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시·도 공무원 노조가 국회의 지방자치단체 국정감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전국광역 자치단체공무원노동조합연합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전북도청 국정감사를 한 시간 앞둔 시점에 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은 한국에만 있는 그릇된 제도로,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기에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시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시 국정감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체육대회 개최도시의 경우 국감을 면제하던 그간의 관례를 깨고 대회기간 중에 시행하겠다고 밝혀 지역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정치적 논쟁까지 야기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감일정을 연기했고, 결국 취소하고 말았다. 시민들에게 국감 무용론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이룬 성과 중 하나가 국정감사의 부활이다. 유신헌법으로 폐지된 국감이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부활됐고, 이듬해 10월부터 실시됐다. 그간 국감과정에서 다양한 국정 난맥을 해결해왔으며 많은 동량지재를 키워왔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감시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장치이기에 그러하다. 매한가지로 지방자치제도 속에서도…
경기도내 각 지자체 주민센터에는 직업상담사들이 배치돼 있다. 직업상담사는 직업에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자격제도다. 요즘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이직과 전직이 잦아지고 있다. 아울러 청년실업자가 증가하는 반면, 중년층과 노년층의 재취업 희망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도와줄 직업상담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직업상담사의 업무도 다양하다. 상담업무, 직업소개업무, 직업관련 검사 실시 및 해석업무, 직업지도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업무, 직업상담 행정업무 등을 수행한다. 이 직업상담사가 도민들의 취업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8월 말까지 주민센터 직업상담사를 통해 취업한 취업자 수는 모두 6천80명이나 됐단다. 경기일자리센터가 배출한 총 취업자 7만2천450명의 8.4%나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기일자리센터 총 취업자수는 지난해 이곳을 통해 취업한 취업자보다 1만7천99명이나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늘어난 취업자 1만7천99명 가운데 무려 35%가 주민센터 직업상담사들이 만들어 낸 성과란 것이 도의 설명이다. 도는 올해부터 82명의 직업상담사를 선발해 도내 17개 시·군 주
견인차, 일명 레커차의 난폭함과 불법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신호를 무시한 채 광란의 질주를 하던 견인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본보29일자 23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견인차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경찰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견인차 특별단속을 펼친 이후에도 여전히 횡포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어서 강도 높은 대책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운전자라면 견인차의 횡포를 한두 번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더욱 심하다. 사고 장소에 소속회사도 알 수 없는 견인차가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출동해 멋대로 요금을 정하고 자기가 거래하는 정비업소로 사고차량을 끌고 가는 횡포를 일삼는 건 보통이다. 사고차를 정비업소까지 견인하는 거리를 부풀려 요금을 더 받는가 하면 신고된 요금대신 일방적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운전자 의견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단골 정비업소로 끌고 가 수리비에서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견인차를 불러야 할 위난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의 횡포는 더욱 극에 달한다. 그리고 그 곤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기업공개 정책에 따라 상장회사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증시규모가 확대되는 금융시장의 성장기였다. 주식시장은 투자수단으로 각광을 받았고, 굳이 투자분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투자하면 쉽게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종목 분석의 필요도 없이 업종별로 오르면 모두 오르고 내리면 모두 내리니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만 가도 되는 시대였다. 신주 발행을 하고 남은 실권주는 보통주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배당받고 연말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었으니 활황장세였던 당시로는 큰 수익기회를 주는 황금알로 통했다. 그러나 시장이 안정기에 진입한 1980년대 중후반부터 정책기조가 정부주도형에서 시장주도형으로 바뀌자 종목별 차별화가 시작되었다. 부실 상장기업이 부도 날 상황이면 이전에는 정부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나 이때부터 퇴출되는 곳이 늘어났다. 정보부재로 저조한 청약률에도 고수익을 가져다주었던 실권주가 이때부터 대기표까지 받으며 하루 종일 기다려 1억원을 청약해 봐야 엄청난 청약 경쟁률로 인해 겨우 몇 주를 받아 여비정도 충당할 정도의 수익이 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었다. 시큼하면서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스파게티를 젓가락으로 국수 먹듯 한 입 가득 먹었다. 혀가 느끼는 맛을 뒤로하고 볼이 터지도록 꾸역꾸역 밀어 먹었다. 스파게티는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포크로 돌돌 말아 천천히 맛을 음미해 가면서 먹어야 한다는 핀잔을 무시한 채 그냥 내 맘대로 먹었다.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어떤 맛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이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입에 안 맞으면 그만 먹으라는 딸애를 쳐다보면서 차마 수저를 놓을 수가 없어 먹고 또 먹었다. 맛이 어떠냐고 묻는 아이에게 스파게티를 많이 먹어보지 않아서 어떤 맛이 진짜 맛인지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아이의 작품이다. 며칠째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겠다고 벼르더니 시장을 보고 한참을 주방에서 뚝딱거린다. 인스턴트가 아닌 정통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온갖 정성을 들여 맛깔스럽게 내놓은 요리다. 겉보기엔 먹음직스럽게 차려놓은 식탁이었지만 막상 한 입 먹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큼털털하고 느끼하고 양파는 어석거린다. 스파게티 한 번 먹고 콜라 한 모금 마시면서 최대한 행복하고 맛있는 표정으로…
