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병제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선 도전에 나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모병제를 제안했다. 현행 징병제를 지원자 중심의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돼온 민감한 이슈다. 이와함께 정치권에서 남녀평등복무제 신설, 군 가산점 부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행하는 《군사균형 2019~2021》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징병제보다 모병제 국가가 많지만 상비군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징병제 채택율이 조금 더 높다. 우리의 현역 군인은 55만명으로 세계 8위다. 그러나 0점대의 세계 최저 출산율인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병력구조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병력 문제는 앞으로 국가지도자가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중대 사안인 만큼 대선을 앞둔 이번 기회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섰으면 한다. 우선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이 ‘사회 정의’의 문제다. 모병제를 할 경우 소위 가난한 집 자녀나 저학력자 위주로 군대를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의 가치는 사회문화·정서적 문제와 함께 두 번째로 관건인 예산과 직결돼 있다. 소위 ‘흙수저만 군대가느냐’에 대한 불공정, 사회적 위화감 등을 해소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 군 복무자는 학·경력 단절로 인한 생애 기대소득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것을 그나마 최소화하려면 상응하는 경제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가 막대한 재원 마련(예를들면 비복무자에 대해 일정기간 모병세 부과 등)에 합의해야 한다. 또 군 제대후 취업 등에서 가산점제나 세심한 보완책 등이 필요하다. 셋째 군대의 규모다. 첨단무기가 병력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산악지대가 많고 북한의 상비 병력만 120만명에 이르는 등 특수한 상황이다. 모병제인 독일도 최근 병력을 늘리려는 추세이고 미국의 아프간 전투 등에서 보듯 지상 병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우리의 경우 예산 문제도 있지만 병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현실도 못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드러난 각종 부정적 병역 문화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폐쇄적인 상하관계, 군내 성 추행, 열악한 복무여건 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 인구감소로 인한 병력자원난은 현존하는 위협이다. 그런데 모병제는 공정과 재원의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 성장을 견인할 우리 젊은세대는 군복무로 인한 학·경력 단절로 세계화 경쟁에서 열악하다. 한편에서 기술혁명으로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또 일본 등 해외사례를 보면 모병제에서도 목표한 병력 확보는 쉽지 않다. 징병제든 모병제든 혼합형이든 궁극적으로 군 지원자가 일정수준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모병제 아래서 대기업 초봉 수준의 월급 때문에 군대를 갈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제대후 비복무자와의 사회적 간극은 어떻게 메우나. 당장의 선거를 의식한 단발성 ‘표’플리즘 정책은 안된다. 병력구조 개편이 국방 차원을 넘어 ‘영끌’ 세대의 눈높이인 ‘학업·취업·승진·결혼’ 등과 연계되도록 입체적으로 논의·설계해야 한다.
겸양은 자기만족에 빠진 오만한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사람들 사이의 평화는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다.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장애는 오만이다. 오직 겸양만이 - 모욕을 참고 매도를 견디고 오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각오만이 -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관계 속에, 또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이 우리를 질책하고 비난할 때 결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비난 속에 어떤 근거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흄) 만약 네가 지난 날 성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성현이 산 것처럼 살지 않아서, 자신이 성현의 명예를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자존심에 고통을 느낀다면, 그런 것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네가 성현으로서의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또 만일 지금 당장 네 양심이 요구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오만은 오만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른 모든 죄악도 옹호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비난을 싫어하고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이며, 죄악을 숨기고 그것을 정당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겸허하게 하는 죄의식은 그의 오만을 부추기는 선한 일보다 더 유익하다. (박스터) 자신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라. 그러면 너희에게는 적이 없을 것이다. (중국 금언)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굴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굴욕은 겸허와 결합된 온갖 정신적 행복에 의해 몇 갑절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다. 손을 넣어 대지의 가슴을 만져보십시오,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것 같았지만 아닙니다. 그 얼음으로 인해 이제 우리의 보습(補習)을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부드럽고 겸손해졌습니다. 이 시대가 제 할 사명을 사나운 겨울같이 다하고 북극으로 쫓겨갈 때 그 땅은 우리의 번쩍이는 보습을 받아들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씨ᄋᆞᆯ이지만 또 보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가슴을 우리 손으로 갈아엎고 우리의 씨ᄋᆞᆯ, 하늘에서 받은 씨ᄋᆞᆯ을 또 우리 손으로 심는 것입니다. (함석헌)/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신입생 충원이 안 된다는 것. 13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위기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현실화 될 것이라는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여 교육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재정 지원을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되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대학은 폐교시키기로 했다. 교수노조와 대학노조 등 7개 관련단체들은 이에 대해 5월 24일 기자회견에서, 대학에 대한 정부 교육 재정의 대폭 확충 및 뒷받침과 대학운영자금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 위기가 오래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교육체제를 바꾸는 기회일 수 있다”며 “고등교육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중장기 실질 대책을 마련할 것..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 순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연도를 2050년으로 선언했다. 현재 세계 9등의 탄소배출국가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2050 탄소중립목표는 향후 30년 동안 우리정부와 산업, 국민에게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체제전환의 고통과 비용을 치르게 할 전망이다. 그나마도 막대한 지원예산으로 기업과 개인의 유인구조와 행동패턴을 바꿔내고 교육으로 개인의 각성과 실천을 끌어올려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 이행과 생태문명 전환에서 정치와 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는 한 번도 본격적인 정치의제나 교육의제로 부상하지 못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는 물론이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총선도 거짓말처럼 기후위기 의제를 비켜갔다. 교육도 아직까지 경..
