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모임에 나갔다. 이해 관계없이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었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겐 깍듯함이 더한 모임이어서 자주 나가는 편이다. 그날도 화기애애한 가운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고 식사가 끝나갈 무렵, 옆에 앉은 선배가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내밀며 저장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웨딩사진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뜸 ‘아니 청첩도 안 하고 아들 장가보내셨단 말입니까? 섭섭합니다’며 정색을 했다. 그러자 선배는 빙그레 웃으며 자세히 보라고 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선배였다. 턱시도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선배 옆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부인이 밝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흠칫 놀라는 나에게 ‘정 실장도 한번 찍어봐, 기분이 새롭고 부부간의 정 또한 신혼으로 간 듯해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자랑 반 권유 반’으로 사진 찍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지난 7일, 자신이 다니는 용인 모 교회에서 어버이날 이벤트로 신도 몇 쌍을 선정, 자녀와 친지들을 초청해 앙코르 결혼식을 올려주었다고 한다. 선배는 그날 행사에 안내를 맡았다고도 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유행가가 있다. 그만큼 사랑과 눈물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독한 사랑이 있어야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다. 절절한 사랑이 눈을 타고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는 예는 역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중국 진나라 때 ‘맹강녀(孟姜女)의 눈물’은 또 얼마나 감동인가. 시황제의 만리장성 건설공사에 징발된 남편의 겨울 옷을 준비해 찾아간 맹강녀는 남편이 고역을 견디지 못헤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더 기가 찬 건 남편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 말을 듣는 순간, 성 밑에 쓰러져 울기 시작했다. 열흘 만에 성이 와르르 무너졌고 그 곳에서 남편의 시신이 나타났다. 간절함이 빚은 기적이다. 절실한 눈물은 또 있다. 친구의 죽음이 너무 슬퍼 쏟아낸 눈물로 양쪽 눈알이 씻겨 나온 고대 멕시코의 신 쇼로터의 눈물은 인간의 가벼운 관계를 질타하는 신계(神界)의 준엄한 물음이다. ‘너는 벗과 동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다른 눈물도 있다. 16세기 아포스트리오스는 ‘악어가 사람의 전신(全身)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머리에 눈물을 흘려 그 열로
쑥국 /김길나 푸드덕 찬바람을 털어내고 아침마다 한 쌍의 새가 날아와선 창문을 열라 보챈다 그래, 겨우내 움추린 내 몸 안에 봄이 오고 있음이야 나는 이 아침에 쑥국을 끓여 먹는다 버려진 둔덕에서도 밟힐수록 눈 밝힌 쑥이지, 아마. 쑥쑥 목구멍을 타고 국물로 흘러들어와 햇빛 한 아름 불러들이고 있음이야 아, 맛있다! 생기나게 하는 이 초봄의 쑥국 맛. 들녘에서 먼저 눈 비비고 깨어나 꽃샘추위로 고독을 달군 이 향긋한 내음이며 차가운 빗물이랑 해와 달과의 고적한 기억을 감춘, 혹은 그 견고한 사랑을 풀어내는 쑥국 맛 참 맛있다! -김길나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 / 문학과 지성사 무한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신비 앞에서 인간은 자유로운가. 어김없이 봄은 왔다. “밟힐수록” 더 단단해진 흙 속에서 내성을 키우며 싹을 틔우고, 보란듯이 “생기”있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쑥”. 양지 바른 곳, 좋은 곳만을 선택해 피어나는 꽃들과 다르게 “둔덕”에서 “꽃샘추위” 속에서 “고독”하게 견뎌냈을 “쑥&rdquo
창조경제를 지향하면서 기존의 많은 제약요인이 해소되어 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기관 중심으로 시행된 행정규제로 인해서 많은 기업이 인력과 재원을 낭비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야기되어온 규제개혁이 지방정부에도 시행이 촉구되고 있다. 문제는 규제개혁에 따른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간의 행정 체계는 옥상옥의 행정 권력을 버리지 못하고 반복해온 결과를 평가하여 중복적인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다. 수원시의 경우 공직자들이 시민 체감형 규제개혁을 풀기 위해서 지난 한 달간 1천673건의 규제개혁과제를 발굴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추진단이 발굴한 규제대상의 적절성 문제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토론을 통한 문제점 해결에도 적절한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선진지방행정의 구현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수용하면서 삶의 편익증진을 위한 다양한 규제를 풀어가는 데 있다. 따라서 부서별 업무추진 시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불공정·불균형·불합리 해소를 위한 규제, 서민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 기준과 절차가 비현실적인 규제, 효율성과 효과성을 저해하는 규제, 시민 일상
