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사랑과 교육열로 순위를 매기자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수퍼맘, 알파맘 같은 유행어만 보아도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우리 엄마들의 욕심은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다. 그러나 이렇게 아이를 위해서라면 심장도 내어 놓을 것 같은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이 자신의 아이들을 집이 아닌 다른 곳, 다른 사람의 품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쩌면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들의 눈높이와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오랫동안 보육교사와 원장에 대한 자격조건과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끊임없이 강화시켜 왔으며, 보육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만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보육교사의 아이 학대와 같은 문제는 국민들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보육교사의 전문성과 질을 탓하는 쪽으로만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진지하게 한 번 돌아보자.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여론 수습용으로 떠밀려 시행하게 되는 자격요건 강화와 관리감독 강화정책은 과연 문제를 해결해 왔나? 불행하게도 결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정부가 보육예산을 늘리고 정부와 지자체, 원장과 학부모가 눈에 불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 사고 규명과 관련해 지루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경찰이 엊그제 사고현장 CCTV 확인결과, 대형 송풍기를 통해 탱크 룸 내 불산 가스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자 삼성은 즉각 불산 외부유출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이 CCTV 제출을 미루는 바람에 뒤늦게 알려진 내용인데, 이번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 발표는 진실이고, 삼성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애초 사고가 밝혀졌을 때 삼성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은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숨겨왔던 일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삼성이 스스로 밝힌 일은 없다. 늑장 신고, 협력업체의 밸브교체 건의 묵살, 숨진 직원의 부검 결과 드러난 불산 기화, 몇 년 전 발생했던 불산 누출 은폐 등등 은폐하고자 했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침묵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동탄 주민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삼성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난 1월27일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벌써 3주가 지났다. 화학물질 사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생긴 기업이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기존의 일반 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이 점이 영리기업과 큰 차이다. 사회적기업도 여러 유형이 있다. 일자리 제공형은 근로자의 30%를 취약계층으로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서비스 수혜대상자의 30%가 취약계층이면 지원금을 준다. 이밖에 혼합형과 기타형 등이 있다. 사회적기업은 상업적 수단을 적용하여,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니만치 요건도 까다롭다. 사회적기업이 된다고 해도 최장 3년까지밖에 지원받지 못하며, 그때까지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사회적기업이 가장 활발한 도시는 수원시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에는 좋은 일을 하며 수익을 내는 62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수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짜로사랑이라는
투기, 위장전입, 병역비리, 탈세, 이중국적, 공금사적유용, 논문표절…. 고위직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고소영-강부자’ 내각으로 규정됐던 초기 MB내각시절 국민들은 강력한 주사 한 방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MB 정부부터 이제 출범할 박근혜 정부까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각종 의혹은 공론화에 대한 부끄러움마저 상실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MB 정부 고위 공직자 중 10명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낙마 원인은 위의 단골 메뉴와 관련된 의혹과 논란 때문이다. 그런데 낙마 이후 모든 후보자들은 자신의 직업으로 복귀하거나 재입사했고, 새누리당 소속인 김태호의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기도 했다. 즉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그에 대한 법적·정치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고위 공직 후보자를 내정하는 데 있어 후보자 검증에 대한 신중성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안 걸리면 그만이란 식의 복불복 행태가 심각해졌다. 최근에는 고위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고려했을 때, 위의 단골 메뉴 등장은 마치 어쩔 수 없는 보편적 양태인 것처럼 이해해 달라
