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지인이 마음속의 고민을 토로했다. 일터가 세종시로 옮겨지면서 이주를 해야 할지, 출퇴근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주를 하자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이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가족들이 극구 만류하고, 출퇴근을 하자니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그는 하는 수 없이 ‘두 집 살림’을 하기로 결심했다. 가족들은 수원에 남는 대신 자신이 현지에 집을 얻어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신풍속도다. 서민들에겐 소위 ‘가진 자들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으나 당사자들은 물론 국가적인 당면 과제다.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행정복합도시(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명분은 국토균형개발과 통일시대의 대비로 함축된다.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집중을 해소함으로써 선진국형 국가형태를 갖추는 시발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비판도 상당했다. 중앙행정부서 및 헌법기관들을 한 군데로 몰아넣는 것은 국토균형개발이 아니라 제2의 수도권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며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지난 11일 새누리당 홈페이지에는 이색 안내문이 떴다. ‘ㅅㅂㅈㄹ 새누리를 디스(diss)해라’라는 제목으로 당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메시지를 접수하는 공모전 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디스’는 disrespect(무례·결례)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선 욕, 공격 등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ㅅㅂㅈㄹ’이란 문구 역시 ‘ㅅㅂ’과 ‘ㅈㄹ’로 나누어 욕설의 약어(略語)로 쓴다. 새누리당이 소제목으로 정한 ‘새누리를 발전시키는 젊은이들의 리얼 디스戰(전)’의 새·발·젊·리의 모음을 앞세운 욕설의 약어를 공모 제목으로 삼은 것은 숨어서 댓글을 달기보다 앞에서 당당히 욕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행사 취지도 소개했다. 인터넷 문화의 발달과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오늘날은 신조어의 르네상스라 할 만큼 많은 새로운 말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약어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새누리당 공모 포스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약어는 어형의 일부를 생략해 원래보다 간략하게 표시한 말이다. 복잡한 세상, 제한된 시간, 웬만한 자극에도 멀쩡한 세태 속에서 많은 내용을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약어의 사용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탄소배출량을 현재 상태로 계속 유지할 경우 2050년의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국립기상연구소의 연구 발표도 있었지만, 이제 아열대성 기후가 먼 남쪽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여름 날씨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급속한 생태계의 변화가 사방에서 포착되면서 40년 뒤의 걱정거리가 아닌 지금의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전력난과 조삼모사식 세제개편 소식에 애꿎은 서민들의 마음만 푹푹 찌게 만든다. 이래저래 올 여름 폭염과 살인적인 습기를 떨치기가 쉽지 않으니, 책 몇 권 챙겨 숨고르기라도 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괜찮겠다. 사실 여름철은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계절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이명기의 ‘송하독서도’나 김희겸의 ‘산가독서도’에는 책을 읽으며 여름날을 보내는 선비의 피서법이 잘 드러나 있다. 지난 신문들을 검색해 보아도 여름나기에 빠지지 않고 단골 등장하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혼자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여름은 독서의 계절 필자의 책읽기도 어린 시절 여름 방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피서 여행이 흔치 않았고 사교육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풀릴 것 같아 보이지 않던 개성공단 정상화가 가동중단 133일 만에 남북합의에 의해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가슴 졸였던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경색일변도 정세에 답답했던 국민들에게 모처럼 무더위 속 시원함을 안겨준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합의는 바뀐 남북 정권이 처음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남측은 6차 실무회담까지 고집했던 책임 문제를 접음으로써 최종 합의를 견인해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합의 5개항에 넣는 데도 성공했다. 북도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화를 통한 합의가 가능한 대상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이번 합의로 개성공단이 당장 재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합의하지 못한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와 그동안 밀린 비용 정산 등 구체적인 협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틀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2004년에도 출입 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설치에 합의했으나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 다음 주 시작되는 남쪽의 을지포커스가디언의 전개 상황에 따라 어떤 돌출변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존의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된 12∼14일에는 국민과 산업계, 관공서의 헌신적인 절전 노력에 힘입어 전력수급 위기를 모면했다. 관계 당국은 고비를 무사히 넘김으로써 한숨을 돌렸다. 특히 15일 광복절에 이은 주말이 계속되는 데다 다음 주에는 폭염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급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전력난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국가위기 대응 자세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으로 산업체와 유통업체, 공공기관 등의 냉방기 가동은 중단됐다. 특히 관공서 사무실은 체온과 컴퓨터 열기로 온도가 32~34도를 오르내려 찜질방이나 다름없었다. 사무실은 냉방기는 물론 전등마저 꺼버려 공문서는 물론 컴퓨터 자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굴처럼 컴컴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이 멈췄고, 에어컨이 꺼진 직원 휴게실은 한증막이었다. 정부의 읍소와 지시에 따라 절전에 동참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들끓었다.