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현충일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전사자 유가족에 대한 채혈(採血)행사가 있다. 발굴될지도 모를 유해의 유전자 감식 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혈액을 준비해 놓는 것이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6·25전쟁으로 국군 13만7천899명이 전사했다. 이중 3만9천여명은 북한에, 1만3천여명은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무장지대와 북한에 묻힌 유해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곳곳에선 지금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유해 발굴 작업은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심에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이 있다. 이 감식단은 미국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와 함께 세계에서 단 2개뿐인 유해 발굴 전문부대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슬로아래 단 1명의 전사자와 실종자라도 끝까지 찾아 귀환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JPAC가 롤 모델이다. 감식단은 지금까지 8천1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미국의 JPAC는 북한이 빼놓을 수 없는 조사지역이다. 1995년부터 북한에도 들어가 1951년 1·4후퇴 직전 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주변에서 발
일명 잣나무로 불리는 백향목(柏香木). 백향목이 가지런한 숲속은 고품격이 흐른다. 그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백향목의 꼿꼿한 자태에서 훼절이나 변절이란 말을 차마 담을 수 없다. 지조의 상징. 나무는 약간씩 굽어가며 크는데, 이 백향목은 올곧다. 지사(志士) 혼을 풍기는 모습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개인의 인격도 이와 같아야 한다. 최근에 잠시나마 국격이 추락된 사건이 있었다. 국가 요직 인사가 개인의 파탄 난 인격을 넘어 국사(國事)를 단숨에 토네이도 급으로 함몰시킨 불행한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 별의별 일들이 무수히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많다. 그래서 국격을 바로 세워야할 것이며 그러려면 특히 공무를 수행하는 개개인의 인격체는 마치 백향목처럼 꼿꼿하고 늘 푸르러야 한다. 백향목의 뿌리가 내리는 지하에는 장엄한 협력이 있다. 하늘 아래에서 기품이 있는 자태를 드러내기 위해서 땅 속에서는 서로서로 얼키설키 꼭 부여잡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희생이요 장엄한 협력이다. 이 합력으로 선을 행한다. 이렇게 아끼고 배려하고 뭉치는 이웃의 뿌리들이 있어서 백향목 나무는 꼿꼿한 자태를 잘 유지하고…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화두로 새 정부의 범국민 창조인재시대에 대한 각오가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 꿈과 끼를 마냥 살려줄 수 있는 창조교육을 하고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려는 준비도 본격화 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행복한 국민 그리고 이를 견인할 창조인재 육성을 위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 문득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열기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OECD 국가들의 국제학업성취 비교 프로그램인 PISA 등에서 우리 아이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선진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구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등위를 다투며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가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똑똑한 나라’인 듯싶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과연 교육 최고 국가라는 사실을 당연시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똑똑한 나라의 똑똑한 국민 맞는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여 우리가 진정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극도의 ‘낭만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최일선에서 파수꾼인 사회복지사. 그러나 정작 사회복지사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과연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복지’이며, 이에 발맞추어 새로운 복지 정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복지정책들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실천 전문가들에 대해 봉사와 무한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회복지실천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처우 및 지위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금융경제위기 등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건강과 안전에 위협 받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정치권에서는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공공영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 등으로 근무환경 등 처우개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새누리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들과 환경부가 엊그제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을 인천시에 강하게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천시가 2017년부터 수도권매립장 사용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압박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무조건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님비”라며 “환경부가 단호한 입장을 갖고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2천만 수도권 시민의 쓰레기 처리가 걸린 중요 현안인 만큼 정치권이 나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당과 환경부의 공세는 인천의 정서를 자극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이용을 2016년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인천시의 입장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는 주장이다. 그동안 쓰레기 반입량이 감소한 덕에 2044년까지 수도권매립장을 이용할 여지가 생겼다는 반박논리는 인천시민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 강변에 불과하다.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 주변이 시가화하면서 인구 70만명이 늘었다. 이들이 겪는 비산먼지와 악취 고통을 30년 가까이 연장하겠다는데 보고만 있을 지자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쓰레기를…
