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안전행정부는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골자는 읍·면·동 단위의 행정은 자치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자치회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공공시설물 위탁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 고유 업무도 생긴다고 한다. 마을로 일컬어지는 가장 기초행정 단위 주민들의 자치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응하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치회 위원 선정은 상위 시·군·구 단위의 선정위원회에서 공개 모집해서 20∼30명의 선출된 위원을 자치단체장이 위촉한다. 전국 공모를 통해 30여개의 읍·면·동을 선정해서 1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자치회 성공모형을 유형화하여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이번 사업은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서
우리의 속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하지 않았던가. 옛 시(詩)에도 떠나와 멀어져 버린 고향을 바라보면서 애달프게 몸부림치며 그리워한 내용이 있다. 성문을 나서서 바라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언덕과 무덤뿐이네(出郭門直視但見丘與墳). 옛 무덤 뭉개져서 밭이 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베어져서 장작이 되었네(古墓與爲田 松佰?爲薪.) 사시나무엔 슬픈 바람이 휘몰아쳐 쓸쓸히 사람의 애간장을 끊는구나(白楊多悲風 簫簫愁殺人). 고향마을에 돌아가려 마음 먹어보지만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어이할꼬(思還故里閭 欲歸道無因). 인생무상을 노래했다. 어릴 적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슬퍼하며 견디기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는 절망과 서운함에 의욕마저 잃고 매일 장취(長醉)하던 날이 그 얼마였던고. 언젠가는 고향도 멀어지고 사람들도 멀어지고 누구나 멀어지면서 이별을 하게 되는 것. 우리는 그리 많지 않은 소중한 시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따뜻한 사람들과 맑고 향기롭게 보내고 싶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질긴 겨울의 끝자락이 따사로운 햇발에 밀려난다. 영영 세상을 호령할 기세였던 겨울이 떠나자 스르륵 봄이 다가섰다. 이렇게 가고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진대 사람이라고 별날까 싶다. 이럴 때 읊조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섬세한 속살의 느낌을 대신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시(詩)는 종교적 색채를 떠나 헤어짐의 역설을 통한 만남을 이어준다. 시에 대한 전문적인 통찰이나 분석이 없어도, 그저 시어(詩語)가 주는 느낌을 따라 감정의 썰물과 밀물이 반복된다. (시는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고, 느끼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으니 마음껏 농단해도 양해가 되리라.) 하여튼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다니 천재적 감성을 누가 흉내 내고, 그 속내를 아노라 자랑할까. 하지만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니 쓸쓸함은 가슴에 맺힌다. 대상이 누구든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뜻밖의 일”이란다. 이별은 아픔이고, 눈물이며, 아쉬움이 분명하다. 그러나 헤어짐은 인생의 일부다. 의식이 생성되던 순간부터 함께했던 부모도 떠나간다. 늘 곁
가끔은 타고난 변덕을 어쩌지 못하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눈을 날리기는 해도 바람이 순해지고 옷차림이 가벼워진 걸 보면서 봄을 실감한다. 밤늦도록 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목마른 대지는 젖 빠는 아이처럼 단비에 흠뻑 젖어 온갖 풀과 나무에 새싹이 돋겠거니 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산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안쓰러워 집 주위를 돌아보니 겨우 찻숟가락 만하게 자란 질경이 싹이 파란 얼굴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온다. 오랜만에 장날이면 나오는 옛날 찐빵과 꽈배기가 생각나 부지런히 뛰어가면 지금 막 끝내려고 하는 판이라며 주섬주섬 덤으로 얹어 다 팔았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돌아서려는데 바로 앞 손님이 아는 얼굴이라 맛이라도 보라며 몇 개 건네주는 인심이 있어 그 자리에서 한 잎 베어 물고 오물거리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가볍던지. 우리는 지금도 연탄을 때는데 바쁠 때는 정신없이 일을 하다 연탄 갈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꼼짝 없이 온 집안에 번개탄 연기를 피워야 하겠구나 하고 화덕을 들여다보면 몇 구멍이 살아서 담뱃불처럼 빨갛게 보이는 불은 나에게 있어서 바다에서 등대를 만난 것 그 이상의 환희로 나를 채운다. 고향에 사는 친구들은 오가며
학기 초마다 학생들과 함께 보는 동영상이 있다. 헌법학자 이국운 교수(한동대)의 짧은 특강을 담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읽는 세 가지 방식>이다.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가운데 한 편인데, 인터넷에 제목을 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학기에도 민주주의 얘기를 꺼내기 전 동영상부터 틀었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본 영상인데도 진한 여운이 남는다. 헌법학자의 진심이 화면을 뚫고 전해진다고나 할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읽는 게 첫 번째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숨은 주어를 찾아내 살려서 읽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들 문장에 주어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가 지목하는 주어는 헌법 전문에 나오는 ‘우리 대한국민’이다. 그는 이렇게 한 번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 대한국민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선창하는 그의 목소리는 벅찬 감정을 애
