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못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욱 춥다. 이들 가운데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 무역을 하는 일명 ‘보따리상인’들이 있다. 보따리 상인은 ‘따이공’이라고도 불리는데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우리나라의 최신 전자제품, 화장품, 식료품, 생필품 등 공산품을 가지고 간다. 돌아올 때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산 참깨나 마늘, 고춧가루 등을 가지고 온다. ㈔평택항소무역연합회 최태용 이사장에 따르면 보따리상 무역 규모는 공산품 수출 연간 1조1천670억원, 농산물 수입 1천617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값비싼 국산 공산품을 수출(100㎏ 이하)하고 값싼 중국산 농산물을 수입(농산품은 품목당 5㎏까지 총 50㎏ 이하)하는 차액이 무려 1조원이나 되는 것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효자 개미수출군단이다. 그러나 정작 보따리상들의 수입은 보잘 것 없다. 이런 물건들을 날라다 주는 댓가는 고작 한달에 50여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배안에서 사는 노숙자’란 자조적인 의미로 ‘선숙자(船宿者)’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고령자들이다. 70세 이
한파와 함께 2월이 밀려 왔다. 거리 곳곳이 쌓인 눈과 빙판으로 몸살을 앓는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비명과 경적을 울리며 아찔할 만큼의 속도로 내달리는 견인차로 이면도로가 부산하다. 골목에 수북이 쌓인 눈이 얼어붙어 얼음판을 방불케 하고 미처 월동 장구를 준비하지 못한 차량은 애를 먹는다. 언제부턴가 내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어릴 적엔 눈이 내리면 동네 어귀까지 눈을 쓸었다. 넉가래라고 하는 넓적한 나무판으로 눈을 밀어내고 우리는 그 한 켠에서 눈사람을 만들곤 했다. 누군가 시작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와서 눈을 치우고 외진 곳까지 길을 내어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비탈진 밭에서는 비료 포대를 깔고 눈썰매를 즐겼고 수수깡으로 스키를 만들어 탔다. 얼굴이 얼어 벌게지고 손발이 젖어 꽁꽁 얼어도 추운 줄 모르고 한나절씩 눈싸움을 하며 놀곤 하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지금은 눈이 오면 낭만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며칠씩 질퍽거리는 거리와 좀처럼 녹지 않는 응달진 곳에서의 안전사고부터 걱정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아파트 생활을 하지만, 많은 눈
“젊음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정신의 상태이다. 나이는 피부에 주름을 잡지만, 열정과 삶에 열광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영혼에 주름이 잡힌다. 근심, 의혹, 자기불신, 공포, 절망 이것들은 우리의 머리를 굽히고 자라나는 정신을 먼지와 쓰레기로 돌리는 마음의 나이다.” 이는 저 유명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그의 집무실 책상 위 액자에 써넣어 두고 좌우명으로 삼던 말이라고 한다. 나이의 젊고 육체의 강건함보다 정신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그 생각에 공감이 간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높아짐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이른바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한창이다.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원에 20대 대표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청와대는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세대 공감 팀장에 30대를 선발했다. 이에 질새라 야당에서도 경쟁적으로 20대를 적극 영입해 비례대표로 4인을 배정하겠다는 맞불을 놓았다. 아울러 기존 정당에서 20대의 입지가 몰라보게 넓어짐에 따라 다가올 4.11 총선에서 20∼30대 젊은 층들이 선전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대의 정치참여가 활발해 질수록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고도의 정치행위를 요구하는 여의도에서…
최근 들어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서운 추위는 어둡고 그늘진 사람들에게 혹독한 겨울이다. 우리 사회에는 복지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영세 빈곤층이 많다. 고령화시대에 접어 들면서 사회적 빈곤층은 더욱 늘고 있다. 어름장 같은 냉방에서 겹겹이 이불을 둘러쓰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좋은 겨울은 따뜻한 방이다. 전국에서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사랑의 연탄이 전달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탄은행 1호점은 지난 2002년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됐다. 원주 밥상공동체에 한 후원자가 익명으로 연탄 1천장을 기부한 게 계기였다. 허기복 목사는 기부받은 연탄을 나눠주는 일을 하다가 생각 끝에 연탄은행을 개설했다. 전국 31개 지역 33개지점에 사랑의 연탄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연탄은행 측은 올 겨울 전국에서 600만장 이상의 연탄이 전달될 예정이라고 했다. 연탄은행의 수혜자는 겨울철에 난방비조차 없이 지내는 극빈층이다. 홀몸 어르신이나 쪽방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 가정 등이 고객들이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보조받지만 의료비와 생계비로 쓰기에도 모자라 한겨울을 이불과 전기담요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루 2~3장의 연탄만…
잘나가는 대기업은 매년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는 대기업의 성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렇듯 대기업이 매년 설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협력 중소기업의 공로를 인정해 초과이익의 일부는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다. ‘초과이익공유제’를 처음 이슈화한 것은 동반성장위원회다. 2010년 12월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사회적 갈등요소로 제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설립됐다. 위원회의 성격상 정부관계자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위원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소신과 추진력에 좌우돼 왔다.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 협력과 동반성장이라는 테마를 광범위하게 추진해 왔으나 사회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물론 ‘초과이익공유제’다. 처음 정 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자고 제안했을 당시 대기업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경제적 논리를 떠나 이념적 문제로까지 확산시키며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 존립할 수 없는 제도라고 파상 공세를 폈다. 당시 여당 대표는 “급진 좌파의 주장”이라고 힐난했으며 관련부서 장관은 “애초에 틀린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우리나
