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이른바 ‘도-기초지자체 간의 인사교류’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해 온 바 있다. 지난해 9월 18일자 본 사설을 통해서도 일방적인 인사교류를 중지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원래 인사교류는 행정서비스 격차 축소와 도-기초자치단체 간 상호 협력체제 강화, 우수공무원 육성 및 활용 촉진 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현재 경기도는 도내 각 시·군에 ‘인사교류’를 명목으로 도 소속 간부 공무원들의 파견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도-시·군 간 공무원 인사 교류제가 말썽이다. 일방적으로 도의 간부 공무원들을 받아야 하는 기초지자체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시·군의회,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이 제도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도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도는 지난 4일 인사교류를 위한 계획안을 시·군에 내려 보냈다. 그런데 이 계획안에는 인사교류 축소방침이 배제돼 있다. 평년과 다를 바 없는 인사교류 희망자를 접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김문수 지사는 평소 ‘지방분권’을 입에 달고 산다. 도는 중앙정부에게는 인원과 직급의 1대1 교류를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해마다 이맘쯤이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다. 지난달 경찰청 지휘부에서는 묵은해를 보내고 2013년 계사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화상회의를 통해 전국의 경찰관 모두가 소통하는 종무식을 가진 것이다. 경찰청 차장의 덕담과 소회를 시작으로 각 지방경찰청장들이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모든 경찰관들과 나누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다. 경찰 지휘부는 한 해를 돌아보며 초심 찾기, 핵안보 정상회의 대규모 집회시위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67년 역사의 수사권 조정, 경찰력, 교육개혁 등 선도적인 변화도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총선과 대선 당시에도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이 일어났는데, 이 일들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찰관 모두에게 노고를 치하했다. 강경량 경기청장은 광활한 수도치안을 담당하는 가운데 여러 사건이 발생해 긴장의 시간을 보냈다며 지난해를 돌이켜보았다. 안산 사건, 오원춘 사건, 묻지 마 살인사건 등을 통해 현장에서 방심하면 국민에게 피해와 상처를 준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제18대 대통령 선거도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대통령 당선인의 실천이다. 그동안 감세와 복지 억제를 추진해 온 새누리당 복지정책의 부정적인 시각들에 대한 인식은 당선인 공약 실천여부에 따라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생애 주기별 공약과 계층별 공약’을 기초로 장애인과 노인, 아동과 여성 등을 포함한 사회소외계층과 복지사각지대를 위한 복지공약, 특별히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추진과 함께 ‘복지일자리 확충 및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 제고’에 대한 공약을 했다. 즉, 사회서비스 영역에 종사하는 복지인력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나 낮은 급여수준, 열악한 근무조건 등 종사자에 대한 낮은 처우로 인해 서비스 질 제고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3교대 근무 도입, 사회복지직공무원 확충 등 복지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충, 둘째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 요양시설 등에 종사하는 복지일자리 급여수준 체계화 및 처우 개선 지원, 셋째 사회복무요원의 사회복
연일 영하로 치닫는 기온만큼이나 재래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좌판 위 생선은 꽁꽁 얼어붙고 과일은 폐기처분 되거나 살얼음 든 채 진열대에서 오종종 떨고 있다. 천막을 치고 난로를 피워보지만 영하로 치닫는 수은주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점포에 입점한 상인들은 피해가 덜하다.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 안 되는 푸성귀와 양념 등을 놓고 좀처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상의 모습이 눈물겹다. 꽁꽁 얼어 제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 곱은 손으로 쪽파를 까고 나물을 다듬으면서 “애기엄마 많이 줄게 이것 좀 사가. 너무 추워. 얼른 팔고 들어가야지 더 있다가는 얼어 죽겠어” 하며 지나치는 행인들을 불러보지만 잔뜩 웅크린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할 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30년 넘게 노점을 하고 있다. 메리야스 가게 건물 담장 밑에서 뿌리채소와 마늘 등 잡곡을 판다. 노인은 노점으로 자식들 공부시켜 시집 장가보내고 이제 영감님 하고 둘만 먹고 살면 되는데 장사가 그전만 못해 종일 앉아 있어도 몇 만원 벌이도 어렵다며 갈수록 사는 것이 힘들다고 푸념하신다. 물건이 믿을 만하고 바로 손질해 놓은 것들이라 싱싱하고 맛 또한…
지난해에는 눈이 내리면 상가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께서 누구보다 빨리 골목의 눈을 치웠다. 그런데 금년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24시간 편의점에 가게 터를 넘기고 장사를 접었다. 할머니와 같이 열심히 장사를 하여 자녀들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켰던 삶의 터전이었다. 이처럼 한평생 해오던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들이 한 분 두 분 늘어나, 자영업자 세 곳 중 한 곳이 일 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는 음식점 열 곳이 창업을 하고 아홉 곳이 폐업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경기가 어렵고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전통시장,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구조조정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동네빵집, 만화가게, 금은방과 같은 전통 업종이 골목상권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프랜차이즈형 점포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0∼70년대에 농지를 중요한 국가 자원으로 정하여 전담기관을 두고 경지정리, 용수개발, 수로정비 등을 잘 관리하여 농업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이어 70∼80년대에는 공업을 진흥하기 위해 곳곳에 국가공단, 지방공단 등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전문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90년대를 지나면서는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를 만들고…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단다. 