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친 바람에도 나무들은 꽃을 잊지 않았건만, 국민은 재보선 광풍에 ‘역사 지킴이’ 본분마저 잊어버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기술한 교과서를 무더기로 통과시켰고, 중국의 김치·삼계탕 공정은 거침이 없다. 우리 역사의 자존심을 초토화한 역사드라마마저 안방을 침투하고 있다. 핵심 문제는 역사학계를 장악한 강단사학자들의 ‘식민사학’을 도무지 청산하지 못하는 우리 안에 있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상황이다.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고등학교 1학년생은 사회과 교과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배우게 된다.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는 일본의 역사 왜곡 기술이 강화된 2022년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296종의 검정 심사를 통과시켰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30종..
어떤 형제가 함께 길을 가던 중 아우가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워서 하나를 형에게 주었습니다. 강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형이 까닭을 묻자 아우는 “그동안 형을 사랑했는데, 금덩어리를 나누고 보니 갑자기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요. 그래서 버렸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형도 “네 말이 과연 옳다” 하고는 자기 금덩어리도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양천강(陽川江 경기도 김포군 공암진 근처)을 무대로 전해오는 ‘형제투금(兄弟投金)’ 설화 내용이지요. 며칠간 ‘100억대 횡령’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뉴스에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끌던 방송인 박수홍 형제 사건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네요. 박수홍이 전 소속사 대표인 친형 박진홍을 상대로 고소를 했군요. 박수홍 측은 “친형과 30년 전부터 매니지먼트..
봄이다. 늘 다니던 뒤 산에는 겨울을 이겨낸 연분홍 진달래가 망울을 터치며 가득히 피었다. 어린 새싹들이 뾰족 뾰족 나오고 맛을 살려주는 봄나물이 자라고 있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달래를 캐고 쑥을 뜯어오던 시절이 있어 더 애틋하다. ‘산에 산에 피는 꽃 저만치 혼자 피는 꽃’이라는 김소월의 시를 마음에 담는데 어제 밤에 내린 비는 간신히 피워낸 꽃잎을 우수수 떨구어 ‘산에는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의 구절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에 왔다가 내일은 가버리는 봄이라도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네’를 읽으며 작년과 다른 봄의 계절을, 고향과 닮아있는 진달래를 생각한다. 김소월의 고향 평안북도 정주의 진달래는 얼마나 아름답기에 시간을 넘어 지금도 읽히고 있을 가.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지명으로 서해안에..
세상이 망하는 조짐은 극장가에서 나타난다. 두 가지 중의 하나다. 그다지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거나 좋은 영화가 나와도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중국과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는 열린 사회에서 흥한다. 닫힌 사회에서는 절대로 영화가 잘될 수가 없다. 4세대 후이 안 감독부터 5세대의 장이모우와 첸카이거, 6세대의 로우예 등등까지, 그리고 지하전영의 지아장커가 있던 나라. 홍콩의 왕자웨이까지. 예술과 정치, 인생을 담아냈던 중국-홍콩 영화는 이제 온데 간데가 없다. 시진핑식의 변질된 사회주의 독재는 영화를 더 이상 영화가 되지 못하게 한다. 홍콩 시위에서 사복경찰(우리 식으로는 백골단)의 곤봉질을 당하고 목격한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가수 정태춘이 종로에서 기자들을 기다리지 않는 것과 같다.(’92년 장마, 종로에서’)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와 같은 극우 보수 정권이 50년 가까이 가는 나라(2010년 잠깐 민주당 간 나오토가 1년간 총리를 한 것을 제외하고)에서는 애니메이션 외의 영화는 거의 절멸 수준이다. 극장가가 팬더믹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이나믹한 동력을 잃었다. 한국에서는 요즘 극장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견강부회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사회의 보수 회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한국에서는 우파의 상상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이 딸린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하고 영화와 예술이 갖는 힘과 에너지를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저 돈,돈,돈,돈의 흐름만을 쫓는다. 그저 부동산 얘기들만 해댄다. 사회 내 계급배반이 심해지고 우경화될 때마다 영화산업은 위기를 겪었다. 이명박 때 그랬고 박근혜 때 심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유력시 되고 있는 중국계 감독 클로이자이의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프란시스맥도먼드)은 이런 얘기를 한다. “사람들에게 전재산도 모자라 빚까지 져서는 결국 자기가 김당하지도 못하는 집을 사게 하는 게 옳은 일이냐?” 서브프라임모기지때(2008~2010)를 배경으로한 영화인데 미국도 그때나 지금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고 하다가 사달이 났었다. 한국에서는 자나깨나 사람들이 그저 부동산, 부동산하고 살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노매드랜드'같은 영화의 메시지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들을 멀리하기 때문이다. 우파가 더 도덕적 이어야하고 더 청렴해야하며 더 정의로워야 한다. 보다 더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며칠 안남은 보궐선거에서 우파 후보들에게 제기되는 온갖 부동산 특혜의혹과 거짓말들을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직도 자유당-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 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다.