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정신적일수록 우리는 더욱 더 불멸을 믿게 된다. 우리의 본성이 동물과 같은 성질에서 멀어짐에 따라 불멸에 대한 의심은 점점 사라져간다. (마르티노) 내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내세를 믿는 근거는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신의 존재와 나의 불멸이 의심할 나위 없는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다만 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과 내가 불멸한다는 것을 도덕적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것은 곧 신과 내세에 대한 믿음이 나에게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내 본성과 굳게 맺어져 있음을 뜻한다. (칸트)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 알고 있는 것의 전부는, 내가 아직 본 일이 없는 것, 모르는 것을 믿으라고 나에게 가르친다. (에머슨) 이 세상에서의 우..
4.7 재·보궐선거는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여권심판론이 대세를 갈랐다. 승자와 패자가 모두 국민의 선택에 ‘겸손’과 ‘경외감’을 표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씁쓸하고 허전하다. 성추행으로 시작돼 진흙탕으로 끝난 싸움에 국민들의 공간은 아예 없었다. 역대 선거의 과정과 끝난 이후를 보면 국민으로서는 흑역사다. 5년마다 4년마다 국민의 혈세 꼬박꼬박 받아가고, 그것도 모자라 온갖 ‘갑’ 행세를 하다가 선거 전후해서 잠시 대국민 립서비스를 한다. 이번 선거 이후는 다른 모습이길 기대한다. 이제 대한민국과 정치권은 어쩔 수 없이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국면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것이다. 11개월 남았다. 이번 재보선은 강요된 정당 투표였다. 정책이나 인물론은 실종됐었다. 앞으로는 정치권이나 후보자, 국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당이나 이념,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인물과 정책, 미래비전 등 원칙에 충실한 상품을 내놓고 거기에 합당한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는 선거가 돼야 한다. 선거구도가 적폐니 심판론 등 과거를 가르키면 미래를 열 수 없다. 군부정권이 끝난 1993년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심판론 중심의 권력교체가 대한민국에 어떤 미래를 가져왔는가. 앞으로 11개월이면 정당이나 국민이 인물이나 정책을 탐색하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당이 제대로 상품(후보)이 나오도록 품질관리(경선)를 잘해야 한다. 특히 경선 과정에 당선 가능성 못지않게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걸러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난 2007년 대선(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이 재현되며 정책 대결은 물건너간다. 그래서 본선에서는 후보자간 정책대결을 벌이는 진짜 자질 검증을 하자. LH사태, 공직자 재산등록 등을 계기로 국민들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도자나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몰고오는 파괴력이 어떤 것인지, 왜 부동산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지 말이다. 총선 공천·인사 검증 부실이 빚어낸 말 그대로 인재의 연속이었다. 출사표를 던지려는 대선 주자들도 당원이나 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말하기 전에 자신과 가족의 도덕성을 스스로 점검해보기 바란다. 집안 문제, 처가의 일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려면 불출마를 간곡히 요청한다. 흠결이 있더라도 정당 공천받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역사와 국민앞에 반복되는 죄를 짓지 말기를 바란다. 여야 정치권에도 촉구한다. 대선 승리위해 체제 정비, 대통합 논의에 앞서 10년 가까이 묶여있는 ‘이해충돌방지법’부터 처리해 재보선 민심에 응답하라. 국민들은 특히 이번에 표를 몰아준 야당을 주시할 것이다. 올 9월 퇴임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는 16년이라는 최장수 기록을 앞두고도 지난 연말 70%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총명하면서도 평범함과 소탈, 엄마같은 리더십’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LH발 포연을 뚫고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정책과 실력에 앞서 대한민국을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재무장시키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수신제가’형 지도자가 출현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요청이다.
1. 기적은 없었다. 충격적인 것은 단순히 패배의 외형이 아니라 내용이다. 부산 시장선거의 경우는 거의 더블 스코어로 졌다. 이번 선거는 극우정당의 대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대 패배인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바 MB의 정통 후계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정부와 민주당이 싫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나온 사람들은 반대정당에 몰표를 던졌다. 탐욕이 승리한 선거라고 평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는 언론과 검찰이 문제라고까지 말한다.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시각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과 청와대에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 실망하고 분노한 철저한 응징 투표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적 거부에는 백약..
그해 겨울은 모질게 추웠다. 물어물어 겨우 찾아간 여수 돌산대교에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칼바람을 맞으며 이젠 더 이상 우리 관계에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해가 저무는 돌산대교에서 오랜 인연을 이어오던 연인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수배생활이 4년차에 접어드는 시절이었다. 그 겨울이 지나고 몇 달 후 나는 전해 들었다. 그녀는 나랑 헤어지자 말자 처음 맞선을 본 남자와 한 달 만에 결혼해버렸다는 사실을.. 나에겐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았다. 당시의 나는 사람 마음이 변했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그녀가 떠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음을.. 희망이 없으면 흔들림이 당연한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시간이 흘려 YS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신분정..
오 하느님 나이는 먹었어도 늙은 아이에 불과합니다 햇살은 발끝에 기울었는데 내 몸이나 구하자 하고 굽은 마음 어쩌지 못해 얼굴을 숨기기도 합니다 몸 안에 가득 들여놓은 꽃은 붉은 조화 나부랭이였습니다 어찌 고요를 보았다 하겠습니까 ▶약력 ▶청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현대문학](1964)으로 등단. ▶시집 [떠돌이 별] [사랑굿] 1·2·3 [멀고 먼 길] 외 6권. ▶수필집 [하얀물감] [그대 하늘에 달로 뜨리라] [생의 빛 한줄기 찾으려고] [함께 아파하고 더불어 사랑하며]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유심작품상, 공초문학상 수상.
