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말이 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시술을 할 때 환자의 상태와 조건에 따라 적절한 의술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은 나았는데 사람은 몸이 망가져서 삶이 전보다 못하든지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친구의 어머님이 병원에서 무슨 수술을 하시고 얼마 안 되어 돌아 가셨다. 그 당시 그 어머님은 연세가 80여세 였는데 친구에게 물으니 수술은 잘 됐는데 워낙 기력이 약해지셔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을 할 때 환자의 기력 상태와 연세, 수술 후 환자 호전도 등을 감안해야 하는데 이 경우엔 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환자를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환자의 상태이다. 기력이 얼마나 좋은지 얼굴을 살펴보고(망진), 맥도 짚어보고(맥진), 소리도 들어보고(문진:聞診) 혀도 살펴봅니다(설진). 물론 환자의 현 상태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도 한다(문진:問診). 이렇게 살핀 다음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침과 뜸, 부항 등을 고려하고, 약을 권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고, 본인도 만족해 하면 치료를 한 의사도 맘에 흡족해 한다
아이가 성년이 됐다. 만으로 스물이 된 것이다. 책상 위에 널려있는 화장품이며 옷걸이에 걸린 미니스커트, 그리고 10센티는 족히 될 만한 하이힐, 멋 내기에 흠뻑 빠져있는 아이를 보면 막 월담을 시작한 붉은 장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몽우리 속 꽃잎을 가득 담고서 발돋음을 시작한 장미, 태양을 듬뿍 머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런 5월 장미 같다. 때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들이대기도 하고,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한바탕 축제의 마당을 만들기도 하고 은근한 향을 뿜어 지나던 바람을 머물게 하는 환한 꽃, 그 아이에게서 5월 장미를 느끼곤 한다. 혹여 이 예쁜 꽃을 누가 탐하지는 않을까, 꺾으려 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시를 좀 더 세웠으면 하기도 한다.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기도 하고 파 김치가 된 모습으로 2시간여 거리를 통학하면서도 큰 불만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 아이, 쌍까풀 수술도 하고 싶고 콧대도 높이고 싶다며 짬만 나면 여드름과 씨름하고 우울하면 머리카락을 컬러로 물들이는 만 스물의 숙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아이답게 세련되고 정확한 표현, 깔끔한 일처리를 하는가 하면 연예인에게 열광하고 유치한 내용의 드라
키우다 죽은 가축을 생활주변에 적당히 땅을 파고 묻어왔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직업적 의식이나 나아가 법률적 적용을 차치하고라도 사회적으로나 통념적 잣대를 들이 대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관념에 관한 문제로 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축산농가는 폐가축이 발생할 때마다 법률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축산농 임의로 매몰하는 경우가 그동안 비일비재 했다고 하니 관련기관의 행정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지난해말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구제역 광풍이 사그라들기 무섭게 터져 나온 화성의 폐가축 불법매립은 희대의 가축 매몰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본보 23. 24일자 보도) 지난 주말 본보로 자연보호중앙회 경기도지부의 다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화성의 한 축산농가 주변에 돼지 사체 일부가 밖으로 드러나 악취가 진동하고 폐수가 흐른다는 것이었다. 본보는 즉각 취재팀을 구성해 현장확인을 거쳐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한 돼지농가에서 지난해 12월중순부터 최근사이에 돼지 20여마리를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인근 야산 50여㎡ 경사면에 파묶은 사실이 드러났다. 구제역 발생 이전부터 3천여마리의
러시아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대도시 인근 숲속이나 호수 등 자연에는 ‘다차’라는 시설이 있다. 이를테면 별장인 셈인데 빈부격차에 따라 호화판 별장에서부터 그야말로 판잣집 같은 초라한 집도 있다. 대부분의 다차는 조그마한 집에 작은 텃밭이 딸려 있는 농가 원두막 수준이라고 보는 게 옳다. 다차는 러시아 국민의 70~80%가 가지고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차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즐긴다. 감자와 토마토, 채소와 과일을 가꾸는데 농산물은 가족이나 이웃과 나누고 남는 것은 자유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본보 보도(23일자 22면)에 따르면 연초부터 크게 오른 채소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도심 주변의 텃밭과 베란다 화분을 이용해 직접 채소를 키우려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주말농장이 도시민의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10여년이 훨씬 넘었다. 초창기에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재배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주말농장을 경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기농 선호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채소값에 부담을 느낀 도시민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방사능과 중국황사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의 달은 성적, 입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풍요속의 외로움을 겪고, 불안한 미래로 인해 고민하고,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젊음의 아름다움을 활짝 발하기를 응원하는 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매년 5월 마지막 주를 청소년 주간으로 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가능성을 더 크게 키우며 건강한 성장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5월 23일 코엑스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이란 주제로 간담회, 기념식, 강연회 등을 주최하고, 문화관광부는 ‘도전하는 청소년이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5월 청소년의 달 한 달 동안 다양한 행사를 전국 일원에서 다채롭게 전개한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개성과 특기를 발휘하고, 21세기 문화 창조의 역동적 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내실 있고 실질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들 행사가 일회적이고 전시적인 행사로 그쳐 5월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는 데 문제가 있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요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청소년 관련 정책은 지속적으로 모든 정부부처와 국민 모두가 나서
