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뀐다고 평소 가까운 사람들이 보내는 송년 메시지를 나르느라 작은 기계도 쉴 틈이 없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이 대신 할 일을 이제 휴대전화라는 충직하고도 민첩한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격조했던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어 한 해 동안 못 다한 마음을 담고 있다. 하기야 해가 바뀐다고 말처럼 해의 모양이나 빛깔이 바뀌지는 않지만 대개가 그렇듯이 그 날이 그 날인 우리 일상에 날짜를 세어 한 해를 정하고 나이 한 살 더 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다. 금융기관에서도 달력을 돌리기 시작하고 병원이나 상가에서도 손님들에게 달력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새 달력을 받으면 설날이 언제인가 또 휴일은 며칠이나 되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잠시 덧없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곧 돌아올 연말에 마음이 급해져 결국 이렇다 할 일 없이 또 한 살을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멎는다. 그쯤에서 사느라 안부도 제대로 못 챙긴 사람들을 돌아보며 송구영신 인사를 나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옛것을 되살려 설날이 제 자리를 다시 찾았지만 예전에는 신정을 쇠지 않으면 무슨 미개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의 명절인 설날을 구정이라고 시대에 뒤떨어
돌이켜 보니, 5년 전인 2008년 1월1일자 어느 일간지에 이런 칼럼을 보낸 적이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을 앞둔 때였다. “바뀔 정부의 국정철학이 ‘포용적 자유주의’, ‘창조적 실용주의’라 한다. 그 숨은 말뜻에 다가서기가 쉽지 않지만, 나쁘진 않게 들린다. 이명박 시대가 열리면서 ‘기회주의’의 다른 이름으로도 사용되었던 실용주의가 시대의 화두가 된 듯싶다. 그래서 정권교체기가 되면 전 국민이 잠시 ‘기회주의’의 마법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 무자년 새해, MB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과하면 민생은 ‘언프렌들리’다”. 어떨까. 그로부터 딱 5년이 지나 2013년 1월 1일 박근혜정부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2년은 명실상부 선거의 해였다.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돌이키기조차 싫은 참담한 한 해였으리라. 그로 그럴 것이 2012년 1월1일만 하더라도, 총
칠흑처럼 어둡다. 혼돈이 여전하고, 짙은 안개는 방향을 분간 못하게 한다. 잘못 발을 내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리라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나아가지 못하면 새 세상을 열 수 없다. 15세기 유럽도 그랬다. 중세의 어두운 그늘에서 탈출해 르네상스라는 부흥기를 맞았지만 ‘깨치고 나아가는’ 추동력은 아직 얻지 못했다. 편협한 지식과 유럽의 틀에 갇힌 좁은 시야는 후진기어를 넣은 자동차처럼 반동(反動)의 위험으로 다가서 있었다. 이때 나침반이라는 물건이 ‘아이폰’처럼 시대혁명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미 12세기쯤 전래돼 유럽을 하나로 묶은 나침반이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운 본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중세 미신적 종교가 남긴 우울한 유전이었다. 이러한 시대에 나침반은 어둠을 뚫고 새로움을 향하는 아이콘으로 진화했다. 나침반이라는 기술은 이미 있었지만 상상하자 미래를 가질 기회가 제공됐다. 별이 없는 밤에도 먼 뱃길의 안전을 보장한 나침반은 대항해시대로 유럽을 안내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계사년(癸巳年)을 맞은 우리의 상황이 15세기 유럽과 별다를까. 대통령선거가 끝났지
한 번 쏟은 물은 다시 그릇에 담지 못한다는 말로,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거나 한 번 떠난 아내는 다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강태공에 관한 일화다. 강태공이 출세하기 전에는 그야말로 찌든 가난 속에 살았다. 결혼 초기부터 시작된 생활고를 부인은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이후 강태공이 재상의 벼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온 부인은 그때는 너무나도 가난하여 떠났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다시 돌아왔다고 하였다. 그러자 강태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내에게 물 한 동이를 떠오라고 해서 그것을 땅에 쏟은 다음 다시 그릇에 담아보라고 하였다. 아내는 담으려고 하였으나 손끝에 진흙만 묻힐 뿐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강태공은 그대는 떨어졌다 다시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다.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고, 한 번 떠난 아내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이요(輹水定難水 若能離更合)라며 자리를 떴다. 우리에게 흔히 쓰이는 속담 ‘엎질러진 물’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다른 기록에는 강태공이 수많은 사람의 행차를 거느리며 부임하는 길에 웬…
지난 세기 말부터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그동안 인류가 신봉했던 자본주의가 얼마나 불안한 체제였던지 한꺼번에 노출했다.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역대 우리 정부들은 서서히 그 불안한 시스템에 끌려들어가면서 야만의 세계 속으로 편입해 들어갔다.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마치 종교처럼 신봉했던 이명박 정부의 5년 동안 대한민국은 마치 경쟁과 적자생존의 정글을 방불케 했다.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약자들의 생존권은 보호되지 못했다. 재벌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영역의 확장은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수년째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방치되었다. 세계 1위라는 자살율의 기록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고 피폐한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늦었지만 다행인 것은 정글 같은 세상 한편에서나마 협동사회를 향한 움직임들이 서서히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우울한 그늘 속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유럽의 협동조합들이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관심권에 들어왔고, 마침내 지난 12월에는 협동조합법이 발효되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크게 성장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되면서 양적,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해 가고 있다. 시행 3년차에
