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여망을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남겨두게 됐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과 통합, 양극화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아쉬움과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4년전 취임사에서 “기회 평등·과정 공정·결과 정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천명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대체적으로 30%대 초중반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4주년 무렵 문 대통령(36%)은 김대중 대통령(33%)과 비슷하고 이명박(24%)·노무현(16%)·김영삼(14%) 대통령 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 흐름이나 4·7 재보선 민심은 4년전 80%대였던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는 다름을 경고하고 있다. 일자리와 주택, 북핵 등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 등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여기에 대내외적인 불확..
추운 겨울 잘 견뎌낸 마른 나무에게 몸 숨기기 힘겨웠던 산새들에게 한겨울 목숨 지탱한 뿌리들에게 투정하지 않고 겨울잠 자는 동물들에게 꼬물꼬물 애벌레들에게 고마움으로 보내는 감사의 눈물이다 ▶ 약력 ▶김포 출생 ▶『미네르바』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하얀불꽃』, 『신포동에 가면』 ▶서상만 시인 시비 씀
박근혜 정권 때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단속반이 아내와 나를 가로막았다. 아내가 사용하는 장애인 교통카드 때문이었다. 단속반 완장을 찬 중년 사내는 장애인을 사칭한 무임승차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멀쩡한 사람이 교통비 몇 푼 떼먹으려고 이래서야 되겠냐는 식이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퇴근길에 지친 눈길들이 아내에게 쏟아졌다. 파렴치범을 대하는 눈빛이었다. 찔러오는 눈빛 앞에서, 발가벗겨지기라도 하듯 아내는 장갑을 벗어야만 했다. 엄지를 잃은 손은 어미를 잃은 아이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에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지손가락을 잃은 아내의 손을 확인하고도 단속반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중한 사과는 듣지 못했다. 공공근로..
봄은 꽃의 계절이기 전에 씨앗의 계절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로, 정월 대보름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씨앗을 심기 전 그 씨앗들을 확인하였다. 조상들은 겨울 동안 곡간에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일부러 오곡(五穀)밥을 지어 먹었던 것이다. 5월의 숲은 봄의 완성을 위한 녹색 볼륨으로 충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은 자기 본래의 모습과 체질에 맞게 무성해지면서 커다란 숲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봄은 숲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질병으로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우리 집에는 외국에서 사업하던 아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여 친구 사업을 돕다 발목을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간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서 삶이란 게 능력과 성실만으로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약해질 때가 있다. 서점 나들이를 했다. 아..
태양광 패널을 도심의 건물에 설치할 경우 옥상 이외에 딱히 마땅한 곳은 없다. 건물 벽체에 설치할 시 옥상에서의 발전량 대비 약 78% 정도로 효율이 떨어진다(서울에서 남쪽 방향의 경우). 게다가 인접 건물이 태양 빛을 막는 위치에 있을 경우 효율 저감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것은 발전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화 비율 혹은 계몽적 목적이라 볼 수 있다. 건물 외벽의 검은 패널들을 보면 흰 비단에 검은 패치를 붙인 옷을 입은 신사가 ‘나는 친환경 패션이야’라고 우쭐대는 듯하다. 건축은 그 자체로 문화이며 인간 생활의 그릇이기에 심미성은 그저 장식이 아니고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나의 옆 건물이 친환경이면서도 보기에 수려하다면 내 건물의 자산 가치는 상대적..
선량함이 따르는 겸손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찾는 것이며,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강과 바다가 저들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지배하는 것은 강과 바다가 골짜기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만약 사람들보다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사람들보다 낮게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사람들보다 앞장서고 싶다면 그들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성인은 설사 사람들보다 높이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며, 사람들 앞에 서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니, 그것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성인은 누구하고도 말다툼을 하지 않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와 시비를 벌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끊임없이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노자) 제자들이 누구를 제일 높게 볼 것이냐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식탁에 앉은 사람과 심부름하는 사람 중에 누가 높은 사람이냐? 나는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와 있다.” (예수) 어떤 사람이 한 지혜로운 사람에게, “세상 사람들이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그들이 미처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일 그랬다면 더 심한 말을 했을 텐데.” 자기 자신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라. 특히 남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비교할 거면 신과 비교하라. 교만한 인간 문명은 우주개발로 그 싸움을 계속한다지만, 이 땅끝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초월, 비약은 그렇게 해서 될 것이 아닙니다. 인구폭발로 운명적인 난관에 부딪친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그 믿음과 겸손에 의하여 산 숨의 계시를 받을 줄 아는 씨ᄋᆞᆯ의 지혜와 힘에 의해서만 될 것입니다. (함석헌)/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청와대에 이어 민주당도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TF를 꾸린다고 한다.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정치권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은 여론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의 “반응성”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여권의 이런 “부산스러움”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가 의문이라는 데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본인들의 깊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면 당연히 성공하겠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나왔다면, 이들 세대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란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2030세대 들이 현존하는 정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도, 군사독재에 용감히 맞선 세대들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었고, 그..
