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의 열정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POSCO는 말 할 것도 없고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철강 산업의 토대를 마련한 박태준 회장의 서거를 접하면서 그 분과의 인연이 떠올라 비통함을 가눌 수 없다. 이젠 고인이 돼 국민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게 될 박태준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 그리고 어떠한 반대와 압력에도 절대 흔들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였다. 故 박태준 회장과 필자의 인연은 해군 장교 근무 당시 김규섭 전(前) 해군참모총장을 부관으로 모셨던 경험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이셨던 이한빈 전 총리의 추천으로 POSCO(구 포항제철)에 입사, 짧은 기간이나마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GDP 규모가 100달러 정도였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US Steel과 일본의 신일본제철이 주도하는 철강 산업을 보릿고개도 극복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시작한다고 하자, 경부고속도로와 최근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 때처럼 야당, 학계, 재야단체, 운동권 학생들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했다. 필자 역시 자본도 부족하고 기술도 턱없이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는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사물의 인식능력 등 다양한 독자적 상상력에 의해 많은 시적 변용을 수반한다. 우리들은 그 변용된 세계에서 느껴지는 사변적 변화에 대해 매우 유동적이고 가변적일 수 있다. 이는 시인이 일상으로 대하는 어떤 감각적 작용의 힘이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적 감각화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 독자의 감성에 감동을 줄만한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심오한 고뇌와 고통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 쓰여진 시가 우리에게 편안히 읽히기까지는 분명 시인의 시적 능력이다. 특히 대수롭지 않은 낯익은 풍경 속에서 새로운 것을 뽑아 애정과 향수가 깃든 진실한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무슨 문학이론이 필요할까? 시가 철학이어야 하고 문학이론에 부합돼야 훌륭한 시라고 평가하는 이 땅의 시적 논리는 이제 버려야 할 유산이다. 이제 이 시대는 시는 시 자체로서 존재의 이유가 있다. 오직 시속에 담겨진 위대한 진실성, 감동성만이 우리에게 삶의 위안과 힘이 된다. 오늘의 문단 현실은 어떤 관념 속에 좌우되는 문학적 평가에 의해 상이 주어지는 권위지배적 논리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삶의 진실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다양한 기부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어려운 형편에도 평생동안 한푼 두푼 모은 것을 고스란히 내놓는 특별한 소수가 하는 일로 인식돼 있다. 이는 기부가 자신이 가진 범위에서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기부에 대한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부는 돈이 있거나 돈이 넉넉지 못해도 타인에 대한 사랑과 동정심이 가득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는 자격에 대한 오해다. 두 번째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를 기부의 원칙이라고 보는 태도다. 세 번째 오해는 돈과 명예가 있는 사람, 대기업의 CEO, 정치인, 연예인 등은 적어도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를 위해 의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시각은 기부문화를 확산시키지 못하고 강제적, 제한적으로 가둬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나누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기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지시설 등의 봉사활동 현장을 가보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모임이 무척 많아졌다. 예전에 유치원생들의 코묻은…
2011년이 저무는 즈음에 해양경찰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해경 수뇌부의 무책임하고 무력한 지휘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순직한 고(故) 이청호 경사와 그 유족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불법어업을 자행하는 중국어선들의 만행과 고인의 죽음에 직접 가담한 선장, 그리고 대국의 힘으로 사건을 덮으려하는 ‘사과할 줄 모르는 중국’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절정에 달해 있기도 하다. 이때 해경 수뇌부는 고인의 영결식장에서 눈물을 뿌리며 국민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별다른 소명은 하고 있지 않다. 물론 G2로 등장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태도가 강력진압에 걸림돌이 됐으리라 짐작한다. 또 직접적으로는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인력에 시달리게 한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는 실무자들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해경 수뇌부는 영결식에서 보여준 단호함으로 정부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주권확립과 국내 어민보호를 위해 예산부서를 납득시키는 지혜와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는…
수원·화성·오산시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수원지역은 찬성하는 시민이 많다. 화성지역은 동북부권과 서남부로 찬반 지지층이 나눠 있고 오산시는 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고위층 공직자나 선출직 지방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각 사회단체나 관변단체를 운영하는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의 호불호가 분명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통합이 되면 없어지는 ‘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문제는 참 예민한 문제다. 통합 찬성론자들은 역사적·문화적으로 뿌리가 같은 수원·화성·오산시가 통합하게 되면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며 또 잘 갖춰진 수원시의 모든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 대중교통 요금도 같은 시내 체제가 돼 주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통합이 되면 거대도시 수원시의 변방으로 전락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화성시 반대론자들은 화성시 혼자로서도 충분히 일류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지금으로서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고 편들기 어렵다.