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속의 이성이 점점 강해져 번뇌가 점점 사라질수록, 그 사라지는 곳의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영혼의 생활이 해방된다. 의식적으로 그 해방에 참여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실수와 착오가 일어나도 실망하지 말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처럼 공부가 되는 것은 없다. 그것은 자기를 교육하는 가장 방법의 하나이다. (칼라일) 자기와 상관없는 일로 마음을 괴롭히지 말라.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 그럴 바엔 자기 자신을 바로잡아 자기완성을 향하는 길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우리의 현재 생활은 바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이 인류에게 유산인 것처럼, 우리 자신에게 도덕적인 유산이다. 우리가 행한 위대한 행위는 우리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것이다. (조지 엘리엇)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영혼은 육체라는 관속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관, 즉 우리의 육체는 서서히 허물어지는 반면 우리의 영혼은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 그리하여 육체가 죽었을 때 영혼은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 작고 사소한 악이라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했지만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한번 저지른 죄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이즈음 동네 식당에서 밥 먹다 중년 남성 몇이서 욕하는 것을 들었다. 그중 한 사람이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을 동정하자 어떤 이가 "누가 그 일을 시켰어?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 죽든 살든 해내야지!" 하고 쏘아붙였다. 그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토를 달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동네 버스 정거장에서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젊은 친구 A는 동년배로 보이는 B의 짐을 들어 버스에 올려주었는데 배려받은 그가 나머지 짐마저 들어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은 A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머지 짐 하나를 들고 버스에 올라탄 B는 A에게 도와줄 바에는 끝까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무랐다. 급기야 A가 모르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푼 제가 잘못입니다, 하고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런 반사회적 인격 장애 사례는 과연 일반화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일까? 그럴 것이다. 하지만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지금 당장 방역 당국의 소상공인 영업 제한에 관한 뉴스에 어떤 댓글이 주를 이루는지 들여다보자. "자영업자들에게 왜 돈을 주냐? 세금이 아깝다.", "이 기회에 저것들 망해야 한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 중에 가장 난감할 때가 피해를 본 학생이 있는데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을 때이다. 예를 들어 사촌이 외국에서 선물한 특이한 볼펜이 분명히 오전 수업시간에는 필통에 있었는데 점심시간 후에 없어졌다거나, 똑같은 스티커를 교실 안에 여러 명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의 스티커가 사라졌다거나.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문제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아이가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일단 다른 아이들에게 물건이 저절로 어딘가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가방이나 책상 서랍, 사물함을 확인해 달라고 말한다. 이때 없어진 물건이 돌아오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이런 경우는 잘 없다. 아이들이 열심히 찾아도 물건이 나오지 않으면 속상한 피해자를 달래면서 앞으로 학교에 소중한 물건은 가져오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끝난다.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줄 알았는데 한참 뒤에 잃어버렸던 물건이 다른 아이에게서 발견되면 더 난감해진다. 물건을 잃어버린 A는 네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볼펜은 한국에서 팔지 않는 것이므로 본인의 것이 틀림없으니 돌려달라고 말하지만, 물건을 사용한 B는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 마리의 제비로는 봄을 부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봄을 느끼고 있는 첫 번째 제비가 날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처럼 온갖 꽃봉오리와 풀이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라면 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기가 첫 번째 제비든지 아니면 천 번째 제비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그것이 영원한 것은 하늘과 땅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성인도 자기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영원해진다. 그는 영원해짐으로써 비할 데 없이 강력해지고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성취한다. 개인의 생활이든, 사회 전반의 생활이든, 법칙은 오직 하나, 그 생활을 개선하고 싶으면 그것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냐 예속이냐 하는 인류 미래의 운명이 걸려 있는 오늘날, 이같이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병사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가난한 생활을 한 하느님 나라 군대 지휘관의 본보기를 따라야 한다. 죽은 사람이란, 변천하는 것에 대한 번민
A와 B가 교실에서 무언가 훔친다고 했다. 특수학급 보조교사는 문구용품과 간식이 사라진다며 ‘범인’으로 아이들을 지목했다. 장난과 호기심에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세 번째 도적질이 보고되자 두 녀석을 불렀다. “너희들이 한 짓을 이미 알고 있다. 이실직고하면 부모님께는 말씀 드리지 않겠다. 대신 교실에서 가져간 것을 낱낱이 써내라” 녀석들을 협박했다. 가정에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인지 열심히 훔친 내역들을 써내려갔다. 자백을 받아내는데 나름 효과가 있구나 하고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발달장애 아이들이라 정직하고 순수했다. “아닌데. 더 있는데. 선생님은 너희들이 뭘 가져가는지 몰래 지켜봤다. 아직도 빠진 게 있으니 빠짐없이 써내라” 했다. 당황한 녀석들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적고 또 적었다. 열심히 작성한 도난품 목록에 순진하게도 ‘정수기 물’까지 등장하자 비로소 취조를 멈췄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 도난품 목록을 읽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A는 책, 교구, 문구류, 간식 등 가져간 물품이 다양했다. 단지 재미로 훔친 것 같았다. 