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喪中)이다. 생일(3월30일)을 맞은 사회복지계가 가슴에 꽃 대신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올 들어서만 사회복지공무원 3명이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복지 전령사가 세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세상이 너무도 조용하다. 눈만 뜨면 복지를 얘기하고, 복지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 수혜자가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똑같은 선택을 했어도 이처럼 평온했을까. 아니다. 온 나라가 두 패로 갈리어 이분법적 논쟁을 하거나, 가진 자를 극단으로 몰아세우거나, 희생양 찾기에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씁쓸하게도 이들의 죽음은 오로지 사회복지계의 몫으로 남겨졌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무얼까. 이들은 한결같이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그렇다. 복지국가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도 인정한 바다. 당선인 시절 복지 현장에서 일명 복지 깔때기 현상을 확인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해당 시·군의 업무 협조 사업들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집중되다보니 업무 과중 현상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복지 혜택이 특정인에게 중복되는 것을 막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복지연계시
엊그제 용인시민들이 제기하기로 한 경전철 관련 주민소송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 전·현직 시장과 관계자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가 도드라져 보인다. ‘용인경전철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밝힌 소송가액은 무려 1조127억원이다. 그러나 용인시가 경전철을 추진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초래된 재정손실은 최소한 1조8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변협은 지난 2월 용인경전철을 대표적인 세금낭비 사례로 지목했다. 주민소송단이 밝혔듯이 이제는 무능하거나 부패한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행정을 펼치면서 시와 시민들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혀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풍토를 단호히 바꾸어야 한다. 주민소송단은 그간의 과정에서 저질러진 실책과 오류를 조목조목 짚었다. 소송단의 지적처럼 용인시는 애초 추진과정에서 국가예산으로 건설할 기회를 상실했고, 우선협상대상자를 1개 업체만 선정해 민간투자법을 어겼다. 그뿐 아니라 수요예측도 터무니없었고, 시의회의 동의절차도 무시했으며, 면밀한 검토 없이 엉터리 수요에 근거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을 업체와 맺었다. 건설과정에서는 이정문 전 시장의 부정과 부패, 하청업체 관리 소홀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영희(가명, 초등3학년)라는 소녀가 있다. 이 아이는 한부모가정으로서 엄마는 지난해 신장 수술을 받아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자녀들의 양육문제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흉흉한 세태에서 딸아이의 안전을 염려해 방과 후에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에겐 소극적이고 주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불안증세가 생겼다. 이 소식을 들은 ‘수원시 위·드림스타트센터’는 인근 종합복지관과 연계해 흥미를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주고 대인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정서·행동지원 관련 아동봉사단에 연계하여 서비스 지원을 실시했다. 이 아이에게는 서비스 지원으로 인한 심리·행동변화 상태 등을 관찰한 뒤 8월중에 다시 위기도를 재점검해 적합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적용키로 했다. 사회의 따듯한 보호와 관심을 받게 된 아이의 증세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드림스타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 아동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맞춤형 지원서비스사업이다. 법정 저소득층 아이들의 ‘희망 치료사’인 드림스타트 사업은 경기도가 원조다. 2004년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
봄이다. 조선의 기생에 대한 특강 의뢰가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철의 빛, 즉 ‘춘색’이 가득한 봄은 청춘의 정욕, 즉 ‘춘정’의 계절이 아닌가. 특강을 하면서 매번 받는 질문이 있다. “왜 하필이면, 기생의 연구를 시작했는가?” 인문학의 연구는 대부분 관심 분야의 확대를 통해서 논의가 확장된다. 따라서 처음 출발한 지점에서 멀어질수록 뒤를 돌아볼 기회도 점점 줄어든다. 인터뷰나 특강을 할 때마다 매번 반복된 질문에 기억을 더듬어본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고교 시절에 대학생 누이의 책상 위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져 있던 시화집 한 권이 떠오른다. 혜원의 기생 그림이 선명한 시조시화집이었다. 그날 이후 그 시화집은 자연스럽게 내 책꽂이에 자리를 잡았다. 학부 졸업 논문 제목도 ‘황진이’의 시조 연구였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조선의 기생은 누구나 잘 아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기생의 삶은 다소 과장되거나 미화하는 경향이 흔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상류 기생들의 이야기로 일반화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참, 당황스럽다. 사회적
한국 사회의 부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2년도 국가청렴도(CPI)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176개국 중 45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2단계 추락한 성적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세계 34개국을 놓고 보아도 한국의 청렴도 수준은 OECD 평균 6.9점보다 1.5점이나 낮은 5.4점으로 27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OECD 국가 중 10위임을 고려한다면 청렴도에 크게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청렴도가 낮으면 무엇이 문제일까. 공직자가 청렴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고대 정복국가시대나 근세 제국주의시대는 군사력이 그 나라 국력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 나라의 국력의 원천은 국가 경쟁력에 있다. 청렴도가 7.0일 경우 경제성장률 1.4%가 상승(한국개발연구원)하며, 청렴도 1점 상승 시 1인당 교역 31%, 외국인 투자 관심도 26%, 1인당 GNP 25%가 상승(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서울시립대)한다. 또한 청렴도 1점 상승 시 1인당 국민소득이 4천713달러 상승(한국행정학회)하는 등 국가청렴도는 경제성장과 밀