군주는 총명하게 정사를 살피려 하나 간신이 가로막고 있다는 말로, 일월의 밝은 것을 본래의 선심 또는 군주의 총명에 비유하고 사욕 또는 간신을 뜬구름에 비유한 것이다. 고대 선인들의 가르침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책으로만 마차 부리는 것을 배워서는 말의 모든 사정을 알 수가 없다(以書御者不盡馬之情)고 했다. 그렇듯 정치나 행정에 있어 경험과 쌓아온 조예 없이는 탁상공론이 되는 것이고 많은 오류와 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록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세(세상의 흐름)를 따르지 않고선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雖有智慧不如乘勢)이 또한 현실이다. 효경(孝經)에는 해는 특정 물건만을 위하여 그 밝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명군(명철한 군주)은 특정인을 위하여 법을 고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곁에서 살피는 자는 바르고 정당하게 판단하게 되고(傍觀者審), 일에 직접 임하는 자는 생각이 흐려져 어두울 수 있다(當局者迷)라는 바둑격언이 여기에 딱 부합된다 하겠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탓일까? 배려하고 양보하며 조금 참으면 될 것을 주먹다짐과 심한 욕설로 다툼은 물론 경찰의 개입이 불가피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많은 주민들에게는 다시금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자기주장만 내세우면서 타인의 의사는 조금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기가 한 일은 모두 잘 한 것이고, 남이 한 일은 못마땅해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만을 고수하면서 가정이나 직장, 나아가 국가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다. 또한 ‘화목’, ‘단결’, ‘양보’ 등을 아무리 외쳐 봐도 우이독경(牛耳讀經)에 지나지 않는다. 자칫 이러한 단어들이 국어사전에서나 찾아봄직한 것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낀다. 가평에서도 며칠 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차시비로 비롯된 주먹다짐이 병원신세를 지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그것도 인정이 넘쳐야 할 이웃 간에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비슷한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많이…
부끄러운 고백부터 하나 하자. 어릴 때 네 살 아래 동생에게 사기 치던 얘기. 엄마에게 똑같이 10원을 받는다. 나는 5원 정도 까먹고, 1원짜리를 서너 개 남긴다. 동생에게 그걸 보여주면서 네 것 한 개와 내거 세 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도리질을 치면 네 개 주겠다고 한다. 돈 가치를 모르는 동생은 결국 10:4 부등가교환에 동의한다. 나는 들키기 전에 ‘10원에 하루 종일’ 만화방으로 내뺀다. 지난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구간 축소 논란이 빚어졌다. 질타가 쏟아지자 기획재정부가 “그건 하나의 안(案)일 뿐”이라며 한 발 뺐다. 없는 사람에게 전기료 더 받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양심 없는가를 알긴 알았나 보다. 마침 <녹색평론> 128호(2013년 1~2월)에서 ‘전력부족, 진실과 거짓’이라는 글을 읽었다. 전순옥 국회의원 정책담당 비서관인 박성환씨가 쓴 글이다. 읽으면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계통한계비용(SMP), 전력사용기반기금, 대기업의 민간발전 참여 등등 평소 몰랐던 전기요금의 비밀이 폭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10:4 부등가교환 ‘사기’ 정도가
박병두시인 봄부터 밀밭에 둥지를 틀었던 종달새와 그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가을이 되자 창공을 날 정도로 성장했고, 밀밭의 주인도 추수할 시기를 가늠하느라 때때로 나타났다. 어느 날, 주인이 나타나 “추수 때가 됐군. 마을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어”라고 말하는 소리를 종달새 새끼들이 듣고 화들짝 놀라 어미에게 전했다. 그러나 어미는 콧방귀를 뀔 뿐 이사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어미 말대로 며칠간 보이지 않던 주인이 다시 나타나 이번에는 “이웃사람들 대신에 사촌들에게 추수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야지”라는 소리를 새끼들이 들었다. 새끼들은 둥지로 돌아온 어미에게 급한 소식을 전했으나 이번에도 어미는 이사 갈 필요가 없다며 태평스러웠다. 얼마의 날들이 지나고 나타난 주인은 “안 되겠어. 내일은 내가 직접 밀을 베야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새끼들이 다시 주인의 말을 전하자 어미는 새끼들에게 “자, 이제는 떠나야 할 때다. 짐을 싸자”고 말하더니 둥지를 옮겼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솝우화 중 하나다. 북한의 핵위협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3차 핵실험에 이어 4, 5차 핵실험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핵탄두를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려 올 겨울은 참 힘들게 건너간다. 그러나 혹독하던 동장군의 위세도 입춘을 지나 우수를 바라보면서 서서히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바람은 어느새 태도를 바꾸어 살그머니 뺨을 간질인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주어진 시간이 있다. 그러자니 사람의 삶도 자연 그 흐름에 걸음을 맞춘다. 그러나 생명체에게만 국한되었다고 할 수 있으랴? 계절도 때가 되면 물러가야 하고 유행도 때가 지나면 시들해진다. 어느덧 우리 고장도 눈에 띄게 고령화 되고 있다. 대부분 사는 형편이 비슷해 아침에 설거지 끝내기 무섭게 마을 회관으로 모인다. 그곳에서 치매에 좋다는 십원 내기 민화투로 시간을 때우다 점심 식사를 하고 이집 저집 얘기를 하다 어느 날은 저녁까지 같이 먹고 캄캄해서 집으로 가는 일상이다. 빈 집에 혼자 앉아 늦은 저녁 전화기조차 침묵이고 떡국의 농간으로 아픈 곳만 늘어간다. 남들 보기 민망해 자식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하지만 수족 있는 동안은 서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앞세워도 가슴으로 드는 바람은 옷으로 꼭꼭 여민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선대부터 살던 집에 혼자 사시다 몸도 불편하시고 힘들어 하셔서 집을 정리해 그 돈을 가지고 아들네 집
경기도 농민들이 감자농사를 지으려 해도 씨감자가 없어 발을 구르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씨감자 공급원인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의 배정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경기도의 경우 65만2천㎏을 배정 받았지만 농가 요구량의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경기도 농가들은 전라도나 충청도 배정물량을 2배 이상 웃돈을 쳐주고 사오거나, 매우 비싼 민간 씨감자를 구매해 심어야 한다. 이럴 경우 힘들게 감자농사를 지어 봐야 남는 게 없으므로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게 낫다. 농민들이 딱하기만 하다. 농민을 울리는 주범은 바로 민영화 정책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가을감자 정부 보급종 채종을 완전 중단했다. 민간업자를 육성하겠다는 이유다. 이후 농민들은 값이 비싼 민간업자의 씨감자를 사다 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씨감자는 값만 비싼 게 아니라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 한마디로 말해 가을 씨감자 민영화는 완전 실패작이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봄감자마저 민영화 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2015년까지는 모든 봄 씨감자 보급종 채종까지 완전히 민간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 중이다. 그 연장선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