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해하려 했다. 정당의 지상 목표는 정권창출이고, 정권창출을 위해 정치인들이 무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교수를 했던, 기자를 했던, 기업을 운영했던, 시민단체를 이끌었던 정치라는 흙탕물에 발을 담그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려니 짐작했다. 그렇기에 논문표절이 복사한 수준이라고 해도 지역민들이 판단하겠거니 믿었다. 막말이 패륜 수준이라고 해도 과거의 일이고 반성하겠거니 하고 돌아앉았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폭로전이 가열돼 대변인들의 입이 바쁘게 움직여도 “선거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라고 안일하게 뒷짐을 졌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뜻을 세웠을 것이고,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하니 바르게 살아왔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니 너무 했다는 말이 우습고 거론하기가 낯부끄럽다. 국민이 뽑는 선량(選良)이 되겠다는 A후보가 동생의 부인 즉, 제수(弟嫂)를 성추행했단다. ‘막장 드라마’라고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TV 아침드라마도 이렇게 파렴치하지는 않다. 물론 성추행범으로 몰린 당사자는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를 타고 널리 퍼진 음성파일에는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19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4·11 총선 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이날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3천470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의회권력을 새로 선출한다는 의미를 넘어 18대 대선구도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이자, 사실상 대선의 1차 승부처로도 인식돼 여야 모두 명운을 걸고 있어 그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선거 하루전인 10일 현재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 그 자체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50여 곳을 포함해 전국 70곳 안팎에서 오차범위내 초접전 양상이 벌어지면서 여야 모두 승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 후보를 헐뜯는 비방전이 도를 넘어서 선거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20년 만에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막중하다. 총선 결과가 19대 국회만이 아닌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다음 정권의 향배까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민이 누굴 뽑느냐에 ‘국운’까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여야 후보들은 오늘 밤이면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유권자들이 선택한 18대 국회는 사상 최악이었다. 4년 내내 예산안 합의 처리에 실패한 ‘불통…
양주시에 있는 회암사지는 고려 충숙왕 15년(1328) 원나라를 통해 들어온 인도의 승려 지공이 처음 지었다는 회암사가 있던 자리이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우왕 2년(1376) 지공의 제자 나옹이 “이곳에 절을 지으면 불법이 크게 번성한다”는 말을 믿고 절을 크게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회암사는 조선 전기까지도 전국에서 가장 큰 절이었고,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물려준 뒤에 이곳에서 수도생활을 하기도 했다. 고려말, 조선초 최대 국찰인 회암사는 명종 때 문정왕후의 도움으로 전국 제일의 사찰이 됐지만 불교 탄압 정책으로 인해 불태워졌다. 그러나 탑과 부도 등 태울 수 없는 유물들이 아직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회암사지선각왕사비(보물 제387호, 나옹선사의 행적을 새김)를 비롯, 지공의 부도 및 석등(경기도유형문화재 제49호)·회암사지부도(보물 제388호)·나옹의 부도 및 석등(경기도유형문화재 제50호)와 조선시대의 쌍사자석등(보물 제389호)·무학대사비(경기도유형문화재 제51호)·회암사지부도탑(경기도유형문화재 제52호)·어사대비(경기도유형문화재 제82호)·맷돌(경기도민속자료 제1호)과 당간지주, 건물의 초석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인천시의 재정 부채로 인한 부도 우려와 공무원들의 수당을 제 시기에 지급하지 못한 사태로 인해 ‘자치단체의 재정 위기론’이 확산돼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부채로 인한 재정여건 악화에 대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행정안전부에서도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2011년도에 ‘지방재정법시행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지방재정 사전경보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기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표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면 ‘주의’, 40%를 초과하게 되면 ‘심각’수준으로 분류돼 재정위기단체 지정 요건에 해당된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면 교부세의 감액과 함께 지방채 발행·신규사업 등의 제한을 받게 된다. 포천시는 2011년 말 기준 예산대비 채무 비율이 8.37%로, 동종 지방자치단체 평균 채무비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채무잔액 지수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채무잔액은 454억원으로 이 가운데 200억원은 국도43호선의 만성 정체구간의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포천-소흘간 제방도로’ 개설에 소요되는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차입금이다
