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이 지금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한 세대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위기의 국면을 지나 존재감마저 희미해진 탓일까? 흔히 위기의 원인을 실용학문을 우대하는 세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서울대학교 인문학 교수들이 전공의 영역을 벗어나 학제간 소통에 나섰다고 한다. 인문대 학장인 철학과 이석재 교수와 국문과 박진호 교수, 영문과 안지현 교수, 종교학과 김지현 교수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석재 학장은 이 소통이 좁은 의미의 한국학을 벗어나 융합적 보편성을 찾아보려는 도전이라고 했다.(교수신문, 20201년 9월 8일자) 그러나 인문학의 경계는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과도 교류한다고 하지만 귀동냥 수준을 넘지 않을 것 같다. 대학교수들은 학과라는 웅덩이를..
까망이와의 이별은 빨리 찾아왔다. 형이 확정되자 이감 통보는 하루 전에 이루어졌다. 나는 보안과장에게 가서 까망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주장했지만 내 목소리는 높지 못했다. 모 재소자가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를 데리고 이감 간 케이스가 있기는 했다. 그 재소자는 무기수였다. 내 저항은 허무하게 끝났다. 나는 터덜터덜 돌아와서 짐을 쌌다. 나는 까망이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까망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까망이와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제 까망이는 8개월이 지나서 제법 몸집이 커졌다. 나는 까망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두고 같이 잠을 청했다. 까망이 숨소리를 더 많이 기억하고 싶었다. 까망이는 사지를 쭉 뻗어서 코를 내 턱에 박고 가르릉 소리를 냈다. 나는 밤새 잠을 못 이뤘다. 새벽에 설핏 잠이 들었는데 까망이가 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까망이 뒷발을 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재확산 기세도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일은 영락없이 한꺼번에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정치권과 정책 당국이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해답이 쉬운 문제라면 정치와 정부에 국민이 왜 권력과 혈세를 내어줄 것인가. 일단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는 재확산 추세를 무조건 꺾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시민의식의 발현이 절실하다. 서울 마포에서 23년째 유명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A 씨가 지난 7일 가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제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 사장이 생활고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영업난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자영..
현대차 SK 포스코 등 국내 15개 대기업이 최근 ‘코리아 H₂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하는 수소(H₂)동맹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부터 자사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모든 신차를 순수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출시하고, 2030년엔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화 시계에 국내 기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6년 기준 세계 11위지만,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로 추정된다. 정부는 오는 11월 유엔에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2년 안에 온실가스를 3분의 1 이상 줄여야 한다. 유럽 등과 달리 밀린 숙제에 압..
추미애 후보가 민주당 대선 순회경선에서 대구·경북과 강원을 지나며 11.35% 누적득표율로 ‘빅3’에 안착했다. 추 후보는 주류 기득권언론의 집요한 공격으로 비호감 1위, ‘마이너스 10%’ 지지율로 ‘지하’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지지의원 하나 없이 ‘촛불시민들’이 꾸린 캠프에서 ‘필마단기’로 싸우고 있다. 추 후보는 경북여고 출신으로 정읍출신의 변호사와 결혼했다. 광주고법에서 판사를 하다가 DJ의 권유로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서울에서 지역구 5선을 했고,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여성 당대표를 지낸 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5대·16대·19대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요직을 맡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그 과정에서 ‘추다르크’ ‘돼지엄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람이 높은 세상’을 표방한 추 후보의 대선공약은 누구보다 참신하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축으로 하는 ‘지대개혁’, 모든 국민이 월급 받으며 일정기간 쉴 수 있는 ‘국민안식년제도’, 청년평화기금과 남북 대학 교환학생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신세대평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에코정치’,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창의융합교육’,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촘촘하게 잇는 ‘더블복지국가’ 등, 한마디로 한국사회 ‘대개혁프로젝트’다. 추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대의에 따라 헌신하는 삶을 살았고,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대선공약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소위 ‘메이저언론’은 추 후보를 애써 무시하거나 투명인간으로 취급한다. 