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인솔자의 깃발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명승지나 유적 앞에서 사진만 찍고 훌쩍 떠나는 ‘주마간산’식 단체여행객들은 그 나라의 속살을 모른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사는 뒷골목이나 재래시장을 걸으며, 서민들과 어울려 음식을 함께 먹으며 자신이 방문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국민들의 생활을 체험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자다. 특히 재래시장에선 그 지역의 전통과 특산품은 물론, 사람들의 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통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공간에서 상인과 소비자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면서부터다. 수원시의 경우 못골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못골시장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못골시장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1호로 선정하면서 변화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장터 개념에서 진일보, 다양한 이벤트와 사업을 펼쳤다.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고 상인DJ가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스타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함께 고객이 참여하는 시장요리교실, 못골시장 축제 등 상인회에서 마련한 각종 이벤트와 문화사업, 시장관련 프로그램을 펼쳤다. 못골 줌마불평합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정상적인 출범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하면서 새로운 총리후보 인선과정에 시간이 걸렸고,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개편에 제동이 걸려있다. 따라서 법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주 25일 박근혜 정부가 예정대로 출범하거나 예정보다 늦어진다 하더라도 파행적 기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시급한 두 가지 과제는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이고,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 동의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고 총리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만 총리가 새로운 정부조직에 근거해 형식상 국무위원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고,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국무위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되어야 박근혜 정부는 진용을 갖추어 출범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출범 23일 만인 3월 18일에야 비로소 노무현 정부 국무위원을 배제한 채 전원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현재 진행상황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 첫 내각 인선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늦어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내각 구성이 완료되는 한 달 내외
2005년 7월, 공중파 방송의 기자가 특정 재벌에 대한 정보당국의 도청 녹취록을 보도해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녹취록에는 불법 대선자금관련 파괴력 높은 내용이 담겨 시장에 회자됐다. 그 가운데는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빅 이슈’가 담겼다. 바로 현직 검찰 간부들이 재벌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재벌의 ‘검찰 길들이기’가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공개된 ‘떡값 검사’들은 모두 익명의 그늘에 숨었다. 갑남을녀인 국민들은 실명을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상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고, 산천을 떨게 하는 검사들인지라 언론을 비롯해 모두가 입을 닫았다. 이때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나선 이가 국회의원 노회찬이다. 노회찬은 그 해 9월, 국회에서 녹취록에서 떡값을 받은 것으로 지명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같은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12월 검찰은 관련사건 검사들을 무혐의 종결했고, 노회찬을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후 노회찬은 1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후 어제 대
학교체육진흥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일반 학생들의 체력증진과 학교 운동부 육성을 위해 입안된 이 법안이 처음 거론된 것은 2005년이다. 이 법은 일선 학교로 하여금 학생의 체력증진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체육교육과정 운영 충실 및 체육수업의 질 제고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인권보호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유아 및 장애학생의 체육활동 활성화 ▲학교체육행사의 정기적 개최 ▲학교 간 경기대회 등 체육 교류활동 활성화 ▲교원의 체육 관련 직무연수 강화 및 장려 ▲학생건강체력평가 및 비만 판정 학생에 대한 대책 등 각 사항별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를 학교 예산의 범위에서 확보하도록 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의 체육활동에 필요한 운동장, 체육관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도록 하고, 각 학교장에게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 체육활동 진흥에 필요한 체육 교재 및 기자재, 용품 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을, 초등학교에는 스포츠강사를 배치할 수 있게 했다. 또 학생선수에게 일정 수준의 학력기준(최저 학력)을 보장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지난 5일 경기도의회가 개혁적인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을 때만 해도 설마 도의원들이 그깟 해외여행 못가 안달 났으랴 싶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본보 14일자 보도는 그게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무려 9개 상임위원회가 오는 4월 이전에 해외여행 스케줄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관광성 동남아 여행이라는 의심을 벗기 어려운 연수 일정이다. 이들에게 과연 어떤 표현이 어울리는지 찾기도 힘들다. 이들에겐 이제 명분도 염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7일자 본란은 제대로 된 해외연수라면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도시환경위원회가 베트남 라오스에 가서 뭘 배워오려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같은 나라로 가는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가 여성 가족 평생교육의 모범국가인가. 아니면 반면교사여서 가는가. 경제과학기술위원회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가려는 건 좋다. 그런데, 보건복지공보위도 건설교통위원회도 기획위원회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왜 같은 나라로 가야 하는가. 