가족 단위로 산과 들을 찾아 여행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종종 캠핑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가 언론이나 신문에 나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즐거운 캠핑을 하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중요사항들을 짚어보자. 첫째, 차량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평소보다 많은 짐을 싣고 장시간 운전할 경우 차량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차량 점검은 필수이며, 차량용 소화기는 반드시 비치해야 한다. 만약 고속도로나 한적한 시골길에서 차량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 신속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소화기는 꼭 비치해야 한다. 둘째, 캠핑물품을 꼼꼼히 준비하자. 가고자 하는 야영지의 정보를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보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캠핑장은 저녁에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침낭은 여유 있게 가져가는 것이 좋으며, 기본적인 상비약을 준비하겠지만, 특히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가져가자. 야영장은 벌레가 많기 때문에 벌레에게 물리면 즉시 비눗물로 씻어주고 난 뒤,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셋째, 안전한 캠핑활동이다. 경치가 좋다고 강이나 계곡 가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항상 그랬듯이 우리나라 안전행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 대형 참사가 터지고 사람이 수십, 수백명 죽은 뒤에야 약을 짓는 ‘사후약방문’ 행정이었다. 잠시 부산을 떨다가 그나마 몇 년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래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사건이 1993년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였다. 당시 사망자수가 292명으로 세월호에 버금가는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두 선박사고의 원인이 모두 인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승무원의 운전조작과 선박회사의 안전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이다. 무리한 초과승선과 기상조건이 나쁜 상황에서 항해사의 무리한 키 조작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런데도 서해 훼리호의 교훈을 망각하고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세월호 참사를 불러들인 것이다. 어찌됐거나 이번 사고로 예전보다는 선박에 대한 안전 관리가 강화될 것이다. 안전관리가 강화돼야 할 운송수단 중에는 기차와 비행기,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기차나 선박보다는 자동차를 더 많이 이용한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타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와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진행되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한동안 모든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이 중지되었다. 각 정당의 경선 일정도 연기되고 예비후보자들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 등도 취소되었다. 여야의 경기도지사 후보도 후보등록을 불과 며칠 앞두고 결정되었다. 후보자등록 이후 조심스럽게 선거운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신중하기 그지없다. 시민들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정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더라도 과거와 같이 로고송이 울려 퍼지고 선거운동원들의 율동과 거리유세가 의존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할지, 그리고 아직도 차가운 진도앞바다에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시민들이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을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보름가량 남아 있는 선거운동기간에 치열한 정책대결과 검증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성찰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후보자들은 요란한 선거운동이나 네가티브 공세보다는 자신의 공약을 분명히 밝히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전 국민적 화두가 되고 있는 안
새누리당 여주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김춘석 여주시장의 행보가 화제다. 김 시장은 선거패배 이후 곧바로 공천을 딴 원경희 후보 캠프에 찾아가 덕담을 건네며 선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원 후보와 22표 차이로 초박빙의 접전을 펼쳐 억울할 법도 하지만, 통 큰 어른답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19일 오전 집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김 시장은 향후 거취와 관련 “그동안 중앙부처 근무, 명퇴, 한국전자진흥원 근무, 건국대 초빙교수 재직, 군수출마, 당선 등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당분간 쉬면서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직생활의 발자취를 담은 회고록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는 것. 하지만 거창하게 출판기념회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에서 강의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김 시장은 퇴임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도 여주발전, 여주사랑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충남 아산시와 세종대왕님이 계신 여주시가 함께 추진했던 ‘영웅의 길’ 행사가 이런 저런 이유로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
공터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 최승호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 (문학과지성사, 1985) 말들이 넘쳐나고 있지요. 내 얘기만 합니다. 당신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할 말이 너무 많거든요. 그러다보니 당신과 나는 말의 거리만큼 멀어지고 있습니다. 나만 아프다고 나만 힘들다고 나만 괴롭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말을 늘어놓는 모두는 결국 나인 걸요. 공터는 아마 그런 역할을 하나 봅니다. 저 어렸을 적 공터도 그랬거든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을 멈추고 눈을 감고 공터의 중간 어디쯤에서 귀를 열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