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장장 800km에 이르는 길고 긴 고행길이다.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한 달여의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순례객이 넘쳐난다. 힐링과 치유의 걷기 메카로도 자리하며 1천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더 웨이(THE WAY)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평온한 일상을 즐기던 중년의 한 사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되는 영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포도원, 저녁노을 등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 속에 저마다 가슴에 품은 사연을 내려놓고 진정한 걷기의 의미를 깨달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줄거리다. 솔직히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진한 여운을 남겨 지금도 가끔 기억난다. 특히 길을 걷는 여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걷는 목적에 의미를 둔 스토리 전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걷는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당시만 해도…
추녀 끝이 소란하다 /오명선 저 놋쇠 물고기 작은 종 하나에 낚였다 풍경소리, 찌 흔들리듯 허공에 출렁거리고 누군가 산허리에 안개 그물을 던진다 추녀가 댕그랑댕그랑 이 날강도야! 어서 풍경 한 장을 내놓아라 -오명선 시집 『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산사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놋쇠물고기, 놋쇠물고기라기 보단 미풍에도 흔들리는 얇은 양철물고기다. 어느 볕 좋은 오후 인적이 드문 암자에 갔다가 허공을 유영하는 양철물고기를 본 적 있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자 뱅글뱅글 햇빛을 반사시키며 종을 건드려 고즈넉한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추녀 끝이 소란하다.’ 바람이 사그라들자 다시 고요하다. 돌계단에 앉아 오래 물고기 올려다보는 집중으로 덩달아 고즈넉한 풍경이 된다. 단풍 짙어가는 가울 속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돌아 나오는데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 풍경을 건드린다. 문득 오래된 미래를 거쳐 온 것 같아 혼자 숙연해진다. /성향숙 시인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문득,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을 뱉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툭, 던진 말이 가슴에 ‘꽂’혔다. 봄날 피어난 ‘꽃’처럼. 꽃은 흙을 딛고 피지만 말은 가슴에 꽂혀 돋아나는 구나, 싶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라,는 이 체념섞인 말은 언제부터인가 식자(識者)들 사이에 주문(呪文)이 된 듯하다.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 실천하려 했던 모든 선지자들에게 봄은 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상을 받아들여줄 제후를 찾아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가 그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드라마의 주인공 정도전이 그렇다. 합종연횡을 거듭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뜻하지 않은 이방원 심복의 철퇴에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 정몽주는 또 어떤가. 그래서 역사는 교훈이며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이겠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살아 움직이는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은 실패의 나락에 빠져 저승행 직행열차를 타게 되는가 보다. 하여,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스스로가 칼 자루를 쥐지 못했거나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문(自問)하는 계절이다. 이런 봄날이면 혼자 읊
경기 송산과 충남 홍성을 연결하는 서해선 복선전철 조기건설 추진을 위해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손을 잡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17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서해선 복선전철 조기건설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사업의 조기추진을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비록 소속 정당과 정치 이념은 서로 다를지라도 지역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가기로 했다. 경기도와 충남도가 손을 잡고 공동건의문을 발표한 이유는 국비확보가 늦어지면서 사업이 계속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2010년 12월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된 이래 2012년 12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그러나 4·5공구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발주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두 지자체는 이날 공동건의문을 통해 ▲2018년까지 서해선 복선전철의 경기 송산∼충남 홍성 구간 완공 ▲대곡∼소사선이 서해선 복선전철과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국비예산 편성 등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요청했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두 도백이 함께 나서 공동건의문을 채택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수도권 서부
이동통신사들의 과열된 보조금을 규제하다가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동통신 3사들에 내려진 사상 최장인 45일 간의 영업정지 조치로 휴대폰 대리점들이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과열을 주도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대해 각각 14일, 7일간 영업정지를 추가로 내려 LG유플러스는 이날부터 시작된 영업정지까지 포함하면 59일, SK텔레콤은 52일간 영업을 하지 못한다. 이번 조치는 불법 보조금을 뿌린 이통사뿐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 판매 대리점 모두에게 3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오죽하면 회생의 길로 접어든 한 휴대폰 제조업체의 부사장이 방통위를 찾아와 눈물로 호소했겠는가. 물론 과열된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칼자루를 뽑아든 것은 맞다. 그러나 시장이 완전히 멈춰지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를 비롯한 30만 휴대폰 판매종사자가 거리에 나선 이유다. 벌써부터 이들이 거리로 쫓겨나게 생겼다. 대리점만 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아니다. 월평균 20만~60만원을 벌고 있는 휴대폰 배달 퀵서비스와 월 50만~100만원을 벌고 있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매장도 수입이 3분의 1가량 떨어졌다. 영세한 상인들마저…