가정형편이 넉넉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가져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B가 적어낸 건 거의 ‘먹을 것’이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문자점(問字占)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왕이 되기 한참 전에 함경도 안변(오늘의 강원도 안변군) 지역에서 앞에 놓인 많은 글자 중 ‘물을 문(問)’ 자를 짚고 점괘를 물으니 점쟁이가 “큰 대문 안에서 커다란 밥상을 받을 것이므로 왕이 될 팔자”라고 말하며 큰절을 올렸대요.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거지가 같은 글자를 짚자 “문(門) 앞에서 입(口)을 딱 벌리고 있으니 천생 거지 팔자”라고 핀잔하더래요. 비슷한 에피소드로 복자점(卜字占) 이야기도 있어요. 암행어사가 ‘점 복(卜)’ 자를 짚으니 “마패를 차고 암행어사가 될 팔자”라고 하던 점쟁이가, 지나가던 거지가 옷까지 바꿔 입고 같은 글자를 짚자 대뜸 “쪽박을 찬 거지 팔자”라고 멸시했다죠. 우리 정치인 중에 점을 치기 위해 철학관이나 무당을 찾는 이들이 유독 많다는 사실은 다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에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리학(역리학)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상당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불가측(不可測)한 요소들이 특히나 많은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운세 풀이를 탐닉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죠. 손바닥 왕(王)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가…
1. 겨울밤, 인터넷 다운로드로 오래된 영화를 봤다. 《패왕별희(覇王別姬)》. 1993년 첫 상영 당시 잘라낸 15분을 추가한 완전판, 이른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다. 알다시피 이 작품은 유명한 경극(京劇) 제목을 영화 이름으로 빌려왔다.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과 천하쟁패를 겨룬 초패왕(楚覇王) 항우. 그와 일생의 연인 우희(虞姬) 사이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을 다룬 공연극이다. 이 경극의 정점은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의 탈출을 위해 우희가 칼로 자기 목을 찌르는 장면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항우본기(卷七. 項羽本紀)'에서 쓰러진 우희를 안고 패왕이 부른 애절한 노래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름하여 해하가(垓下歌)다.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지만 때는 불리하고 추(오추마, 烏騅馬)는 가지 않는구나. 추가 가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을고 우희야 우희야 어찌하면 좋을고“ 영화 패왕별희는 어떠한가. 경극 연습장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의형(義兄)을 사랑하게 된 데이(蝶衣, 장국영 분). 경극에서 주인공 우희를 연기하는 이 남자 또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다. 패왕과 우희의 고사를 이중적 메타포(metaphor)로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커튼
지혜로운 사람이란 자기 인생의 사명을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학자란 책을 읽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교양인이란 그 시대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지식과 풍속, 관습을 완전히 터득한 사람을 말한다. 현자란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오늘날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필요 없는 지식을 산처럼 가득 채워 넣고 자신을 학자나 교양인, 현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의의도 모르면서 오히려 그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깊은 미망의 구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 분자식도 모르고 라듐의 시차와 그 성질도 모르는 무지한 문맹자 가운데, 인생의 의의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지혜로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도 내세우지도 않으며, 다만 끝없는 자만에 의해 더욱 미망의 구렁에 빠져드는 사이비 지성인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유일한 학문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학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람의 손에 닿는 학문이다. 생명의 원리는 스스로 함이므로 이론으로 하면 진리는 곧 나 자신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생각만 하면 스스로 깨달
단순히 도덕적인 생활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도덕을 초월하는 것을 추구하라. (소로) 그리스도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가 인간 영혼의 위대함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는 인간 속에서 신의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 어떠한 성격의 인간이든 그들 모두를 사랑했다. 예수는 인간의 겉모습을 꿰뚫어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다. 육체는 그의 앞에서는 사라져 버렸다. 그는 부자의 아름다운 옷과 가난한 자의 누더기를 뚫고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영혼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는 무지의 어둠과 죄의 얼룩 한가운데서 무한하게 발달할 수 있는 힘과 완성의 싹을, 불멸의 영적 본성을 보았다. 그는 타락의 극에 달한 인간의 내부에도 빛의 천사로 바뀔 수 있는 본질을 보았다. (채닝) 신의 의식에는 지적인 것과 신앙에 바탕을 둔 도덕적인 면이 있다. 지적 인식은 허약하여 위험한 오류에 빠지기 쉽다. 한편 도덕적 인식은 도덕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자질만큼 신에게 돌리려 한다. 그와 같은 신앙이야말로 자연인 동시에 자연을 뛰어넘는 것이다. (칸트) 사랑이 우리 생활의 본원은 아니다. 사랑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 것이다. 사랑의
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건설을 금년도 역점 추진사업으로 제시하고 지역별 기관별 궐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농촌 전지역을 북한이 자랑하는 백두산 삼지연지역 수준으로 현대화하고 농촌근로자들의 혁명역량을 강화해서 농업 생산량의 획기적인 증대를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과학 영농과 쌀과 밀 생산 증대로 식문화를 바꾸며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농촌지역으로 배치하고 협동농장의 부채도 탕감해 주는 특혜조치도 실시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부족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식의주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최소 1일 1만 톤이 필요하며 ‘인민의 소망이 이밥(흰쌀밥)에 고깃국’이라고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 고 하면서 농업을 북한경제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하고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여 왔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 이후 우리 및 국제사회 지원과 자구 노력, 그리고 외부 식량 유입 등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 결심을 하였다, 전쟁상황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특별명령