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의 인권은 전세계적으로 최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매년 유엔에서는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인권문제를 특별하게 다루는 인권관도 임명해서 활동하게 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인권문제는 항상 민감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사안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인권은 어느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천부적 권리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보스니아 내전시 인종 청소 등 엄청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서 해당국가가 자국민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인권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가 해당국가 의사와 관계없이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보호책임(R2P)’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은 인간의 생명 생존에 관련된 사회권과 사상과 이념, 표현과 관련된 자유권으로 구분되어진..
우리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고, 인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만약 우리가 우리를 보내신 하늘의 뜻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달구지를 끄는 말은 자신이 어디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싣고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말이 얌전하고 온순하게 짐을 끌고 간다면 그 말은 자기가 주인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고 예수는 말했다. 만약 우리가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만 행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가벼운 것이고 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처럼 실천하라. 그러면 하느님..
백기완과 정경모. 두 분이 하루 사이에 연이어 별세함으로 인해 정경모 선생은 그다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경모는 요즘 말로 하면 작가다.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다 일본에 망명한 정경모의 본격적인 저술 활동은 광주항쟁으로 촉발되었다. 광주의 원혼들의 슬픔을 노래해주기 위해 1981년 ‘シアレヒム(씨알의 힘)’이라는 잡지를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잡지의 제6호(1983년 6월)에 여운형 · 김구 · 장준하의 구름 위 정담(三先覺雲上經綸問答)을 게재했고, 그것을 1984년 단행본으로 내놓은 게 ‘찢겨진 산하’다. 그 내용은 세 분 선각자의 말이기도 하고 작가 정경모의 생각이기도 하다. 주제의식은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이 별개가 아니기 때문에 상호관련 속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화운동을 한다면서 통일운동을 경원시하는 태도..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관련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방식 변경 문제였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보니 이사와 사장 선임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범용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개인맞춤형 콘텐츠에 매료되는 글로벌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은 철 지난 잡지 표지처럼 낡아 보인다. 영향력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신뢰도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은 파산 직전인 것 같고,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이런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문과 방송..
2019년 말 발표된 논문 한 편이 근래 들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고 비하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유명 유튜버는 이 논문이 자신을 ‘여혐’으로 몰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직접 학자의 연구실을 찾아가고, 학술단체 임원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읽어보면 주제가 불법 촬영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 논문이 혐오와 차별의식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억지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신랑‧신부의 초야에 문구멍을 뚫어 엿보거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무언가를 몰래 보고, 금지된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시선이 남성을 중심으로 하며 범죄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관음증의 표현과 실행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강도가 세지고 집단화되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 친구와 애인, 엄마, 누나, 여동생, 사촌 등 주변 여성들의 샤워하는 모습과 옷을 갈아입는 장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공유하며 은밀함을 즐긴다. 갈수록 수위는 높아져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약물을 투여해 집단 강간하고 고문하는 스너프 필름(snuff film: 실제 성행위 장면이나 잔혹한 고문과 살인 장면 등을 찍은 영상물)의 형태로 나아간다. 이런 불법 촬영 범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밟으며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혐오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영상물에 노출된 소년들은 여성에 대한 비하나 혐오가 담긴 용어를 사용하고 놀이처럼 즐긴다. ‘보이루’라는 인사말을 비롯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접두어로 붙인 ‘보징어’, ‘보슬아치’, 상대의 부모에 관한 욕으로 이른바 패드립(패륜+애드리브)이라고 불리는 ‘느금마’, ‘xx년’, ‘엠창’은 대부분 어머니에 한정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소년은 여성을 멸시하는 것이 남자답다는 것을 수용하고 학습하며 성장한다. 남초 커뮤니티와 또래들 간의 채팅방에 텍스트를 넘어선 이미지와 동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단순 수용자를 넘어 직접 만들어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소위 ‘몰카충(관음충)’이라고 불리는 불법 촬영 범죄자가 탄생하는 시점이다. 성 평등과 성인지 관점에 관한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시행되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삐뚤어진 시각이 그 상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남성을 가리키고 아줌마는 여성을 가리키지만 이 두 단어는 동등하지 않다. 아저씨는 주로 누군가를 지켜주고 든든한 가부장제의 가장을 의미하며 듣는 아저씨가 기분 나쁜 경우가 드물지만, 아줌마는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얕보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남성 배우자를 지칭하는 ‘남편’의 상대어인 ‘여편’은 사용되지 않지만 ‘여편네’는 여성 배우자를 깔볼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언어는 평등하지 않으며 곳곳에 편견이 깔려 있다. 대학 교수가 되어 각종 위원회나 심사에 참여하며 매번 느끼는 건 내가 안 왔더라면 여성의 비율이 더 낮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각 분야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남성과 여성의 언어와 역할, 그리고 신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칭의 뿌리를 깊이 드리우고 있다. 자연스러운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을 읽으며 ‘감히’라는 부사가 아니라 ‘왜’라는 의문사를 사용해 보라고 하면 지나친 요구일까.
