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특별 활동반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인공 역은 남학생이었다. 그 상대편 역으로 필자가 뽑혀서 발표회를 앞두고 몇 주를 맹연습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인 남자애가 뜨거운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이었다. 연극을 하면서도 나는 그 상대편의 남자 주인공 애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길을 피하며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그 애가 이상하게 나에게 관심 두고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딴청을 피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즈음 나는 국어 선생님을 몹시 짝사랑하였다. 아주 젊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왜 그렇게 마음이 설렜는지 모른다. 특히나 글짓기 시간이면 잘 보이려고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면 그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실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검찰 고위직에 있는 두 사람이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 멱살을 잡고 드잡이판을 벌여 사무실 바닥에 구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가 사법기관에 깊숙이 개입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치욕스러운 사건이다. 따로 줄을 선 검찰총장 패와 서울중앙지검장 패가 벌이는 패싸움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날로 고달파지는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검찰의 추태는 하루빨리 종결돼야 할 것이다. 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소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장을 맡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9일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칩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한 검사장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반..
지역의 문화유산은 그곳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과 혼이 깃든 정신적 자산이다. 돌을 다듬어 생명을 불어넣고, 나무를 깎아 공간을 만들거나 공예품을 제작하면서 당대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유물은 가치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보물을 시작으로 사적, 명승, 시도문화재, 무형문화재, 근대문화유산인 등록문화재로 구분해 보존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1139개의 문화유산이 31개 시·군에 산재돼 있다.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여행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북한과 접경지대인 연천은 고인돌과 한탄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한탄이 크고 넓다는 순 우리말인 ‘한’과 넓은 강을 의미하는 ‘탄’이 어우러진 단어라는 점에서 연천군을 가보지 못한 독자라도 넓은 평야와 큰 강이 어우러진 ‘낙원’을 떠올리게 된다. 사냥과 유목으로 살아야 했던 선사시대 이전 사람들에게 사냥을 할 수 있는 산과 유목과 정착이 가능한 평화, 그리고 물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던 연천군은 고구려 시대 공목달현 명칭으로 시작해 통일신라 때 공성현, 고려시대 장주로 지명이 변천됐다. 공목달은 곰의 기운이 서린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 연천읍 중심에 우뚝 솟은 군자산의 옛 이름이 웅섬산이었다. 고구려인들이 곰을 매우 신성시 여겼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연천군은 고구려 남쪽 지역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 곳이라 추측된다. 이후 고려말 충선왕 때 왕의 이름과 장주의 장(璋) 한자가 같이 연천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연천군은 고려 말 원나라와도 관계가 있는 곳으로, 원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제의 황후였던 기황후의 묘와 재실을 모신 곳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역사유적과 6·25 전쟁의 상흔까지 중요한 역사의 흔적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곳 연천, 한탄강 주변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이 유적지는 1978년 한탄강에 놀러왔던 미군 병사가 땅에서 석기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 병사는 석기를 서울대 김원룡 교수에게 가져갔고, 이 유물이 아슐리안계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무암 지대에 자리잡은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 등 아슐리안형 석기와 유물 3000여 점 이상이 발견됐으며, 동아사아·아프리카·유럽으로 양분돼 있던 구석기 문화연구의 틀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됐다. 연천 전곡리에는 구석기 유적관과 자료관 등 관람시설이 잘 되어 있고, 야외에는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아동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전곡리 유적이 구석기 유적이라면 인근 미산면 임진강변에 위치한 숭의전지는 고려 6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임진강의 굽이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미산면 아미산 정상부에 조성돼 있는 숭의전지는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던 앙암사(仰巖寺)가 있던 곳으로, 조선 태조가 1397년에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시고 숭의전으로 삼았다. 사당 건립 이후 정종 원년(1399년)에 고려 태조를 비롯하여 혜종, 성종, 현종, 문종, 원종, 충렬왕, 공민왕 등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하였다. 이후 조선 문종은 전대의 왕조를 예우하기 위해 숭의전이라 이름을 짓고, 복지겸, 신숭겸, 서희, 강감찬, 정몽주 등 고려의 충신 16명의 위패를 함께 모셔 배향하도록 했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세운 조선이지만, 예의를 중시한 조선은 고려의 창건 공신 뿐 아니라 조선 태조 이성계에 끝까지 맞섰던 정몽주까지 이곳에 모시고 배향한 것이다. 숭의전 앞에는 600년 세월을 지켜온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찾는 이를 맞이한다. 숭의전지 인근에는 남북 분단의 현장인 열쇠전망대가 위치했다. 육군 열쇠부대가 관리하는 이곳은 북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실향민에게는 망향의 한을 달래주고 청소년들에게는 안보교육을 위해 1998년 건립됐다. 전망대에서는 DMZ 철책선과 최전방 초소인 GP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내부 전시실에는 북한의 생활용품과 대남 전투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천의 문화유산은 구석기시대부터 60여년 전 한국전쟁까지 다양하게 놓여 있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
우리는 일평생을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 입시경쟁도 무난히 치르고, 젊은 날에는 직업전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생활기반도 다지며, 자녀들 양육과 교육부터 결혼시켜 가정을 꾸려주기까지 힘겨운 삶의 여정을 보내고 정년이 되어 은퇴하고 젊은 날 느껴보지 못한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의 노후를 보내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노년의 삶은 젊은 날 못한 것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인생의 휴식기이자 정리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그 노년의 삶은 오늘날과 같은 백세시대에는 3~40년의 긴 세월이다. 사람에 따라 사전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더러는 대책 없이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람되고 편안한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조선시대 성리학자 장현광은 ‘노년의 삶은 지나치게 간섭하여 잔소리 말고, 잡스러운..
