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5개부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일단 끝났다. 이번에도 ‘다운계약·위장전입·외유출장·논문표절’ 단골 메뉴가 재연됐다. 여기에 도자기 밀수 의혹 논란, 가족 외유성 출장, 세종시 ‘관사 테크’ 등이 더해져 ‘종합세트 특별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地下 萬人之上)’ 총리 후보자 부부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체납해 총 32차례나 차량을 압류당했다. 현 정부들어 지금까지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이다. 이번에는 4·7 재보선 이후 민심흐름을 두루 살피는 인사권이 작동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치부는 우리 사회에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음에 주목한다. ‘공직자에게 공급했던 세종시 관사의 재테크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만의 문제일까.’ ‘도자기를 대량 반입할 때 그것을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해당 기관이나 담당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 부부가 통관할 때 어떤 잣대로 처리됐나.’ ‘이런 사례가 박 후보자 경우에만 국한된 것일까.’ ‘만약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말대로 학계에서 가족이 동반하는 출장이 관행처럼 돼 있다면 이것은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인가.’ 게다가 임 후보자와 남편은 학교가 다른데도 3차례나 동행했다. 이중 2곳 행선지는 남편도 학회 참석 대상으로 연구 보조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국비 지원 제도는 문제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번 개각을 재보선 민심과 임기말을 감안해 관료 등 전문가 중심의 안정 기조에 방점을 두고 단행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문가 집단조차도 자신들과 주변부에 그들만의 광범위한 ‘비리·편법·특혜·특권의식’의 세계가 구축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리는 광명·시흥에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비리가 국토 전반을 제물로 삼으며 확산돼 있음을 목도했다. 2019년 한 언론사의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들어 청문회에서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을 강행한 비율은 50%(29명)에 이른다. 이명박(44.2%)·박근혜(41.4%) 정부도 높았다. 낙마자 비율도 박근혜(10.1%) 이명박(8.8%) 문재인(8.3%) 정부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공직사회 등 지도층의 도덕성 해이는 요지부동이다. 이번 청문회 모습에는 일차적으로 청와대 검증팀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인사 제의가 들어오면 스스로를 검증하고 진퇴를 판단해야 할 후보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더 엄중한 문제다. 인사청문회와 공직임용기준이 있는데도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공직사회 등에 계속 잘못된 신호를 준 부분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임기말이다. 이제라도 악순환의 고리,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고 다음 정부에 미래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여당 지도부의 책임있는 행동도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식당 등 경제가 힘들다고 하지만 식사·선물·애경사비 등을 제한한 ‘김영란법’은 지금 우리 의식속에 있는가. 공직자들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중소기업들의 신음 소리는 들리는가. 우리 모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보기 나름으로는 2022년 대선보다 더 중요한 일이 현재 진행 중이다. ‘2022교육과정’ 개편작업이 그것이다. 여기서 ‘교육과정’은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을 의미하고 ‘2022’는 교육과정 개편이 확정, 고시되는 연도를 의미한다. 2022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전국의 유초중고교에서 사용된다. 금년 들어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2교육과정 개편작업을 주도 중이다. 2022교육과정은 내년 9월경에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2022교육과정은 내년 3월 9일에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과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아이들과 나라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2022교육과정은 2035년까지 10년간 유효하지만 영향력은 최소 30년, 최장 100년은 간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져도 청소..
어제(5일)는 어린이 날이었다. 비록 코로나19로 제한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축제와 같은 하루를 즐겼다. 그러나 이런 가족의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정 해체, 부모의 사망이나 질환, 실직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빈곤한 상황에 처한 이른바 취약계층 아동들에게는 더욱 쓸쓸하고 우울한 하루였다. 이 아이들은 매번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5조 등에 따라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미만 아동을 위한 ‘결식아동 급식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진 아동들에게 좀 더 꼼꼼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도와 시·군, 경기도교육청이 예산을 부담해 아동급식카드(G드림카드)를..
문재인 정부는 '지주의 나라'로 가고 있던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인도하고 있을까? 봉건 사회로 더 깊이 내몰고 있을까? 현실로 맞아야 할 현대적 나라로 운전하고 있을까? 그 답은 이즈음 신조어가 된 '벼락 거지'가 대신할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100~300% 상승한 것은 단순한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죄도 짓지 않은 50%의 무주택자들에게 피눈물이기 때문이다. 3~10억 선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은 보통사람들이 10~100년 정도 저축해도 손에 쥐기 어렵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다. 폭등하는 전월세 비용 마련도 쉽지 않다. 그들에게 부동산 폭등은 삶이 뿌리째 뽑힘 그 자체인 것이다. 그들의 박탈감은 70년 대 산업화의 기념비적 소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소환한다. '낙원구 행복..
