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남을 평가하며, 어떤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어떤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인간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내일의 그는 이미 오늘의 그가 아니다. 어리석었던 사람이 현명해지고,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며,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심판할 수는 없다. 심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변해있을 테니까. 만약 네가 자신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남을 비난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럴 겨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가죽 신발을..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지난 17~18일 한국을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5년만에 외무·국방 장관회담(2+2)을 가졌다. 양국은 이번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한미일 공조, 전시작전권 전환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외교·국방 장관 동시 방한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이 우선 순위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동한 인도, 일본, 호주와의 이른바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궤도위에 올려놓기 위해 지난 12일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어 외교·국방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고..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 한다. 여러 학년을 가르쳐 봐도 글쓰기 만큼 격한 거부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수업이 없다. 교실 분위기가 활기로 가득 차 있으면 '글을 써 보세요' 한마디로 넘실 거리던 에너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예고 없이 당장 수학 평가를 하겠다고 말해도 이보다 더 반응이 안 좋을 수는 없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할 때 아이들이 이목구비가 심하게 구겨지던 걸 떠올리면 가히 공포의 글쓰기다. 간혹 글로 막힘없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어른들에게도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백지 앞에서 막막한 건 어른이나 어린이나 매한가지다. 투정 부리는 아이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가끔은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마감을 못할까봐 공포에 떨 때가 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아침이다. 산으로 가던 발길을 강으로 돌렸다. 기찻길 건너 테니스장을 지나니 00중학교다. 손녀딸이 다니는 학교다. 이 학교는 오래전부터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는 글귀를 교문 위에 걸어 놓고 있다. 중학생이 된 손녀는 속이 야무지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겠다고 작정한 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그 녀석 생일이라고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 나는 작은 용돈과 함께 정성 들여 황금빛 색지에 축하의 덕담을 적어 봉투에 넣어 주었다. 손녀딸은 집에 가서 보겠다며 엄마의 가방에 넣어두라고 한다. ‘녀석은 용돈 액수가 궁금할 뿐 내가 쓴 문장과 그 의미는 뒷전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고 글 쓰시던 할아버지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 싶기도 했다. 학교를 지나 어느 교회를 뒤로하고 높직..
1. 영화 ‘왓 위민 원트’는 할리우드가 허용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최대치가 아닐까. 주인공인 멜 깁슨은 여자를 아주 우습게 아는 남성우월주의자인데, 새로 온 여성 상사에게 밀려난다. 어쩌다 초능력이 생겨서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초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데, 자기에게 늘 쌀쌀맞게 굴던 식당 종업원을 홀려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뒤로 연락도 않던 퇴근길, 그에게 바람맞았다고 생각한 마리사 토메이가 길을 막아서고 묻는다. 너 게이지? 게이가 아니라면 그렇게 멋진 밤을 보내고 어떻게 이렇게 연락 두절하고 잠수 탈 수 있어? 게이 맞지? 그녀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멜 깁슨은 그렇다, 나는 게이라고 말한다. 여자 마음을 읽게 된 뒤로 그가 변했다는 유쾌한 증거로 웃어넘기면 그만이다만, 사실 양성평등은..
화성시가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교통정책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상은 만 7세~18세 이하(약 14만명)로써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약 25만명), 10월에는 만 23세 이하까지 확대된다. 화성시는 2022년 이후에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시행으로 인해 의·식·주와 함께 시민 기본권 중의 하나가 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해 교통 혼잡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 문제 해소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린 소나무 159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 효과도 크다고 한다.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비, 주차장 확충 및 운영 비용, 교통 혼잡비 등 각종 사회적 비용 감소 등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화성시의 분석이다. 서철모 시장은 환경보호, 이동권 보장 및 생활권 확대를 위한 무상교통은 화성형 그린뉴딜의 핵심정책이라고 밝힌다.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 도로 유지보수비와 주차장 건설비, 교통혼잡비용, 환경오염 등 직·간접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어 그린뉴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화성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무상교통 사업은 지난해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성시는 전국 최초로 관용차 대신 친환경 전기차 쉐어링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 12일 관내 자동차 기업 기아와 ‘친환경 미래차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시간만 쓰고 주말엔 세워두던 관용차를 출퇴근 및 주말 여가차량으로 시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관내 초등학교 32곳에 통학버스 41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도보 통학 거리가 1㎞를 넘거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곳, 통학로 주변에 공사 현장이 많거나 대형 차량이 통행해 안전이 우려되는 곳 등 특수학교(1곳), 농어촌지역 초교(21곳), 도심 초교(10곳) 등이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 22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과 학습·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 사업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버스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도권 최초로 시행되고 있는 버스공영제는 화성시가 산하 공기업을 통해 버스를 직접 운행하고 노선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운행 횟수가 적거나 운행을 포기한 노선도 증차가 가능해진 것이다. 시는 기존 여객·운송업체가 반납한 23개 노선과 신설 노선 5개, 총 28개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철모 시장이 갖고 있는 ‘버스는 공공재’라는 인식에 동의한다. 아쉬운 것은 화성시의 교통복지가 인접한 수원시와 오산시, 안산시 등과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교통복지를 향한 화성시의 실험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기대 된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철따라 고운 옷 갈아 입는 산/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 20여년전 처음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노래가사의 의미가 그렇게 적확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 철따라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이라 불리어지는 의미를 만끽했던 그 추억들을 그리며 이제 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소풍가길 소망하며 그 가능한 방안을 생각해 본다. 단순하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UN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어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탓이라는 생각은 너무 유치한 생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근본 국익을 평가하고 우리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생각한다면 북한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재..
‘비판언론’이라는 신화가 있다. 정치권력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주로 조선일보가 이런 주장을 해왔는데, 요즘에는 진보언론의 젊은 기자들까지 물이 들은 것 같다. 언론학자들도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로 신봉하는 편협함으로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는 허구다. 저널리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최근까지 저널리즘은 신문이 주도해왔다. 포털과 종편에서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주류신문의 정체성은 비판언론이 아니라 정파신문이다. 지독한 정파성을 은폐하기 위해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를 앞세워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본분은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시시비비의 정신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근대의 언론은 봉건체제의 말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대두되었다. 토지가 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