 눈 뜨면 아무도 생각나지 않아 가슴 쥐어 뜯지만 그게 사랑이더군 꽃잎 진 자리가 사랑이더군 향기 사라진 자리가 사랑이더군 사랑은 차가운 게 아니더군 가까이 있는 것이더군 ▶약력 ▶충남 부여 출생. ▶ 한양대 국문과 졸업. ▶장편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 원작). 시집 『호박잎쌈』 .인문학 가이드북 『리더는 리더다』 기획. ▶현재 신문과 잡지에 칼럼과 책 비평 연재.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151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한 여성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한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을 2018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내놓은 전망치다. 인구 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운 것도 모자라 이제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이라는 용어까지 끌어와 마치 대한민국이 100년 뒤에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을 대는데도 왜 출산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소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용어와 측정 방식이 과연 우리에게 적절한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인구소멸이나 지역소멸은 일본이 자국 내 지역의 쇠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으로 인구 정책을 큰 틀에서 세우고 출산 중심에서 인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인구변화를 더욱 정확히 예상하려면 합계출산율, 출생률, 사망률, 국제이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인구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이 시기 정부는 해외 원조로 들여온 피임약을 배포하고 피임 기구 시술을 하며 인구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는 여성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었으며, 여성은 자녀출산이라는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동시에 피임과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국가와 사회의 무책임 속에서 안전을 위협받았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피임 시술과 인공중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도구로 전락하였다. 그뿐 아니라 아이를 여럿 낳은 여성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심지어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출산 억제가 인구 정책에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은 묵살되었고, 인구 감소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정부는 뒤늦게야 저출산 문제를 인식했다. 1960년대에는 6.0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03년에는 1.19명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부랴부랴 정부는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로 인구 정책의 기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6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조 원 가까운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84명, 올 상반기 0.82명으로 떨어졌고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본에서 가져온 소멸이라는 개념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며, 여전히 ‘출산’을 고집하는 편집증적인 인구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성의 몸을 도구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지금이라도 적은 인구로 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고 인구 유입 방안을 연구하는 진짜 ‘인구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성김 미 행정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합동훈련 기간 중인 8월 21일~24일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 갔다. 성김 대사는 미국 부시 정부부터 시작해서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 그리고 바이든 정부까지 소위 공화 민주당 정부 모두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북한문제에 대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식 교육을 받았으나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글문서를 독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성김대사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계 미국인의 입지전적인 성공에 대한 감탄과 함께 미국은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공화와 민주로 정부가 바뀌더라도 그 연속성은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된다. 보수와 진보 정부 교체로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전문성있는 인사도 과거 정부와의 차..
데이비드 캠버비치가 열연한 드라마(셜록 홈즈)에서 홈즈는 마지막에 사건 해결의 중요한 정보가 있는 애들러 핸드폰의 암호를 풀어 패를 뒤집는다. 그는 애들러가 그에게 사랑을 느꼈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그것을 핸드폰 비밀번호와 연관 지어 놓았다고 추리한다. 그 사실을 부인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예전에 한번 마주 잡은 손목에서처럼 지금도 그녀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으로 그에게 호감이 있다는 단서를 확인한다, 이와 유사하게 손목의 요골동맥의 박동은 몸의 상태에 대해 환자가 말하는 증상의 표현과 겉모습에 드러나지 않는 단서를 표현한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동서양의 의사들은 이 혈관의 박동을 확인하는 과정을 진단에 사용했는데 같은 부위의 맥동이지만 인식하는 방법은 전혀 달랐다. 동양의 몸과 서양의 몸을 비교한 책 (몸의 노래)에서 동..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한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행 ‘성범죄자’ 관리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전과 14범인 강모 씨는 특수강제추행 등으로 15년여를 복역하고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연쇄 살인마 행각을 벌였다. 여기저기에서 온통 전자발찌 탓만 하느라고 또다시 ‘성범죄자’ 관리 전반의 허점과 부실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전자발찌 채워서 무구한 국민 속에 섞어놓고 괴물 취급만 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모 씨는 지난달 27일 도주 전후로 40~50대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첫 번째 범행은 감시 사각지대인 자신의 집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평소 범..