이것은 밀물이다 이것은 썰물이다 나는 발목이 바쁜 시녀 지금 묻어오는 달빛을 허락한다 어깨가 당겨지면 손마디를 푼다 팔꿈치를 조금 늘어뜨리고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한다 개를 끌고 가다 목줄을 놓고 안쪽으로 돌아도 바깥으로 돌아도 공주는 공주 시녀는 시녀 달빛 계단에 무릎이 꺾인다 주저앉을 때마다 주저 없이 일으켜 세워진다 나를 가둔 이는 등 뒤에 서 있다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는, 어쩌면 나를 닮은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신 정해진 줄 위에서 나는 나를 겪어낸다 ▶약력 ▶전북 남원 출생. ▶서정시학(2010년)으로 등단. ▶시집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최치원신인문학상(2005년)수상.
교육의 기초는 삶의 의의와 그 사명을 명백히 하는 일이 아니면 안 된다. 사람들은 법정에서의 거짓말을 범죄로 생각하고, 같은 성인들끼리 잘못된 말을 하는 것을 한심한 일로 생각하지만,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허황된 말을 지껄이고 아무리 거짓말을 하여도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필요한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 인생의 의의와 사명에 대해 설명하는 종교상의 가르침은, 천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었지만 현대인들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에게 천년 전의 사람들에게 가르쳤던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것은 무서운 잘못이다. “어린이를 교육할 때,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도 모르는 것으로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리히텐베르크) 이 말은 흔히 세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최다 확진·사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미국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1분기 GDP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6.4%라는 높은 성적표가 나왔다. S&P500지수는 1월 20일 취임후 100일간 8.6% 상승해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신과 경기부양책이 견인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여준 국정운영과 조치들이 갖고 있는 의미다. 첫 조각을 보자. 최초의 흑인·여성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첫 흑인 국방장관, 첫 원주민 내무장관 등 유색인종 출신이 26명의 장관급 가운데 절반인 13명, 여성은 12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색인종 장관급은 13%에 불과했다. ‘무지개’ 내각이 선악이나 능력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론학자와 저널리스트들은 진실보도를 강조하면서 객관보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뉴스의 취사선택 등 취재보도의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객관보도를 부정하면서 관점이나 다양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진실은 보편적이어서 주관이 개입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인간의 주관적 의식에서 독립되어 있는 객관의 영역에 있다는 뜻이다. 불가피하게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객관보도가 불가능하다면 객관의 영역에 있는 진실을 무슨 방법으로 확인해서 보도할까? 이것도 불가능하지 않나? 객관성이라는 것은 저널리즘 이전에 철학의 문제다. 철학에서 실재론은 인간의 의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를 인정하고 있다. 학문이라는 게 진리를 추구하는 건데, 진리 인식이 불가능하다면 학문 자체가 성립할 수도 없다. 철학은..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의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 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VR 기계를 끼고 특정 게임에 로그인해서 하루를 살아간다.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채굴해서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걸로 현실 수입을 얻는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은 게임 회사가 내건 퀘스트에 도전하며 갖은 위험에 처한다. 결말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이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고 악당이 물러나면서 가상공간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뻔한 것과 별개로 메타버스를 주된 소재로 삼은 영화라서 무척 흥미로웠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이다. 언제부턴가 자주 보이는 단어지만 생각보다 훨씬 예전부터 생활 깊숙한..
사람들이 자신의 사명과 행복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든, 학문은 바로 그 사명과 행복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자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알기 위해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에게 알려지기 위해 배운다. (동양 금언) 인간은 자신의 힘이 허락하는 한, 또 사정이 허락하는 한,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앞서간 사람들의 경험을 이용하고 배운다. 이러한 목적의식이 없이 남이 한 말을 그대로 말하는 학문은 가장 저급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서목록을 책이라고 부를 수 없듯 그런 사람을 진정한 학자라고 부를 수 없다. 진정한 사람은 앞서간 선배들의 학문을 배울 뿐만이 아니라 그와 같은 일을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다. (리히텐베르크) 종종 미신이 오히려 진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