제대로 된 국가 중에 우리나라처럼 문화재를 홀대하는 나라도 드물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그동안 꾸준하게 허술한 문화재 관리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최근에도 일본인 자객에 의해 살해당한 명성황후의 생가(도유형문화재 46호, 여주읍 능현리) 유적지 곳곳이 파손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지난해 7월 내린 집중호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세종·효종대왕릉 주변의 수해 재발방지를 위해 능 중심 역사경관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론의 포화를 맞으면서도 문화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원인은 인력난 때문이다. 그동안 도내 각 지자체별로 1~2명의 공무원이 30~50개 정도의 문화재를 관리해 왔다. 일손 부족으로 훼손된 문화재를 사후 보수하는 일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이 ‘문화재 돌봄사업’이란 것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일상관리를 통해 문화재의 훼손을 사전에 방지하면서 관람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직접 기동 보수반을 운영하거나 시·도 관리·감독 아래의 민간단체와 위탁용역 등으
경기도지사 선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김문수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여권과 야권 모두에서 화려한 이력과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후보들이 나섰다.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원유철·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진표·원혜영 의원과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에 이어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출마를 선언했다. 5명의 현역 국회의원과 전 경기도교육감까지 나선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점에서 경기도지사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김문수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도권에서 현직 광역단체장이 출마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 경기도지사 선거이다. 현직 단체장의 프리미엄 없이 여·야 간에 정면충돌하게 된 것이다. 또한 경기도지사 선거는 야권에서 가장 치열한 경선이 예상되는 지역이 되었다. 교육감 3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던 김상곤 전 교육감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을 선언한 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로써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원혜영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에서 추천하는 김상곤 교육감 중 누가 야권의 경기도지사 후보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탄생한 성남FC 경기를 보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든 이들로 대회시작 1시간여 전부터 주위가 북새통을 이루는 장면이 연출됐다. 색달라 보였다. 프로축구 홈구장으로 활용돼 왔지만 이런 광경을 보여준 건 처음이다. 특정종교 탓으로 돌린다 해도 그 싸늘함은 심했다. 때문에 새 출발한 성남FC는 종교색을 넘어 시민통합의 광장으로 도약을 다짐했고 이날 많게는 1만여명이 운집, 변화상을 보였다. 경기는 무승부였으나 탄천 홈구장의 한적함을 날려버렸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절반의 승리로 평하기도 했다. 이날 많은 이들이 며칠 전 경남FC와의 개막 첫 원정경기에서 0대1로 져 홈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해 주길 바랐으나 0대0 무승부를 보였다. 특히 이날 구단주이기도 한 이재명 시장과 박종환 감독은 승리로 시민에게 답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날따라 마지막 한방도 없었고, 골운까지 없었으나 박 감독의 파상공세적 파도축구 기운이 엿보였음은 박수를 칠만하다. 초교생과 청소년을 비롯 여러 연령층의 시민들이 구장을 즐겨 찾게 하기 위해서는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한방을 보기 위해 찾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먼…
우리경제가 더 발전하고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국민, 특히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내에 좋은 일자리 확대가 쉽지 않은 여건에서, 외국어도 잘하고 IT에도 능숙한 우수한 우리 청년들이 해외 취업이나 창업할 경우 과거 어느 세대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우리역사를 보더라도 서독 광부·간호사 파견, 중동 건설인력 진출, 베트남 전쟁 참전 등 우리 국민의 해외진출이 고비마다 경제의 돌파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여러 유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최근 들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조세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제거래에 있어 조세문제는 거주자의 판단, 소득의 원천지, 이전가격의 적정성 판단에 각국의 과세 당국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조세조약도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사전에 확신을 가지기 쉽지 않다. 또한 최근 세계 각국의 과세당국은 국제거래를 통한 조세회피를 색출하기 위한 조사를 강화하고 새로운 장치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일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리왕, 선박왕에 대한 우리 과세당국의 거액의 세금부과가 있었고, 2013년에는…
케네디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이다. 그만큼 미국 국민들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왜 그렇게 미국인들은 케네디를 사랑할까? 젊고 똑똑하고 잘 생겼고 연설도 잘했다는 개인적인 매력에 더해서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리고 임기 도중에 암살당했다는 아쉬움까지 더해졌을 것이다. 게다가 케네디는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케네디는 1961년 취임하자마자 “나는 이 나라가 1960년대가 지나가기 전에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함을 믿는다”는 연설을 했다. 이를 통해 당시 소련과 미국의 우주경쟁에 불을 붙임으로써 미국의 과학기술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켰고, 미국인들에게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1969년 7월20일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함으로써 케네디의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케네디는 그러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볼 수 없었다. 1963년 11월22일 케네디가 텍사스주의 댈러스를 방문했다가 암살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랑받고 있던 대통령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상실감을 달랠 길이 없었던 미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