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인출기 /김기산 현금 인출기 앞 기계는 나를 향해 명령한다 카드를 넣고 암호를 누르시오 스르르 내가 열린다 더는 숨을 곳이 없다 마이너스로 차곡차곡 쌓인 골 깊은 주름살 출혈과 수혈의 균형이 깨져있다 오랫동안 앓고 있는 중병을 눈치 채고 마이너스 연장을 하라 한다 통장을 들고 은행 안으로 들어서니 따가운 시선이 온몸에 달라붙는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경비원에게 대답할 용기가 없어 그 길로 돌아 나온다 몇 푼의 잔고가 나를 따라온다 다급할 때마다 수없이 나를 인출해 썼다 -계간 리토피아 봄호에서 ※김기산 시집 ‘노을을 베끼다’ 제24회 성균문학상 수상. 인생에도 경제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인생의 수지 타산은 어찌 맞추는 것이 가장 잘 살았다고 볼 수 있을까. 살다보면 출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혈은 한계가 있다. 출혈을 메꾸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그러다보면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혈이 넘쳐나 자손에게까지 넘겨줄 수 있기를 고대하지만 우리는 정작 어쩔 수 없는 출혈을 메꾸기에도 너무 벅차 허덕이곤 한다. /장종권 시인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65년이다. ‘잊지말자 6·25, 쳐부수자 공산당!’ 유신 정권 시절 학교마다 걸려있던 현수막의 문구다. 교련복을 입고 격전지 순례 행군을 마친 뒤 수원공설운동장에 수원시내 전체 고교생이 모였다. 지금은 수원시내 고교생이 한 군데 모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문계 실업계를 통틀어 8개 학교뿐이었으니 전체를 합쳐봐야 1만명도 채 안 됐다. 스탠드와 운동장을 가득 메운 남녀 학생들은 군인과 똑같이 도지사와 교육감에 대해 열병과 분열을 한다. 곧바로 반공 궐기대회를 시작한다. 마침 두 달 전쯤인 1975년 4월30일은 월남이 패망했던 날인지라 국가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던 때다. 이른바 ‘관제데모’가 툭하면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학교수업보다 교련시범이 더 많았던 때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남학생은 목총을 들고, 여학생은 구급낭을 메고 땡볕에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며 전쟁연습(?)을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60세도 채 안 된 나이에 벌써 옛날 이야기를 하니 남세스런 일이다. 영화 ‘말죽거리의
참으로 학수고대하던 기쁜 소식이 들린다. 메르스로 인해 급속한 내리막길을 걸었던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1억 6천만 건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위치정보와 SNS를 통해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기도 빅데이터담당관의 분석결과 경기도내 6월 첫 주(3~7일) 거래액은 전월대비 11.3% 감소했으나 3주차에 들어서면서 -1.7%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줄었다고 한다. 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6월분 전국 개인 신용카드 거래액 데이터 11억6천만건을 분석한 결과로서 신뢰감이 생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6월 첫 주의 신용카드 거래액은 전월 대비 11.3%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시기는 6월1일 최초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일 3차 감염이 경고된 때다. 이때 소비감소가 극심했던 지역은 평택으로 -25%를 기록했다. 평택은 ‘메르스 진원지’로 지목된 지역이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수원은 -18.2%, 화성은 -14.4%였다. 하지만 3주차에 들어서면서 평택 -6.5%, 수원 -2.8%,…
지속되고 있는 가뭄 속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장비운영을 엉망으로 해서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농지의 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공사의 가뭄피해 무능대처로 농민피해가 늘어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비를 들여 전국의 저수지와 물길의 정확한 수위를 측정해 적재적소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수자원 종합관리 체제를 구축하였다. 기존 농촌용수 종합정보 시스템과 농업기반시설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수리시설과 물 관리 DB를 통합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저수율을 높이고 효율적인 용수공급을 통해서 농작물재배 피해를 막아야한다. 물 관리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전국 급수 관리와 재해 상황 등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 관리 종합상황실은 저수지 수위, 시설물 피해, 기상 관련 정보를 각 지사에 공유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저수지, 수로 등 농업기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뭄에 선제적 대응을 해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올해 경기도 파주시와 인천시 강화군 등을 중심으로 가뭄피해는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됐고, 수백 ㏊의 농경지는 물 마름 현상까지 발생하여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현재 경기지역 저수율은 33.9%로 평년대비 84.