연거푸 ‘전국 장맛비 계속’이라는 기상예보가 이어졌다. 눅눅한 공간은 때로 마음을 녹녹하게 만들 때가 있다. 동이 트자 잠시 하늘이 개는 것 같아 장마철 틈새 공략으로 강아지 ‘해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촉촉하게 비를 머금은 골목에선 연거푸 쌉싸름한 냄새가 배어나왔다. 누군가의 손길이 오갔을 풀, 꽃, 나무, 오래된 건물마다의 냄새들로 채워진 길. 드문드문 그 길을 따라 걸어 다니는 사람들, 마치 흑백사진 속 풍경처럼 정갈하게 보였다. 한참을 걸어 아파트를 끼고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아니, 이렇게 예쁘단 말이야!’ 새로 돋은 줄기마다 풍성한 잎을 매달고 싱싱하게 웃고 있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봄이 채 시작하기 전이었던 것 같다. 공원의 조경수들을 가지치기 하던 때가 말이다. 과감한 가지치기로 하나같이 헐벗은 모습에..
이룰 수 없는 꿈 또는 소망하는 일을 그려보는 행위. 이를 상상이라고 한다. 현재는 상상(想像)이라고 쓰지만 원래는 상상(想象)이었다고 한다. 상상(想像)의 의미는 ‘형상을 그려본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상상(想象)은 왜 코끼리 상(象)자가 쓰여졌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고대 중국의 황하(黃河) 지역에 살던 코끼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되었고 후대에 코끼리의 뼈를 발견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해 코끼리의 모습을 유추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설(說)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인도에 사신으로 갔던 중국의 관리들이 그곳에서 코끼리를 본 후 돌아와 코끼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단어라는 설(說)이다. 아무리 코끼리에 대해 설명한들 한 번도 코끼리를 본적 없는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설명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을 것이라 상상할 뿐이다. 요즈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유착 수사의 대상자이고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도 시중에 떠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주 안에 발표되는 검찰 인사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컨대 윤석열 총장의 측근들은 중요 보직에서 거의 제외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개혁위에서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검찰총장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정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위의 권고를 법무부가 수용하게 된다면 더 이상 후배 검사들에게 존경과 신망을 얻는 검사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잃어버린 검찰의 수장이며 검찰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킨 검사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경까지 오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당연히 윤석열 총장 본인에게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국민들에게 매우 깊고도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공정한’, ‘우직한’, ‘믿음직한’ 등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검찰인사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검사들을 중용하면서 그만의 검찰공화국을 완성시키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본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윤 총장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아이러니(ironic effect)를 만들어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그가 가졌던 상상(想象)에 대해 상상(想像)하고 싶었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을 지휘하면서 어떤 코끼리를 그리고 싶었을까? 혹시 본인의 화폭에 담기고도 남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말하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나라를 상상하고, 완성의 적임자를 본인이라고 상상(想象)하지는 않았을까 상상(想像)해 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양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검찰권력이 쥐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검찰의 눈 밖에 났던 인물이 무사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윤 총장에게 조국 교수나 유시민 작가는 한낱 걸림돌 정도가 아니었을지 상상(想象)해 본다. 그의 상상(想像)은 검찰권력을 토대로 너무 멀리 날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는 자들보다 더 겸손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털끝만큼의 사심이 결부되는 그 순간, 권력은 부패를 시작한다. 그 동안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자유로이 만끽했던 검찰은 이제부터라도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격변기에 윤석열 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서 어떤 상상력(想象力)을 발휘할 지 지켜 볼 일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상상을 하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녹록치 않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더 많은 시민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민주주의 방식이 우리사회에 이미 착근(着根)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민간ㆍ상업용 로켓의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 개정으로 완전히 해제됐다. 이번 개정은 우선 우리나라 국방력 향상에 획기적인 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의 핵심은 군의 정보·감시·정찰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800km로 제한된 사거리 제한도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 한국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 등을 갖고 있음에도, 판독기능이 충분치 않고, 한반도 상공 순회주기도 12시간이나 돼 군사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려 5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쓰고 있으면서도 정보·감시·정찰 능력이 태부족해 미국·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현대..
