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글로벌 미디어제국의 ‘갑질’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7월 이후 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은 구글 등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특정 결제수단 강제(인앱결제)를 막기 위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이 법안은 국회 과방위 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물타기 전략과 야당(국민의힘)의 갈지자 행보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구글은 2021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게임뿐만 아니라 음원, 동영상 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그 수수료도 30%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령 어떤 대형백화점이 자신의 매장에서 구매하는 모든 물건은 자사의 카드로 결제해야 하고, 결제수수료를 30%(통상 2-3%)로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불매운동을 하지 않아도..
미얀마 참상 소식 하나가 종일 뒷덜미를 잡는다.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도중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죽여도 좋다는 군부의 지령을 받은 경찰의 총탄이 계속 쏟아진다. 돌연 물러나는 시위대 속에서 한 여성이 뛰어나와 남성의 몸을 감싼다. 이십 대 청춘이었다. 양곤 의대 1학년이라는 남성도, 생면부지 남성을 위해 총탄을 뚫고 몸을 던진 여성도. 남성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여성은 경찰에게 두들겨 맞으며 끌려가 소식이 없다. 어리고 여린 그들을 총탄 세례 앞에 서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질문에서 답을 얻는다. 어리고 여린 것이 힘이었을 것이다. 혁명가하면 만인을 이끄는 카리스마, 불굴의 정신 같은 것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세상에 이름 얻은 혁명가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게 다는 아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 ,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
최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근철 대표의원이 “기본주택으로 부동산 투기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수석대표단, 대변인단은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기본주택 홍보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도의 기본주택 정책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본보 29일자 3면) 박 대표의원은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까지 떨어트리고 있는 LH 사건이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도 했다. 박 대표의원은 사업부지의 대다수를 경기도가 차지하고 있는 3기 신도시의 경우 LH가 아닌 GH와 해당 지역의 도시공사나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무주택 주민들을 위한 택지개발이 돼야 한..
아.. 나도 투표하고 싶다. 보궐선거 없는 지역에 살면서 지금 서울과 부산의 선거전 양상을 보노라면 참담하다 못해 화가 난다. 이유는 첫째로, 후보가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너무 낮 두껍게 한다. “상속받은 땅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람이 몇 번이나 말을 바꾸다가 이제 와서 “그 땅의 측량현장에 내가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인가? 문정권의 집값상승은 대역죄라고 몰아세우던 양반이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재개발을 풀겠다니, 투기광풍을 기대하고 그 지역에 투자를 해놓지 않은 이상 도저히 내뱉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부산은 또 어떤가? 오죽했으면 네티즌들이 박형준후보의 재산을 “1일1땅”으로 찾아내고 있는 실태를 일러 박후보가 부산시장에 출마한 이유는 ‘자기도 모르는 숨겨진 재산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
건물 안에는 숨겨진 에너지원이 있다. 추울 때는 열을 주고 더울 때는 찬 기운을 불어주는 난방 기기이며 냉방 기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콘크리트, 대리석, 화강암 등 중량 물질로 구성된 바닥재, 벽체들이다. 이 중량 물질은 단위 체적대비 열용량이 높아서 많은 에너지를 품을 수가 있어 천연 에너지 저장소로 작동한다. 한여름 낮에 대리석 건물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대리석 표면과 사람의 피부가 복사 열교환을 통해 인체로부터 열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이 구조체에 흡수된 에너지는 역으로 주변으로 방출된다. 실내공간을 감싸는 구조체와의 복사에 의한 인체의 열 흡수와 방출은 공기에 의한 열교환보다 쾌적감과 건강에 더 좋다. 몇몇 건축가들은 이러한 구조체와 인간의 복사 열교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내 천정재와 벽체 마감재를 모두 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400명대 후반을 지속하고 있다. 3월 28일 00시 기준으로 확진자수 101757명, 사망자는 1722명이다. 언론의 관심과 국민의 경각심이 1년전 이맘때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국난수준으로 괴롭히고 있다. 1년전 3월 19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일일확진자 수도 최초로 100명을 넘어선 날이다. 다음날인 20일 이 뉴스를 전했던 신문들은 1면에 머릿기사에서부터 5개 면에서 6개 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텅빈 도심···대구가 멈췄다'는 달구벌대로의 모습을 전하는 1면 사진은 송연함마저 자아냈다. 4·15총선을 20여일 남겨 놓은 시점이었지만 총선관련 기사는 한참 뒤로 밀렸다. 국난이 오래 지속되면서 언론의 코로나19 보도도 여기저기서 문제를 낳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이런 가짜뉴스는 정쟁에까지 활용돠고 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치자. 그러나 전통있는 언론이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검증 없이 보도하는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클릭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파렴치함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접종과 관련된 가짜뉴스다. 지난 23일 대통령이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정상회담 참석 일정을 역산해서 백신 접종을 한다는 기사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럼에도 SNS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맞았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대통령이 접종을 받은 종로구보고소는 난데없는 홍역을 치렀다. “CCTV를 공개하라”는 주장은 애교 수준이었다. “종로구보고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주사를 놓은 간호사에겐 “양심 고백을 하라”면서 살해 협박까지 이어졌다. 말그대로 공동체에 대한 테러행위다. 가짜뉴스가 준동하는 미디어환경은 레거시미디어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가짜뉴스를 검증해 보도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국민일보 보도가 돋보였다. 국민일보는 '문 대통령과 AZ백신 흠잡아 뭘 노리겠다는 건가' 라는 사설을 통해 청맹과니나 하는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당일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백신접종 관련 가짜뉴스를 비판한 것은 중앙 종합일간지중 유일했다. 정보 홍수 시대다. 홍수 때 마실 수 있는 물이 오염되는 것처럼 거짓정보가 바른 정보까지 오염시키는 형국이다. 인지부조화이론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사회가 양분 될 가능성을 잘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굳이 다른 생각 때문에 갈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짜 바이러스가 창궐할 최적의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럴 때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진짜 언론은 더 빛난다.