이혼소송 과정에서 조정을 위해 만났던 부부를 1년 만에 만나게 됐다. 한번 조정이 이뤄졌는데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여간해서 주어지기 힘든데 이전에 봤던 부부이니 다시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연락이었다. 전화를 끊고 작년에 있었던 ‘두 갈등당사자’의 조정과정을 떠올렸다. 아마도 30대 중후반의 부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정이 진행되기 전 상담도 여러 차례 진행됐던 이혼소송사건이었다. 조정이 진행될 때에도 이혼에 대한 생각과 다시 재결합에 대한 의지가 반반 정도였다. 민법 제 84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원인은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고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할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의 갈등은 민법의 재판상 이유에 해당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 비해 극히 일부분에 해당되는 경우였고, 소송 중에도 이혼을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했으며, 그러기 위해 이
본보 보도(1월31일자 15면)에 의하면 골목식당이라고도 불리는 영세식당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단다. ‘경제만은 살리겠다’며 유권자들을 현혹했던 이 정권의 달콤한 말도 그야말로 ‘공약’이 되고 말았다. 주변 상가를 돌아봐도 개업하고 몇 달을 버티지 못한채 폐업·전업을 하는 식당들이 흔하다. 대규모 식당을 제외한 골목 식당은 대개 생계형이다. 퇴직을 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을 접은 서민이나 중산층들이 ‘마지막 선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대개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선 절실한 상황에서 식당을 개업한다. ‘먹는 장사가 최고’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자영업자들은 내수 부진과 경쟁 과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년간 창업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84%에 이를 정도다. 다시 말해서 5곳 중 4곳은 5년 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기한 것처럼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경영난으로 폐업할 경우 노후가 막막해 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퇴직금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식당을 창업하는데 실패할 경우 이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그들은 ‘끔찍한 노후’를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지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의 새 당명으로 선정됐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뜻하는 새 당명이 오는 13일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한나라당 간판은 14년 3개월만에 영욕을 뒤로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당명 개정안을 의결한데 이어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와의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앞서 정강·정책을 대폭 개정하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한 한나라당은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당개혁 작업을 사실상 매듭지었다. 한나라당의 당명 변경은 ‘차별화’를 함축한다. 박 위원장은 “생각과 사람,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에 대해 “앞으로 큰 틀에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모든 분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외연확대에 적극 나설 뜻을 피력했다. 이처럼 박 위원장이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의 재탄생을 언급함으로써 당명 개정은 이명박 정권과의 ‘단절’을 예고한 것으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같다.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와 정책 전환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집권여당의
필자는 우연하게도 천막극장에서 영화나 유랑극단 공연을 보면서 장차 커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 모습을 부모님들이 보면서 썩 찬성하진 않으셨다. 그 때 내가 하려는 일은 ‘광대’였고 천하게 여겨져 주위에서도 이상한 아이로 보여졌던 건 아닌가 싶다. 당연히 대학에서 전공을 ‘연극영화’로 했고, 선배들의 실습작품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을 담당한 선배들이 준 버스표 2장을 받아들고 흑석동에서 가장 먼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 등 학내 게시판에 포스터를 부착하러 돌아다녔다. 학교 교무처에 검인 도장을 찍고 묵묵히 각 중요 게시판에 부착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내가 포스터를 잘 붙이는 만큼 공연이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의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일의 양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누가 보는 것도, 확인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양심에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에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울 때 왠지 보람을 느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대학시절 내내 기획 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 관객들을 모으는 일이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현실은 학교와는 달랐다.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
CCTV 1대당 1천300만원, 알고보니 ‘있으나 마나’라는(본보 1월27일자 8면 보도) 제목으로 범죄예방과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기능을 전혀 못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그날 바로 양주경찰서에서 한 경찰관이 “너무 공감하는 기사를 써 줘서 고맙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만났다. 강력반 팀장으로 CCTV가 제 기능만 한다면 경찰관 100여명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CCTV업체를 찾아 개선책도 알아봤는데 충분히 개선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A/S를 받으려고 해도 설치했던 업체가 영세업체로 업소가 없어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며 처음 설치때부터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발생시 현장에서 범인검거를 위해 CCTV 녹화 분을 확보해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하거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주시가 매년 수십억원의 시민의 혈세를 들여 설치해 놓은 CCTV가 현장에서 뛰는 경찰관조차 제 기능을 못하는 ‘있으나 마나’ 한 애물단지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올해 양주시는 14억의 예산을 들여 3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양주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