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것에 길들면 길들수록 우리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절제는 결코 ‘힘의 억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또 선의 정지, 사랑과 신앙의 정지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에게 자신이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정신력의 발현이다. (존 러스킨) 연기가 벌을 벌집에서 쫓아내듯 식탐은 정신적인 신의 선물과 지성을 쫓아낸다. (성 바실리)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행복이다. (메네뎀) 불나방은 제 몸이 타는 것도 모르고 불 속으로 날아든다. 또 물고기는 위험을 모르고 낚싯대 끝의 미끼를 문다. 그런데 우리 인간도 육체의 쾌락이 불행의 그물로 싸여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 바닥없는 무분별의 늪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도 속담) 우리의 욕망은 언제나 안절부절못하며 어머니에게 이것저것을 늘 조르면서 무엇을 얻어도 만족하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다.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더욱 더 귀찮게 한다. (성현의 사상) 어떤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인가? 모든 사람한테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강한 사람인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부유한 사람인가?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탈무드) 인간이 거부한 것은 그에게 고통을 주지 못한다. ‘내가’ ‘나의’라고 하는, 마음속의 오만을 이긴 자는 이미 높은 세계에 가 있다. (인도 격언) 급할수록 돌아가라. 너무 적게 먹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은 조금밖에 요구하지 않지만, 인간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좋아하는 것에서 근심이 생기고, 좋아하는 것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좋아하는 데서 벗어난 이는 슬픔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법구경) 욕망을 억제하면 할수록 인간 존엄성의 의식이 커져서 더 자유롭게 더 용감하게,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으며 마침내는 신과 인류에 봉사하게 된다. 삶은 즐거운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지요. 하지만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은 일이나 물건에 있지 않습니다. 정신에 있습니다. 정신이 빠지면 춤을 추어도 미친 짓이요. 장식을 해도 시체에 달린 부장품입니다. 옥 같은 손가락이라도 한번 내 몸에서 끊어지면 더러운 것이 되고, 꾀꼬리같은 노래라도 나를 잊게 하는 것이면 독한 주문입니다. 즐거움도 아름다움도 전체를 하나로 살리는 의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함석헌)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 청사 건립에다 직원 절반이상이 특별 공급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세청 산하인 관평원은 2005년 일찌감치 세종시 이전에서 제외됐다. 그런데도 171억원이 투입돼 완공된 건물이 지금은 유령청사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 예산을 내주는 기획재정부, 청사 이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감사 청구를 받은 감사원, 그리고 법제처, 특공 대상을 지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이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 개인 건물 하나 지으려해도 공기관의 온갖 잣대로 애를 먹어야 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무엇보다 관평원 유령청사를 둘러싸고 노출된 정부 기관의 모습은 ‘이게 나라인가’ 싶을 정도다. 관련 기관들은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공직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멀어 ‘국가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들었고, 타 기관들에 의해 어떤 제동 장치도 작동되지 않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뛰어넘는 정부 존재 이유에 대한 근간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역대 정권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공직 사회의 일탈이 얼마나 뿌리깊고 광범위한 것인지 지켜봤다. 최근 있었던 총리·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도자기 대량 반입, 외유성 가족 출장에다 관평원과 유사한 ‘세종관사 재테크’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래서 도자기 반입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공기관이나 해당 공무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관사테크는 이번 장관 후보자 한 사람만의 일탈인가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바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직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도덕성 해이는 적폐 수준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양극화를 넘어 지도층의 편법·비위·특권 등 불공정에 좌절하고 있다. 