이건 아니다. 도매금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겠으나, 이 정도면 암까마귀와 수까마귀를 도무지 구별하기 어렵다. 지난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엔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과 아이들을 상대로 장난치는 자들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왜냐하면 식품은 곧 우리의 생명이나 다를 바 없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량식품 파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도배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식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고 칼날이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유명식품에선 생쥐머리까지 나왔다. 연이어 터지는 식품안전사고로 소비자들은 ‘믿고 먹을 게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식품 제조·유통·관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식품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국내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한때 수입 식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것도 안전하지는 않다. 일본의 방사능과 미국의 광우병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 중국은 비위생적으로 생산 유통된 불량 식품 수출로 수많은 파문을 일으켜온 대표적인 사례다. 먹을거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부정 불량 식품 판매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강
교양 글쓰기에서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글의 유형이 바로 자기소개서, 즉 ‘자소서’ 쓰기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큼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자신에 대해 치명적인 정보의 빈곤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소개서 쓰기는 이력서 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객관적인 근거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이력서와는 달리 자기소개서는 잘 써야 한다. 바로 이 잘 써야한다는 부분이 여러 학생들의 어깨에 부담을 얹어주고, 심지어는 절망하게 하고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준수한 외모에 유명 대학의 인기학과를 졸업하고 화려한 스펙을 마련해둔 사회초년생들도 때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여러 번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예전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나름대로 안타깝고 절박한 사연들이 겹쳐 떠오르곤 한다. 거기에는 놀라울 만큼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글을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저는 엄부자모 슬하의 평범한 가정에서 2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너무 익숙해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어떤 분쟁에 있어 한 편의 말만 듣게 되면 상대방은 공평하게 대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절친하고 가까운 사이였다 하여도 곧 원성을 사고, 이내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고대 무소(武蘇)라는 사람은 말 한마디를 잘하는 게 천금을 가진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고(一言之益重於千金), 한 번 행동을 잘못 하면 독사에 물린 것보다 더 지독할 수 있다(一行之虧毒如蛇蝎)라고 했다. 또 공자는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피고(衆惡之必察焉),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衆好之必察焉)고 했다. 노자도 남이 알아서는 안 될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고(欲人不知), 남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말을 안 하는 것이 좋다(欲人不言莫若不言) 말이 많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가장 방탕하게 하며, 기운도 또한 덜게 되고 꿈속에 정신도 또한 편안치 못하다. 마음을 펴놓았으면 거두어들일 줄 알고, 말을 하려는 때는 간단하고 침묵을 생각하라. 많은 말로 허물을 만들지 말고 다른 이의 허물을 듣더라도 내 부모 이름 듣는 것같이 하여 설사 듣더라도 입 밖에는 내지 말라. 시비는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니…
지난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동지(?)들이 바쁜 짬을 내어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나는 친정부모님을 뵐 요량으로 앞장서서 나선 일정이었다. 우리 삼총사 일행은 친정부모님의 관심과 배려를 받으며 저지곶자왈도 걷고, 다랑쉬 오름도 오르고, 해수탕에도 다녀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선천적으로 한쪽 눈에 장애가 있어서 항상 안대를 하고 다니는 친구이다. 그 친구는 준비하는 데 항상 시간을 지체했다. 외출 준비를 할 때에도, 목욕탕에 들어가서도, 화장실에 가서도… 아마 짐작하건대 안대를 갈아 끼우느라 시간이 지체된 듯했다. 그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싫은 것은 주민등록증을 분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주민등록증을 갱신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면 안대를 벗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눈에 다래끼 나셨나 봐요” 하면 “네” 하고 그냥 넘겨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마음에는 항상 불편함과 불안감을 안고 오십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함께 3일 동안 생활하면서 한 번도 안대를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목욕탕에서조차
태권도(跆拳道)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어려서 검은띠를 목표로 태권도장을 들락거린 경험이 없는 사람도 드물다. 남성들은 군에 입대하면 필수적으로 태권도를 연마해야 한다. 태권도 전용경기장인 국기원(國技院)은 전 세계 8천만명을 헤아리는 태권도인에게는 성지(聖地)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을 찾는 인구는 극소수다.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암표를 구매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은 무료입장이어도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기껏해야 선수와 그 가족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뜬금없는 파이팅을 외친다. 이렇듯 무관심하지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선수와 태권도 관계자들은 역적이 된다.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비난은 들을 만하다. 일부 네티즌은 육두문자를 섞은 욕설과 함께 선수와 협회를 매국노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태권도가 올림픽 퇴출이라는 극단적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으로 선정했다. 당초 레슬링 등과 함께 퇴출 유력종목으로 꼽혔던 위기에서 벗어나 올림픽 영구종목이 됐다는 의미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