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상황에 접하게 된다. 비록 내가 태어난 곳과 나의 부모님을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태어난 이후에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된다. 기억이 채 형성되기도 전의 어린 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어른들의 애정 섞인 물음에 짧은 순간이지만 처음으로 곤혹스런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학창시절엔 어느 대학을 갈지 어떤 전공을 할지, 졸업 후엔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누구와 결혼할지 등 밤새 고민하면서 힘들어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면 또 다른 중요한 선택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바로 우리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선거’다. 이전의 선택들이 적어도 개인적인 것에만 영향을 주었다면, 이 새로운 선택은 나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오랜 왕조국가의 전통이 있었다. 정해진 가계에서 군주가 세습되었다. 물론 그 군주는 어릴 적부터 전문능력을 익히고 인성을 기르면서 군주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즉 선거를 통하여 우리의 대표자를 선택한 역사가 아니었다. 이후 지독스런 일제 식민통치시대가 끝나고, 해방과 함께 서구의 선진화된 정치제도
말(言)들이 얼룩말 되어 /김은옥 창밖으로까지 뛰쳐나간 너의 얼룩말은 내 자동차 범퍼를 발길질하기도 한다 커피 속에 잠긴 야생의 내장들 코뿔소가 들이받아 흩어진 창자 속 신선한 신맛이 쓴맛 뒤에서 열대를 음미하는 사이 주술을 하듯 기다란 주전자 주둥이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본차이나 찻잔 바닥으로 에티오피아의 햇빛 한 줄기가 미끄럼을 타며 부드럽게 내려온다 카페는 어둡고 어둠의 깊이만큼 휘황했으나 찻잔에는 검은 대륙이 눈을 뜨고 있다 벽걸이 사진 속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동자가 재갈이 채워진 허기진 땀방울을 사진 밖으로 흘려보낼 것만 같다 고원의 상록수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수태를 한다 그 출산을 돌보는 수많은 아이들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손길들이 찻잔 속에 보인다 먼 천둥소리로 사자가 우는 이 밤 내내 흑인 소녀의 얼굴이 주전자 주둥이에서 킬리만자로의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 계간 예술가 2015 가을호 세계는 또는 이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먹은 손길처럼 나지막이 더듬고 있는 시이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곧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와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물을 동일시하는 이중 삼중의 아픔이 녹아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봄날’이란 시의 전문이다. 이처럼 매화는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닮았고, 따뜻한 바람에 흩날리며 사람들을 행복하고 너그럽게 만든다. 그뿐인가.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 무렵에 꽃을 피워 청초하고 고아한 자태, 맑고 은은한 향기 등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또한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유난히 매화 사랑이 지극했던 퇴계(退溪) 이황은 “매화는 샘물을 닮았다. 자극 없이 깊은 곳을 움직인다. 달밤 매화나무 언저리에 앉아 일어서길 잊었더니 향기는 옷에,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하더라”고 읊을 정도였다. 매화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인 사군자(四君子) 중에도 으뜸으로 쳐왔다. 그리고 살에 닿는 바람 여전히 차갑고 때 없이 잔설 흩날리는 이른 봄 피어나 ‘춥고 길던 겨울 지나갔음’을 알린다고 해서 선비의 고결한 기품과 기개 충절 혹은 역경을 이기는 강건한 정신의 표상이자 회춘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꽃말도 ‘고결함·기품·인내’다. 꽃 색깔에 따라 백매(白梅)·청매(靑梅)·홍매(紅梅)로 나뉘는 매화는 채도나 꽃받침 색
음력으로 이월 열이틀이 아버지 생신이다. 올해로 팔십 다섯 번째로, 월요일이라 하루 앞당겨 일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모였다. 멀리 중동지역 왕립병원에 파견근무로 참석 못한 막내 동생 가족과 사정이 있어 큰아들 내외가 참석을 못해 빈자리가 있기는 했으나 설 쇠고 한달여 만에 대가족이 모이니 집안에 화기가 돌고 아이들 재잘거림이 사람 사는 집 같다. 가족 모임을 밖에서 하는 것보다 집에서 치루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온종일 음식 준비에 분주했을 터인데 싫은 기색 없는 모습이 고맙다. 한껏 정성과 멋을 부린 집사람의 요리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더구나 오늘은 특별한 메뉴가 두 가지나 등장했다. 직접 쑨 도토리묵으로 속을 넣고 백김치로 말아 썰어 접시에 담긴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눈이 먼저 맛을 느낀다. 지난달 친구들 모임에서 먹어본 치즈닭갈비를 응용한 듯 한 닭가슴살 요리는 이름은 모르겠지만 제법 그럴싸한 맛으로 밥반찬은 물론 소주나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다 싶어 이걸 언제 또 누구에게 맛을 보여주지 하는 마음이 동한다. 4월 첫째 토요일 초등학교 친구들과 갈 여행이 생각이 났다. 그때 친구들에게 자랑을…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드러나고 있는 한국 정당정치의 민낯을 바라보면서, 데모스(demos)와 크라토스(c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democracy)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정당이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권력의 주체인 민중(국민)을 의식한 공천(公薦)을 했는지, 아니면 사천(私薦)을 했는지 그 결과를 우리는 4·13일 밤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3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다문화가정 출신과 탈북자 출신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 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다문화시대를 선도하고 ‘통일대박론’을 준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2016년 3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후보로 각기 45명과 36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선거로 기대를 모았던 재외동포 출신도 당선권 내에 들어가지 못했다. 