남은 임기 1년의 문재인 정부지만 이제라도 사즉생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LH발 땅 투기 수사를 포함해 관평원 조사·수사와 상응하는 책임자 처벌, 이번 기회에 ‘특공’ 전면 조사·재검토 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공직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편법·불법 소득을 종합적으로 차단·환수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자신이)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논란과 관련해 공직 후보자들의 ‘능력’을 언급했다. 어느 국가나 관료집단을 둘러싸고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그러나 그림자가 이렇게 커진다면 정권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수 있다. LH에 이은 이번 관평원 파문은 공기관에 대한 ‘정밀 건강검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식이면 내년 차기 정부의 첫 조각은 온전할 것인가. 자정능력을 잃었다면 수사 등 외부로부터 칼을 들이대야 한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재산 공개·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를 취임 6개월만에 전시작전처럼 단행했다. 대선 주자들이 관료집단에 포획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아’는 단순히 ‘내것’ 또는 ‘내 나라’가 아니다. ‘비아’인 모든 거짓과 구별되는 옳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는 그 진실을 담은 기록이 된다. 인간이 추구하는 진실한 삶의 기록만이 참된 역사가 된다는 의미이다. 단재가 망명객의 신분으로 만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만개에 이르는 고구려인들의 거대한 무덤을 찾아낸 까닭이다. 그는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많은 실증적 역사가가 되었다. 진정한 역사가가 올바른 사료를 근거로 진실한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아야 하는 이를 지칭하는 것처럼 언론인 역시 비록 작지만 당대의 살아있는 현장기록을 역사로 쓰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현장 기록 가운데 진실인 것만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오늘도 단 한사람이라도 기쁘게 해줄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니체) 선행은 우리의 의무이다. 이것을 자주 실천하면 결국 자신이 선을 베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먼저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그런 뒤에 그 사랑의 결과로서 그에게 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이웃에게 선을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그 행위가 선을 지향하는 그 행위의 결과인 인류에 대한 사랑을 네 가슴속에 일깨워줄 것이다. (칸트) 어느 누구도 선을 행하지 않는 한, 선에 대한 이념을 가질 수 없다. 또 어느 누구도 희생적으로 몇 번이고 선을 행하기 전에는 진실로 선을 사랑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끊임없이 선을 행하지 않으면 그 속에서 안정을 찾아낼 수 없다. (마르티노) 비..
‘이비’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잊어버린 말이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어른들은 ‘이비 온다’라고 했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이비는 ‘귀(耳)와 코(鼻)를 자르는 짐승’을 뜻했다. 이 짐승들이 처음 세상에 나타난 것은 임진왜란 때였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칠 전리품으로 왜군들은 조선 백성의 귀와 코를 잘랐다. 머리는 크고 무거워서 대신 자른 것이 귀와 코였다. 전리품으로 자른 귀와 코는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냈다. 조선 백성들의 잘린 귀와 코를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교토에 묻었다. 땅을 파고 매장할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위에 오륜석탑을 세웠다. 희생된 조선백성의 원혼을 석탑의 힘으로 찍어 누르기 위해서였다.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가면 조선 백성의 귀와 코가 묻힌 무덤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일본말로는 미미즈카(みみづか)라고 부..
세계 NGO단체 Give Directly에 따르면, 세계 7억 인구가 극심한 가난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에게 생존소득을 주려면 800억 달러(약 90조 400억 원)가 필요하다. 이 액수는 연간 공적개발원조 예산의 절반이다. 케냐 책임자 테티(Caroline Teti)는 “우리는 빈곤을 타파하는 데 현금 이상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간단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본다”라고 설명한다. 소로스(George Soros)의 오픈 소사이어티와 이베이(ebay) 창업자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e)의 오미디야르소사이어티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Give Directly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주는 “직접원조(aide directe)” 운동을 펼친다. 이 단체는 케냐인 수천 명에게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실험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키수무(Kisumu) 도..