그럴만하다. 추 후보가 혁파하고자 하는 ‘기득권 카르텔의 축’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추 후보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구 기득권언론과 각을 세우며 살았다. 지난해 이맘때인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대한민국 주류언론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질병휴가와 관련한 ‘병장회의 휴가 불허’와 같은 ‘소설들’로 도배가 되었다. 그들은 고기가 물 만난 듯 ‘황제휴가’ ‘엄마찬스’ ‘제2의 조국’ 운운하며 연일 추 장관과 그 가족을 공격했다. 약 2주간 휴가의혹 관련기사가 신문 지면에 390여 건이 실렸고, 온라인판에 6600여 건 올라갔다. 추 장관은 검언정(검찰 언론 야당) 카르텔의 총공세로 결국 사퇴했다. 내부 안티도 많아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번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네거티브와,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는 기득권 카르텔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시절 ‘연성쿠데타’ 의혹을 받고 있으면서도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기득권카르텔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지금 여권후보가 누구와 싸워야 할 때인가? 추 후보는 자신이 사회대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정치인임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추미애의 깃발’은 이제 촛불시민의 새로운 ‘집결지’가 되었다. 촛불혁명을 이어갈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대체로 보는 걸 좋아하는데 K리그 팀의 서포터스를 한 적이 있고 국가대표 경기는 챙겨서 보는 편이다. 관람하는 것과 다르게 직접 공을 찬 경험은 초등학교 때 동네 꼬마들하고 뛴 게 마지막이다. 그때는 샌들 신고 축구하다가 발톱이 빠져도 아무렇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같이 공으로 운동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이후로 공을 차면서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관심사를 수업에 투영할 수 있다는 거다. 초등 교육과정은 세상살이의 거의 모든 과정을 커버하고 있어서 교과서 어딘가를 뒤적이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높은 확률로 들어있다. 그것도 아니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교사 재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과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수업의 내용이 편협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민주시민을 양성..
베이킹소다는 중탄산나트륨, 중탄산소다, 증조라고도 불리며 화합물명은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다. 베이킹소다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치약으로 치석 제거, 광택을 내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입안의 박테리아를 죽여주기 때문에 냄새를 제거해 주고 소금과 같이 사용 시 충치 예방에 좋다. 제산제로서 소화불량 시 섭취하기도 하고 빵을 구울 때는 베이킹소다가 물과 섞였다 가열되면 이산화탄소가 방출 팽창되어 부풀어 오르는 효과를 낸다. 흥미로운 것은 베이킹소다를 운동 전에 섭취하면 경기중 피로도에 의한 경기력 저하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베이킹소다를 이렇게 인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는 매년 23만 톤(약 600억 원) 정도 수입을 하는데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다. 베이킹소다는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와 이산화탄소를 화학반응시켜 만들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곳(발전소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기 위한 기술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함유 연소배가스와 가성소다를 반응시켜 탄산나트륨을 만들고 고체상태의 중탄산나트륨을 분리해 내는 고순도 중탄산나트륨의 제조 방법의 특허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이 보유하고 있다. 2019년 한국동서발전은 당진 화력 발전소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베이킹소다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적 있었다. 1MW급 발전 배기가스 이산화탄소 활용 중탄산나트륨 생산 플랜트 개발을 통해 연 매출 100억 원과 정규직 20명의 일자리 창출 연간 8000 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했다.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언론 발표가 있었고 2021년 경제성 평가에 대한 용역을 수행 중으로 상용화에 가까이 다가선 듯 보인다. 1 MW급에 제한하는 것이므로 전체 석탄 발전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부분적인 탈탄소이나 발전 부산물을 이용하여 유익한 제품을 제조한다는데 의미는 크다. 만약 중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소(수 메가에서 수십 메가 급)에서 도입하여 활용하다면 더 효율이 높은 중탄산나트륨 제조 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연료전지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개질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불순물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기 때문이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가성소다와 합성하여 중탄산나트륨으로 만들 경우엔 천연가스 기반 연료전지 발전소를 탄소중립형으로 운영할 수 있다. 