최근 수원에서는 ‘수원팔경’을 두고 논쟁에 휩싸였다. 한 민속학자가 기존의 ▶화산두견(花山杜鵑, 화산 숲속의 두견새 소리) ▶용지대월(龍池待月, 방화수류정에서 달) ▶화홍관창(華虹觀漲, 화홍문 7간 수문에 쏟아지는 물보라) ▶남제장류(南堤長柳, 수원천 긴 제방에 늘어진 수양버들) ▶북지상련(北池賞蓮, 만석거에 핀 아름다운 연꽃) ▶광교적설(光敎積雪, 광교산에 쌓여있는 흰 눈) ▶서호낙조(西湖落照, 서호와 여기산에 비치는 저녁노을) ▶팔달청람(八達晴嵐, 팔달산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맑고 시원한 바람) 등 수원팔경이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조작된 일제의 문화 잔재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수원시가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실시하고 지역 학자들 사이에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수원8경에 대한 새로운 입증자료인 이원규라는 사람의 ‘수원팔경가(水原八景歌)’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수원시는 1912년 매일신보에 소개된 이원규의 ‘수원팔경가(水原八景歌)’를 최종 수원팔경으로 잠정 선정했다. 매일신보에 게재된 수원팔경가는 1914년에 출간된 사카이 마사노스케(酒井政之助)의 ‘발전하는 수원(發展せる水原)(1914)’에 각각 수록된 후지노 군잔(藤
봄기운이 만연한 날, 정미경 변호사가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정미경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8회를 수료한 뒤 법조계에 입문했다. 부군 역시도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문학을 하고 있는 필자와는 낯설지 않은 관계였다. 남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던 터라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훈교육을 얼마 전에 갖게 되었다. 정 변호사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 혹은 영화 같다. 연하의 남편인 이 변호사와 부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나 이색적인 삶을 걸어온 인생기는 한 편의 장편소설이기도 했고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필자가 그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발견한 것은 오래 전 경기도교육정보센터에서 시낭송회를 했을 때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녹아나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채 살아갔고, 그녀의 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 인생을 탓한 채 살아갔다.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잃은 부친의 일화는 슬프면서도 감동의 선율이 되었다. 필자는 그녀가 쓴 한 권의 책을 오래전에 받았다. 그 책의 제목은 ‘여
감정은 베고 이성만 남아, 아주 무덤덤한 마음으로 읽어도 안구돌출(眼球突出)되는 역사가 있다. 우리 역사 이야기다. 일본의 ‘에조보고서’는 1895년 8월 20일 경복궁내 건천궁 옥호루에서 벌어진 참사를 이렇게 묘사한다. 일본낭인 20여명이 난입해 명성황후를 살해한 사건의 전모다. 작전명 ‘여우사냥.’ 이 보고서는 당시 조선 정부의 내부 고문관인 이시즈카 에조가 작성했다. 그는 일본에 있는 직속상관 스에마쓰 가네즈미 우정국 장관에게 이 사건의 주모자가 미우라 공사임을 알렸다. 명성황후 살해 현장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민비암살’의 저자 쓰노다 후사코도 ‘당시 현장에 있던 일본인 중에는 같은 일본인인 나로서는 차마 옮길 수 없는 행위를 하였다는 보고가 있어….’라고 말끝을 흐릴 정도였다.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지녔다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만행이 벌어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근거다. 이 보고서에는, ‘먼저 낭인들 20여명 정도가 궁에 쳐들어와서 고종을 무릎 꿇게 만들고 이를 말리는 세자의 상투를 잡아 올려서 벽에다 던져 버리고…
3년 전 여름으로 기억된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강원도 홍천의 숲속 요양시설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짧은 조우였지만 지인의 참여 동기를 듣고 생소함을 느꼈다. 그때 들은 내용들은 이러했다. 숙소에는 TV도, 컴퓨터도 없다. 휴대폰도 안 된다. 기름지고 과한 음식 대신 담백하고 영양가 있는 건강 식단이 제공된다. 그리고 몸의 건강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요가와 명상도 그 중 하나다. 열흘 예정으로 참여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효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비싼 비용이 약간 부담이긴 했으나 건강할 때 질병을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쪼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몸에 좋은 거 먹고 오래 사는 것, 즉 웰빙이 건강의 트렌드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병에 걸려 아프지 않은데 왜 이곳에 왔을까? 우리처럼 여행이나 가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숲속 요양치료는 암등 질병 치료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곳이 당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사전치유와 휴식의 개념을 도입한, 지금으로 말하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개혁 조치가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우리나라는 물론이거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로,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성장 전략과 같은 세 가지 정책 수단의 조합을 의미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의 디플레와 엔고현상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을 최대한 많이 풀어 디플레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엔저 유도 정책은 ‘아베노믹스’의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다. 디플레 하에서의 거품경제 디플레 경제라고 하는 것은 물가가 하락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일본 소비자물가의 추이를 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물가가 전년에 비해 플러스로 상승한 해는 2006년과 2008년밖에 없다. 그들의 진단대로 일본은 확실히 디플레 경제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가 왜 문제인 것일까? 물가가 내리면 기업의 매출이 줄어 결국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