최근 성남시의회 윤창근 의장이 승객 폭행으로부터 택시운전자를 보호하고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택시 안 격벽 설치를 제안했다. 윤 의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운전자는 안심하고 운전을 하고 승객 또한 안심하고 탑승할 수 있는 택시문화 조성을 위해 보호 격벽 설치 지원사업 추진“하자고 성남시에 제안했다.(본보 16일자 8면) 윤 의장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시기사 폭행·살인사건과 코로나19 확진 승객에게 택시기사가 감염된 일을 언급하며 보호 격벽 설치의 당위성을 밝혔다. 택시에 보호 격벽을 설치한 미국과 캐나다의 도시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범죄가 80~90% 줄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의장은 희망자에 한해 우선 지원하되 택시기사가 자부담 20%로 한다면 급하게라도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드는 예산은 성남시의 경우 대략 8억 원 정도라고 한다. 사실 그동안 설치비용의 부담과 택시기사의 낮은 호응도 때문에 설치가 어려웠다. 이제는 격벽설치를 요구하는 기사와 시민들이 많다. 조속하게 격벽이 설치돼야 한다는 윤의장의 말에 공감한다. 최근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끔찍한 폭행·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밤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인근 도로에서 택시에 타고 있던 20대 승객이 60대 운전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인은 정신질환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엔 서울 난곡터널 부근에서 타고 가던 택시의 60대 기사를 도로에서 의식을 잃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구타한 20대가 구속됐다. 이 사건은 7일 청와대 국민청원(‘안양 택시기사 폭행 가해자 강력처벌 부탁드립니다’)에도 올랐는데 6일 만에 20만 명이나 동의 했다. 지난 1월 4일엔 천안에서 운행 중인 택시 기사의 목을 조른 60대 남성이 입건됐으며, 지난해 12월 창원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택시 기사를 폭행한 30대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같은 달 특정 가수의 노래를 틀지 않는다고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폭행한 6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고위직도 택시기사를 폭행의혹을 받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인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 기사를 폭행했으나 경찰은 그를 입건하지 않고 무마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기사 폭행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격벽설치 문제는 2006년 버스기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운전기사들의 안전을 보호하기위해 국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피해를 막기 위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보호막을 설치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이 결과 모든 버스에 격벽이 설치됐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여성택시기사에게 처음으로 격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시는 재작년부터 택시기사 안전을 위해 운전석 보호격벽 설치를 지원해주는 특별회계 예산까지 도입했다. 250대에 대당 10만원씩 지원해주는 것인데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는 7만대가 넘는다. 보호격벽이 설치된 택시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따라서 택시기사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윤 의장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지원에 노력하는 많은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1. 운동화 사주세요 오래전 일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가난했던 옛날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집은 여섯이나 되는 자식을 가르치느라 늘 긴축 모드였다. 그러니 언제나 검정 고무신이었다. 크게 불편한 줄 몰랐는데, 사학년에 올라가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고무신은 공을 찰 때 불편했다. 찰 때마다 신발이 벗겨졌다. 늦가을 어느 날, 운동화가 너무 갖고 싶었던 나는 면도칼로 뒤축을 동그랗게 오려내고, 오후 내내 바닥에 갈았다. 드디어 닳아서 구멍 난 것처럼 보이자, 의기양양하게 운동화 사주세요. 했는데, 어른 눈으로 그걸 모르겠는가. 집안 망해 먹을 놈으로 찍혀 저녁도 못 얻어먹고 종아리엔 불이 났다. 다음 날 주린 배를 안고 일어나자, 머리맡에 운동화가 있었다. 아까워서 신지도 못하고 며칠 동안 안고 다녔다. 말을 끝내자 후배 몇이 핀잔..
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 한 하루가 지나간다 ▲약력 ▲시집 《열애》 《종이》 등이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5·18 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았다. 혼자만의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나아간 숭고한 뜻과 희생들이 오늘의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일궈냈다. 아직 그날의 진실과 치유를 향해 내딛어야 할 걸음이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럴 역량이 축적돼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가 41년전 우리의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다. 지난 2월1일 군 쿠데타가 발생해 100여일이 넘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反) 군부 연대를 공식화하면서 대량학살 등 내전 양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민주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괴한에 의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로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실효성있는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