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도덕성 뇌관이 터진 이후 우리 사회는 경쟁이라도 하듯 곳곳에서 치부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임자의 전세금 파문으로 자리를 이어받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과의 첫 만남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실패를 인정한 부동산 정책이지만,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 성공이다, 실패다 말하기엔 매우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불과 2년여전 여권의 꽃가마에 올라탔던 전직 검찰총장이 현재는 차기 대선구도에 그것도 반대 진영의 중심에 서 있다. 사실상 조직이 와해된 그가 떠난 곳에는 공수처와 기소권을 놓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공수처장 관용차가 피의자인 검찰 고위 인사를 태우는 ‘황제조사’ 논란이 발생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앞다퉈 거론하고, 정책과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를 놓고는 서로 으르렁 소리를 내는 여야지만 정작 자신들에게 민감한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는 찰떡궁합으로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경제도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천’이 발표하는 ‘글로벌기업 500’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안에 한국 기업이 16개(2019년)에서 14개로 줄었고, 삼성전자가 4계단(15->19위) 내려가는 등 국제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규모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상대적인 기저효과 영향이 크고 소비 부문은 여전히 부진하다. 마스크와 사회적거리두기로 겨우 버텨온 K방역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최근 25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프라 계획을 발표하고 삼성전자까지 초청해 반도체·전기차 산업 육성 등 자국의 경쟁력 강화에 몰입하고 있다. 우리는 LH 파문이나 코로나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나라밖 사정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지난 3일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한미일 안보실장,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세계지도에는 잘 보이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미국의 최신 ‘2020 인권보고서’는 한국의 부패·성추행과 관련한 인물들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고, 대북전단금지법도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못박았다. 여기에다 북한은 핵무력화 목표에 어느정도 도달한 여세를 몰아 올해부터 내부 정비와 함께 자력갱생을 향한 5개년 경제계획을 가동했다. 특히 미-중 사이에 틈새가 크게 벌어지면서 중국과의 관계에 다시 숨통이 트인 북한은 다양한 카드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은 안팎의 소용돌이에 상식과 가치, 구심점과 지향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젊은이도 국민들도 방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5년마다 반복되는 레임덕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매번 반사이익으로 여야가 전리품을 번갈아 챙기는 선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제에 맞선 독립항쟁, 6.25전쟁 이후 잘살아보세, 그리고 민주화운동과 촛불, 지금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있다면 누가 그 길을 끌고 갈 것인가.
일곱 번 본 영화가 있다. ‘인생은 짧고 볼 영화는 넘쳐난다’고 생각하는 내겐 이례적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개봉된 1962년 미국의 줄스 다신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페드라(Phaedra)다. 라디오 심야방송을 즐기던 청소년 시절, 배경음악으로 처음 만났던 페드라는 강렬했다. DJ는 ‘남주인공이 사랑이 추락하자 인생도 추락하는 장면의 음악’이라고 소개했는데 바하의 파이프 오르간 음악 ‘토카타와 푸가’가 흐르는 가운데 절규에 가까운 독백이 나온다. (너무 많이 들어서 외워버렸다. 물론 영어다) ‘가자, 달리자! 바하의 음악을 들으며 추방되는 것도 영광이지 오, 세바스챤 바흐! 라라라~~ 굿 바이, 페드라, 그녀는 날 사랑했어. 죽고 싶어. 이제 스물 네 살, 라라라~’ 대학을 졸업하고 몇 해 뒤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재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첫날 첫회..
예수를 골고다 언덕에 끌고 가서 처형한 십자가는 예수에게만 적용된 특별한 방식이 아니었다. 기원전 71년, 로마에서 카푸아로 이어지는 아피아 가도(街道)에는 십자가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장장 2백 킬로미터다. 그 길 위의 십자가 행렬은 죽은 자들에 대한 기념비가 아니라 노예반란의 처형 현장이었다. 그렇게 못박혀 죽은 이들은 무려 6천여명이었다. 기원전 73년부터 2년간 벌어진 내전에 가까운 노예 봉기는 “스파르타쿠스”라는 인물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로마에 살고 있는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노예였으니 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로마 지배층으로서는 사생결단의 사태였다. - 아피아 가도의 비극 훗날 케이사르와 함께 제1차 3두 체제를 이루었던 크라수스 그리고 폼페이우스가 이 노예반란 진압에 마침내 성공한다. 이들이 집행한 십자가 처형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향한 경기도체육회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는 도체육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원성 회장의 1인 시위가 경기도의회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도와 도의회를 규탄한 뒤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앞으로 조례의결 무효확인 소송 등 행정소송과 대토론회,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항변했다.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회장을 민선으로 선출했고, 지방체육회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정 법인화를 앞둔 시점에서 경기도의회가 일방적으로 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배치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라는 것이다.(본보 1일자 1면..