지난달 31일자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경기도-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크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찬반 논의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 이전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의료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권씨 사건이 일어난 병원의 원장은 수술실에서 환자의 뼈만 절개하고, 계속 다른 수술실을 옮겨 다니며 뼈를 절개했다. 그 뒤를 이어받아 20대 유령 의사가 나머지 수술을 했다. 환자의 과다 출혈 조짐이 나타났지만 당시 의사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간호조무사가 혼자 지혈했다. 군 전역 후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안면부위 윤곽을 다듬고자했던 25살 청년은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원에 CCTV를 도입했다.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수원 등 도내 경기도의료원 전체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완료했다. 이어 민간병원에도 병원 당 3천만 원의 수술실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김남국, 안규백 의원안)도 다시 발의됐다. 그러나 의협 등 의료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자리에서 “수술실 CCTV 설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의사들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 느낀다”면서도 “CCTV 설치는 행정편의주의” “의사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게 된다” “진료가 위축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의무 설치를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본보 보도(6월 3일자 1면)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운영을 이미 시작한 민간병원의 현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 소재 ‘국민병원’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병원 내 모든 수술실(3곳)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수술 가운데 약 80%는 환자의 개인정보 동의를 한 뒤 수술실 CCTV를 사용했다고 한다. 의사들도 ‘진료위축’ 등 우려할만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수술실 CCTV를 설치한 후 진료가 위축되는 일은 전혀 없었고, 인권과 사생활 침해도 일어난 일도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철저하게 관리만 된다면 내시경실, 회복실 등 병원 여러 분야에 더 많은 CCTV가 설치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료계 인사들은 최상욱 원장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차량 블랙박스나 엘리베이터 CCTV가 당연한 것처럼 수술실 CCTV도 별 다를 것 없다” “오히려 더 여러 분야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최원장의 말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같다. CCTV가 없는 타 병원과 비교했을 때 CCTV가 설치된 국민병원에 더 많은 신뢰가 간다는 환자들의 말을 의료계가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 더 많은 ‘국민병원’이 나타나면 좋겠다.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2주가 지나도록 북한은 공식적인 반응이 없이 조선중앙통신에 지난달 31일 김명철이라는 국제문제평론가 개인필명의 논평으로 한미미사일지침종료 합의를 미국측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측의 ‘눈치 보는 행태’에 대한 비난도 함께 하였다. 개인 필명의 논평이지만 행간을 잘 읽고, 당국차원의 공식 논평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을 잘 해석하여 대처한다면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내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정상궤도에 오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미정상회담의 대북정책 관련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속내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선 ‘4·27판문점 공동선언과 6·12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 기초한 대북정책 추진’을 내심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
요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이준석 돌풍” 때문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치 후원금도 이준석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돌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이준석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이준석 돌풍”의 원인을 보자면 이렇다. 많은 중도층 유권자들, 그중 특히 비교적 젊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현재의 정치판에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데, 그런 희망이 이준석 돌풍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준석에 의한 돌풍이라기보다는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돌풍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이런 바람이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에 투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 이유는 이렇게 추론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강성 친문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영길 대표가 부동..
형은 정의당을, 나는 민주당을 찍었습니다. 촛불 혁명 이후 말입니다. 형과 나는 동시에 낙망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맘 둘 정당이 없다고 씁쓸해했습니다. 형은 정의당이 대학 동아리보다 못하다고 혀를 끌끌 찼고, 나는 민주당이 무능력한데다 새로움이 없다고 분개했습니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실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는 비판했습니다. 그 말에 따르면 정치는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허망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무한 시장 경쟁주의인 신자유주의를 있는 그대로 본 노 전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권력은 과연 시장으로 넘어갔을까요? 정치는 하위범주일까요? 정치는 경제를 변화시킬 수 없는 걸까요? 전 세계적 현상인 살인적 경제 양극화는 조금이라도 좁힐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일까요..
경찰이 지난달 3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비리 의혹 수사 중 성남 수진·신흥 재개발 지구 일대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관련 사전정보취득·토지매입 소식은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기 관련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솜방망이 처벌만 했다. 지난 3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2020년 12월 LH 감사결과 처분보고서 및 관련자료’에 따르면 LH는 2018년 고양·원흥지구 개발도면을 유출한 직원..
찹쌀 순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함경도 아바이 순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현재 북쪽에는 함경도 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바이 순대’는 없다. 다만 육류와 어류로 만든 돼지순대와 명태순대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돼지순대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명태순대는 함경도 고향에서는 대중화된 음식이다. 남쪽에서는 1960년대 돼지고기를 수출했는데 내장은 수출할 수 없어 이때부터 순대는 일반인들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이 되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경기도 우시장이 있었던 곳에는 용인백암순대, 한약집산지인 제천에는 한방순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천안병천순대가 있다. 당면을 넣은 돼지순대가 국민음식으로 인기가 있을 때 함경도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채소를 넣어 손이 많이 가는 고급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