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 한 하루가 지나간다 ▲약력 ▲시집 《열애》 《종이》 등이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5·18 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았다. 혼자만의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나아간 숭고한 뜻과 희생들이 오늘의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일궈냈다. 아직 그날의 진실과 치유를 향해 내딛어야 할 걸음이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럴 역량이 축적돼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가 41년전 우리의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다. 지난 2월1일 군 쿠데타가 발생해 100여일이 넘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反) 군부 연대를 공식화하면서 대량학살 등 내전 양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민주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괴한에 의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로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실효성있는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
올해는 1991년 5월 투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역사를 기억하고, 또 그 의미를 올바로 의식하고 있을까? 대체로 4050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의식하고 있을까? 1987년 6월 항쟁과 대비해 성과 없이 패배한 투쟁으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마도 아픈 기억으로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4050세대는 당시 투쟁의 현장에 있었다. 40대는 대학생이었다. 1991년 4월 26일 시위 현장에서 명지대 1학년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으로 불리던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사망한 이후 시민사회는 ‘노태우정권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여 ‘공안통치 분쇄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해 투쟁에 나섰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서 쟁취한 직선제 개헌에 따라 출범한 정부를 부정하면서 민주정부 수립을..
올더스 헉슬리가 소설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것이 1932년이었다. 90여 년이 지났지만, 이 소설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 문명의 발달이 과연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발표한 것은 1949년이었다. 70년이 더 지났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이 던진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공포와 증오,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울 수는 없어요. 그런 문명은 유지되지 못해요.’ 이 소설들을 포함한 많은 소설이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사회를 다루었고, 더러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소설가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최근 발간된 김강의 흥미로운 소설집 《소비노동조합》의 시대적 배경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지 이미 30년이 지난 2069년이다. 만 18세가 되는 순간부터 누구나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어릴 적에는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케이크를 준비해서 파티를 했다. 반 회장을 주축으로 모여서 칠판에 풍선을 붙이고 분필로 편지를 썼다. 선생님에게 진짜 감사를 표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파티를 열어 합법적으로 수업을 빼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요즘은 김영란법이 생겨서 이런 식의 파티는 거의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파티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교사들은 오히려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작년 스승의 날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으니 정말 아무 일이 없었고 올해엔 학생 몇 명이 꽃과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는 받고 꽃은 사진을 찍고 돌려보내면서 사진으로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이 아쉬워했지만 편지만으로 충분하다고 거듭 말했다. 교장선생님이 전체 교사들에게..
1. 매회 챙겨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위에서 하도 재미있다 해서 가끔 시청했다. 사필귀정, 거악응징 드라마의 쌍두마차 《빈센조》와 《모범택시》 말이다. 전자는 노골적 B급 정서를 지향하는 블랙코미디. 황당한 스토리 전개가 가관이다. 난데없이 (한국 혈통) 이태리 본토 마피아 변호사가 등장한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 양쪽에서 줄줄이 사람을 죽여도 수사기관은 하품만 하고 있다. 팩트 체크를 생각하면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이다. 후자는 요 몇 년 사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사건에서 주로 모티브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모 웹하드 기업 회장의 엽기잔혹 스토리 같은. 상대적으로 좀 더 사실적인 설정인 셈이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인물 설정, 미장센, 대사에서 모두 노이즈가 강하다는 거다. 특히 《모범택시》는 등장인물 모두가 시작부터 끝까지 그저 빽빽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다. 늦은 밤에 보고 나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다. 잔인한 장면 기준으로는 《빈센조》가 한 수 위다. 특히 최종회에 등장하는 ‘참회의 창’인가 뭔가 하는 살인도구는 (끔찍을 넘어) 참신하다 싶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2. 사회학자 겸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어떤 대상을 상대로 복제된 물건이 원본보다 더 현실 같은 경우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을 대체해버린다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창조된 가공의 이미지를 사람들이 현실처럼 받아들이는 게다. 이것이 바로 시뮬라크르(Simulacres)다. 예를 들어 1955년부터 캘리포니아 에너하임에서 문을 연 《디즈니랜드》가 그렇다. 월트 디즈니가 창조한 이 초대형 놀이공원에서는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가 입장객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사람이 분장한 실물 크기의 캐릭터일 뿐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특히 어린이들은) 그곳에서 만나는 미키마우스를 마치 살아있는 존재인 양 착각한다.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 속에서 고스란히 관철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심지어 미국이란 나라 전체를 ‘거대한 디즈니랜드’라고까지 부른다. 주류 기득권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문화적 환상(illusion)이 구조적 불평등을 대체하고 은폐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온갖 해프닝을 벌이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외쳤던 슬로건이 무엇인가. “위대한 미국”이다. 