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너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너 때문에 죽겠다.’ 부부사이를 나타내는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그냥 ‘퉁’치기에는 조금 씁쓸하다. 유행어가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유행어뿐만이 아니다. 영화도 있다. 1994년 개봉작, ‘마누라 죽이기’.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박중훈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지 5년 만에 모든 주도권을 아내(최진실)에게 빼앗긴 무기력한 남편(박중훈)이 매력적인 여배우(엄정화)와 바람을 피우다가 결국 킬러(최종원)를 고용해 부인을 죽이려 한다는 뭐 그러그러한 코미디물이다. 또 있다. 지금은 대세가 된 배우, 류승룡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미모와 요리 실력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여자(임수정)가 그 고운 입에서 쏟아내는 건 오로지 불평과 독설뿐이고 이를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수백 번 상상이혼을 꿈꾸던 남자(이선균)가 전설의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는, 뭐 그런 멜로물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키에르 케고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史)’는 인류 최대의 화두(話頭)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란 게 있다. 공적(公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면 보호해 주고 공익침해 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내리는 법률이다. 2011년 8월 발효된 이 법은 쉽게 말해 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약을 파는 행위에서부터 공업용윤활유를 넣은 가짜참기름 유통,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수방류, 폭발위험이 있는 가스판매, 가짜 휘발유판매 등과 같이 공익침해 범죄를 신고한 자에게 신변보호와 함께 포상금도 준다는 것이다. 이 법 제정취지는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이익, 공정경쟁 등 공익 침해행위를 신고한 자를 국가가 보호·지원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공익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사정당국의 일방적인 단속과 적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 포상금을 받으려는 파파라치(몰래 제보자) 양산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정부, 민간, 기업 등 다자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치(協治)형 부패척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국민권익위원회가 2년 동안의 공익침해 신고(전화 1398) 유형을 분석해 봤더니 총 신고 2천720건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 중 건강분야 신고가 868건(3
9월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가을에 가 있다. 그리고 마음속엔 미래보다 과거의 추억이 더 많이 자리 잡는다. 어디론가 떠나고도 싶어진다. 옛날에 듣던 음악도 더욱 생각난다. 젊은 시절 선배로부터 들은 ‘가을 하면 브람스’라는 말 한마디가 멋있어 1970년대 음악감상실을 찾던 기억도 새롭다. 겉멋이 들어 당시에는 클래식의 감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음악 감상실에 들렀다. 가을을 앞두곤 더욱 잦았다, 르네상스. 종로1가에 위치한 그곳에서 의자에 파묻혀 브람스의 음악을 듣던 낭만이 생각난다. 그리고 모임이 있으면 으레 여기를 다녀왔노라 개선장군처럼 공개하고 브람스곡을 들어야 가을을 느끼느니, 교향곡 4번이 좋았느니, 감흥은 어땠느니, 어쭙잖은 품평으로 자랑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면서 웃음만 나온다. 아마 가을의 길목에서 낭만에 취해 부린 객기였노라 생각해도 역시 결론은 웃음이다. 하지만 추하지는 않다. 젊음이란 그래서 좋은가 보다.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니 말이다. 그 시절, 가을 하면 해바라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가을만 되면 소담히 피는 계절 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입대를 얼마 앞둔 심란함도 많이 작용했다. 특히 당시 개봉한 소
지난 8월28일 인천광역시와 인천발전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인천지역 공약이행 로드맵 제1차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대통령선거 시기에 약속한 인천지역 공약을 환기하는 한편 이들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지난 7월 초 중앙정부 기획재정부가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월 중순엔 대통령이 인천시를 전격 방문해서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깊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인천시와 인발연도 지난 대선시기에 ‘시민의 선택, 2012 인천 아젠다’를 발표하는 등 지역현안 해결에 발 벗고 나섰던 만큼 절실함이 묻어난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천지역 7대 공약’의 우선순위부터 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듯 근본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인천시민에게 약속한 7대 공약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공적 개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조기개통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및 지하화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및 접근성 제고 ▲인천항 경쟁력 제고 ▲아래뱃길 활성화 및 주변개발 물류거점 ▲
인천시가 올해 말까지 원도심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원도심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낙후된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바꾼다는 게 골자다.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기초적인 로드맵 수준이지만 송도신도시와 기존 도심간 양극화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인천시 현실을 놓고 볼 때 환영할만한 일이다. 특히 원도심의 가치와 역사성을 살리고 신도시와 함께 행복하고 조화로운 인천을 창조한다는 것이 계획수립의 취지임을 감안하면 기대 또한 크다. 1883년 개항 이후 도시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진 인천은 근대화·산업화 및 문화의 선도도시로서 송도신도시 탄생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송도에 비해 인구와 면적에서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원도심은 상대적인 낙후를 면치 못하면서 새로운 도시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사업 등도 원도심 전역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민 간 복잡한 이해관계 및 반목현상으로 인해 주민공동체가 와해되는 현상만 초래했을 뿐 사업 전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천시의 이번 기본계획수립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보인다. 올해 말 수립