사회적경제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R&D 역량을 갖춘 제조기반 기업들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자리하고 있는 반월ㆍ시화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로 전기·전자·기계·철강 등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20년 12월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6910개사), 시화(1만743개사), 시화MTV(987개사)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75.6%, 71.4%, 63.2%를 기록 중이며, 소규모 기업의 폐업사례도 적지 않고 산업 현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동차, 반도체 관련 분야 이외의 업종 다수는 사업장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비, 부채상환, 제세공과금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
김부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5개부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일단 끝났다. 이번에도 ‘다운계약·위장전입·외유출장·논문표절’ 단골 메뉴가 재연됐다. 여기에 도자기 밀수 의혹 논란, 가족 외유성 출장, 세종시 ‘관사 테크’ 등이 더해져 ‘종합세트 특별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地下 萬人之上)’ 총리 후보자 부부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체납해 총 32차례나 차량을 압류당했다. 현 정부들어 지금까지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이다. 이번에는 4·7 재보선 이후 민심흐름을 두루 살피는 인사권이 작동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치부는 우리 사회에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음에 주목한다. ‘공직자에게 공급했던 세종시 관사의 재테크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만의 문제일까.’ ‘도자기를 대량 반입할 때 그것을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해당 기관이나 담당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 부부가 통관할 때 어떤 잣대로 처리됐나.’ ‘이런 사례가 박 후보자 경우에만 국한된 것일까.’ ‘만약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말대로 학계에서 가족이 동반하는 출장이 관행처럼 돼 있다면 이것은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인가.’ 게다가 임 후보자와 남편은 학교가 다른데도 3차례나 동행했다. 이중 2곳 행선지는 남편도 학회 참석 대상으로 연구 보조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국비 지원 제도는 문제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번 개각을 재보선 민심과 임기말을 감안해 관료 등 전문가 중심의 안정 기조에 방점을 두고 단행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문가 집단조차도 자신들과 주변부에 그들만의 광범위한 ‘비리·편법·특혜·특권의식’의 세계가 구축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리는 광명·시흥에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비리가 국토 전반을 제물로 삼으며 확산돼 있음을 목도했다. 2019년 한 언론사의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들어 청문회에서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을 강행한 비율은 50%(29명)에 이른다. 이명박(44.2%)·박근혜(41.4%) 정부도 높았다. 낙마자 비율도 박근혜(10.1%) 이명박(8.8%) 문재인(8.3%) 정부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공직사회 등 지도층의 도덕성 해이는 요지부동이다. 이번 청문회 모습에는 일차적으로 청와대 검증팀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인사 제의가 들어오면 스스로를 검증하고 진퇴를 판단해야 할 후보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더 엄중한 문제다. 인사청문회와 공직임용기준이 있는데도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공직사회 등에 계속 잘못된 신호를 준 부분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임기말이다. 이제라도 악순환의 고리,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고 다음 정부에 미래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여당 지도부의 책임있는 행동도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식당 등 경제가 힘들다고 하지만 식사·선물·애경사비 등을 제한한 ‘김영란법’은 지금 우리 의식속에 있는가. 공직자들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중소기업들의 신음 소리는 들리는가. 우리 모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보기 나름으로는 2022년 대선보다 더 중요한 일이 현재 진행 중이다. ‘2022교육과정’ 개편작업이 그것이다. 여기서 ‘교육과정’은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을 의미하고 ‘2022’는 교육과정 개편이 확정, 고시되는 연도를 의미한다. 2022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전국의 유초중고교에서 사용된다. 금년 들어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2교육과정 개편작업을 주도 중이다. 2022교육과정은 내년 9월경에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2022교육과정은 내년 3월 9일에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과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아이들과 나라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2022교육과정은 2035년까지 10년간 유효하지만 영향력은 최소 30년, 최장 100년은 간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져도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