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감사 했던 일이 있으면 문자나 전화를 보내 달라고 했다. 얼마 후 진행자가 청취자들이 보내온 많은 문자를 일일이 읽어 내려갔다. 생일, 병 고침, 결혼, 입대 및 제대, 부모님과 스승에 대한 은혜 등 크고 작은 감사의 내용을 초등학교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여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아주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크게 감사하며 기뻐했다.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와 다소 흥분된 말투로 감사의 내용을 말했는데 목소리로 보아 연세가 꽤 드신 것 같았다. 그 아주머니는 언제나 마음 속에 그리던 상가를 구입해 오늘 문을 연다고 했다. 나는 상가를 마련했으니 당연히 감사하리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듣고 있는데 그 뒷이야기가 나를 감동시켰다. 그는 홀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20여년이 넘도록 노점상을 하면서 저축을 해 큰 상가를 하나 마련했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그 긴 세월 동안 특별히 잊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비오는 날의 힘들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때가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
국내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MBC ‘뽀뽀뽀 아이조아(뽀뽀뽀)’가 25일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방송 3사를 통틀어서도 한 해 앞선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된 KBS ‘전국노래자랑’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뽀뽀뽀’는 1981년 방송을 시작해 2007년 4월 ‘뽀뽀뽀 아이조아’로 이름을 바꿨다. ‘뽀뽀뽀’는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요, 체조, 그림그리기, 율동 등을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익힐 수 있도록 꾸며진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당시 일본만화 일색이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다 창의적으로 개발해 보라는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을 받고 만들어졌다. ‘뽀뽀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제곡이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헤어질 땐 또 만나요 뽀뽀뽀…’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초대 PD인 이재휘다. 마땅한 곡이 없어 처음 출발할 때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쓰다 일주일쯤 지나 출근길에 칭얼대던 세 살짜리 딸에게 뽀뽀를 해준데서 이 노래가 탄생했다. 노래는 ‘국민동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학교 응원가로, 군인들의 군가로, 시위대의 운동가로. 심지
풍수지탄이란 말이 있다. 효도를 다하지 못한 채 어버이를 여윈 자식의 슬픔을 이르는 말이다.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어 탄식한다는 것이다. 공자가 유랑생활을 하던 중 하루는 몹시 울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구오자(丘吾子)란 사람이 있었다. 하도 비통한 심정으로 울고 있기에 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는지 그 사유를 물었다. 그는 평생 동안 살면서 세 가지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일들이 후회스러워 울고 있다고 대답했다. 첫째, 젊었을 때 천하를 두루 다니다가 집에 와 보니 부모님이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것이 너무도 불효막심하여 울고 있다고 했다. 성공해서 부모를 잘 모시려고 했지만 이미 안 계셔 울고 있다는 말이었다. 둘째, 어른이 된 뒤 제(齊)나라의 임금을 섬겼는데 임금이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한 생활만을 일삼고 정치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군주의 그런 생활을 보고 자주 주청했지만 듣지 않아 이대로 가면 제나라의 앞날도 멀지 않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관직을 버리고 떠나왔는데, 신하인 자신마저 떠나 버리면 누가 이 나라를 지킬 것인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세 번
최근 평택항은 개항 이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으뜸 항만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카페리 취항 등으로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택항의 환경은 비산먼지 등으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평택항 서부두의 경우 관할 관청이 당진군이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평택시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까지도 평택시와 당진군은 평택항 내항 외곽호안 매립지를 놓고 분쟁 중이다. 지난 1999년에도 관할권을 놓고 5년여 동안 법정 싸움 끝에 당진군의 승리로 끝났다. 관할권을 놓고는 법정 싸움까지 가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현실이지만 평택항과 인근 주민들의 환경 피해에 대해서 당진군은 너무 미온적이다. 당진군의 관할 구역인 평택항 서부두는 하루에도 수많은 대형 화물 차량들이 물건을 실어 날으고 있지만 도로 포장이 안돼 흙먼지로 뒤덮이고 하역 작업 땐 날리는 모래 등 자재로 인해 바다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당진군은 정기적인 현장 방문을 통해 과태료 처분만 내리고 있을 뿐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설상가상 서부두 관리에 앞장서야 할 평택지방해양항만청은 아예 먼 산 보듯…
경기도의회 5개 상임위가 23일부터 해외연수에 나선다. 지난해까지 도의회는 의원 1인당 해외연수를 위해 연간 18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고 180만원의 여비로 갈 수 있는 곳이 가까운 동남아국가로 한정돼 해외연수 때마다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을 받았다. 따라서 도의회는 올해부터 해외연수를 격년제로 시행, 2년치 여비인 1인당 360만원으로 연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연수방안이 개선되자 도의회는 일제히 ‘선진지 견학’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으로 연수계획을 짰다. 5개 상임위 60여명의 의원들은 23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짧게는 8일간, 길게는 12일간 해외연수를 떠난다. 소요 예산은 2억2천여만 원. 이전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한정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연수는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방문으로 일정이 짜여졌다. 이번 해외연수 길에도 무더기 해외연수, 쪼개기 해외연수, 해외연수 ‘묻지마’ 승인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물론 의원들의 해외연수 자체가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 해외연수가 당초 목적대로 운영된다면 선진국 견학을 통해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도정에 접목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