정치권에 몰아닥친 ‘부동산’ 광풍이 갈수록 태산이다. 요동치는 민심을 더욱 자극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거듭 터지면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선 정국 속에서 난감(難堪)의 극단에 몰려 있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이념과 진영을 벗어난 뿌리 깊은 적폐다. 지금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는 것은 순전히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이기 때문이다. 그 해법은 당연히 ‘기본’에서 찾아 나가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심전심으로 내놓은 ‘기본부터 새로 시작’이라는 개념에 길이 있다. 그렇게 겸손하게 접근하는 게 백번 옳다. 치열한 재·보궐선거 전쟁 중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인의 부동산 문제로 전격 경질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재앙이다.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29일 자신이 소유한 청담동 주택의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5천만 원에서 14.1% 인상한 9억7천만 원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내놓은 메시지가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긴급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부동산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 글에서 “부동산 폭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등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높은 국정 지지율을 보내주셨던 국민들 마음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는 “잘못된 길에서 곧바로 돌아 나와 처음부터 그리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중앙선대위원회 회의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은 잘못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 또한 집권당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우리의 정의가 우리의 불공정의 면죄부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담대하게 용서를 구하고 국민의 꾸짖음에 진솔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가 발표한 대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규모를 대폭 확대해 부동산 투기 사범들을 엄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경계해야 할 일은 이미 성공하지 못한 캔버스의 그림을 온갖 떡칠로 고쳐내려는 무리수다. 정부·여당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빠른 길은 문 대통령과 이 지사의 말처럼 ‘기본에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은 몽둥이만 휘둘러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훨씬 더 정교한 ‘제도 개혁’의 설계도가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 광풍을 영원히 차단하기 위해서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그림을 처음부터 새로 그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여당에서 생산되는 온갖 반응들이 재·보선 선거판만을 들여다보는 임기응변적 미봉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은 금광리(金光里)라는 자연마을의 이름을 살려서 동 이름으로 지은 것이다. 금광리는 고려가 망했을 때,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고 하면서 절개를 지킨 음촌 김약시(陰村 金若時, 1335~1406)가 은거하다가 별세한 곳인데, 후에 그 자손들이 마을을 이루게 되니 사람들이 광산 김씨들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금광리’라 부르게 되었다. 옛 사람들의 발음으로는 ‘금괭이’라고 했다. 금광동의 입구에 해당하는 단대오거리 부근은 양쪽 산이 마주 접근하여 병목처럼 지형이 이뤄져 광통(光通)머리라 불렀고, 김약시가 자손들에게 자신이 살던 이 마을을 세상에 전하지 말라고 하였다 해 부전어동(不傳語洞)이라고도 했다. ‘일성록(日省錄)’ 정조(正祖) 23년(1799) 8월 22일 유직주(兪直柱)가 임금에게 올린 말에 김약시의 충절에 대한 사연이 자세히 언급됐다. 김약시는 아내와 함께 걸어서 이 마을로 들어와 나무를 얹어서 처마를 삼고 바람과 비를 막았다. 자취를 숨기고 이름을 감추니 시골 노인과 구별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용모를 괴이하게 여겨 종종 찾아가서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술과 음식을 대접해도 받지 않으니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김약시는 태조 이성계와 동갑 친구였을 뿐 아니라, 태종 임금과는 두 번이나 함께 과거에 급제한 동기였다.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숨어 사는 그를 찾아내 원래의 벼슬을 내렸지만, 눈뜬 장님이라고 핑계를 대고 명령을 받들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 산골 이름을 ‘부전어동(不傳語洞)’이라 지었다. 태조는 특별히 친필로 교서를 써 한양 시내인 성명방(誠明坊)에 집 한 채를 하사하였다. 태조는 김약시를 개인적 친구 사이로 대우해 교서의 끝에 자신을 임금으로 서명하지 않고, 송헌(松軒)이라는 자신의 호 두 글자로 서명을 하였다. 그러나 김약시는 그 집조차 받지 않았고, 집안사람들에게 "나라가 망했는데도 죽지 못하고, 멀리 달아나 숨어 지내지 못하는 것은 조상의 묘역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이곳에 장사 지내되 봉분을 만들지도 말고 나무를 심지도 말며, 다만 모나지 않은 바위 두 개를 좌우에 세워 그것으로 표지를 삼으라" 하였다. 김약시의 행적과 부전어동 지명은 성해응(1760~1830) 문집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신라와 고려의 유민(遺民)을 소개하는 데에도 수록돼 있다. 김약시의 아들 김췌(金萃)는 세종 8년(1426) 지상원군사(知祥原郡事)가 되었다. 이때 경상도 성주 고을은 벼슬아치들이 세력을 부리고 백성들이 사나워서 관청에서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자 그 고을을 장차 폐기하려 하였다. 