3월과 함께 초·중·고와 대학교 등 학사 일정이 시작됐다. 코로나19 2년차인 올해도 우리의 자녀들은 대면·비대면이 섞인 비정상의 환경 아래서 출발한다. 때마침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백신 접종이 개시됐다. 많이 지쳐있지만 교육당국이나 관계자, 학생들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 코로나를 조기에 이겨냈으면 한다. 코로나팬데믹은 전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미친 영향은 어느 누구에게 보다 컸으리라 생각된다. 신체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지식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1년은 노·장년의 10년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녀들은 물리적인 성장은 했을지 모르지만, 지적·정서적으로 1년 이상 성장이 멈췄을지 모르는 ‘상처받..
길을 걸어갈 때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듯이 나의 활동과 사회의 활동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생은 단순히 즐기라고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투쟁이며 전진이다. 악에 대한 선의 투쟁, 부정 불의에 대한 정의의 투쟁, 압제에 대한 자유의 투쟁, 사리사욕에 대한 박애의 투쟁이다. 인생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여명의 빛을 던지는 이상의 실현을 향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진이다.(주세페 마치니) 이념(理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고, 이념의 실현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도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그것을 통해 우리가 이념을 실현해야 하는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칼라일) 장애물과 디딤돌의 차이는 시각(視覺)의 차이이다. (조헌정) 완전성은 신의 본성이며, 완전성을 바라는 것은 인..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2·4 대책’에서 예고한 수도권 18만호, 전국 26만3천호 주택 공급계획에 따라 1차로 공공택지의 입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의 광명·시흥을 포함해 부산 대저, 광주 산정 등 3곳이다. 특히 경기도 광명 시흥에는 7만호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됐으면 한다. 우리 나라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0.84)을 보이며 지난해부터 인구(내국인)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70년 40% 수준에서 50%를 넘어섰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지방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 지방은 고령화와 함께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혁신도시 지정, 각 지자체별 먹거리 개발, 출산 장려 정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지만 예산 투입이나 노력에 비해 지역 균형 발전의 체감 지수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시화로 한번 올라탄 인구 흐름은 쉽게 저지하기 어렵다. 올초 서울대인구정책센터는 지금의 추세라면 현재 5천 100만명대인 한국의 인구가 2076년 2973만명, 오는 2100년에는 1748만명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놨다. 통계청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이제 현실을 직시한 정부의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되 총인구의 감소를 전제로 한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먼저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수도인 도쿄의 일극화가 심화되고 있듯이 서울·수도권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부동산값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세금 정책과 함께 주택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 반면에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은 또다른 2원화된 정책이 요구된다. ‘거점 도시’(메가시티 또는 중핵도시)로 가되 도심 규모를 최대한 줄여 고밀화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감소 시대에 교통·의료 시설이나 행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신 인구가 소멸되는 도심밖의 많은 유휴지는 관광·문화·신재생에너지·식량안보에 대비한 첨단 농축산업 개발 등으로 국토 운영 계획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둘째 각종 생활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 거주자(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개념을 적용해 지방 구조 개편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수도권과 전국 거점도시 구축, 인구 소멸지역 리모델링 사업 등을 총괄하는 국가차원의 콘트롤 타워가 가동돼야 한다. 다른 자치 단체에서 인구를 뺏어가는 식의 제로섬 대책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예산의 비효율성 등 부작용이 많다. 지역간 통·폐합 등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끝으로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수도권에서 기존 인구를 관리·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차기 대선주자나 정치권도 출산 정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의 새로운 생존전략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말 그대로 미디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시대다. 정보의 범람이고 미디어의 홍수다. 인쇄매체는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인터넷신문으로 말미암아 맞춤법 안맞는 신문기사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주력신문의 위치는 아직 굳건하다. 반면 방송미디어는 판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ICT기술의 발달로 방송에 대한 접근루트가 다양화되고 (플랫폼의 다양화) 아무나 할 수 없던 콘텐츠의 생산과 전달이 누구에게나 오픈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시대 우리는 방송문화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중국역사를 보면 주나라가 쇠하면서 춘추5패와 전국7웅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였다가 진시황에 의해 진나라로 통일되었다. 가히 방송은 춘추전국시대다. 지상파방송도 IPTV,케이블,위성방송이란 플..
시의적절한 우화 하나. "장자가 쌀독이 비어 말단관리인 친구에게 쌀 한 됫박을 얻으러 갔다. 친구가 말하기를, '걱정말어. 추수 끝나면 쌀 몇 가마니를 줄테니까.' 장자가 대꾸했다. '이 동네 오는 길에 뒤에서 누가 부르길래 고개 돌려 자세히 살펴봤지. 수레바퀴 패인 자국에 빗물이 조금 고였는데 거기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헐떡거리며 날 부른 거였어. 왠 일인가 물었지.' '내 황해바다 용궁의 사신이오. 어찌어찌 하다가 이꼴 났으니 물 한 바가지만 속히 부어주오.' 내가 말했네. '걱정하지 마. 내가 황제를 설득해서 황해의 물줄기를 이쪽으로 끌어올테니...' 물고기는 눈 크게 뜨고 핏대를 올리며 나에게 온갖 저주를 다 퍼부었어. 지금쯤 죽었을 거네." 코로나19로 인하여 쌀독 비는 집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강적이다. 생업이 날로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