…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 피의자와 핵심 참고인 간 거액의 자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이 언론 보도후 뒤늦게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범죄자금의 이동으로 보기 어려워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이 일부러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김모 씨가 선관위와 박 후보 홈피 디도스 공격의 피의자들인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전 비서 공모 씨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업체 대표 강모 씨에게 모두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사에서 거액의 자금흐름이 중요한 단서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찰은 개인간 돈거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지만 김 씨가 선뜻 거액을 빌려줄 만한 형편인지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경찰은 이에 앞서 피의자 공 씨가 최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도 언론에 밝히지 않는 등 정치권 관련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신분 공개를 지나치게 꺼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검찰과 수사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한점이라도 의심을 살만한 모습을 왜 보이는지 이해가 안된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은 최근 선관위…
‘나는 가수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혀진 가수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국민가수가 현재 공연으로 탈락했듯이 과거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현재 실력으로 평가하면 그만이다. 처음 방영됐을 대부터 논란이 되었다가 급기야는 담당 PD가 바뀌는 곤혹을 치뤘던 ‘나는 가수다’가 이번에는 무명 가수의 등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필자도 음악이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만큼 점수화한다는 것에 강한 불만이 있었고 특히 점수로 탈락시키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특정 장르의 음악이 좋은 평을 받는 경향이 있어 이 때문에 참가 가수들도 자기의 색깔과 청중들의 선호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스타일을 바꿔 상위권으로 도약하기도 하고 또 인순이 같은 국민 가수가 실험적인 방식을 도입했다가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우선은 탁월한 음악성에도 몇몇 매니아 층에 국한됐던 실력있는 가수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실 오락 프로를 거의 보지 못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나왔던 가수 중에서 4, 5명을 제
콧수염으로 유명한 가수 김흥국 씨는 지난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자 자신의 상징인 콧수염을 깎았다. 16강에 진출하면 콧수염을 깎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인데 콧수염을 밀며 던진 말이 기억의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킨다’며 30년간 길렀다는 콧수염을 밀었다. 얼마나 정치인의 말이 신의가 없으면 연예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으며 듣는 이들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곱씹어 볼 때다. 지난 11일 한나라당내 쇄신파인 홍정욱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불출마의 변으로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씻지 못했다”며 초선 국회의원의 무력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소속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의 멤버로 이들은 지난해 국회가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대 국민 약속을 했다. 홍 의원은 최루탄이 터진 지난달 22일 한미F
대학입학 수능시험에 이어 기말고사도 끝난 요즘 학교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들떠있다. 현장 교사들에 의하면 ‘괴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직 교사이자 수필가이기도한 윤재열 씨가 한 매체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시험이 끝났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정상수업이 안 이루어진다?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건 대한민국의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교사들은 수업을 하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윤 교사에 의하면 일부 힘이 있는 교사는 윽박지르고 수업을 하지만, 교육 효과는 미지수이고 좀 편안한 선생님 수업 시간은 아예 책도 없이 쉬는 시간으로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어떤 교사는 영화를 상영해 주고 학급활동이나 체육활동을 시키기도 하지만 매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고민을 안고 힘든 시간을 보낸단다. 당연히 학부모나 관리자들은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놓고 수업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물론이다. 어찌 가르칠 것이 없을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그러나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이렇게 얘기하면 능력이 없다느니, 학생장악력이 없다느니 하면서…
타계한 박태준 포스코(옛 포항제철) 명예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철의 사나이’이자 영원한 ‘포철맨’으로 기억될 것이다. 84세를 일기로 영면한 고인도 육군소장, 4선 국회의원, 집권당 대표, 국무총리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제철입국의 초석을 다진 근대화의 역군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기를 원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박 명예회장과 포스코는 바늘과 실에 비유될만큼 일심동체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때문에 정치적 격랑속에서 부침도 함께 겪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에 공이 큰 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는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박 명예회장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이라며 “철강산업의 발전에서 박 명예회장의 업적을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업적을 기렸다. 이처럼 박 명예회장이 경제인으로서 남긴 족적은 무쇠처럼 단단하게 경제발전의 버팀목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육사 6기 출신인 고인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군사정권과 연을 맺으면서 포철의 성공신화를 이룩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파란만장한 역정을 거쳐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