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공교육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유아가 취학전에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하니 그렇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유아 사교육 실태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 3세 이상 취학 전 유아가 있는 전국 2천527가구를 조사한 결과 유아의 99.8%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유아 1인당 교육비는 월평균 40만4천원이며 이중 사교육비는 16만4천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우리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을 고려하더라도 취학 전 유아를 둔 가정 중 사교육을 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때 이른 교육비 부담으로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 가구의 74.3%는 유아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했고, 이 때문에 생활비를 줄였다는 가정이 42%에 달했다. 특히 응답 가정의 42.7%는 유아 교육비가 부담돼 둘째나 셋째의 출산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88.8%), 중학생(74.6%), 고등학생(55.0%) 가정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이처럼 동생을 낳아 기를 돈으로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니 유아 사교육비가 저출산 문제를…
친목을 도모하고 인생을 논하는데 술은 없어서는 안되는 매개체다. 술을 기화로 해묵은 감정이 누구러지거나 어려운 협상이 매끄럽게 해결되곤 한다. 적당한 음주는 약이라고 했지만 과하다 보면 험악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 아들 손모씨(27)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59)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다. 결혼 후 20여년 동안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에 얽힌 재밌는 통계도 있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늦게 하고 조기 이혼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다. 최근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Alcoholism’지에 밝힌 총 5천명 이상의 다양한 연령대의 호주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과거 연구결과에 의하면 청소년기 약물 남용이 조기 결혼이나 동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지만 이번 연구결과 남녀 모두에서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사람들이 결혼이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한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이 남녀 모두에서 조기 이혼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녀 모두에서 유전적 인자가 이 같은 연관성에 영향
“가장 좋은 정치란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마음을 따라 하는 것이며, 가장 나쁜 정치는 백성들과 싸우면서 하는 정치다.”(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중) 동양 최고의 역사가로 알려진 사마천은 정치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7일 설연휴가 끝난 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안상수 대표는 “제가 만나 본 분들이,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서민들이 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서민경제를 살려달라, 정치권이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 정치권이 뭘 하고 있느냐, 이런 질책의 말씀이 있었다”며 수도권 민심을 전했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한결같이 이번 설처럼 국민들 뵙기가 부끄러운 경우가 없었다며 구제역과 전세난,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싸늘한 민심을 걱정했다. 4.27 재·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친데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반응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권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온 나라가 구제역과 전세난, 물가급등으로 시끌시끌 한데 여권은 개헌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야권은 국회 개원을 합의한 후 하루만에 뒤 집어 버렸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희망을 기대하던 국민들에게 단 며칠만에 또다시
설이 지나고, 입춘이 지났어도 여전히 불안하기만 요즘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민심이 ‘민란(民亂)’ 수준에 와있다고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포장해 이야기를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구제역에 대한 불편한 의혹과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전세대란, 이를테면 속수무책인 구제역에 열 받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 절망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방역당국이 고비로 언급했던 설 연휴기간에도 구제역 확산은 멈추지 않았다. 매몰된 가축수는 316만 마리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돼지는 300만 마리가 넘게 살처분돼 전국에 사육되고 있는 3분의 1 가량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이는 과거 4차례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가축보다 14배나 많은 수치로 축산농가로서는 대재앙이나 다름없다. 2년 가까이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가격은 지난 1월, 한 달간 상승폭으로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비수기에 오히려 전셋값이 더 오르는 기현상이 계속되면서 이대로라면 올봄에 전세대란이 절정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전셋값도 문제지만 연일 치솟는 물가도 정부의 친(親)서민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정
구제역과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공항 검역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역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고, 사람·동식물 방역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축산인과 축산 관련인에 대한 검역 전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법무부 출입국 전산망에는 축산인과 수의사 등 축산 관련인의 정보가 입력돼 있어 해당자가 입국심사를 받으면 자동으로 ‘소독대상’이란 경고문이 떠 해당 승객은 인천공항 1층에서 짐을 찾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검역원)이 마련한 소독시설로 자리를 옮겨 전신 소독과 짐 소독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소독 대상자가 소독 절차를 마치지 않고 입국장을 빠져나갔을 경우다. 검역원은 해당 지자체에 이 같은 사실을 일일이 공문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전달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2차 확산의 우려가 있는데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축산인과 축산 관련인 정보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검역원 관계자는 “축산인으로 등록돼 있지만 직접 운영하지 않거나 폐업한 사례도 있다”면서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지자체가 관할 축산주민을 효율적으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수도 한양을 지키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산성이다.