북한 위협에도 프로야구는 성황이다. 겨우내 시즌 개막을 기다렸던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린다. 연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계속돼 팬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만원(滿員)에 암표까지 판치는 야구장 가운데 파리를 날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개막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4월 10일 현재) NC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구장이다. 두 팀 가운데도 올해 프로리그에 뛰어든 NC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창단팀이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명장 김경문 감독이 믿음직했다. 또 거액의 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 우선지명, 타 팀의 중진급 선수 수혈 등으로 상상이상의 기적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NC의 성적은 참담하다. 개막전부터 내리 7연패하면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NC 관계자들의 속이야 새까맣게 타들어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NC를 바라보는 수원 또한 불안한 속내를 숨길 수 없다. 그동안 제10구단의 연고권을 따내는 데 전력하느라 팀 성적에 대한 구체적 복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원 10구단은 NC의 창단과정을 롤 모델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렇게 흘러왔다. 2014년 2군 리그를 시작으로 201
상중(喪中)이다. 생일(3월30일)을 맞은 사회복지계가 가슴에 꽃 대신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올 들어서만 사회복지공무원 3명이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복지 전령사가 세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세상이 너무도 조용하다. 눈만 뜨면 복지를 얘기하고, 복지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 수혜자가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똑같은 선택을 했어도 이처럼 평온했을까. 아니다. 온 나라가 두 패로 갈리어 이분법적 논쟁을 하거나, 가진 자를 극단으로 몰아세우거나, 희생양 찾기에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씁쓸하게도 이들의 죽음은 오로지 사회복지계의 몫으로 남겨졌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무얼까. 이들은 한결같이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그렇다. 복지국가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도 인정한 바다. 당선인 시절 복지 현장에서 일명 복지 깔때기 현상을 확인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해당 시·군의 업무 협조 사업들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집중되다보니 업무 과중 현상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복지 혜택이 특정인에게 중복되는 것을 막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복지연계시
엊그제 용인시민들이 제기하기로 한 경전철 관련 주민소송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 전·현직 시장과 관계자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가 도드라져 보인다. ‘용인경전철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밝힌 소송가액은 무려 1조127억원이다. 그러나 용인시가 경전철을 추진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초래된 재정손실은 최소한 1조8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변협은 지난 2월 용인경전철을 대표적인 세금낭비 사례로 지목했다. 주민소송단이 밝혔듯이 이제는 무능하거나 부패한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행정을 펼치면서 시와 시민들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혀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풍토를 단호히 바꾸어야 한다. 주민소송단은 그간의 과정에서 저질러진 실책과 오류를 조목조목 짚었다. 소송단의 지적처럼 용인시는 애초 추진과정에서 국가예산으로 건설할 기회를 상실했고, 우선협상대상자를 1개 업체만 선정해 민간투자법을 어겼다. 그뿐 아니라 수요예측도 터무니없었고, 시의회의 동의절차도 무시했으며, 면밀한 검토 없이 엉터리 수요에 근거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을 업체와 맺었다. 건설과정에서는 이정문 전 시장의 부정과 부패, 하청업체 관리 소홀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영희(가명, 초등3학년)라는 소녀가 있다. 이 아이는 한부모가정으로서 엄마는 지난해 신장 수술을 받아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자녀들의 양육문제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흉흉한 세태에서 딸아이의 안전을 염려해 방과 후에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에겐 소극적이고 주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불안증세가 생겼다. 이 소식을 들은 ‘수원시 위·드림스타트센터’는 인근 종합복지관과 연계해 흥미를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주고 대인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정서·행동지원 관련 아동봉사단에 연계하여 서비스 지원을 실시했다. 이 아이에게는 서비스 지원으로 인한 심리·행동변화 상태 등을 관찰한 뒤 8월중에 다시 위기도를 재점검해 적합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적용키로 했다. 사회의 따듯한 보호와 관심을 받게 된 아이의 증세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드림스타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 아동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맞춤형 지원서비스사업이다. 법정 저소득층 아이들의 ‘희망 치료사’인 드림스타트 사업은 경기도가 원조다. 2004년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
봄이다. 조선의 기생에 대한 특강 의뢰가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철의 빛, 즉 ‘춘색’이 가득한 봄은 청춘의 정욕, 즉 ‘춘정’의 계절이 아닌가. 특강을 하면서 매번 받는 질문이 있다. “왜 하필이면, 기생의 연구를 시작했는가?” 인문학의 연구는 대부분 관심 분야의 확대를 통해서 논의가 확장된다. 따라서 처음 출발한 지점에서 멀어질수록 뒤를 돌아볼 기회도 점점 줄어든다. 인터뷰나 특강을 할 때마다 매번 반복된 질문에 기억을 더듬어본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고교 시절에 대학생 누이의 책상 위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져 있던 시화집 한 권이 떠오른다. 혜원의 기생 그림이 선명한 시조시화집이었다. 그날 이후 그 시화집은 자연스럽게 내 책꽂이에 자리를 잡았다. 학부 졸업 논문 제목도 ‘황진이’의 시조 연구였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조선의 기생은 누구나 잘 아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기생의 삶은 다소 과장되거나 미화하는 경향이 흔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상류 기생들의 이야기로 일반화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참, 당황스럽다.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