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달궈지는 속도로 들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담장에 걸쳐진 호박은 속절없이 붉어지고 과수원 철망을 빠져나온 단내가 날것들을 불러들인다. 바삭하게 마른 고추를 손질하는 노파의 손길 뒤로 바지랑대에 앉은 고추잠자리만이 한가롭다. 텃밭,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고추는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해진다. 잘 익은 고추 몇 개 따서 찬밥에 물 말아 고추장에 푹 찍어 먹으면 입안이 얼얼하면서도 달큼한 고추 맛에 먹고 또 먹던 생각을 하면 침이 고인다. 막 들기 시작한 고구마 밑을 파서 주먹만 한 고구마를 캐기도 하고 설익은 콩을 아궁이에 구어 입이 새까매지도록 까먹으며 서로 바라보고 낄낄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귀밑머리 희끗한 세월이 되어 그때를 회상한다. 얼마 전 동해에서 서해로 해안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했다. 영덕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던 중 일행이 슬그머니 나가더니 옥수수 한 망을 사와 군불을 피우고 거기에 옥수수를 구웠다. 반은 익고 반은 타고 설익은 옥수수를 뜯어먹으며 서로 쳐다보고 웃고 난리도 아니다. 다리 밑에서 머리에 수건 두르고 입 언저리는 시커멓고 며칠째 노숙을 하다 보니 꼴은 엉성하고 여전 드라마 속 거지왕 춘삼이 오빠다. 웃
통합진보당이 기어이 큰일을 냈다. 대한민국 종북의 총본산으로 의심받아온 통진당이 결국은 내란음모를 꾸미고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현장답사까지 했다고 한다. 작년 총선비례대표선거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예비선거 부정과 종북행위로 국회윤리위원회에서는 이석기, 김재연의 의원자격을 심사하기로 여야가 결정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안당국과 사회 일각에서만 통진당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우리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몸속의 암덩어리를 제대로 진단조차 하지 않았고 방치했던 것이다. 종북세력이 제도권까지 진출해서 오늘날 노골적으로 북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정부를 ‘남쪽 정부’로 격하하고 북을 조국으로 떠받들게 된 것은 민주화에 따른 대북경각심의 약화와 관련이 있다. 누가 이들 종북세력의 간덩이를 키웠는가?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우리는 민주화를 지켜내고 공고화하기 위해서라도 민주화에 휩쓸려 들어오거나 민주화를 틈타 잠입한 종북세력을 찾아내 분리, 고립시켜야 했으나 정치권은 한편으로는 미적대며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들을 감싸고 합법적 공간에 둥지를 틀 에너지와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다. 제도권 내 종북세력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국가기밀을 북으로 전달하고…
‘폐채석장의 재탄생-포천 아트밸리’, ‘산과 호수의 만남-산정호수’, ‘한국의 그랜드캐니언-한탄강’ 등을 보유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수도권 제일의 녹색휴양도시로 각광 받는 도시가 있다. 바로 6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포천시다. 요즘 포천의 관광은 소위 ‘핫이슈’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SNS를 애용하는 나로서는 “포천에 가 볼만한 곳이 너무 많은데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가면 좋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때론 반평생을 포천에 살아온 지인으로부터 “포천에 그런 볼거리가 있었냐?”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 차오르는 뿌듯함과 함께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홍보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무궁무진 포천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사철사색 주말여행특별시 포천의 관광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9년 10월에 개장한 포천 아트밸리는 개장 3년 만에 누적 관람객 70만명을 돌파하였으며, 매 주말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과 기발한 전시 및 체험활동 등을 통해 올해 관람객 3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중의 우물과 같은 호수’라는 의미의 산정호수 역시 화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호수의
동탄신도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인근의 악취 민원이 보름이나 계속되는데도 원인조차 못 찾고 있다니 납득이 안 간다. 본보 8월30일자에 따르면 동탄신도시에서 신고 되는 악취 민원이 여전히 1~3건에 이른다고 한다. 주민들은 밤만 되면 타는 냄새와 소독약 등의 악취로 창문조차 열기 두렵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화성시가 1주일에 3회 4명의 인력을 동원해 오후 10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지도 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점검을 하기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주에 걸쳐 악취가 이어지는데도 원인을 가리지 못 하는지 답답하다. 더구나 동탄 주민들이 화성시의 진정성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지난 8월17일 오후에 발생한 능동7단지 악취 신고가 엉뚱한 업체를 지목하고 끝났기 때문이다. 능동7단지면 올해 1월과 5월 불산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인근이다. 따라서 이곳 주민들은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시 이곳 아파트 주민들은 ‘락스 또는 전선 타는 냄새 등과 유사한 화공약품 냄새가 밖에서 진동을 한다’고 신고를 했다. 그러나 출동한 공무원들은 즉각 원인을 가리
지난달 28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태교통 수원2013 개최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의 무모한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이 말을 통해 그가 그간에 했던 고민과 겪은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염 시장 말처럼 선거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도로를 넓혀주고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말 대신 주민들에게 차 없이 사는 불편을 감수하자고 말하다니… 이런 사람은 다시없을 것이다. 그 ‘무모한 바보’가 바로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9월 한 달 간 수원시 장안구 행궁동에서 열리는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다. 수원시와 유엔 해비타트, 이클레이가 주최하는 행사다. 인위적으로 화석연료 고갈 상황을 설정한 뒤 실제 생활을 통해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국제행사로,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 시범지역에서 주민과 방문자들이 화석연료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사는 ‘불편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시범지역에 있는 차량은 모두 외곽 주차장으로 빼낸다. 주민들은 자전거나 친환경 탈것, 또는 임시로 마련된 셔틀버스로 집과 주차장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그것도 무려…
