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0년 전, 한 단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십 대초였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놀라웠다.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2-30대에 술담배를 과하게 했다. 1년에 한두 번은 탈이 나서든 쉴 목적으로든 1주일쯤 입원하면서 일했다. 듬직하게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 당시 나의 체중은 80kg, 키는 165cm. 이 숫자들은 몸과 정신상태가 좋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증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사의 경계선을 겁도 없이 몰지각(沒知覺)으로 뛰어다녔다는 말이다. 단식 돌입 후 두 달이 되었을 때, 체중은 60kg으로 떨어졌다. 그게 정상이었다. 내 인생 중반에 참으로 쑈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회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종종 막걸리 한두병쯤 하면서 살지만, 그때는 담배는 물론 술 한 방울도 안하는 일적불음(一滴不飮)이었다. 그랬더니 머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나경원 전의원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나는 그 분 이름만 들으면 오랜 기억 하나가 소환된다. 그는 2004년 한나라당 연찬회에 올렸던 ‘환생경제’라는 풍자극의 출연자였다. 아들 ‘경제’를 영양결핍으로 잃고 맨날 술만 퍼먹고 허송세월 하는 가장으로 노무현대통령을 묘사했던 연극은 “000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육실헐 놈”,“개잡놈”등 욕설로 비하해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들은 노대통령 임기 내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으로 규정했고, 언론은 받아 적었다. 노무현대통령 재임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였으며 전해 대비 수출증가율은 18.2%에 달했다. 코스피지수는 취임시보다 3배까지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호경기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들이 정권을 잡기위해 폭망한 경제가 필요했을 뿐이..
촛불의 여망을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남겨두게 됐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과 통합, 양극화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아쉬움과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4년전 취임사에서 “기회 평등·과정 공정·결과 정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천명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대체적으로 30%대 초중반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4주년 무렵 문 대통령(36%)은 김대중 대통령(33%)과 비슷하고 이명박(24%)·노무현(16%)·김영삼(14%) 대통령 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 흐름이나 4·7 재보선 민심은 4년전 80%대였던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는 다름을 경고하고 있다. 일자리와 주택, 북핵 등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 등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여기에 대내외적인 불확..
추운 겨울 잘 견뎌낸 마른 나무에게 몸 숨기기 힘겨웠던 산새들에게 한겨울 목숨 지탱한 뿌리들에게 투정하지 않고 겨울잠 자는 동물들에게 꼬물꼬물 애벌레들에게 고마움으로 보내는 감사의 눈물이다 ▶ 약력 ▶김포 출생 ▶『미네르바』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하얀불꽃』, 『신포동에 가면』 ▶서상만 시인 시비 씀
박근혜 정권 때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단속반이 아내와 나를 가로막았다. 아내가 사용하는 장애인 교통카드 때문이었다. 단속반 완장을 찬 중년 사내는 장애인을 사칭한 무임승차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멀쩡한 사람이 교통비 몇 푼 떼먹으려고 이래서야 되겠냐는 식이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퇴근길에 지친 눈길들이 아내에게 쏟아졌다. 파렴치범을 대하는 눈빛이었다. 찔러오는 눈빛 앞에서, 발가벗겨지기라도 하듯 아내는 장갑을 벗어야만 했다. 엄지를 잃은 손은 어미를 잃은 아이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에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지손가락을 잃은 아내의 손을 확인하고도 단속반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중한 사과는 듣지 못했다. 공공근로..
봄은 꽃의 계절이기 전에 씨앗의 계절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로, 정월 대보름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씨앗을 심기 전 그 씨앗들을 확인하였다. 조상들은 겨울 동안 곡간에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일부러 오곡(五穀)밥을 지어 먹었던 것이다. 5월의 숲은 봄의 완성을 위한 녹색 볼륨으로 충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은 자기 본래의 모습과 체질에 맞게 무성해지면서 커다란 숲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봄은 숲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질병으로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우리 집에는 외국에서 사업하던 아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여 친구 사업을 돕다 발목을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간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서 삶이란 게 능력과 성실만으로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약해질 때가 있다. 서점 나들이를 했다. 아..
태양광 패널을 도심의 건물에 설치할 경우 옥상 이외에 딱히 마땅한 곳은 없다. 건물 벽체에 설치할 시 옥상에서의 발전량 대비 약 78% 정도로 효율이 떨어진다(서울에서 남쪽 방향의 경우). 게다가 인접 건물이 태양 빛을 막는 위치에 있을 경우 효율 저감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것은 발전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화 비율 혹은 계몽적 목적이라 볼 수 있다. 건물 외벽의 검은 패널들을 보면 흰 비단에 검은 패치를 붙인 옷을 입은 신사가 ‘나는 친환경 패션이야’라고 우쭐대는 듯하다. 건축은 그 자체로 문화이며 인간 생활의 그릇이기에 심미성은 그저 장식이 아니고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나의 옆 건물이 친환경이면서도 보기에 수려하다면 내 건물의 자산 가치는 상대적..
선량함이 따르는 겸손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찾는 것이며,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강과 바다가 저들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지배하는 것은 강과 바다가 골짜기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만약 사람들보다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사람들보다 낮게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사람들보다 앞장서고 싶다면 그들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성인은 설사 사람들보다 높이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며, 사람들 앞에 서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니, 그것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성인은 누구하고도 말다툼을 하지 않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와 시비를 벌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끊임없이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노자) 제자들이 누구를 제일 높게 볼 것이냐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식탁에 앉은 사람과 심부름하는 사람 중에 누가 높은 사람이냐? 나는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와 있다.” (예수) 어떤 사람이 한 지혜로운 사람에게, “세상 사람들이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그들이 미처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일 그랬다면 더 심한 말을 했을 텐데.” 자기 자신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라. 특히 남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비교할 거면 신과 비교하라. 교만한 인간 문명은 우주개발로 그 싸움을 계속한다지만, 이 땅끝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초월, 비약은 그렇게 해서 될 것이 아닙니다. 인구폭발로 운명적인 난관에 부딪친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그 믿음과 겸손에 의하여 산 숨의 계시를 받을 줄 아는 씨ᄋᆞᆯ의 지혜와 힘에 의해서만 될 것입니다. (함석헌)/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청와대에 이어 민주당도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TF를 꾸린다고 한다.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정치권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은 여론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의 “반응성”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여권의 이런 “부산스러움”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가 의문이라는 데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본인들의 깊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면 당연히 성공하겠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나왔다면, 이들 세대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란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2030세대 들이 현존하는 정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도, 군사독재에 용감히 맞선 세대들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었고, 그..
사회적경제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R&D 역량을 갖춘 제조기반 기업들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자리하고 있는 반월ㆍ시화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로 전기·전자·기계·철강 등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20년 12월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6910개사), 시화(1만743개사), 시화MTV(987개사)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75.6%, 71.4%, 63.2%를 기록 중이며, 소규모 기업의 폐업사례도 적지 않고 산업 현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동차, 반도체 관련 분야 이외의 업종 다수는 사업장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비, 부채상환, 제세공과금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