ICLEI(이클레이)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다. 1990년 43개국 200개 지방정부에 의해 창립됐다. 현재는 회원국이 많이 늘어나 전 세계 84개국 1천220개나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해 도시의 지속가능 발전을 추구한다. 세계의 지방정부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큰 단체다. 해마다 열리는 ICLEI 세계 총회는 ‘생태교통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교통’에 공통 관심을 갖는 가맹 도시와 국제 활동가들이 교류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방안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그 ICLEI 세계 총회가 지난 1일부터 4일 동안 수원에서 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첫날 참가도시 대표들의 등록과 개막식 퍼레이드 참여에 이어 둘째 날인 2일 오전 개회해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마침 이 기간 중 수원시 행궁동에서는 ‘생태교통 수원2013’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더욱 의의가 깊다. 차 없이 사는 미래 체험 ‘생태교통 수원2013’은 지난 1일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 올 화석연료 고갈 상황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9월 한 달간 행궁동 시범지역 주민
프랑스 중남부 오트비엔 주에는 오라두르 쉬르 클란(Oradour-sur-Glane)이라는 마을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주민 642명이 몰살당한 곳이다. 이 마을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학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세계 3대 유령도시라 불린다. 1999년에는 학살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 유품 등을 모은 기념관이 이곳에 세워졌다. 기념관에는 학살이 발생한 시점에 멈춰진 시계, 열기에 녹은 안경 등 희생자들의 개인 유품 등이 보관돼 있다. 이 마을에 비극이 일어난 것은 1944년 6월10일이다. 200명으로 이루어진 나치 독일의 SS 파견부대가 652명의 주민들을 모두 집 밖으로 몰아내어 마을 광장에 모이게 하며 시작됐다. 그리고 숨겨진 폭발물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남자들은 헛간, 여자들과 아이들은 교회로 집결시켰다. 그 후 바로 문을 잠그고 독가스를 살포한 뒤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마을 전체에 불을 질렀다. 주민들은 질식하거나 불에 타 죽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기관총을 난사하거나 수류탄을 터트려 살육했다. 사상자 수만 교회에 있던 여자 245명과 어린이 207명, 헛간에 있던 남자 190명 등 모두 642명이었고 10여명만이…
김문수 도지사의 경기도가 9월에 감액추경을 단행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그 감액의 규모가 만만치 않은 데서 큰 충격을 받았다. 무려 3천875억원에 이른다. 이 규모의 감액추경으로 인한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먼저 연구원장 파동으로 당초 예산의 60%를 감액당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원상회복에는 턱도 없는 증액이 예정되어 조직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밖에도 추경에 예산을 추가 확보해 주기로 의회와 교감이 이뤄졌던 한국나노기술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등도 추가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처럼 산하기관과 조직의 예산을 감액해야하는 김문수 도지사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임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액추경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세수 예측에 있어서 이렇게 대규모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이 놀랍다. 물론 전문가도 인간인지라 일 년 후에 부동산 거래가 어느 정도로 줄어들지, 혹은 늘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당초 예산에서 7조3천241억원으로 책정되었던 지방세수입에서 무려 9천405억원(12.8%)이나 감소가 일어
알파치노가 주인공으로 나온 <대부>, <여인의 향기> 등 대부분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알 파치노가 뉴욕경찰 ‘프랭크 서피코’로 나오는 1973년도 영화 <형사 서피코>의 대중적 인기는 다른 영화들에 못 미쳤지만, 알 파치노의 명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했다. <전당포>, <침묵의 살인> 등 사회적 이슈를 영화의 테마로 삼아온 시드니 루멧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1972년 6월 가장 용감한 경찰에게 주는 공로훈장을 받고 은퇴한 ‘프랭크 서피코’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1960년대 뉴욕경찰(NYPD)의 어두운 뒷모습과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랭크는 배달되어 온 ‘돈 봉투’를 거절하고, 동료 경찰의 부패상을 상부에 알리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적당히 하라”는 회유와 집단 따돌림뿐이었다. 결국 신문사에 고발하게 되고, 외부의 힘에 의해 경찰 내부의 부패를 척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지만, 정작 본인은 마약반 동료들로부터 보복성 총격을 받게 되고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인다. 작고…
태양이 달궈지는 속도로 들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담장에 걸쳐진 호박은 속절없이 붉어지고 과수원 철망을 빠져나온 단내가 날것들을 불러들인다. 바삭하게 마른 고추를 손질하는 노파의 손길 뒤로 바지랑대에 앉은 고추잠자리만이 한가롭다. 텃밭,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고추는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해진다. 잘 익은 고추 몇 개 따서 찬밥에 물 말아 고추장에 푹 찍어 먹으면 입안이 얼얼하면서도 달큼한 고추 맛에 먹고 또 먹던 생각을 하면 침이 고인다. 막 들기 시작한 고구마 밑을 파서 주먹만 한 고구마를 캐기도 하고 설익은 콩을 아궁이에 구어 입이 새까매지도록 까먹으며 서로 바라보고 낄낄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귀밑머리 희끗한 세월이 되어 그때를 회상한다. 얼마 전 동해에서 서해로 해안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했다. 영덕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던 중 일행이 슬그머니 나가더니 옥수수 한 망을 사와 군불을 피우고 거기에 옥수수를 구웠다. 반은 익고 반은 타고 설익은 옥수수를 뜯어먹으며 서로 쳐다보고 웃고 난리도 아니다. 다리 밑에서 머리에 수건 두르고 입 언저리는 시커멓고 며칠째 노숙을 하다 보니 꼴은 엉성하고 여전 드라마 속 거지왕 춘삼이 오빠다.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