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한산주에 주장성(일명 일장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학자들은 이를 현재의 남한산성으로 보고 있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일장산성이라 기록돼 있다. 남한산성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웅장하고 튼튼한 성곽인데도 국민들에게 슬픔과 통한의 성(城)으로 기억된다. 병자호란 때 왕이 이곳으로 피신했는데, 강화가 함락되고 양식이 부족하게 되자 인조가 성문을 열고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했기 때문이다. 김훈이 쓴 동명의 소설로도 더욱 유명해진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우선추진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화재청 세계유산위원회가 8일 국내 세계유산 잠정목록 및 예비대상 13개 가운데 우선추진 대상을 선정한 결과 남한산성을 선정한 것이다. 그동안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남사모)’과 성내 주민들의 노력이 지대했다. 또 지자체에서도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행궁 복원사업을 하고 광주, 성남, 하남 등 관리체계를 도로 일원화하는 등 2008년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역술가들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관상을 두고 ‘살쾡이 상’이니, ‘시라소니 상’이라고 했다. 살쾡이는 야행성이며 술수가 뛰어나다. 무리지어 사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홀로 활보한다. 이웃이 없고 주변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라소니는 호랑이보다 작아도 더 빠르고 날카롭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간다. 불의에 굽히지 않고 고독하게 걸어간다. 이처럼 동물학적인 면에서 본 관상은 약하지만 이마의 굵은 주름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주자들 가운데 역술가들이 가장 좋다고 꼽은 후보가 손학규 민주당대표다. ‘봉황의 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 탈당한 뒤 범 민주세력을 규합하여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면서도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며 본선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손 대표처럼 ‘봉황의 상’으로 분류되는 후보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정세균 전 민주당대표가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황새 상’에 속한다고 한다. ‘황새 상’은 전체적으로 청빈하며 깔끔한 성질을 품고 있는 관상이다. 이러한 황새 형은 인격이 높아 중용의 처신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그의 툭…
신정 설은 영 심심하고 뭔가 빠진 듯 하고, 아직 새해로 접어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려 애쓰다 보면 곧 설날이 된다. 이번 설날은 입춘과 하루 차이를 보이며 본격적인 한해가 시작됐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들며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된다.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날을 기리고, 닥쳐오는 일년 동안 대길(大吉)·다경(多慶)하기를 기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들이 예전에는 있었으나 현재는 대문에 글씨를 붙이는 정도로 축소됐다. 절기가 만들어진 것은 농경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 사용됐으나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그러나 한해가 시작되는 설과 봄의 시작인 입춘을 통해 이전에 살아 왔던 방식을 생각해 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롭게 일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혹은 도전의 용기를 낼 수 있는 마음을 갖어 보기도 하고, 새로운 꿈도 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설명절과 입춘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봄은 시작과 풍요,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계절의 시작이며, 한해의 시작이고, 또한 모든 만물(萬物)이 생명의 근원을 다시 얻어 소생(蘇生)하는 계절
선거가 끝나고 논공행상으로 관직을 나누는 행위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거기에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따른다. 그자리에 합당한 인사가 배치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 용인시가 용인지방공사 비상임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용인시 자치 행정의 미숙함과 허술함은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본보는 용인지방공사 비상임이사 4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기사를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자격없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도 아무 문제 없다고 판단하는 관련 공무원들의 답변을 읽고 있노라면 용인시 일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는 역겨움마져 느끼게 한다. 용인시가 단행한 비상임이사 선임에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방공사 운영조례 제11조 항목을 보면 비상임이사에 당연직으로 시의 예산업무 담당 실·국장, 건설·도시업무 담당 실·국장과 세무 및 회계분야의 전문가와 법률가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명의 비상임이사에는 이를 만족시킬만한 사람이 없다. 비상임이사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정당 대변인출신에 지방공사의 업무와 직접 관련되는 하는 민간 건설업자 등이다. 용인시민들은
구제역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국가적 대재앙’이다. 7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로 열린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 관련 토론회에서 중앙위원회 의장인 최병국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작년 11월 발생 구제역 때문에 두 달 만에 310만 마리 가축이 살처분, 매몰됐고, 보상비 방역비 피해액이 3조 원 웃돌고...방역에 동원된 공무원이 쓰러지거나 아까운 목숨을 잃는 비극도 나타나고 있다... 정말 대재앙이다”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물론 ‘집권 여당으로서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이런 한탄이나 하고 있나’하는 얄미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 관련 토론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은 구제역 및 AI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축산업 허가제 도입, 방역 기준 및 악성가축질병 발생 국가 방문시 신고 의무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농수산식품부에 각종 검역원을 통합해 검역검사본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야...참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비판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예방 백신 접종 뒤에도 구제역 발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