연꽃은 나흘만 핀다. 피는데 하루, 지는데 하루, 활짝 핀 연꽃이 세상과 만나는 시간은 이틀뿐이다. 개중에는 하루만 피는 연꽃도 있다. 새벽처럼 꽃잎을 열어서, 아침이면 활짝 피었다가, 해가 기울기도 전에 꽃잎을 닫는다. 노랑어리연꽃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연꽃은 사는 곳을 가리지 않는다. 진창이든 흙탕이든 기꺼이 뿌리를 내린다. 뿌리 내린 연꽃은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주변을 정화한다. 어둠을 밀어내고 빛으로 피어나는 꽃 그것이 연꽃이다. 여기, 연꽃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별을 보며 하루를 열었다가 달을 등지고 하루를 닫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이든 대학이든 지하철이든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당연히 피는 꽃이 있다. 백화점이든 지하상가든 공공기관이든 어디든, 사람이 꼬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이 있다. 먹고 마시고 쓰고 버려지는 아수라장에서 멸시와 천대를 쓸어 담아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들이 있다. 우리는 그 연꽃을 ‘청소노동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참 우습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면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차로 우려 마시면서, 수술실에서 나온 피와 고름을 치우는 사람들은 더럽다고 한다. 흙탕물에 핀 연꽃 이파리에는 밥을 싸 먹으면서, 공중화장실의 변기를 청소하는 사람들은 냄새난다고 한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은, 똥과 오줌을 싸고 지리는 사람일까, 대신해서 닦고 치워주는 사람일까. 연못에 핀 연꽃은 영롱하지만 세상에 핀 연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흙탕물 바닥에 뿌리내린 연꽃처럼 청소노동자들은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에 뿌리를 내린다. 중환자실 옆 계단 밑에 커튼을 치고 들어앉았거나, 화장실 비품창고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서, 쉬고 먹고 옷을 갈아입는다. 승객용 대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되고, 큰 손님이라도 방문할 때는 죽은 듯이 숨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는 투명인간이다.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 가운데 열에 여덟은 여성 청소노동자다. 그들 가운데 일곱은 비정규직이고 평균 월급은 117만원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내이고 엄마인 그들이 도시가 싸지른 쓰레기를 치운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지린내 나는 변기를 손으로 닦는다. 힐끔거리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사내들 틈에서 투명인간이 되어 청소를 한다. 지하철역에서 버스터미널에서, 남자화장실이 있는 온갖 빌딩에서, 수치와 치욕을 삼키며 변기를 닦는다. 연꽃은 나흘만 핀다. 피는데 하루, 지는데 하루, 활짝 핀 연꽃이 세상과 만나는 시간은 이틀뿐이다. 청소노동자들의 목숨도 다르지 않다. 최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갑질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한 게 해고 사유였다. 건물에서 쫓겨날 때, 관리자들은 “늙은 년들이 노조는 무슨”,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며 밀어냈다. 참으로 무식한 말이다. 그녀들은 이년, 저년이 아니라 LG트윈타워를 정화(淨化)시켜온 거룩한 연(蓮)이다.
일본의 의도된 교과서 역사 왜곡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교과서에도 한국 관련 역사 오류와 왜곡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VANK)는 2021년 발행된 미국의 AP(대학조기 이수 과정) 교과서 등에 실린 한국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그런데 유명 출판사 맥그로 힐에서 발행한 'AP 교재 2021년 판' 지도 335쪽에 고구려가 중국 한(漢) 왕조(BC206∼AD220)의 영토에 포함돼 있다. 또 이 교재는 신라가 당의 속국이었으며 668년에 당이 철수하면서 신라가 한국을 통일시켰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 배런스의 AP 교재도 마찬가지다. 95쪽과 432쪽 지도에서도 고려 전체를 몽골 영토에 포함시키고 고려의 이름도 표기하지 않았다. 또 152쪽 지도에서는 중국 청(淸) 왕조를 소개하면서 조선(朝鮮) 전체를 청 왕조의 영토로 색칠했다. AP 과목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명문대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우리 역사가 미국 교과서에도 이렇게 잘못 기술돼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교과서에 독도영유권 주장을 대폭 확대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다. 학생들이 배울 30종의 교과서 대부분에 독도를 ‘일본 고유영토’라고 표기하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들어간 교과서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위안부 문제는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고 대부분 ‘위안부가 있었다’는 마지못해 서술하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동북공정으로 자국에 맞춰 역사를 수정해온 중국에서는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이 김치에 이어 최근 삼계탕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크는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에 미국의 AP교과서 내용을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는 청원 운동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미국 AP 교재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가 함께 기술됐다. 그동안 일본해만 단독 표기됐는데 미국을 상대로 반크 등 시민 단체들이 노력해 거둔 결실이다. 하지만 민간 교과서나 지방정부와 달리 미국 중앙 정부는 여전히 우리보다 일본쪽 입장에 우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성명에서 '동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일본 정부의 반발로 다음 날 바로 '일본해'로 정정했다. 역사는 국가의 뿌리로 정신적 주권 영역이다. 문화적 충돌로 드러나는 오늘의 한반도 지형은 국력·외교의 축소판이다. 외교와 시민단체의 국제여론전 등은 중요하고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외교전은 국력에 비례하며 국력의 총합에는 국민의 단합된 힘이 절대 중요하다. 최근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민 10명 중 9명 정도가 현재 우리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자기와 같은 편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82.5%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1997년 금모으기 운동’ ‘월드컵의 오 필승 코리아’로 복원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