“태영호 의원이 사상 전향 여부를 저한테 다시 물어보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에서 펼쳐진 통일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불편한 ‘사상 전향’ 질문 공세를 점잖게 받아넘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답변은 백미(白眉)였다. 태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고 못 박은 답변도 시원했다. 태영호는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탈북 고위급 인사다. 논란이 있지만, 태영호의 부친은 김일성의 전령병 활동 경력을 가진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고, 부인 오혜선 씨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로서 노동당 군사부장이었던 오백룡의 일가로 알려졌다. 탈북 당시 태영호는 주영(駐英) 북한 대..
햇감자가 생겼다. 감자하면 떠오르는 것이 <동백꽃>이다.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에서 옆집 ‘점순이’가 ‘나’에게 내밀던 큼지막한 감자 세 알이 퍽이나 인상 깊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라며 감자를 내민 점순이의 손을 밀치던 ‘나’의 비참한 심정이 감자 알 만큼이나 크게 가슴에 들어찼기 때문이었다. 감자 요리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래도 감자 수프는 좋아한다. 감자를 깎는 일은 좀 재미있다. 칼끝에서 돌돌 말리는 감자껍질은 나선으로 바닥에 떨어진다. 나선으로 꼬인 상념들도 감자 껍질 떨어지듯 툭 떨어진다면 좋겠다. 양파도 깐다. 감자 수프엔 양파가 들어가야 감칠맛이 난다. 이상하게도 수프는 비 오는 날 만들게 된다. 홈통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스프를 만들면 마음은 차분하게 수프에 몰두한다, 깊은 냄비에 주걱을..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가 간단하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2시간 동안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을 꼽았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어야한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이 세대가 주류 소비층이 되는 미래엔 극장 산업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핸드폰과 함께 한 신인류는 기존 세대의 문법과 다른 공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2011년생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10대 후반들과도 차이가 있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4년 뒤에 태어났다. 부모의 단호한 의지가 개입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영아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랐다. 살아오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날보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은 날을 세는 게 빠르다. 컴퓨터 키보드는 독수리 타법으로 치지만 스마트폰 타자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다. 무인도에 가져갈 필수품으로 1위로 스마트폰을 꼽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입장 차이는 극과 극을 달린다. 부모님은 아이에게서 휴대폰을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싶어 한다. 부모님과 교사 중에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고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드물다. 너무 이른 나이에 스마트폰을 접하면 전두엽 발달이 저해되고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며 아이들을 걱정한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못 보면 고통스러워한다. 접속해서 친구와 게임을 해야 하고,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유투브를 봐야 하며, SNS에 올라오는 소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온갖 재밌는 것들이 핸드폰 속에 들어 있으니 그 안에서 노는 게 제일 재밌다. 학교와 학원이 끝나고 스마트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다. 현실의 자아 만큼이나 스마트폰 속 세상의 자아가 중요한 아이들이 많다. 학교는 이런 아이들에 한참 뒤처져 있다. 교육은 스마트폰과는 거리가 멀다. 수업의 일환으로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할 때, 혹은 자료 조사가 필요한 수업에서 휴대폰을 검색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에 멈춰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사용 예절이나 중독 방지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가르치고,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은 드문 실정이다. 며칠 전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 교실에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온라인 교과서 선도 학교 1200개교에는 태블릿 24만대가 지원된다고 한다. 지금은 소수의 학교에서 시범 학년, 시범 과목을 정해 태블릿 전자 교과서를 활용하지만 머지않아 모든 아이들이 전 과목을 전자 교과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종이책에 익숙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포노 사피엔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을 부정적으로 보는 교육 구성원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최신형 태블릿 제공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종이 교과서의 디지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여전히 스마트폰은 공부에 방해되는 장난감이고, 태블릿은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큰 놀잇감일 뿐이다. 이런 시각으로 포노 사피엔스 세대와 소통을 시도하면 소통불가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신 교육 트렌트가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데 학습자와 단절된 학습자 중심 교육은 형용 모순에 머무른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개막전 시청자 수는 천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가을,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라이엇 게임즈 사의 게임 롤+월드컵의 줄임말) 결승전 시청자 수는 9960만명으로 1억명에 근접한 사람들이 게임을 지켜봤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10년 뒤의 세상은 현재 상식이 많은 부분 통하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문명의 전환기가 될지 모르는 시기에 교육이 어디쯤 서 있는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