내일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투표일이다. 여야가 총선승리를 위해 ‘당명(黨名)도, 사람도, 정책도’ 바꾸며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은 폭로전의 진흙탕 싸움으로 마다하지 않았고, 72시간 잠 안자기 등으로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를 치루는 동안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들은 속셈은 표계산과 연말의 대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판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지후보나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여전하다. 또 혹자는 “그놈이 그놈이고, 찍어주면 딴짓할텐데 투표는 왜하냐”는 정치혐오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맞기는 맞는 말이다. 참신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국회로 보내 놓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최상의 인물, 가장 이상적인 인물을 뽑을 수는 없다. 그런 인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갖는 권능을 감안할 때 우리는 ‘덜 나쁜 놈’을 선택해야만 한다. 부패되는 속도가 가장 느릴 만한 인물, 양심상 국민의 소리를 듣는 척이라도 할 인
인도 여자 너의 눈은 우물이다. 움푹 파인, 들여다보면 볼수록 깊고도 깊은, 그래서 빠져죽고 싶은 깊은 우물이다. 그 깊은 우물 속에 스스로 빠져 죽은 귀신 하나가 살고 있다. 전생의 나다. <시인 소개> 1954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성균관대학원 유교대학원 2005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모래인어> <사라진 얼굴>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삼산업 관계자들도 다른 농업과 마찬가지로 삼삼오오 모여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 중의 하나인 고려인삼은 어떠했는가? 고려인삼은 중국삼, 서양삼(캐나다, 미국산)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삼삼국지’라 불릴 정도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우리나라는 종주국의 배짱만을 믿고 걷고 있는 사이에 중국삼과 서양삼은 고려인삼을 따라잡기 위해 뛰고 있었기에 국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관심의 고조에 힘입어 내수시장 활성화에서 찾은 희망과 정부 및 관련 단체의 노력으로 세계시장 다변화에 따른 수출증가로 무르익은 반격의 기회를 찾은 것이다. 고려인삼은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보였지만, 이후 저가의 중국삼과 미국삼 등에 밀려 2002년 마침내 5천500만 달러로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려인삼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도약의 길을 찾은 샘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 확대 및 대만시장의 수요회복 등으로 홍삼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출 회복세를 보여 2009년 드디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 1억2천400
이렇게 무능한 경찰이 우리 주변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밥먹듯이 말해 온 것을 믿은 것이 잘못이다. 아무것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 것이 없다. 수원에서 2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됐다. 목숨이 위태롭고 성폭력이 자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기치를 발휘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이 112 신고전화로 범행장소를 자세히 설명했으나, 경찰이 안일하고 무능하게 대처하는 사이 이 여성은 살인마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첫 신고 후에도 6시간 반 이상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초동 수사만 잘했어도 피해자가 생명을 보전했을 것이다.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번의 거짓말도 했다. 경찰의 자질과 교육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112 신고와 관련된 현장 출동 체계나 보고체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근무자는 112 신고센터에서 근무한 지 두 달 밖에 안됐고, 신고전화 응대요령도 익히지 못했다. 담당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비명을 전화로 들으며 “부부싸움 같다”고 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신고 내용을 현장 경찰관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도 미흡
불체자 및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지난 1일 발생한 이른바 ‘수원 토막살인사건’ 이후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배를 하고 있다. 본보(9일자 6면)에는 ‘조선족을 모두 한국에서 추방시키자’는 극단적인 반감이 섞인 글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사실 외국인, 특히 불체자들의 범행은 날로 흉악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모두 8천504명의 외국인 범죄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는 2010년 대비 19.5% 증가한 수치이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미수포함) 45명, 강도 40명, 강간 95명, 절도 487명, 폭력 2천930명, 지능범 1천23명, 마약류 82명, 기타 3천802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살인 사건은 2010년(25명) 보다 무려 20명이 증가했다. 강간범도 2010년(52명)보다 43명이 늘었다. 이들의 범죄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
꽃봉오리에 눈이 내리자 꽃들이 일제히 실눈을 뜬다. 앞이 보이지 않아 자세히 보려고 한다. 봄눈 내리는 내막을 알고 싶어서일 것이다. 봄인듯 했으나 겨울이 아직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겨울의 지독한 집착인가. 서술적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김춘수의 시 ‘처용단장 1-2’는 다음과 같다. ‘삼월(三月)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의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南)쪽 바다/ 그 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삼월(三月)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이 시에서는 ‘눈’의 중의적 표현을 읽을 수 있다. 앞부분의 눈은 설(雪)이고, 뒷부분의 눈은 안(眼)이다. 각각의 평행선을 가던 눈(雪)과 눈(眼)이 마주친다. 즉 ‘삼월(三月)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인데, 표면적으로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지만 함축적으로는 산다화를 응시하는 커다란 눈 즉 관능적인 눈이다. 시각적인 상황에서 역동성이 느껴지는 육감의 외침소리를 듣게 된다. 물개 수컷 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