걸어야 할 운명의 길 같이 아침에도 산길을 걸었다. 갑자기 칸트의 산책에 따른 생각이 떠올랐다. 칸트는 일어나서 홍차 두 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산책길에 나섰다고 한다. 동네 사람은 산책길의 칸트를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 그만큼 그는 정확히 그 길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돌아와서는 달력의 여백에 그날 산책길에서 전날과 달라진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적어두었다. 칸트는 아침밥은 간단하지만, 저녁밥은 자신이 직접 요리하여 네댓 시간 동안이나 즐겼다. 그의 요리는 그 시절 그 시기에 가장 알맞은 음식을 먹는 것이 큰 낙이었다고 한다. 나이가 불어날수록 세월의 유속은 불자동차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봄에 새순의 차를 달여 마시면 마음 가벼워지고 두 겨드랑이 밑에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 한 해가 지나가고 내일모레면 차나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심설당) 도입부에 나오는 이 문장은 아름다워서 책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 시대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를 역사적 실존의 문제가 아닌 인문적 상상력의 문제로 보면 쉽게 와 닿는다. 별빛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지식인들이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가 있었다. 몇 년 전 작고한 전 한양대 리영희 교수는 그런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책과 칼럼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 빽빽하게 차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송전탑에서 생기는 극저주파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했다. 각종 암과 백혈병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에게 백혈병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수원시의회 윤경선 의원(진보당, 금곡·입북동)이 지난해 12월 18일 본회의에서 입북초등학교 주변 고압송전탑의 지중화를 촉구했다. 윤의원은 “극저주파 전자파에 관한 역학 연구에 의하면, 다른 지역의 어린이에 비해 고압전선 주변에 거주하는 어린이에게 백혈병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극저주파 및 고주파 전자파를 사람에게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B)로 정의하고 어린이에게 가능한 한 노출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에 있는 입북초등학교는 3면을 고압선이 에워싸고 있다. 가장 가까운 송전탑은 불과 약 120m거리에, 다른 송전탑들도 각각 약 180m, 210m에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는 변전소까지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15만4천V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은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스파크 튀는 소리로 요란하다고 한다. 그 고압선 아래로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이들 뿐 아니라 주민들도 그 아래를 지나다닌다. 이에 입북동 주민들은 입북초등학교 옆과 마을을 지나는 대형송전탑 지중화를 촉구하고 있다. 입북동 송전탑 지중화 추진 주민모임은 지난달 31일엔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송전탑이 입북동 주민들의 안전위협, 환경파괴, 발전저해의 주범”이라며 수원시는 지중화 예산을 당장 세우고, 한전 경기지역본부를 설득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입북동 주민 서명운동 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수원시와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 통보했다. 지중화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알려진 바로는 입북동 송전탑 지중화에 500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수원시와 한전이 절반 씩 부담해야 하는데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 특히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문제다. 입북동 주민들은 아이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걱정돼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단다. 아울러 송전탑으로 인해 입북동과 인근 지역의 토지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윤의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입북동이 변화해야 수원시 전체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고, 향후 사이언스파크가 잘 조성되기 위해서라도 송전탑은 시급히 지중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송전탑·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가 국제·국내 기준치를 밑돌아 인체에 가해지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극저주파 기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며 건강취약집단 거주지·학교 인근은 국제 기준보다 노출기준을 엄격히 두는 나라도 있다고 반박한다. 휴대폰의 전자파 정도로도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2019년 서울시는 노원구의 어린이 공원과 아파트 인근의 송전탑을 지중화하기로 협약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시와 한전은 하루빨리 초등학교 옆 송전탑을 지중화하기 바란다.
내가 외운 최초의 한시(漢詩)는 '대장부가'(大丈夫歌)다. 복학하여 '맹자 원전강독'을 들었는데 이 시가 너무 좋았다. 중국에는 수교 초부터 드나들었다. 현지 파트너들과 만찬을 할 때면 매번 통역사인 친구가 여급에게 백지와 펜을 부탁한다. 취기가 오른 나는 과장된 폼을 잡고 이 위대한 시를 내려 쓰곤 했다. 그러면 모두 놀란다. 한번은 그 덕분에 큰 계약을 쉽게 한 적도 있다. 중국측 대표가 맹씨였다. 그에게 이 시를 써주었다. '非常棒(비상봉)!'은 그의 칭찬. '엄청난 인물'이란다. 大丈夫歌(대장부가) 대장부의 노래 居天下之廣居(거천하지광거) 거하되 천하에서 가장 넓게 자리 잡으라 立天下之正位(입천하지정위) 서되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자세를 취하라 行天下之大道(행천하지대도) 행하되 천하에서 가장 거침 없이 나아가라 得志 與民由之(득지여민유지) 뜻..
지난 2021년 3월 14일 제 63번째를 맞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원래 1월 31일로 예정되어있었지만, LA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다소 미뤄져 치뤄진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Recording Academy)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 시상식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나 ‘최고 신인상’ 그리고 ‘각 장르의 최우수상’ 등의 주요 부문 외에도 83개의 부문에 걸쳐 시상했다. 63년 시간이 쌓아 올린 전통 속에는 그래미 어워드의 무게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그 선정 과정에서의 기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미는 시청자와 팬의 투표가 아닌 뮤지션, 음반산업 관계자 및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