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3대 군주인 태종 이방원은 어린 시절부터 부친인 이성계를 따라 북방의 많은 전투에 참여한 호방한 인물이었다. 그가 당연히 왕위가 자신에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도 아버지를 도운 공로 때문이었다. 여하튼 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된 그는 여전히 그 시절의 무인 기질로 사냥을 즐겼다. 즉위 4년 차인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 왕의 행차이므로 대소 신료와 호위무사 등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되었다. 이리저리 사냥감을 찾던 그 순간 어디선가 노루가 나타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발견한 태종을 급히 말을 몰아 추적하였다. 한 손에는 활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은 형세는 영락없는 북방 무사 이방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꼬꾸라지면서 이방원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국왕 중심의 조선에서 왕의 변고는 국가의 변고였기에 주변의 모..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선 가운데, 시중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인상에 나섰다. 시중 은행들은 기준금리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산금리(운영 비용과 대출자 신용등급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매기는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전세 대출 금리까지 올리기 시작했다. 신용 대출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빠르다. 취약계층은 이자 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새로 돈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코너에 몰린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은 우선 신용대출 금리부터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용 3~4등급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7월 평균 금리는 연 3.59%로 4월에 비해 0.50%포인트 뛰었다. KB국민은행은 4.58%로 0.31%포인트 높아졌다. 취약계층인 7~8등급 저신용자의..
지난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대선후보를 뽑는 순회경선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4.8%를 득표해, 27.4%를 얻은 이낙연 전 경기지사를 눌렀다. 정확히 더블스코어 차였다. 다음날 세종·충북(이재명 54.5%, 이낙연 29.7%)도 비슷한 득표 결과가 나왔다. 10월 10일 서울까지 매주말 지역별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정치이벤트가 펼쳐진다. 경선룰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곧 경선에 착수할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축제가 시작됐다. 불청객인 그릇된 보도가 어김없이 기승이다. 축제 관전자인 국민은 눈살을 찌푸린다. 무엇보다 특정 후보나 캠프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전령(傳令) 불청객이 활보한다. 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편파보도가 된다. 첫 순회경선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3..
책의 은혜를 입고 살아왔다. 책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고 오늘의 나는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자유 독서’ 시간을 즐겼다. 때문에 책 속에서 스승과 선배와 성인을 만났다. 철들면서는 봉급의 몇 퍼센트를 떼어서 서점으로 책 사냥 가듯 찾아가 좋은 책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독서량이 불어나면서부터는 책을 엄격히 가려서 읽었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고 믿었다. 경전은 소리 내어 읽었고 책을 통해 자신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서 ‘기준 잡힌 인생을 만나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만나며, 독서와 사색하는 자를 만나라’는 충고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읽고 있는 책이 다 되어 가면 두뇌의 연료가 바닥난 것처럼 불안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는 푸..
2018년 9월 평양 5·1 경기장 문대통령 연설 장면과 지금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시점에 북한이 도발을 할까 노심초사하는 현 상황을 대비시켜보면서 다람쥐 채 바퀴 돌 듯하는 남북관계, 정말 항구적인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 나아가 남북생활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 일일까 체념 섞인 생각이 자꾸 떠올라 힘든 세월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고리를 끊고 같은 역사와 전통을 함께한 한민족이 통합되어 세계사를 주도하는 꿈을 버릴 수는 없다. 8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상황을 잘 판단하고 바른 선택을 한다면 아직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때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 손가락 하나, 그러나 작은 세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우리는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지 못..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비상이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7월 기준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6.4%로 OECD 38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치(3.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통계청의 8월 지표를 보면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개인서비스 가격이 모두 올랐다.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보여온 물가는 최근엔 두 달 연속 2.6%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째 2%를 넘은 건 2017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7.8%나 올랐다. 전·월세 등 집세도 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1.6%)을 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현 추세로 간다면 2012년(2.2%)이후 9년 만에 ‘연 2%대 고물가 시대’를 맞게 된다.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는 올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
과거 활발히 활동하고 인기가 있던 뮤지션의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이제는 TV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같은 대안 미디어들이 생산해내는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시간을 지나온 그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엊그제 본 것 같이 한결같은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전성기의 폼에서 많이 벗어났거나,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보다 오랜 기간 음악의 인생을 걸었던 그 모습에 대한 존경이 우선하기에, 응원의 자세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래서 젊음의 에너지는 덜해도 오히려 깊어지고 넓어진 표현력으로 음악을 주무르는 모습에 감동할 때가 많고, 또 그렇게 그들의 새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명상으로 탈모를 치료한 남자가 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더 된다. 늙어가던 피부가 아이처럼 희고 뽀얗게 변하고 배도 들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은 전직 언론사 기자였던 60대 중반의 남성.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한 시간 넘는 명상을 십 년 넘게 하면서 생긴 변화란다. 남편의 변화를 보고 신기해하다 명상을 따라 하기 시작한 부인이 고민에 빠졌다. 남편처럼 ‘긴 침묵 가운데 오래 앉아있는 짓을 좀 쑤셔서 못해먹겠다’는 이야기다. 그녀에게 음악명상을 권했다. 명상은 좌선 상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걷기명상, 차명상, 춤명상도 있다. 음악명상은 10여 년 전의 놀라운 체험 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는 내 식 명상법이다. 장소는 서울 구로에 소재한 불교대학이었는데 일반인들을 대상..
"이 선생님, 청와대와 민주당에 들어가 있는 운동권을 저는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 "어떤 낡은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들 같아요." "글쎄요,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팩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정치권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를 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에 있는 운동권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거든요." "김 선생, 나는 정치권 운동권들이 차라리 이데올로기적이었으면 해요." "......" "정치권 운동권들은 대부분 기존 철학을 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시대에 맞는 어떤 새로운 철학을 받아들인 것 같지도 않아요. 상당수는 타락했다고 봐요. 잘못된 정치 문화에 깊이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인..
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듯, 신앙을 강요하면 오히려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 사람들이 종교를 부정하는 것은 성직자의 편협한 마음과 권력욕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위버튼)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광신자와 마찬가지로 편협하다. (뒤클로) 진정한 신앙은 강요에 의한 외면적 지지도, 보석으로 장식하는 외면적 지지도 모두 필요치 않다. 또 특별히 포교 활동을 할 필요도 없다 신에게는 시간이 많아 천년도 하루와 같다. 자신의 신앙을 강요에 의해, 또는 외면을 장엄하게 장식함으로써 지탱하려는 사람, 또 그것을 서둘러 포교하려는 사람은 거의 또는 완전히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제야말로 루터가 추구했던 참된 교회개혁을 해야 해. ‘새 사람’이 되는 것. 예수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셨는데, 개인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이 육신으로 인해서, 이성으로 인해서, 본능으로 인해서 사는 것이 아니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영적인 생명으로 고쳐나는 사람이 아니고는 안 돼. (함석헌) /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