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을 오른다. 맘껏 푸르러진 7월의 수목을 비집고 풀벌레 울음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적당히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땀으로 흥건해진 몸을 씻어준다. 덕이 많아 지어진 이름이 덕유산이라 했던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그런지 산나물이 풍성했다. 코끝에 스미는 향을 따라가다 보면 더덕이 나무를 감아 올라서고 산마늘이며 둥굴레 등 반갑고 익숙한 이름의 풋것들에 눈길을 주다보니 이대로 산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간 오르막을 올라도 탐방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길이 없어 풀과 나무를 헤집으며 걸었다. 길을 잃은 것이다. 지도를 펴 놓고 위치를 파악했지만 종잡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하늘이 보이는 곳을 향해 걸었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산이 깊어서인지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서인지 우리 말고는 누구도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도 밀려왔다. 땀이 흘러 옷은 흠뻑 젖었고 산안개가 시야를 좁혔다. 힘차게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마저도 뚝 끊긴 산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이토록 두렵고 무서운지 새삼 느꼈다. 도적떼가 들끓었다는 육십령 고개의 전설이 떠올랐고 주변의 작은 기척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고 혹여 산짐승을 만나
LG 트윈스가 올스타를 독식했다. 팬 투표 결과 선발투수, 구원투수에서 지명타자까지 11자리를 싹 쓸었다. 열성팬들이 56일간 출근부 도장 찍듯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팀의 영광이므로 LG 구단은 축제 분위기여야 한다. 하지만 선발된 선수들마저 많이 당황한 모습이다. 지난해엔 롯데 자이언츠가 딱 그 짝이었다. 올스타 투표 독식이 반드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초호화 멤버를 끌어 모은 프로 팀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지난해 롯데나 올해 LG ‘올스타’들이 전부 최고의 선수냐 하는 점이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선수, 실력은 떨어지나 인기는 높은 선수, 실력도 인기도 별로이나 묻지마 투표로 선발된 선수가 뒤섞여 있다는 건 선수들 본인이 더 잘 안다. 인기는 실력과 무관하다. 실력은 인기투표로 검증될 수 없다. 싹쓸이 뒷맛이 씁쓸한 첫 번째 이유다. 진정한 프로야구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과 잘 하는 선수를 가려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와 상관없는 영역이지만,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한국 선거문화가 떠오른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막대기라도 찍는다. 한국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공포영화에 나오는 유체이탈이란 말이 언젠가부터 유행이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객관적인 제3자처럼 말하는 것을 빗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일컫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고수였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내공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고 평가받는다. 최근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에 대해 “이번 기회에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국정원에 대해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도록 ‘셀프 개혁’을 주문한 셈이다.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말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마치 이번 논란이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듯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청와대의 그릇된 인식에는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위야 어찌됐든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에 “그 불쌍한 여직원, 결국 무죄인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국정원 댓글 여직원이 ‘인권침해의 희생양’으로 비치도록 진실을 호도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검찰 수사에
지난 8일 오후 9시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죽이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해 유기한 심모군의 사건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심군의 살인사건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가 최근 장기매매와 관련된 글에 댓글을 남겼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한 네티즌이 살인사건 휴대전화 번호를 검색해보니 심군이 지난 3월 9일 ‘콩팥 삽니다’라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해당 이미지에는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이제 20살입니다. 그전부터 이쪽 세상 알아왔고, 저보다 어린 엘리트들도 많이 봤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심군이 시신을 훼손하던 도중(9일 오전 1시41분∼3시34분)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16차례 보낸 사실이 경찰조사결과 추가로 밝혀져 충격을 준다. 특히 모텔 화장실에서 잔혹하게 훼손한 시신 사진을 두 차례에 걸쳐 한 장씩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SNS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해줘서”라는 등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본보 12일자 23면 보도에 따르면 성매매를 일삼는 신·변종 불법 성매매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원시 인계동의 경우 수십개의 업소가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상가 사무실 오피스텔 바 마사지업소로 위장해 법망을 피해가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10여개의 원룸을 얻어 대대적인 성매매업을 하는 ‘키스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소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법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고, 예약을 하려는 자가 많아 예약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기관인 경찰은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다며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니 딱하다. 경찰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수원 인계동을 비롯해 여러 도시의 유명한 유흥가에 가 보면 일반인들도 신·변종 성매매업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지역사회의 특성상 오피스텔 등에 들어선 업소들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못 찾는 것이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다. 물론 불법현장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찰이 정보망을 가동하기만 하면 포착되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므로 사실 확인조차 어
