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가고 달도 가고 무심히 넘긴 삼백예순다섯 날이 다 갔다. 지나온 시간들. 올해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자랑거리가 없다. 나름 분주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성취한 것 또한 별반 없다. 어찌 보면 무의미한 한 해였다.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줘도 마찬가지다. 너그러운 눈빛으로 보려 해도 역시 후회가 더 많다. 12개월의 여정이 때론 밝은 듯했으나 곰곰이 뜯어보면 오히려 암울함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게다. 물론 올해와 같은 감정이 처음은 아니다. 후회가 깊었던 다음해 연초엔 단단한 각오도 여러 번 다졌다. ‘행복을 만들어야지’. 늘 새롭게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한 해가 어느덧 서산마루에 걸리면 희망보다 회한을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개도 안 먹는다는 ‘돈’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이다. 배운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여자나 남자나, 늙으나 젊으나,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예나 지금이나 살기 힘든 세상이란 곧 내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소외받고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이런 의미를 더 깊게 공감한다. 혹자는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몸이 세상 놓을 때는 /홍신선 긴 가뭄 끝 충주호 갈라 터진 밑바닥을 육괴(肉塊) 헐겁게 끌고 기어가다 서다 자진하는 한 가닥 실오라기 물처럼 늦가을 밤비 소리에 멀리 실리는 기적의 긴 한숨처럼 화선지에 번져 가다 멈추는 덜 갈린 물컹한 먹물처럼 이윽고 처럼과 처럼 틈새에서 생각 훅 불어 끄고 삶에 놀러 온 죽음의 웃음소리나 하릴없이 숨죽여 엿듣는 나처럼 가라. 늘 죽음만을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연을 당해서도 아니고 생활이 고달퍼서도 아니었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도저히 알 수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방황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다 태어남과 죽음은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겸허히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어 죽음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만남일 것이다. 시인도 시작노트에서 말하고 있다. ‘나이 든 첫째 징조는 죽음과 자주 얼굴 익히기를 한다는 것.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가뭄 든 호수 갈라진 바닥을 보다가, 비 오는 밤 멀리 들리는 기적 소리를 듣다가, 붓글씨를 쓰다가 문득 죽음에 대한 생각과 마주한다. 그리곤 얼마나 의연하게 후생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얼마 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무려 83%나 된 것이다. ‘존경받고 있다’는 응답은 불과 9%였다. 과거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해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 그들로부터 받은 은혜가 모두 같다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된 현재엔 임금 대신 국민이 주권을 갖고 있으므로 달라지긴 했다. 왕권이 사라졌으며 군사부일체를 패러디한 ‘두사부일체’라는 조폭 영화도 나왔다. 그런 조폭 영화 속에서 조차 스승은 아버지와 같은 급으로 존경받는 존재였다. 그런데 존경받지 못하는 스승이라니…. 존경은커녕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고 험악한 욕설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올해 1학기 경기도내 초·중·고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행한 폭언·욕설은 183건, 수업 방해 16건이었다. 교사 폭행과 성희롱도 15건과 4건이나 됐다. 물론 신고된 사례이므로 우리가 모르는 사실도 꽤 많을 것이다. 학생이야 어려서 그렇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잘못을 야단치고 시정시켜야 할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도 점증하고 있다. 올해상반기에만 12
미래사회는 창조적인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진다. 산업구조가 탈공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문 지식과 새로운 기술에 의한 모험적 경영을 하는 벤처기업의 육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생물 공학과 관련된 상품을 만든다. 이의 발전을 위해서 지속적이고 신속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 갈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지난해 두 자리수의 매출액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양적성장과 질적 성장을 이루어왔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5년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벤처기업은 예비 벤처를 포함해 모두 2만9천910개로 2013년 말 2만9천135개보다 2.7% 증가하였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14조6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1천485조원의 14.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벤처기업이 경제성장 분야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 기준으로 내놓은 재계 매출 순위에서 삼성이 248조원과 SK가 165조원을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재계 2위 수준인 셈이다. 기업당 매출액은 71억9천만 원으로 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혼인 중에 모은 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는 권리를 재산분할 청구권이라고 한다. 이혼 시 위자료 및 자녀양육비에 대한 대물변제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과세 되지만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가 과세되지 아니한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을 가지므로 공유물 분할로 보아 공유물 분할의 법리가 준용된다. 공유물 분할은 법률상으로는 공유자 상호간의 지분의 교환 또는 매매라고 볼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지분권 분할을 통하여 소유를 특정부분에만 존속시키는 소유형태의 변경이므로 이를 자산의 유상 양도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이혼 시 재산분할의 방법으로 부부 일방의 소유명의로 되어있던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다.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의 상당부분이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에도 그 소유명의가 어느 일방에 귀속되어 있는 경우 재산분할은 이를 바로 잡아 청산하는 절차인 것이다. 재산분할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시기도 재산분할 시점이 아니라 당초 취득일이 된다. 위자료가 아니고 재산분할이라는 입증은 이혼합의서에 재산분할 청구로…