새누리당에서는 44번에 서안순(70) 현 시카고한인회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33번에 박옥선(49) 케이팝투어 대표가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비례대표 최소 1석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신생 벤처기업은 육성되어야 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판교의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는 전국 최대 규모의 신생 벤처기업 육성기관이다.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투자유치, 창업, 해외진출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것을 지원한다. 도가 예산을 들여 성남 분당에 약 1만6천386평 규모로 조성하였다.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를 구성한 공유적시장경제의 구상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창업을 유도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데 있다. 선발되면 지원 기관이 입주공간을 제공받는다. 40여개의 스타트업도 함께 있는데 모두 본투글로벌센터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거나 전부터 육성해 온 스타트업들이다. 5∼6월 첫 번째 오디션을 열어 스타트업을 선발하는데 입주자격을 얻은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멘토는 벤처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해 본 선배기업인으로 현재 37명이 전국에 포진돼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은 스타트업의 창의디바이스센터를 통해 시제품 제작을 돕게 된다. 아이디어 육성과 사업화 단계를 마치면 창업단계 지원을
음주운전이 범죄행위라는 것이 이의를 달 사람들은 없다. 사고를 당하면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고 잘못도 없는 타인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주운전자는 무조건 엄벌에 처해야 한다. 평생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이 관대하다는 뜻일 게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운전자의 의무 중의 하나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이 있다. 도로교통법 44조 1항에는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44조 2항에는 경찰공무원은 교통안전과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호흡조사에 의해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인사혁신처가 얼마 전에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2차례 적발되면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의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정직까지 가능하도록
가히 최악의 공천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당의 공천에서는 언제나 진통이 따르는 법이었지만, 그래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정당들의 새로운 다짐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국민에 의한 공천을 표방하며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했다고 자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안에 따른 시스템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도 기존 여야 거대정당들의 정치를 넘어서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새로운 공천의 모습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각 정당들의 공천이 마무리된 지금, 그같은 기대는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 정당들은 국민 앞에 내놓았던 다짐을 뒤집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여러 언론들이 ‘막장 공천’이라는 말을 붙여줄 정도였으니 이같은 평가가 지나친 것은 아닐게다. 새누리당의 20대 공천은 ‘유승민 죽이기’에서 시작해서 유승민 죽이기로 끝난 공천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의 최대 관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였고 이는 후보등록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아무리 대통령이 ‘배신자’로 규정
통상적으로 법령은 법령안의 입안-심사-심의·의결의 순서로 제정된다. 최근 법정기념일로 추진되고 있는 ‘서해수호의 날’도 이러한 순서에 따라 2월26일 입법예고의 종료로 입안의 단계를 마쳤고, 3월8일 법제처 심사를 거쳤으며, 3월10일 차관회의 의결된 후 3월15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었다. 부패영향평가와 규제심사 등 입안-심사 과정을 무리 없이 통과한 터라, 이변이 없으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 이후 정상적으로 공포될 것이다. 이로써 개별적으로 기념(혹은 추념)되어 오던 연평해선,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이 ‘서해수호’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포괄되어 국가 차원의 행사로 치러진다. 이에 따라 향후 서해수호의 날의 제정 취지를 구현해 나가는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살펴보면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수호의 희생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우며, 국토 수호 결의를 다지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 행사내용이자 제정 취지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수호의 희생을 기림’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