“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이므로, 법에서 규정한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명백히 요구되는 경우 이외에는 누구도 소유권을 박탈할 수 없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려 목을 자르고 대혁명을 완수한 프랑스 시민들이 1789년 8월 26일 선포한 프랑스 인권선언 제17조다. 여기서 소유권의 핵심은 토지다. 대혁명 이전 프랑스 시민들은 토지에 종속되어 살아갔다. 땅에 종속된 인간은 땅을 가진 자의 노예로 살아야 했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귀족과 성직자들의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프랑스 대혁명은 시민을 타인의 땅에 종속되어 농사짓는 노예가 아닌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로 만들었다. 프랑스 인권선언이 소유권을 신성불가침한 권리로 규정한 이유다. 이렇듯 농경사회에서 땅을 가질 수 있느냐 또는 그렇지 않으냐는 그의 신분을 규정했다. 땅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나 품격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없는 것이 바로 그 품격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헌신짝처럼 취급한다. 기이한 것은 배운 사람들일수록 그런 행태가 더 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나왔든 미국 어디서 유학 생활을 했든 그래서 국내에 돌아와 KDI(한국개발연구원)같은 유수의 기관에서 몸을 담았든 오히려 품격 제로의 현상을 보인다. 그저 자기네들이 옳으니 너희들은 따라오기만 해라, 라는 식이다.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으며 악다구니도 이런 악다구니가 없다. 한국사회를 가로지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노자(勞資) 모순이 아니다. 半봉건적 양반-상놈의 대물림의 신분, 계급의식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이 엘리트냐 그렇지 않으냐(서울대를 나왔느냐, 미국 유학을 다녀왔느냐, 판검사나 의사, 교수, 조중동같은 언론사에 다니느냐) 하는 엘리트주의이다. 그야말로 품격 없는, 천박한 선민의식이다. 이 ‘나 잘난 주의’가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모든 장점, 모든 미덕을 가로지른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공로를 가로챈다.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 ‘더 체어’는 미국 동부에 있는 명문 대학 펨브로크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 전체 8개 아이비리그 중 가장 작은 학교이고 전통적으로 공학부가 강세라는 설정이다. 드라마는 영문학부 교수들의 얘기인데 공대가 중심인 학교에서 당연히 늘 총장의 눈밖에 있는, 인원 감축대상의 학과이다. 사실상 매년 학생 수가 30% 이상씩 줄어들고 있는 상태여서(누가 요즘 문학을 공부하려 하겠는가.) 새로 학과장으로 부임한 한국계 미국인 지윤 킴(산드라 오)은 첫날부터 총장(데이빗 모스)에게서 연봉만 많고 수강생은 거의 없는 ‘늙다리’ 교수 세명을 ‘명퇴’ 시키라는 압력을 받는다. 지윤 앞에는 세 가지의 중층 모순-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첫째 늙은 교수들을 내몰지 않고 그들의 품위를 유지시켜 주는 것, 동시에 학생 수를 늘리고 학과의 운영과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거기에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한국인 아버지(나중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깜짝 놀라게 한다.)와 조숙해서 일찍 사춘기를 맞고 있는 입양 딸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를 잃고 딸아이마저 멀리 보낸 후 실의에 빠져 사는 ‘또라이’ 남자 동료교수 빌과의 우정과 로맨스도 어찌어찌 지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윤은 이 모든 난관의 약한 고리를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이 때론 눈물겹고 때론 좌충우돌 웃음을 만들어 낸다. 첫 장면부터 다소 웃기고 상징적인데 학과장실에 호기롭게 들어와 학과장 자리에 앉자마자 낡고 오래된 의자가 부서져 지윤은 옆으로 나자빠지고 만다. 학과장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울뿐인 자리라는 걸 보여 준다. 이 드라마가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강하게 회자(膾炙)되고 있는 건 내용이 갖고 있는 휴머니즘, 脫엘리트주의, 품격 우선주의 등등 여러 가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한국 시청자들을 더 놀라게 하는 건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것도 명문 대학교의 학과장 역이(세탁소 주인 역이거나 편의점 주인, 안마시술소 여급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정확한 한국 이름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가 구사하는 한국어도 완벽한 한국어이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회에서 이제 완전히 주류사회로 편입됐음을 알려 준다.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는 한국식 돌잔치와 돌잡이 장면까지 나온다. 한국이 그 정도가 됐다. 2,3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국가의 품격이 올라간 것이다. 탈레반으로부터 400명 가까운 아프간 ‘친구’들을 극적으로 구조해 낸 ‘미라클 작전’도 국가의 품격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 것인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건 단순히 군사적 작전만이 아니다. 이번 작전에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뒤따랐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뿐이야 라는 묵묵한 자기 겸양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다. 모든 사람은 같다는 수평적 관점의 인류애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기층 민중들의 수준이 그 정도가 됐다. 현재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적 품격은 대중과 낱알의 민중들이 한켠 한켠 쌓아온 것이다. 어떻게 정치인만 되면 저 모양들이 되는지 미스터리다. 영화 소재 감이다. 자신도 투기용으로 집 네 채를 갖고 있으면 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을 사고팔았다 해서 나서서까지 비난하지는 못한다. 염치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SH공사 사장 자리를 달라고는 못한다. 사람의 얼굴은 두껍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가 땅을 3000평 정도 사놓은 게 있고 그 와중에 나는 집을 옮겨 다니느라 잠시 전세와 월세를 살고 있지만 사실은 어딘 가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 나는 임차인이다 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해석에 따라 현재 임차인으로 살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해도 사실은 그러면 안된다. 사람은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게 좀 이상하고, 거짓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염치는 영어에 쉐임(shame)이 들어 간다. ‘쉐임 온 유(Shame on You)!’ 하면 창피한 줄 좀 알라는 뜻이다. 윤희숙, 김현아, 차정인 씨 등에게 하고 싶은 얘기다. 각각 누군지는 찾아보시기들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