뜨거운 감자였던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가 근로소득세 부과로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1월 중 종교인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도록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그동안 종교인 비과세는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쉬쉬해온 관행적 특혜였다. 명문화된 법 규정이 없으나 국가발전과 사회 안정에 기여한 종교계에 대한 암묵적 지원으로 해석돼 왔다. 종교인 과세는 우선 시대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따른다. 선생님들 스스로가 노동자를 자임하는가 하면 공정사회를 원하는 국민들의 법 감정이 강화됐다. 국민 대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종교인 과세에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현실화는 종교인들 스스로 자초한 면이 강하다.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해친 일부 종교인들의 비뚤어진 행태가 범인이다. 최고급 아파트와 최고급 외제차를 향유하며, 엄청난 자산인 교회를 대물림하는 일부 목사님들의 파행을 국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고하고 싶어 했다. 호텔에 둘러앉아 양주를 마셔가며 뿌연 담배연기 속에서 고액의 도박판을 벌이는 스님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개했다. 교회와 사찰을 사고팔며, 신도 수에 따라 권리
경기가족여성연구원(경가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는 일견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북을 떠나 남으로 들어온 이들이 갖는 두려움과 불안, 정착과정에서 겪는 차별과 소외는 이미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남한 사회의 관심과 정보가 피상적이고 일과성 이슈 제공에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2만4천명을 넘어섰지만 그들이 남북의 미래 사회통합에 어떤 함의를 던지는가를 진지하게 질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가원의 이번 조사 결과도 꼼꼼히 뜯어보면 막연히 짐작해 왔던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사회적 형편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남한에 들어와 국정원의 조사를 받을 때부터 10명 중 4명이 직접적인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기간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는 북한이탈주민이 무려 57%나 된다. 국정원의 이런 고압적인 태도는 현 정부 들어 가파른 대치국면에 돌입한 남북관계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의 신분이 아무리 특수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이탈주민의 절반이 직장 및 사회생활 과정에서 불평등과 불이익을 당했다든가,
오는 9월 수원에서는 ‘생태도시 2013 수원’이라는 세계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이 사업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차 없이 친환경 교통수단만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이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게 되며 수원시와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유엔 HABITAT(유엔 인간주거계획)가 공동 추진한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는 미래 생태교통도시 재현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교통부문 대안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행궁동은 4천300명의 시민이 거주한다. 주요 행사는 ▲2013 생태교통 세계회의 ▲다양한 생태교통 이동수단 전시와 체험-세계 도시의 벨로택시, 세계의 생태교통 수단 및 이동수단 ▲재생에너지와 생태적 이동 수단의 만남 ▲차 없는 일요일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 기간 동안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인류는 세계 최초로 펼쳐지는 이 프로젝트를 주목하게 된다. 이 행사는 한마디로 자동차보다는 보행,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기본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결단코 없다. 하지만 이에 앞서 사회 인식의 변화와 도시계획이 잘 만나야 한다. 생태교통도
‘기억력보다 무딘 연필이 낫다’는 독일 격언처럼 기록습관 들이면 사회학적 연구에 보탬 우리네가 일본사람들에게 배울 점을 들라 하면 자질구레한 일도 꼼꼼하게 기록(記錄)하는 습관을 으뜸으로 친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일본은 없다’, 그 책에 ‘결혼 삼십년의 청구서’란 글이 있는데…. 어느 호기당당(豪氣堂堂)한 일본 사내는 술을 마시면 같이 마신 꾼들을 새벽 한 시건, 두 시건 꼭 자기 집에 데리고 간다. ‘술상 올려라!’ ‘이것도 안주라고 내놓느냐!’ 트집을 잡지만 놀라운 것은 부인이 기모노를 단정히 입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공손히 ‘하이, 하이’ 하면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더란다. 그런데 그 친구 직장에서 정년퇴직과 동시에 이혼 당했다는데…. 결혼 사십년 악행(惡行)을 조목조목 기록해서 법원에 제출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외박은 몇 년 몇 월 며칠, 손찌검한 횟수, 그리고 자신이 당한 정신적 쇼크, 한밤중에 손님을 데리고 온 날짜와 시간, 그리고 동반자 이름까지. 한때, 남자들의 로
“최악의 시간도 짧다.” 작년 연말에 오랜 친구가 보내 온 박노해의 詩 ‘동그란 길로 가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누구도 산 정상에 오래 머물 수 없듯이 골짜기에도 오래 있을 수 없으며, 괴롭다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좋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 것이며, 인생이란 동그란 길로 돌아나가듯이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듯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시인은 위로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누구나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詩라고 생각했다. 성장률 올라가도 체감경기 비슷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눈도 많이 내리고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를 선보이고 있다. 춥다보니 올 겨울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처럼 길고 추운 겨울도 곧 지나갈 것이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고 했던 시인의 말처럼 곧 따스한 봄이 오고 화사한 봄꽃들이 선보일 것이다. 2013년 우리 경제는 이처럼 추운 겨울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것과 같고, 깊고 어두운 골짜기에 내려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마치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이 보이지 않고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절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