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LW컨벤션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의 발표를 언론이 보도한 핵심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했더니 바이러스 저감률은 77.78%로 나타났고, 개의 신장 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저감률이 99.999%로 나타났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뉴시스를 시작으로 여러 언론이 춤을 췄다. 한국경제신문은 심포지엄 당일 16시 20분 인터넷판에 「“남양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효과 있다” 연구결과 발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 연구결과..
“방역은 과학이다” 그렇다. 칼럼을 쓰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가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것인지, 사망한 사람이 사망 전 백신을 접종한 상황인지 구분하지 않고 단순 사실을 중계한 언론이 문제라고 바라봤다. 선거를 의식해서 정치의 이슈로 백신과 방역을 논하는 것이냐고 의심을 가졌다. 정치가 끼어들면 불안은 불신과 불만으로 부정적 감정을 키우고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다시 정치의 힘을 빌리게 만들려는 계산이 아니겠냐 싶었다. 백신과 방역은 의학과 과학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백신 접종이 기대한 대로 빠르고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방역을) 정치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것이냐?” 같은 질문을 논할 가치도 없었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던 이탈리아와 미국 등은 초기 방역에 실..
약 40년 전 어느 날 사회면 톱기사다. 6·25 때 월남하여 성공한 한 노인이 강도에게 살해되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여, 돈 참 많이 벌었다. 그의 여러 빌딩들 가운데 가장 허름한 게 장충동에 있었다. 노인은 그 건물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삼각진 작은 공간에서 일을 봤다. 낡은 전기장판, 전화, 오래된 치부책들 몇 권, 볼펜 두어 자루, 목침 하나가 용품의 전부였다. 점심은 항상 혼자서였고 언제나 값싼 짜장면이었다. 노인은 이렇게 살아서 부자가 되었고, 그 노하우는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화려하고 당당한 부자들의 가슴 속에 이 노인의 영혼이 들어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저녁, 스무살 쯤 된 청년이 침입하여 주판을 놓고 있던 노인을 놀라게 했다. “돈 내놔.” “뭐 이 도둑놈의 새끼야.” 노소(老少)가 실랑이 하던 중, 허리춤을 잡힌 청년이 위협용으로 품..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상황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연일 난타전이다. 여야 간 논쟁은 물론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잇달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백신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거친 논쟁은 아무래도 과도하다. 그로 인해서 빚어지는 국민의 ‘백신 불신’ 심화 현상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멱살잡이인가. 건전한 정책 논쟁을 벗어나 모진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불신 부채질이나 선동은 삼가는 게 온당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과 언론 등을 향해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계획대로 4월 말 300만 명, 상반기 중으로 1천200만 명 또는 그 이상의 접종이 시행될지 여부는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지금 단계에선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정부의 정책을 놓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백신 정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중심으로 험악한 비난을 지속하는 것은 사려 깊은 정치 행위가 아니다. 일부 여권의 대권주자들까지 나서서 신경전마저 벌이는 행태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사이에 백신 불신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그러잖아도 온 국민이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판이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놓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총리가 “코로나19 백신이 이제 충분하다”며 오히려 “과잉 도입 우려도 있다”고 하자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에 “생명과 안전에 관한 한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낫다”면서 대응했다. 정 전 총리는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9천9백만 명분의 백신 도입 계약’을 거론하며 “이미 그렇게 했다”고 이 지사의 말을 겨냥했다. 이재명 지사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검토’ 필요성 주장은 굳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들지 않더라도 백신 늑장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덜자는 나쁘지 않은 견해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진작에 나왔어야 할 대안이다. 이 문제를 놓고 정 전 총리가 이 지사를 향해 “그분이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잘 안 나오셨던 것 같다”고 꼬집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무리 대선 레이스가 급하다고 해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백신 수급 부족 문제를 놓고 불신과 불안을 증폭해 온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때의, 그리고 일부의 자료를 근거로 “아프리카보다 못한 백신 후진국, 백신 빈곤국”이라며 줄기차게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야당 행태야말로 후진국형 구태정치에 불과하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국난을 당할 적마다 일체의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극복의 역사를 써오지 않았던가. 그 어떤 일이든 ‘국민의 이익’보다도 ‘정파적 이익’을 우선하는 이 저질정치를 고쳐낼 묘책은 정녕 없는 것인가.
오랜만에 야권의 공식선거 승리가 목전에 와있던 선거 며칠 전,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면 뭘 가장 뭘 하고 싶을까?”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예상한 것은 “김어준을 TBS에서 퇴출시키려 하지 않을까?”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승리 후 ‘김어준원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던 순서에 이번은 감사원이 끼어들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익히 보아오던 패턴이다. 장단에 추임새가 빠지면 허전하듯이 언론도 신이 났다. 처음엔 고액출연료로 논란으로 대중의 위화감을 자극하더니 법인명의 수령을 두고 바람을 잡는 꼴이 ‘김어준게이트’를 학수고대 하는 모양새다. 어쩌다 김어준은 이토록 무림의 공적이 되었을까? 야권과 보수언론에서는 지속적으로 김어준..