극단적 빈부격차, 인종차별, 총기문제, 의료보험 문제 등 온갖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미국이 과연 그렇게 위대한가? 3. 영화 역사상 시뮬라크르가 가장 선명하게 실현된 것은 1999년에 개봉된 《매트릭스》다. 이 영화를 제작, 감독한 워쇼스키(Wachowski) 형제가 보드리야르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았지는 영화 그 자체가 증명한다. 스토리 전개의 초입부에 주인공 ‘네오’가 해킹된 하드디스크를 악당들에게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카메라가 물건을 숨겨놓은 책 표지를 비추는데, 그 책의 이름이 바로 (보들리야르가 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현실 속 인간은 그저 인공지능 기계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체 배터리로 사육될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피사육(被飼育) 인간’의 두뇌 속에 심겨진 디지털 가상현실 즉 ‘매트릭스’를 실제 세상이라 여긴다. 기계가 창조한 환상의 세상에서 행복을 만끽하며 비루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처럼 현실을 대체하는 환상이 의도하든 않든 간에 세상의 질곡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의식을 거세시킨다고 갈파한다. 뒤통수에 전극이 꽂힌 채, 자그마한 강철 사육통 안에서 평생을 잠이 들어 살아가는 영화 속 인간들처럼. 4. 이 지점이야말로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빈센조》와 《모범택시》 같은 히어로 드라마들이 폭발적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미증유의 통제와 생존위기, 거기에다 언덕 아래로 바위가 구르듯 뒤숭숭한 정치상황까지. 뭔가 사람들 마음이 불안하고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언필칭 촛불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의 나팔소리가 하늘높이 솟구쳐도 강자의 이익이 철저히 관철되는 경제법칙은 변함이 없다. 정글 같은 경쟁사회의 본질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혈로가 차단된 느낌이랄까 명치에 무지근한 덩어리가 얹힌 듯 하달까 그런 심정인 게다. 이럴 때 톡 쏘는 탄산음료 같은 가상현실이 대중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것이다.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도 인식한다. 저런 쾌도난마와 권선징악이 실제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어차피 저것은 만화 같은 설정이라는 것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환상에 끌리는 것이 대중심리다. 드라마가 상영되는 50분 간 만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먹에는 더 큰 주먹으로 응징하고, 교활하고 악한 놈은 더 큰 교활과 폭력으로 뭉개버리는 모습에 코끝 쩌릿한 대리만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5. 그러나 분명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처럼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억눌린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사회는 불온한 사회라는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운 여름날 탄산음료가 잠시 갈증을 없앨 수는 있어도 금방 다시 목이 말라오는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조금은 다른 곳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빈센조》나 《모범택시》 같은 환타지가 아니라 진짜 현실 속에서 초일급 악당들이 모조리 (설렁설렁 말고) 뼈 속까지 죗값 치르는 세상 말이다. 만인에게 공평한 법과 제도가 생생하게 작동하는 곳.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 그리고 그것을 배태한 구조적 거악이 무 베듯 잘려나가는 사회. 사람들은 하루빨리 그런 통쾌한 세상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지난달 이 회장 컬렉션 2만3000여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기증 작품 중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이상범, 나혜석, 변관식, 장욱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국내 화가들과 모네·르누아르·피카소·달리·샤갈·미로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수두룩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기증받은 미술품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전국 지방정부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열기가 뜨겁다. 경기도내에서는 수원시와 용인시, 평택시, 안산시가 나섰다. 수원시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본사 주소지가 있는 곳이며 장안구 이목동엔 이 회장이 묻힌 삼성가..
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May Day. 저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기념일은 아닙니다.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요구를 쟁취하려 했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하루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일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내릴 수 없다. 정치, 사회적으로 양분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질문에 대한 답도 정치, 사회적 분쟁으로 결말이 난다. 자본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저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의 증진은 노동생산력의 개선으로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즉,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 할..
우리의 영혼에는 신성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깨달음은 나에게 믿음과 용기와 희망을 준다. 영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영혼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무서워하고 싶은 자는 무서워하라. 영혼은 자기 본원의 나라에 살며 공간을 초월하고 시간을 초월한다. (에머슨) 신은 모든 사람들 속에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신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사람들의 고뇌의 원인이 있다. 불이 없으면 등잔을 켤 수 없듯 신 없이 인간은 살 수 없다. (바라문의 가르침)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다. 창조도 파괴도 내 생각에 따라 일어난다. 세상은 다만 껍데기일 뿐이고 그 핵심은 바로 나다. 그런 내가 티끌이 티끌로 돌아가는 것을 어찌 두려워할 필요가 있으랴. 나는 티끌이 아니다. 그러니 신에게 복종하며 편안하게 이 세상에서 살라. (페르시아 금언)..
최근 중국이 지난해 인구가 전년에 비해 1200만명 늘어난 14억1178만명으로 세계 최대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신생아수는 18%나 줄고 합계출산율도 1.3명으로 떨어졌다. 이르면 2022년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돼 2023년에는 인도(출산율 2.3명)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고령화)는 아직 기술보다는 노동력에 의존하면서 세계속으로 굴기하려는 중국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면 그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구 감소를 꼽을 정도다. 국민의 평균연령이 낮은 젊은 나라일수록 생산과 소비, 투자가 왕성한 조화를 이루며 GDP경제성장을 견인한다. 량젠장(梁建章) 베이징대 교수는 “신생아 1인당 100만 위안(약 1억7500만 원)을 지급하자”는 제안까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