2012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 정직지수가 초·중·고등학생 각각 85점, 72점, 67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의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응답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최근 한국투명성기구의 ‘청렴성 조사’에서도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15∼30세의 40.1%가 부자를 택했고,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 중 인생에서 더 성공할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15∼30세의 51.9%가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을 꼽았다. 학년이 높을수록 정직지수가 낮아지고 부자를 선호하며,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우리교육이 ‘우선 정직하라’고 가르치기보다 ‘무조건 유능하라’고 가르친 결과가 아닐까? 그러나 정직성이 없는 유능을 어디에 쓸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직은 사전에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
가뜩이나 무덥고 끈적거리는 장마철, 게다가 들리는 소식마다 답답한 정치판… 이 와중에 간만에 좋은 소식을 듣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과목은 (학력) 평가기준에 넣어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부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부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한 말이다.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 초청 오찬에서다. 박 대통령은 “자기 뿌리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아주 상상하기 어려운 일…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이런 가치와 자기 뿌리에 대한 어떤 공감대가 있지 않으면 통합이 안 된다. 그런 면에서도 이 역사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 교육이) ‘평가기준’이 돼야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과목은 평가기준에 넣어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한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박 대통령의 생각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반영해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교육계 일각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사가 학생들의 성적평가에 지금보다 더 비중 있게 반영될 것이다. 다행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가 후속조치로 고민 중이란 소식도 들
지난 4·24보궐선거에서 가평군 수장이 된 김성기 군수가 첫 시험무대인 314명의 가평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3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아 왔던 그가 과연 공직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군정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던 터라 인사스타일에 설왕설래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서기관급인 기획감사실장과 사무관에 오르는 지름길이라는 비서실장 자리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또한 조직개편과 더불어 보직경로나 서열, 근무연수 등을 무시하고 일할 수 있는 체제로 진용을 구축하겠다는 김성기 군수의 의지도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사무관 자리가 하나여서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도 있었고 ‘누가 발탁될 것 같다’, ‘행정직보다 기술직이다’라는 루머까지 속출했다. 취임과 더불어 70여일이 지나면서 간부들의 성향과 능력이 모두 파악됐고, 공무원들로서는 이 기간이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실책을 하거나 무소신·안일무사 또는 업무장악력이 떨어지는 간부들에 대해 좌천성 인사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과 업무능력이 돋보이는 간부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인사혜택이 돌아갈 수…
朴槿惠(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하여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그 바탕에는 한자 능력과 중국어 능력이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새삼 한자의 중요성이 부각된 일이었다. 朴槿惠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의 슬로건을 ‘心信之旅(심신지려)’로 정했다. 그런데 한국 국민 중에 몇 명이나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공교육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자를 배워서 알고 있어야만 그런 말도 지을 수 있고, 이해할 수도 있다. 또 朴槿惠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중국 국영 중앙TV(CCTV)의 芮成鋼(예성강) 앵커와 인터뷰하면서 “人生在世, 只求心安理得就好了”라는 한문을 직접 써서 주었다. 그런데 그런 일도 박 대통령이 한자와 한문을 배워서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통령은 芮成鋼 앵커에게 상대방의 이름을 한자로 ‘芮成鋼’으로 써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은 한글로 ‘박근혜’라고 적었다. 이는 모순이다. 두 사람의 이름은 똑같이 한자를 조합하여 만든 한자어 이름이다. 따라서 한 사람을 한자로 ‘芮成鋼’으로 적었
인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성공사례가 눈길을 끈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 배출되는 온갖 쓰레기를 자원의 보고(寶庫)로 인식하는 역발상부터가 놀랍다. 단순히 환경처리 기술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에서 발생되는 슬러지와 가스를 상용화하는 첨단 기술을 개발해내는 절묘한 발상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창립 이래 획득한 지식재산권만 해도 35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중국에 등록한 특허도 3건이나 된다. 거대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자원화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도시생활 최대의 고민거리에 도전하는 자세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 같은 관리공사의 성공 비결은 세계로 수출되는 중이다. 지난해엔 페루 환경부의 국립생태공원 추진단장 등이 견학을 다녀갔다. 이들은 한국의 폐기물관리 및 자원화 시설을 페루에 도입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생태공원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멀리 남아메리카에서부터 찾아올 정도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폐기물처리장 설치와 운영 면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터다. 파키스탄 캄보디아 러시아 등 15곳에 기술을 수출한 바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의 매립가스를 이용한 발전 사업에 민관합동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