백신 접종과 함께 주요 나라들이 경제 재개를 알리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이번주부터 G7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Tapering:테이퍼링)에 나섰다. 테이퍼링은 인플레이션이 예견될 때 이뤄지는 선제적인 조치로 금리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캐나다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5%로 전망되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테이퍼링에 이어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2023년에서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이제 금융시장의 눈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속도는 백신 접종률이나 경제 구조에 따라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캐나다 같은 경우는 원유 등 자원에 대한 경제 비중이 높은 나라여서 경기회복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에 비해 선행할 수 있다. 또 유럽은 국가마다 백신 접종에 편차가 있어 양적완화 축소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국 Fed도 파월 의장이 현행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지속한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있어 당장은 캐나다의 조치가 국제금리의 상승흐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백신 풍요국인 미국이 계획대로 5월말까지 자국내 모든 성인에 대해 1차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면 경제 회복이 급속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올해 GDP 성장률이 6.5% 안팎으로 예상되며 1976년 이후 중국을 처음으로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독일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며 성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다면 우리와 같은 신흥국들에게는 환율 인상과 함께 달러 자산의 이탈을 불러온다. 신흥국들의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올해들어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이같은 주요국의 금리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의미가 크다. 대대적인 양적 완화와 최근 금리 변동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가 다시 안정적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는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을 완충해주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코로나 짓눌림에서 탈출하기 시작하면 국제 금리가 일제히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높은 중국의 경우 대출 조절에 들어가는 등 신중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전방위로 대치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금융 공세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1997년 ‘IMF위기’때 기업부채비율, 금리, 환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배웠다. 미국은 1980년대 급부상하던 제조업의 일본을 금융(환율·파생상품) 때리기로 주저앉혔다. 또 냉전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구 소련)를 상대할 때 ‘원유가’ 조정을 통해 압박했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미·중 갈등’의 대전환기다. 우리는 경제 부문에서 중국과 깊이 연동돼 있다. ‘반도체·탄소배출·백신’처럼 금리를 안보 관점에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엇박자 날갯짓이 유리벽에 부딪혀 파닥거린다 갇힌 순간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잃은 새는 계단을 흐르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짹짹, 금세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데 새는 생각을 찢을 수 없다 옥상 문을 열고 빗자루를 들어 새를 몰았다 뿔 없는 작은 짐승이 몸을 돌려 포효하듯 빛을 향해 날아갔다 ▶약력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 ▶시집 「침향」,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외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전공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16세기는 서양 과학사의 일대 전환을 기록했다. 《과학과 근대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를 쓴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가 명확히 짚어낸 듯이 “16세기는 기독교가 서구를 지배한 시대가 깨져나가면서 근대 과학이 출현한 세기”다. 그가 이 시대의 대표적 과학자로 꼽은 인물은 코페르니쿠스와 해부학의 대가 베살리우스다. 우연의 일치처럼 1543년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된 해였다. 태양이 아니고 지구가 돈다는 주장을 실은 《천체세계의 회전에 대하여(On the Revolutions of Celestial Bodies)》와 인간의 육체 내부를 들여다본 《인간의 육체, 그 구조에 관해》가 그 책들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책 제목에 있는 ‘Revolution’은 회전한다는 뜻을 가진 ‘revolve’라는 영어 단어처럼 “회..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 폐쇄 문제는 수원시의 오래된 숙제다. 이곳에서 일하며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거슬리는 말이겠지만 수원의 치부인 것이다.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는 1960년대 초부터 형성됐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후 전국 성매매 집결지가 하나둘씩 폐쇄됐지만 이 곳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수원역과 몇 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옆으론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붐비는 번화가 향교로(일명 ‘역전 로데오 거리’)가 붙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시의 관문에 형성된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을 보는 사람들이 수원이라는 도시를 긍정적으로 기억할 리는 없겠다. 특히 최근엔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국제적인 홍등가가 된 것이다. 그들이 자국에 돌아가서 수원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말할 것인지..
투쟁에 있어서의 참된 용자는 신이 자신의 동맹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이다. 자아를 부정하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왜냐하면 자아는 우리의 내부에서 신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부정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내부에서 행동하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아니라 신이다. 한 번은 여왕이 아끼던 보석을 잃어버렸다. 온 나라에 다음과 같은 방을 붙였다. ‘30일 안에 보석을 찾아 돌려주는 사람은 후한 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30일이 지나서 돌려주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리라.’ 랍비 사무엘이 이내 잃어버린 보석을 찾았으나 그것을 30일이 지나서야 돌려주었다. “너는 외국에 가 있었느냐?” 여왕이 그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집에 있었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온 나라에 어떤 방이 붙었는지 모르고 있었느냐?” “아닙니다. 알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