이번 휴가의 시작과 끝은 뜻하지 않게 조금 특별해졌다. 중학생 딸아이를 교육적으로 배려한 휴가지는 천년고도 경주였다. 성수기에 바닥난 기차표 덕분에 마지못해 생색내듯 KTX 시네마 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말로만 들어오던 하행선, 상행선 기차 속 영화관에서 두 편의 영화를 만났다. ‘더 테러 라이브’와 ‘마지막 현악 4중주’, 영화 두 편은 공교롭게도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하행선에서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뉴스 앵커 역을 맡은 하정우가 주인공이고, 한강 다리를 폭파하는 테러범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긴박감이 넘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저예산의 제작비로 알려져 있다. 개봉 5일 동안의 관람료 수익만으로도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어 엄청난 흑자를 기대하고 있을 정도이다. 밀폐된 세트장에서 만들어진 테러 현장이 달리는 열차에서 묘한 긴박감을 더해 주었다. 2시간 남짓의 기차 여행은 영화의 화면과 함께 긴장하는 와중에 이미 끝나 있었다. 재난 영화가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더욱 실감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굉음을 내쏟으며 폭파되는 장면과 터널 속의 바람을 가르
경기개발연구원 미래비전연구실 이상대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지자체로서는 충격 받을 만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 ‘지속가능 위험 지자체’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쉽게 얘기하자면 도시가 쇠퇴하는 징후를 보이는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005~2010년 기준 전국 144개 도시 중 96개 지역(66.7%)이 도시쇠퇴 징후를 보이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설마 우리지역은 아니겠지’라는 것이 지자체의 바람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경기도내의 많은 지자체들이 이 연구위원이 분석한 ‘쇠퇴도시’에 해당된다. 과천·화성·시흥·김포시 등이다. 그는 도시가 쇠퇴하게 되는 원인으로 네 가지를 지목했다. 고령인구, 주력산업 붕괴, 인프라 노후, 부동산 하락 등이다. 이 가운데 도시쇠퇴의 가장 심각한 요인은 고령인구다. 고령화는 생산 가능인구를 감소시켜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주력산업 붕괴도 심각한 문제다. 그 도시를 경제적으로 지탱해오던 특화된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 대기업이 없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내는 중소기업이 산업을 지배하는
안전행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전국의 범죄지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라는 현 정부의 이른바 ‘4대악’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을 표시해 알려주는 지도다. ‘생활안전지도’로 명명된 이 지도는 그동안 부처별로 개별 관리되던 재난·교통·안전사고·범죄정보 등과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제공된다고 한다. 안행부는 올해 25억원을 들여 1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시범 구축을 해 본 뒤 200억원의 예산으로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범죄지도는 범죄의 예방과 수사를 위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8년간 발생한 범죄를 유형별, 지역별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유사 범죄 발생을 예측한 결과 정확도가 71%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떤 범죄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잘 일어나는가를 안다면 경찰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범인 검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범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지도의 작성과 공개는 별개의 문제다. 지도를 공개한다고 범죄가 줄어든
요즘 대학생들은 학업은 물론, 봉사활동과 토익준비, 어학연수 등 다양한 스펙 쌓기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 중 봉사활동은 대학생들에게 특별하다. 취업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업 활동 시 남들과 차별화 되는 이력을 남길 수 있는 해외 봉사활동은 면접을 봐야 할 정도로 인기가 아주 높다. 그러나 국내 봉사활동은 말 그대로 ‘찬밥’ 신세다. 특히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 봉사활동, 일명 ‘농활’은 그 명맥만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농촌계몽과 봉사활동이 주를 이루던 1970~1980년대에 대학생이라면 농활은 꼭 다녀와야 할 필수 코스였다. 그러나 지금, 그런 농활 행렬이 사라진 농촌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다. 농활이 학점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혜택이 없는데다 농촌 일손 돕기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농활은 대학생들이 단체로 농촌지역에서 부족한 일손을 거들면서 노동의 의미와 농촌의 실정을 이해하는 활동이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우던 농촌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활의 장점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일손을 도우면서 농민
‘현대 나이 계산법’이란 게 있다. 과거 50년 전 68세가 차지하는 인구비중이, 85세에 0.8을 곱한 68세가 현재 인구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한 나이가 실제 나이라는 것이다. 계산법에 따른다면 50세면 요즘은 40세가 되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주장한 실제 나이 구분법은 더욱 젊다.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로 구분하고 있어서다. 이 구분에 따르면 75세까지의 영 올드 세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신 중년 또는 젊은 고령자쯤으로 해석하는 게 올바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올드 보이(old boy)가 아니라 하프 보이(half boy·반 젊은이)로 규정하고 있다. 버니스 뉴가튼 교수는 이들을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부른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시대의 실상을 반영하여 ‘0.7 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