옛날에는 인구 숫자보다는 그 고을에 효자 충신이 많느냐 역적이 나왔느냐에 따라 행정구역의 등급이 결정되기도 하였다. 조정에서는 세종 임금의 특명으로 벼슬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그 고을을 맡을 만한 사람을 뽑게 했는데, 김췌가 뽑혔다. 임금이 18세밖에 안 된 그를 보고 걱정을 하니, 생살권(生殺權)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임금의 허락을 받고 부임한 지 7일 만에 포악한 사람 7명 가량을 죽였다. 이때부터 수령을 두려워하고 한 달이 채 못 되어 진압되었다. 아전들에게는 흙을 구워 만든 도기로 갓끈을 만들어 매도록 하여 머리를 제대로 들지 못하게 하니 관리들이 엎드려 허리를 굽히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김췌는 나이 26세에 요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광주시의 문화재 안내문에는 1452년(문종2)에 세상을 뜬 것으로 적혀 있어서 벼슬을 한 시기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김약시의 후손들은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이후로 담배 농사를 지었는데 품질이 뛰어나 ‘금광초(金光草)’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져 다른 지방에서도 금광초라는 이름을 달아 판매하였다. 다른 지방의 담배 중에 우수한 진품은 전북 임실의 상관초(上官草)뿐이었다. 고종임금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 금광초의 명성이 기록돼 있다. 김약시와 김췌의 묘소는 신구대학 본관 자리에 있었으나, 1969년 국가적 사업이었던 광주대단지 건설로 광주시 실촌면 삼합리로 이장됐고, 광주시향토문화유산 유형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됐다.
학림다방 앞이었다. 다방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양희은의 노래가 걸어 내려왔다. 양희은의 노랫소리는 턴테이블에 감긴 LP판 눈금을 따라 천천히 풀어졌다. 다방 앞 횡단보도 역시 불어난 퇴근길 인파로 감겼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였다. 새내기들은 선배들의 기타 반주에 맞춰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술잔이 부딪칠 때, 대학로의 젊음도 덩달아 참방거렸다. 권이 형은 붐비는 인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리곤 불쑥 아무 이름이나 불렀다. 그것도 큰 소리로. “희숙아!” 아무도 돌아보는 이가 없으면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역시 큰 소리로. “미경아!” 그렇게 아무나 부르는 여성의 이름에 누군가 뒤돌아보면, 비로소 권이 형..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다.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인텔이 반도체 제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인텔의 결정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맞닿아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의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오겠다는 신호다. 그동안 미국은 메모리 등 반도체를 삼성전자, TSMC(대만) 등으로부터 공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차량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포드, GM 등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크게 보이지 않았던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반도체가 자칫 식량이나 원유처럼 확실하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자국의 이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말이다. 앞으로 개인 PC, 스마트폰에 이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완전자율주행차 등에 가속이 붙으면 반도체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반도체는 미사일 무기와 우주산업 등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전방위로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세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구축한 ‘브레튼우즈(BW)’, 1995년 WTO 자유무역체제 이후 먹거리의 최정점에 있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 왔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식량, 원유를 비롯해 국방·항공·우주, 바이오, 영화 산업, 최근들어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빅테크(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등이다. 이들은 기축통화인 달러, 금융시스템(투자은행 파생상품 등)과 함께 다른 나라나 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보다 바로 아래 단계의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핵심 부품·소재(일본 등), 반도체(한국 등)는 미국에겐 상대적으로 전략적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아래인 제조·조립(기존 자동차 산업, 철강·조선 등), 하청공장(의류 등) 등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미래 IT 세계에서 반도체는 기존의 식량·원유처럼 필수 원료로 격상됐다. 특히 전기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반도체가 공급 부족으로 비상이 걸리면서 반도체가 ‘안보’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상황이 발생하면 더욱 그렇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한·일간 반도체 소재 분쟁에서 예견된 바 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민족주의’가 본격 점화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제경제의 오랜 패러다임인 ‘비교우위(분업)’는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중국(경제)과 미국(안보) 사이에 놓여 있다. 이제 어떤 부문이 민족주의·안보의 영역에 갇힐지 모른다. 우리의 독점적인 먹거리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