최근 문화융성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도 문화융성과 관련된 일정이 어김없이 포함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문화융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높다는 홍보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한 내용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내달 2일부터 시작될 서유럽 순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드라마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문화융성 의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직접 나서는 역할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문화융성은 창조 경제와 함께 국정기조 중 하나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다. 그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은 앞서 해외 순방 중에도 현지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적극 참석하면서 문화융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방문 중 ‘동맹60주년 기념만찬’ 행사가 열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 문화예술을 소개한 것을 비롯해 중국 방문 시에는 ‘K-팝 한·중 우정 콘서트’ 현장을 방문했고, 진시황 병마용을 관람하면서 양국 간 문화교
삼국지와 바둑.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친구가 어린 시절부터 옆에 끼고 살았던 애물(愛物)이다. 젊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품목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둑을 멀리했던 나는 그 친구의 바둑사랑이 조금은 의아했다. 그러나 삼국지는 달랐다. 박종화에서 장정일까지 적어도 한 쪽 정도는 눈요기를 한 터라 제법 대화가 됐다. 술잔에 달이 내려와 앉을 때까지 삼국지를 둘러싼 둘만의 이야기는 깊어갔다. 그 친구와의 공통점은 유비, 조조, 손권 등이 벌이는 정규전보다 번외전(番外戰)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다. 하기야 역사도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가 주는 재미가 훨씬 더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유독 여포와 동탁, 동탁과 여포의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는 ‘정치 한번 제대로 하겠다’는 입지를 세운 지 이미 오래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 같은 범부(凡夫)는 왜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맞장구를 쳤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설마, 왕윤이 여포와 동탁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쓴 미인계의 주인공, 초선 때문이었을까. 각설하고. 그 친구와의 이야기는 이렇게 모아졌다.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것은 의리(義理)이지 의리(義利)가 아니다. 의로운…
역사 교과서에 대한 갈등은 “어차피 벌어질 일”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처럼 취급됐던 것은 아닌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8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뜨거운 이념논쟁이 재연됐다. 제7차 교육과정의 선택과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두고 2002년에 시작된 이 갈등은 교과서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장장 10년간 이어졌는데, 지난 8월30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필수과목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또다시 불붙은 것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의 서술이 들어 있고, 여러 가지 사실(fact) 오류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대한 서술이나 정부수립, 역대 대통령,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어느 출판사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포기 검토를 운운하기도 했고, 그런 논란은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어느 국회의원이 특정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고사 성적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서울 잠실에서 맞붙은 LG 트윈스와 태평양 돌핀스의 한국시리즈 개막 1차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등장, 시구를 함으로써 ‘깜짝 시구’의 원조가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로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등의 개혁드라이브를 추진하던 시절이어서 관중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측근들에게 “깜짝 놀랬제?”라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수 받아야할 프로야구 시구 중 관중의 야유를 받은 유일한 사람도 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다. 2009년 4월, SK와 한화의 인천문학구장 개막식 때 일이다. 당시 유 장관은 시구자로 소개를 받은 뒤 양 팀 더그아웃을 들러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이로 인해 5분 넘게 경기가 지연됐고 야유를 한 몸(?)에 받은 것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최근 시구는 여자 연예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야한 옷차림과 독특한 개성의 시구스타일도 필수가 됐다. 리듬체조선수 신수지는 백일루션 360도 회전하는 기상천외한 시구 동작을 선보여 해외언론은 물론 UCC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정치인들은 단골…
인천에서 개최된 제94회 전국체전이 24일 막을 내렸다. 먼저 행사를 치르느라 고생한 인천시와 체육관계자, 그리고 참가 선수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 전국체전에는 전국 17개 시·도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7개국 해외동포 선수단을 포함해 3만여명이 참가한 대한민국 최대 체육축제였다. 상대방을 이겨야 메달을 딸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지만 한편으론 체육인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축제였다. 이번 체전에서는 예상대로 경기도가 1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인천은 비록 당초 목표 2위를 달성하지 못하고 3위를 차지했지만 신예 유망주 발굴이란 더 큰 성과를 얻었다. 물론 어느 행사나 만점짜리가 있을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번 대회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보(28일자 1면)에 보도된 대로 인천시는 이번 전국체전을 개최하면서 운영 허점, 준비 소홀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곳곳에서 숙박비 시비가 발생했다. 평일 3만~4만원인 모텔의 경우 체전 선수단에게 7만~8만원 바가지요금을 받기도 했다. 신설된 경기장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관람객의 불편을 초래했는데 심지어 인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