을미년(乙未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 첫날, 협동과 온화함을 상징한다는 양의 해라고 해서 국민 모두가 평화롭고 온유한 삶을 영위하게 해달라고 소원했다. 특히 청양(靑羊)은 긍정적인 기운이 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우리사회 모든 분야가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라 기대도 했다. 하지만 소원과 기대는 바람으로 끝나가고 있다. 오히려 더욱 화합하지 못했다. 계층 간 반목과 갈등의 골도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여름 내내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떨었다. 확진환자 186명에 사망자 38명, 이들과 접촉해 격리된 인원만 1만6000명에 달했다. 메르스 사태는 지난 12월24일 종식을 선언했지만 우리사회에 미친 충격은 엄청났다.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졌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피폐해졌다. 이런 와중에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사건도 터졌다. 남북 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고 국민들은 또 다른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메르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정부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발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스크린도어 /최세라 먼 곳으로부터 진입하는 열차는 스크린도어 위에 상영되는 한 롤의 필름이다 우에서 좌로 펼쳐지는 기적 소리가 좌에서 우로 펼쳐지는 기적 소리와 만나 결말이 다른 두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게 벽인 문과 모든 게 문인 벽 나는 내 곁에 나란히 서지 못해 당신의 손을 잡고 벽을 문처럼 열고 싶어라 이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영상이고 싶다 - 최세라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 / 시인동네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다보면 벽처럼 버티고 선 스크린도어와 마주한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지만 지하철이 진입해서 멈추면 벽은 문이 된다. 이쪽에 당도하는 열차와 저쪽에 당도했다가 출발하는 열차는 방향이 반대다. 각 열차가 풍경을 찍고 달려왔다면 두 열차는 완전히 반대의 영상을 펼칠 것이다. 같은 풍경이지만 결말은 다르다. 어느 지점에서 출발했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다르게 펼쳐진다. 물론 내리는 곳이 어디인지도 종요하다. 약간의 차이로도 인생의 방향은 달라지는 것이므로 우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누구누구를 떠올리기도 하고 지하철역에서 노숙하는 사내를 둘러보기도 한다. 스크린도어 앞에서 화자는 결코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 &ls
경기도가 2015년 도정 성과를 발표했다. 비록 도 공직자 스스로 평가한 내용이라 자화자찬이란 느낌이 없진 않으나 실제로 1년간 이룩한 성과는 적지 않다. 이를테면 고용노동부 선정 일자리 대상 수상, 국민안전처의 안전도 평가 압도적 1등, 보건복지부 선정 ‘읍면동 인적안전망 종합평가’ 광역단체 부문 대상 수상 등이다. 도는 연정, 안전, 복지, 경제, 혁신, 북부발전 등 6개 분야로 구분해 도정 성과를 발표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정분야다. 그리고 경기도 역시 연정을 올해 성과의 가장 윗부분에 놓고 있다. 본란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연정은 남경필 지사가 펼치는 도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남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때 야당 인사를 부지사로 등용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 이 약속이 지켜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됐을까? 그런데 남 지사는 취임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추천을 받아 이기우 전 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임명했다. ‘상생의 정치가 아닌 죽기 살기식 공멸의 정치’라고 정치인 스스로가 한탄하는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참 신선한 시도였다. 이어 올해 도내 31개 시군과 강원, 제주 등 광역자치단체와도 연정을 실시했다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한심한 생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즘의 국회를 보면 정치 및 민생 현안처리가 실종되고 입법기능마저도 잃었다.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고 있는 민생 법안은 제쳐두고 그저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치개혁을 운운하고 있으니 우스꽝스럽다.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나서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해도 국회의 앞길이 오리무중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다. 진정 무능하고도 한심하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선거구획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까지 지역구 없는 국회의원이 된다. 지난 15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출마예정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10월 13일까지로 돼 있는 법정시한을 넘긴 지가 두 달이 넘었다. 엊그제 여야 협상도 또 불발에 그쳤다. 언제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못했다. 국회의장 현 선거구로 내년 총선을 치를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오로지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당리당략만이 있을 뿐이다. 이대로 가면 초유의 입법비상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의 분열을 또 어떤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리멸렬하고 있다. 안철수…
2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이탈주민의 제도 개선을 통일부에 다시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2016년 1월 상임위원회에서 조사내용을 최종 검토한 후 제도개선의 권고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한 통일부의 제도개선 권고는 우리 사회의 정착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6천5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여성의 비율은 70%이고, 20대-30대의 연령비율은 58%이고, 고졸 이하의 학력비율은 80%인 것으로 정부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이며, 취업자의 경우에도 1년 미만의 직장이직자가 과반수 이상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과 청년층이 불안정한 직장과 저임금 등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에 노출된 실정이고, 단순노무직과 일용직의 종사자가 약 60%대로 가장 많아 근로환경도 아주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생활수준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