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위기의식을 조장시켜 국민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 비판과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딜 가나 손에 검정색 작은 물건을 들고 다닌다. 지갑처럼 보이기도 하고 메모수첩 같기도 하지만 블랙베리라는 휴대전화다. 그리고 대통령이 사용한다고 해서 오바마폰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블랙베리는 보안이 생명인 대통령이 맘 놓고 쓸 만큼 대단한 스마트폰이었다. ‘쿼티’ 자판도 특별했고, 미 육군 등 군사·정보파트가 애용할 만큼 보안성도 뛰어났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월스트리트 등 금융계, 대기업 근무자들은 물론 중소기업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비즈니스계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는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최소한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그랬다. 스마트폰의 원조라 불리는 블랙베리가 두 손을 들었다. 애플에 밀리고, 삼성전자에 치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모토로라를 비롯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업체였던 노키아의 몰락 이후 글로벌 시장 돌풍주역의 세 번째 쓰러짐이다. 20년 휴대전화 왕국인 노키아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3년이었고, 블랙베리는 갤럭시와 아이폰…
연이은 폭염에도 광복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요즈음 들어 부쩍 심해진 일본의 극우행보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우리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위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침략 사실 자체도 부정하려 들며 평화헌법까지 고치겠다고 법석이다. 굳이 고치지 않더라도 외국의 침입은 자위대가 방어할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하여 다시 침략자가 되겠다는 이야기인가? 피해자로 깊은 상흔을 가진, 이웃나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20여 년간의 불황과 원전사고 등으로 무력감에 빠진 일본이 제국주의 향수에 빠져드는 모양이다.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행위는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처할 뿐이다. 왜, 문명국답게 진심어린 사죄로 과거를 털어 버리고 이웃들과 진정한 협력과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지? 해방이 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죄는커녕 연이은 망언과 독도 도발로 우리는 아직도 일제에 대한 한(恨)을 지우지도, 그 잔재를 청산하지도 못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36년은 우리민족에게 엄청난 영향력과 함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들은 우리민족의 존재를 부정, 우리문화를 말살시키고 모든 분야 구석구석까지 일본문화를 심어 넣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OECD 국가 1위를 차지할 만큼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유명 연예인, 명문대학교 학생, 입시에 시달린 고등학생 등 젊은이들의 자살도 충격적이지만,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숙고하고 결단한 자기 생명의 자발적인 제거라는 의미의 자살은 종교사에서 매우 다양하게 평가를 받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자살은 신에 대한 죄이며, 벌 받을 행동으로 판단합니다. 까닭은 사람이 스스로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생명을 거둘 권리 역시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중세 그리스도교 법에 따르면 자살을 기도한 것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었으며, 자살자의 교회 예식에 따른 장례식은 거부되었습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생활고, 병고, 비관, 염세, 가정불화, 양심의 가책, 결백의 주장, 배신감, 실연 혹은 자발적 안락사 등), 자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살한 사람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은 이미 자살을 통하여 윤리적으로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거운 상처를 주고, 신과의 관계에서는 구원의 은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적 인간, 특히 신앙인이 취할 마지막…
올해 어르신들과 일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윗세대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올해 초, 몇 분의 농업분야 은퇴 교수님들과 해외원조 사업에 동참하여 파키스탄에서 일주일 정도 함께 지낸 적이 있다. 하루는 일행 중 몇 분이 먼저 귀국하게 되어 귀국 전날 한 사람씩 얘기나 노래를 하며 환송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저녁을 잊지 못하는데, 그 중 연세가 가장 많으셨던 어느 교수님 때문이다. 그 분은 칠순 후반의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장하셨고, 사람의 중심에서 나오는 건강하고 올곧은 힘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귀국 전날인 그 날도 현지인의 농업기술 교육에 쓸 비닐하우스 짓는 일을 온종일 마무리 하고, 검게 탄 농부의 모습으로 저녁 식사에 나타나셨다. 그 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우리에게 어떤 문건을 하나씩 나누어 주셨는데, 1919년에 작성된 기미독립선언서의 복사본이었다. 그 분은 독립선언서 전문을 외워보겠다고 하시곤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암송하기 시작하였다.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此로써 世界萬邦에 告하야 人類平等의 大義를 克明하며 此로써 子孫萬代에 誥하야 民族自存의 正權을 永有케 하노라. 과연 그 분
한전이 경기 동부권인 여주 이천 양평 광주 가운데 한 곳에 신경기변전소와 송전탑 170여기를 세우려는 계획을 가시화시켰다. 신울진원자력발전소의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려면 2019년 말까지 765KV급 신경기변전소와 송전선로 128㎞ 및 송전탑 170여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 5월에서야 이 같은 계획을 공개하고, 이들 지역 관계자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한다. 해당 지자체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더 이상 진척되지는 않고 있으나, 한전은 신경기변전소와 송전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는 일단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을 최대한 설득할 예정이라지만, 밀양처럼 불상사가 이어지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 한전은 여주 이천 양평 광주 가운데 한 지역을 골라 변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전의 주장은 형식면에서부터 결함이 드러난다. 왜 이들 4지역으로만 입지를 제한하는가? 송전거리 등을 따져 그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여주 남단과 광주 북단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왜 꼭 이 가운데 한 곳이어야만 하는가? 경기 동부권 주민들이 이중삼중의 규제에 묶여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