더불어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 이외에 중탄산나트륨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으로 발전소에 수익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료전지 발전소는 베이킹소다 생산공장으로 활용되므로 발전 산업과 제조 산업이 융합하는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의 산업 모델이 될 것이다. 한편, 베이킹소다에 담긴 이산화탄소는 활용을 하면서 언젠가는 배출되게 되는 것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또 다른 숙제이기도 하다. 제빵에 부풀리기 효과를 사용하지 않는 빵을 개발하던가 대용제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이산화탄소의 발생, 캡처, 제거 상의 전 과정의 추적을 통한 탄소중립 산업 체계의 정립이 요구된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트집 잡는 자는 민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 최근 이재명 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공익처분'을 선언하자 야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일방적 비판이 난무하다. 똑똑하고 논리인 척하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장롱 속 금덩어리를 쳐다만 보고 있자는 어리석은 판단이다. 현안은 시급하게 해결하고, 장기과제는 진중하게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집행 방향이다. 일산대교를 출퇴근 길로 이용하는 시민이 납부하는 통행료는 연간 무려 60만 원이다. 대형 화물차 통행료는 90만 원으로 경기 서북부 물류축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화물차의 이용률은 턱없이 낮고 시민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정치의 본령은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바꾸어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누리도록 하고, 일부에게 강요되는 희생을 다수가 나눠서 서로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일산대교 무료화’는 이재명 지사의 독단적 행정행위가 아니다. 이번 ‘공익처분’은 민간투자법 47조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자체가 민자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또한 ‘일산대교 무료화’를 처음 공약한 후보는 김포에 출마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김포시장 후보와 전해철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현 행정안전부 장관) '일산대교 무료통행' 공약을 발표했다. 경기도가 일산대교를 인수해 통행료를 무료화하겠다는 즉 공익처분이었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를 인수할 당시 금액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경기도가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이므로 일각에서 우려하듯 국민 노후자금이 훼손될 일은 없다.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자면, 코레일은 공항철도의 지분을 민간건설업체로부터 1조 2405억 원에 사들였다. 공항철도 개통 당시 이용자가 적어 정부는 보조금으로만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 부담보다 지분 인수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서울시는 민자사업인 지하철 9호선을 재구조화하면서 맥쿼리의 지분을 한화자산운용 등 컨소시엄이 매수하게 하고 서울시는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을 폐지하는 식으로 폭리를 방지해 통행료를 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도로, 다리, 철도, 역사와 같은 필수 SOC사업은 민자영리법인이 아닌 공공이 맡아 과도한 통행료 같은 나쁜 세금을 없애자고 제안한다. 일각에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관련 전문가는 필수 SOC사업은 자판기에 천 원을 넣으면 만 원 나오는 황금알 사업에 비유한다. 행정이 아닌 시민 관점에서 본다면 일산대교 무료화는 마땅하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의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 외계인이 실제 있어 내게 지구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것 하나만 말하라 한다면 음악을 소개 하겠다” 청중 한 사람이 왜 영화가 아니고 음악인가 물었다. 그의 답 “ 영화는 너무 말이 많아요” 그런데 음악도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과 인간에 치여 혼자 있고 싶은데 무심코 튼 음악마저 신경을 긁는다. 음악을 끄면 정적이 고통을 새로 부각시킨다. 그럴 때 카를로스 나카이를 찾는다. 아! 그의 플루트 소리. 내 사는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이 있고 문명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초원이 있어, 새벽이슬 머금은 나뭇가지 하나 뚝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분다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신비로운 주술가가 만든 신기한 진통제가 몸에 듣는 듯 편해진다. 카를로스 나카이의 이름에 붙는 ‘북미 인디언 나바호족 전통 플루..
지난 2월 1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계획’을 발표한 후 수원지역의 여론은 악화됐다. 도는 지난해에도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을 이전하고, 경기교통공사, 경기도환경에너지원을 북부에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복지재단, 경기연구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등 7개 기관마저 북·동부로 이전하겠다고 하자 수원시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다음날 제일 먼저 경기도의회 수원시 지역구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결정과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기도 북동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에 공감하지만 행정 결정이 이루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