세계적으로 전사자 유해 발굴 전문 부대는 2개가 있다. 그중 하나가 대한민국에 있는 유해발굴 감식단이다. 또 하나는 미국에 있다.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 중앙감식소가 그것이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단 1명의 전사자와 실종자라도 끝까지 찾아 귀환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미 중앙 감식소는 특히 북한내 미군 유해발굴로 명성이 높다. 지난 1995년부터 북한에 들어가 발굴작업을 하기 시작한 중앙 감식소는 10년동안, 1951년 1·4후퇴 직전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주변에서 400여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 세계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후 감식소는 북측에 모두 2천800만 달러(약 330억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유해를 옮겨왔다. 부대 슬로건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유해발굴 감식단은 미국의 JPAC가 룰 모델이다. 부대 창설은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게 계기다. 2007년에는 육군에서 국방부로 소속이 바뀌고, TF팀에서 유해 발굴 감식단으로 확대됐다. 이후 15년 동안 유해발굴감식단은 전국에서 9826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 중…
잡지 읽는 계절 /이현채 드레 아흐레 지나 잡지가 오면 노랑나비 흰나비 검은 고무신 꽃신 신는다 여름이 잡지 속으로 아롱아롱 맺힐 때 토란 대를 들고 네잎 클러버를 찾는다 지우개로 지워버렸던 사연들 가끔은 재생되지만 잡지를 넘기고 넘기니 사연들은 더욱더 클로즈업되어 토란 대를 따라 물방울 뚝, 뚝, 듣는 여름 그 여름이 새콤달콤 쌉싸름하게 지나간다 - 이현채 시집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지혜출판사 오래 전, 책이 귀하던 때, 지금은 미장원에서 심심풀이로 보는 그 잡지 한 권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먼 곳에서 나를 찾아오는 이야기 손님, 받는 즉시 읽기 시작하면 밤이 늦도록 한권을 다 읽어내던,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활자가 들려주는 낯선 세상. 표지가 너덜너덜하도록 빌려주고 빌려 읽는 잡지. 토란 대에 물방울 뚝, 뚝, 떨어지듯 잡지 속의 사연이 며칠 동안 내 몸의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현상. 참 새콤달콤 쌉싸름한 시절이 있었다. /이미산 시인
사람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은 태어나고 생산되는 순간부터 기득권자들과 생산자들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물건인 경우에 그 평가 항목은 외형, 크기와 비례, 색깔, 재질, 내구성, 유용성, 장소에 적절함, 가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다양한 항목들을 종합하여 그 사물에 대한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평가의 기준은 객관적인 척도에 주관적 취향이 가미된다. 책상의 경우 공산품은 다양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으나 특별히 주문제작 된 것들은 그 가격이 기성품보다 몇 배, 수 십 배가 된다. 여기에는 장인의 예술적 가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태어나는 자식은 드물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맞춤형으로 양육을 하려고 한다. 유치원 선택부터 성형과 배우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주문제작은 계속된다. 사춘기를 지난 후 부모와 자식 간의 견해가 충돌하여 종종 부모가 계획한 디자인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 평가의 항목은 상류층일수록 많으며 그 판단도 까다롭다. 집안, 학벌, 재산, 직업, 효심, 외모, 장래성, 인격, 태어날 자녀의 지능까지 예측하여 판단하려고 한다. 사람도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는 하나의 사물이 되고 말
정부나 지자체나 선거가 끝나고 새 인물이 당선되면 산하 공공기관의 장도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하 기관이 생기거나 기존 기관자체의 통·폐합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도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을 위한 메스를 들었다. 그런데 공공기관 통폐합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게 어려운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는 경기도의회의 반대로 경기도청소년수련원-경기평생교육진흥원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조례안이 상임위원회는 통과됐지만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것이다. 앞서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파주영어마을 민간위탁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도의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에 싸우지 않는 정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보자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경기연합정치실행위원회가 나섰다. 사회통합부지사와 도의회 여·야 교섭단체 의원들로 구성된 경기도 연정 실행위원회(이하 연정위)는 지난 22일 도청 상황실에서 제8차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통폐합 문제를 합의했다. 연정위는 공공기관 통폐합은 외부 민간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해서
국제경쟁력약화로 어려워진 국가경제가 메르스 여파로 더욱 심화되어 간다.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가정경제사정이 날로 어려워져가고 있다. 수입 감소와 부채증대로 생활경제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기에 수십조 원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하여 경제문제를 풀어 가야한다. 이에 지자체도 총력을 기울여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며 침체돼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기와 시민복지지원에 나섰다. 성남시의 경우 노숙인들이 메르스 등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손 세정제, 생수, 개인 위생용품을 나눠줬다. 시는 이들을 위해 시·구 공무원과 노숙인 시설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노숙인 보호대책반을 만들어 오는 9월30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알코올 중독 노숙인, 만성질환 노숙인은 소방서와 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시설을 연계해 병원에 이송하거나 귀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광명시 역시 최근 소비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전통시장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시 직원들은 전통시장 상인들과 고충을 나누며 지역 상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들은 시장에서 생활
위장관염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위, 소장,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가벼운 경우 무증상으로 지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설사, 구토, 복통 등의 장 증상을 일으키며 때로는 장 이외 다른 곳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료는 주로 탈수 증상에 대해 수액 및 전해질 치료를 하게 되며, 일부 환자에서는 항생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위장관염은 5세 미만의 소아들이 흔히 경험하는 질환으로 이병률 및 사망률의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흔히 오염된 음식 및 식수를 섭취하여 전파되며 감염을 일으키기에 필요한 감염량이 적은 경우에는 대변-경구 경로를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면역 결핍이 있거나, 영양이 부족하거나, 유행 지역을 여행하거나, 모유 수유가 결여되었거나, 위생이 불결한 경우 위장관염이 걸리기 쉽습니다. 급성 감염성 위장관염에는 염증 및 비염증의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비염증 설사는 세균에 의해 분비되는 장독소, 바이러스에 의한 표면 융모의 파괴 및 기생충에 의한 부착 또는 세균에 의한 부착 및 전위에 의하여 일어나고, 염증 설사는 대부분 세균에 의하며 장을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