정부가 현 단계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마 했던 개성공단이 잠정 조업중단에 들어갔고,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지만, 섣부른 대화는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는 듯하다. 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대화를 모색할 때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늘어나고 있어도, 정부의 입장은 변치 않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위협하는 지금 같은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마주 앉아 나눌 말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북이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자세를 바꾼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즉각 가동시키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강조한다.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하겠으나,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북핵’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정부의 ‘대화불가’ 입장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대응방식이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어디서 멈출 것인가다. 만약 북한이 다음 단계에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최악의 충돌을 불사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 하지만 피해는 한반도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국정 최고책임자는 그런 엄청난 불행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대화 카드를 단순
시화호는 1987년 6월에 착공, 1994년 1월 완공됐으나 이후 시화호 유역의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국제적으로 유명한(?) 호수가 됐다. 환경보호보다는 개발 우선이라는 국가분위기가 만든 결과다. 결국 1997년 이후 해수를 유입하기 시작했고 2000년 12월에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화를 선언했다. 거짓말처럼 철새와 어패류, 식물이 돌아오고 수도권의 명소가 됐다. 시화호 주변에는 저어새, 흑두루미 등 총150종 14만7천678개체의 조류가 관찰되고 주변 갯벌에는 대형 무척추동물, 갯지렁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 총 214종이 서식하는 등 야생동식물의 낙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시화호에는 사람들도 찾아들고 있다. 국내외 환경 연구가, 사진작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호수 수변에서의 레저생활을 즐기기 시작하는 등 친수·수변공원으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화호에 반달모양의 인공섬이 조성되고 섬 위로 대규모 호텔, 리조트 컨벤션 센터가 들어서는 대형 개발사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9일 경기도지사-안산시장-쿠메세케이社 회장-코드라보라토리社 회장이 시화호 상업용지에 호텔과 리조트
사회복지사의 날(3월 30일)을 맞이하는 심경은 참담하기만 하다. 지난해 2월과 4월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과 성남시 중원구청 등에서 연이어 사회복지사 상해 사건이 발생하였다. 또한 금년 들어 세 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회복지사를 향한 상해와 자살 등으로 사회복지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였지만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의 흔적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수급자가 자살하였다면 이렇게까지 방임할 수 있었을까. 최소한 정치권 등에서 요란한 빈수레 소리라도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흔한 빈수레 소리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늘어나는 복지정책과 함께 이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의 인력 수급과 근로환경 개선, 처우보장은 동일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올 들어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에 비추어 볼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종합대책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2012년 ‘사회복지사의 클라이언트 폭력 피해 실태 및 안전 방안 연구’에 의하면 민원인으로부터 직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한 경험이 사회복지직 공무원 95%, 민간 사회복지사 65
필자가 인연을 맺은 것은 인문학강좌와 독립영화 상영이었다. 정성원 원장의 성실함과 배려도 컸지만 수원시의 인문학에 대한 노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죽도록 공부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KBS 글로벌 대기획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이 KBS 1TV를 통해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제작진은 하버드대학생들을 한국의 대치동 학원가에 보냈다. 하버드대학생들과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수학 문제풀이 대결을 벌였는데, 그 대결에서 대치동 학원생들이 하버드대학생들을 이겼다. 하지만 하버드대학생들이 이러한 결과보다 더 놀란 사실이 있다. 바로 한국의 학생들이 가족을 위해 공부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하는 공부는 결과적으로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공부하는 인간>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한국계 유대인 릴리 마골린,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기업 구글에 입사한 릴리와 릴리의 아버지 힐 마골린의 공부습관에 관심을 기울였다. 힐 마골린은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lsq
흔히 욱일승천기로 불리는 일본제국주의 깃발의 정확한 명칭은 ‘욱일기(旭日旗)’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은 사전적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세력(勢力)이 성대(盛大)해짐”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따라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햇살모양의 깃발은 ‘욱일기’로 부르는 것이 옳다.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에서 진화한 제국주의 산물이다. 일본기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의미를 형상화했다. 침략야욕이 물씬 느껴진다. 욱일기는 일본이 한창 탈(脫)아시아를 선언하고,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당시 일본군 군기에서 기원했다. 마음이 찜찜한 것은 현재도 일본 국군격인 자위대가 욱일기를 사용 중이라는 점이다. 1945년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한 일본은 일본군을 해산했고 욱일기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불과 7년 만에 일본이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부활하면서 해상자위대(해군)부터 욱일기를 다시 게양했다. 현재는 육상자위대 또한 첨단무기에 욱일기를 달고 시위 중이다. 욱일기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국가들은 착잡하다. 욱일기를 볼 때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군은 일장기와 욱일기를 앞세워 침략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