2013년 새해를 맞아 신년 타종 소리를 들으며, 혹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모든 국민들이 새해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무슨 소망이었을지 궁금하지만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취업포털 ‘사람인’이 밝힌 ‘2013년 새해 소망’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직장인 553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놀랍게도 직장인의 새해 소망 1위는 ‘이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이직’은 24.4%로 1위를 차지했으며 당연히 1위였을 거라고 생각했던 연봉인상 및 승진(18.3%)은 2위였다. 이어 연애(8.1%), 결혼(7.6%), 저축 등 재테크 성공(7.2%) 등의 순이었다. 새해소망으로 ‘이직’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건강관리’가 3.6%밖에 안 된다는 사실과 함께 놀랍기 이를 데 없다.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는 요즘 ‘이직’이 새해소망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자들이 보면 씁쓸할 것이다. 물론 이는 직장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 국민 모두의 소망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직장인들은 거의 모두 5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고, 대부분 신체적으로
‘장발장’이란 소설을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새로운 도시에 외톨이가 되어 책방을 들락거렸다. 스쿨서점이란 곳에서-위인전, 아동문학전집 심지어 지금도 19금(禁)인 ‘차타레 부인의 사랑’까지 손댔던, 독서에 대해서 대구마구 시절이 있었다. 책 제목도 레미제라블이 아닌 주인공 이름을 따서 ‘장발장’이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오랫동안 감옥살이 한, 불쌍한 사람… 기억의 전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빅토르 위고란 대문호의 레미제라블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 오랫동안 감동의 여운에 젖었다. 인간도 아닌 짐승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이 되고, 천사를 거쳐 끝내는 신이 되고야마는 어느 사나이의 일생! 자유, 인권, 평등, 법, 사랑, 정치, 용서, 자비-지금도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한숨을 토(吐)했다. 왜 위대한 소설은 항상 이토록 한 인간의 무차별적 희생을 필요로 하는지? 장발장은 모든 이가 외면하지만, 신부님은 오히려 “내가 준 은촛대는 왜 안 가지고 가셨소?”정말 뭉클했다. 혁명의 불길이 프
좋은 풍경은 한 폭의 명화이며 마음과 발의 표적이 된다. 그 표적은 광고에 의해, 혹은 무심코 지나다 만날 수도 있고, 떠도는 소문에 의해 발이 겨누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많은 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치장하였거나 깎은 듯이 다듬어놓았다고 해서 다 좋은 풍경은 아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곳이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느낌의 시위를 당기게 된다면 좋은 풍경인 것이다. 요즘같이 개발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에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에서 우린 좋은 풍경을 만난다. 그곳이 갈대밭 사이사이 질펀하게 제 속을 다 내놓고 갈꽃과 바람과 바닷물의 흐름 속에 유영하고 있는 시흥갯골이다. 몇 달 동안 글쓰기수업을 한 그녀가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게 되어 미안하다며 저녁식사라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나는 “우리 바람을 쐬러 나가면 어때요?” 하고는 ‘시흥갯골생태공원’으로 달렸다.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곳이라 벌써부터 그곳의 초겨울 느낌을 그리워하던 참이다. 여백의미의 감동 만나는 곳 포동을 지나 갯골로 들어서 정수장에 차를 대놓고 나니 갯골은 물이 가득 들어와 노을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고개를 돌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도 우리의 경제사정이 걱정이다. 정부는 통상 성장률 전망치를 다른 연구기관보다는 높게 발표해왔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을 3.3%, 내년은 4.0%로 내다봤다. 그러나 27일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은 2.1%, 내년 전망치는 3.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3%는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3.1%나 국제통화기금(IMF)의 3.6%, 한국은행의 예상치 3.2%보다도 낮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3.1∼3.4% 전망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비관적이다. 내년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서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고용 불안과 생활고에 대한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렇게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방증일 것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 경제가 점차 개선돼도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대외적으로 위험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있다. 결국 세계 경제의 회복은 지연되고 그 충격은 한국경제에 미칠 것이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혹독한 저성장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찬바
수원과 경기도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열기가 뜨겁다. 지난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서포터스 창단식에서 염태영 시장은 열변을 토했다. “경기도는 인구가 1천200만명이나 되며 수원도 인구가 115만명이 되는데도, 아직 지역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프로스포츠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산업이며 비즈니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경기도는 전국의 20%에 달하는 초·중·고 야구팀이 있고, 1천600여개의 사회인 야구팀에 속한 4만여 명의 야구인들이 활동한다. 실질적인 ‘야구 메카’이다. 뿐만 아니라 수원은 수원을 비롯해 성남, 용인, 화성, 안산, 안양, 평택, 안성, 의왕 등 인근 예비 관객 수요가 600만 명 이상이 잠재되어 있다. 흥행이 목적인 프로야구단이 들어서기에 최적지로 평가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고속도로와 연결되고, 철도와 전철들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서울, 인천 등과 함께 지하철 시리즈가 가능한 곳이다. 이런 수원에 10구단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